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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하다
나혜옥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나는 요양원 사회복지사로 7년째 근무 중이었다.IMF 이후로 빚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남편의 거듭되는 사업 실패로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20년 째 빚을 갚고 있어도 나는 항상 씩씩했다. 3일만 지나면 어떤 나쁜 감정도 잊어버리는 성격 덕분이었다. 그래서 남들은 내가 빚더미에 앉아있는 줄 몰랐다. (-50-)
남편은 한 해 출생자 수 108만 명을 기록했던 1960년에 태어났다. 전쟁 통에 자식을 세명이나 잃은 시어머니는 44세에 남편을 낳아,금지옥엽 업어 키우셨다. 남편은 초등학교 때 비오는 날이 제일 싫었다고 한다.비가 오는 날이면 시어머니는 쪽머리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우산을 들고 학교 문 앞에 서 계셨다고 한다. 그러곤 수업을 마친 남편을 업고 집으로 오셨다고 한다.당시 남편의 친구들은 "원숭아, 너네 할머니 왔다"라고 놀렸다고 한다.그 통에 암편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단다. 남편의 이름이 돌림자로 '으뜸 원에 순박한 순'이어서 아이들이 항상 남편을 '원숭이'라고 놀렸다.나는 남편의 순박한 성격에 끌려 결혼했지만, 나중에서야 순박한 게 눈치 없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112-)
어릴 적 오지랖은 지금도 여전하다. 엄마가 사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 한 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자바그마한 체구에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그 경비 아저씨가 근무하는 날에는 음식물 수거통이 반짝반작 윤이 났다. 나는 엄마를 위해 김밥을 싸면 한 줄 더 싸서 경비아저씨께 드리고, 고구마를 구우면 경비 아저씨께도 드렸다. 추운 날 고구마로 몸을 녹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174-)
이모 딸이 FBI 에서 이슬람 테러 담당이라더니 그 순간 이모와 내가 FBI 에서 취조받는 줄 알았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한정식 집에 도착하니 비오는 날인데도 식당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오늘은 뭐를 해도 안되는 날인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인근 식다에 들어가 비빔밥을 시켰다. 나는 비도 오고 날씨가 추운 것을 생각해서 돌솥비빔밥을 시켰는데 이 또한 나의 과잉 친절이었다. 이모 딸은 "Hot"을 연발하며 밥 먹는 것을 힘들어했다. (-230-)
책을 읽으면서, 한사람의 인생 이야기, 단편적인 살을 들여다 보게 된다. 내 인생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얼마 되지 않으며,내 의지와 무관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가정에 불운이 생길 수 있고, 사업이 잘못되어서, 평생 고생할 수도 있다. 한 가지만 안되면,어느 정도 견디며 살 수 있으련만, 엎친데 덮친 것으로 불행이 연속으로 일어나면,스스로 힘든 나락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럴 때,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나보다 힘든 삶,어려운 삶을 견디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누군가가 보여주는 작은 희망의 불씨다.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하다』에서 작가 나혜옥의 수필집에서,우리 삶의 희노애락을 읽어 보았다. 작가 의 남편과 남편의 어머니의 살을 들여다 보면, 어릴 적 ,느길 수 있는 무시와 차별, 조롱이 느껴진다. 그 때 당시 늦둥이로 태어나면,엄마와 아들 사이가, 할머니와 손자 사이로 느껴질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나이, 지금과 다른 정서가 그땐 있었다. 20대 중반이면 혼기가 꽉 찬 나이라고 생각하면서,우리는 지금껏 살아왔기 때문이다. 남편이 하던 사업은 부도를 맞이하게 되었고, 저자는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로서 11년간의 인생을 허비하게 된다, 20년 동안 빚갚으렴서 살아왔지만, 스스로 감내하였고, 티내지 않았으며, 조금씩 조금씩 갚아오면서 살아오고 있었다. 그 삶이 ,그 고통이 어느정도인지 모르지만, 견딘 삶의 무게가 우리에게 위로가 될 수 있고,내가 안고 있는 어깨의 짐이 가벼워짐을 느낄수 있다. 내 삶의 경험과 누군가의 삶의 경험의 상대적인 무게감의 차이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나타날 수 있다.시어머니와 남편의 나이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치매가 나타날 수 있었다. 그럴 땐 어떻게 상황을 준비하고, 어떻게 삶을 정리해야 하는지 자자의 경험과 인생노하우를 읽어보면서, 앞으로 내가 닥친 인생을 미연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가족의 유언장이나 재산 문제는 내 앞에 닐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막상 닥쳤을 때 나타난다. 그럴 때,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면서,하루하루 살아간다면, 저자처럼 60 이후의 삶이 평온해지며, 소소하지만 작은 꿈을 꾸면서 살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