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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박민형 지음 / 예서 / 2023년 7월
평점 :
'따뜻한 가족극이라.'
음식물을 씹듯 '따뜻한 가족극'이라는 문장을 수없이 되뇌인다. 쉽게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거실을 서성거린다. 창밖의 사물들을 뚫어지게 본다. 순간 딸아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딸아이는 '엄마는 자식이 나 하나니까, 싱크대 앞에서 과로로 쓰러질 일도 길거리에서 쓰러지는 일도 없을 거야' 하던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나는 의아했다. 딸아이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딸아이는 딸자식이 많은 엄마는 딸들 집을 순회하면서 설거지를 해주다가 싱크대 앞에서 과로로 쓰러지는 바람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32-)
여러가지 생각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첫 번째의 생각은 그 사람에게 다가가 밝고 명랑한 어조로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느냐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묻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사람이 나를 먼저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그 사람 앞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방법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79-)
"양희 씨는 마음이 참 따뜻했어요. 전 가족이 없어요. 공고를 졸업하자마자 보육권에서 나와야 했어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었거든요. 철이 들어서야 내가 살고 있느 집이 내가 아버지라고 부른 사람이 고아원을 통솔하고 있는 원장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학교에서 말썽을 피웠다. 하면 저였죠.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저를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사람을 만들었죠. 원장님이 그 원장님 덕분에 H전자에 입사해서, 양희씨를 만나게 되었고요.양희 씨에게 지금처럼 제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했어요. 그날 양희 씨가 저를 품에 꼭 안아주었어요. 혼자서 얼마나 슬프고 두렵고 외로웠느냐고 하면서요.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며 저를 만나게 된 게 기쁘다고. 이제는 아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외로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기대라고 했어요. 회사 일에 지칠 때나 저를 버린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때나 미울 때나....언제든지요.양희 씨의 그 말에 제 가슴이 활짝 퍼졌어요. 후..." (-167-)
"신자우!! 채영남은 신지우의 어머니이기 전에 내 아내야. 내 아내한테 함부러 하지 마!!!!"
내 가방과 윗옷을 챙겨든 남편은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더니, 간결하고도 완벽한 문장으로 딸아이의 입을 막아버렸다. 딸아이와 사위 앞에서 내 체면을 세워준 남편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역시 남편 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남편에게 고마웠던 기억을 떠올리던 나는, K시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한다.지하철을 탄다. K시까지는 환승도 필요 없다. 한 구간으로 되어 있다. 지하철이 K시역에서 멈춘다. 가슴이 또 두근거리며 나댄다. (-231-)
소설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은 한사람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채영남이다. 소설 속 신지우가 채영남의 딸로 등장하고 있었으며, 1970년대 공순이,공돌이가 존재했던 그때로 돌아가 볼 수 있었다. 소설에서 우리는 눈여겨 보았던 것은 주인공 이야기들이 나온다. H전자 생산계장 정진욱, 그리고 정진욱을 상사로 모셔야 했던 채영남은 서로에게 공생을 할 수 있는 그런 따스한 관계였으며, 그때 당시 여성이름에 남자 이름을 붙이는 게 관례였다. H전자 생산계장 정진욱은 남자가 나인 여자였자.
이 소설은 가진 것 없었던 그 때 당시의 우리의 정서, 골목길,한옥집에서 느끼는 따스한 정이 있다. 고아로서, 보육원에서 살아야 했던 황기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양희 언니와 함께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부모 없이 살아온 항기사에게 양희 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며,그때는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살았던 , 존재했던 온정이 있다.서로 나누어 먹고,민간요법이 통했던 그 시절,라면 하라 같이 먹으면서,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시절이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통한다는 이유로, 소꼽친구가 되었고,민규식국장을 바라보는 채영남의 시선과 사랑이 느껴진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선배와 후배, 군대를 가야 하는 현실, 여기에 제대,복학, 취업으로 이어지는 그 때 당시의 현실을 엿볼 수 있으며, 죄책감과 미안함, 양희 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 서양희,채영남, 두 사람으 인생이야기 속에서, 우리 삶의 과거의 행복했던 빈자리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