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품앗이 해볼래? - 함께해서 더욱 든든한 공동 육아 이야기
김진미.강지해.최미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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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을 간다면 모두가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들고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찍고 지우고를 반복하여 얻어진 디지털 사진과는 다르다.같은 시간,같은 장소에 함께 했지만 아이들의 순간들은 어른과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 (-50-)


나에게 도시녀였던 김진미는 어딘지 모르게 구멍이 많은 여정였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말을 꺼내 당황하게도 하는 사람,만나기로 한 장소를 한참 지나 도착하는 운전치이자 길치, 하지만 또 볼수록 잔잔한 사람이다.아이들에게 유별나지 않은 엄마,자기 자시에게 집중하는 사람이다. 챙겨주고 싶고,오래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91-)


공원을 누비며 뛰어놀던 우리가 날씨가 춥다는 걸 핑계로 오랜만에 조금은 정적인 공간을 찾기로 했다.서울 과천에 위치한 '국립과천 과학관'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상설전시장, 옥외전시장, 생태체험학습장,천문시설 등 실내이지만 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144-)


자녀에게 또래집단 찾아주기
-자녀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고 간식 만들어주기
-자녀에게 종교활동 추천하기
-자녀가 좋아하는 운동, 취미동아리 가입하기
-가족의 주거 지역을 의도적을 선택하기.
-게임이나 tv프로그램 등 또래 관심사에 대한 지식 갖도록 도와주기(-206-)


품앗이란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농사를 지을 때,가을철 곡식을 수확하는 시점은 항상 때가 있어서, 평소에는 넉넉한 일손이 한순간에 몰릴 때가 있다.그럴 때,시골에서 이웃의 사람들을 쓰고, 그들이 나의 일손이 필요할 때 협력하는 농촌공동체 특유의 자생적인 제도이며, 농촌 고유의 특징이 품앗이에 나타나고 있다. 이제 그 영역은 새로운 공간,새로운 업종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그건 사람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에게 품앗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새로운 가치와 의미가 열리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육아 품앗이도 바로 그런 취지에 맞춰져 있었다.그 시작은 저자 김진미, 강지해, 최미영,세사람이며,사로 마음이 맞아서 의기투합한 경우였다.지역의 건강지원센터의 보조를 받으면서, 그 센터 내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적극활용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육아와 연계하고 있었다.특히 문화활동,교육활동은 세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지역의 거점 문화센터의 도움이 있다면,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하남의 좋은 사례,육아 품앗이가 잘 된다면, 다른 지역에 소개가 될 수 있고,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커리큐럼이 만들어질 수 있다.문화적인 혜택 뿐만 아니라,박물관,미술관, 영화관 등등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육아도 가능하며,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이 책의 좋은 사례가 큰 도움이 된다.한편 이 육아품앗이를 하려면, 신뢰와 안전은 필수이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육아품앗이를 하게 된다.즉 서로가 친밀하면서,아이들의 안전에 최우선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함께 하면서, 협력과 리더십, 봉사와 교육,문화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제도,프로그램이 이 책에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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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자라는 심리육아 - 엄마의 엄마가 알려주는 실제 육아 지침서
은옥주 지음, 김도현 그림 / 미래와사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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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전염병이 장기화되다보니, 인류의 시간이 멈춰 버린 듯 가슴이 답답해졌다.손자와 새로운 경험을 하기로 했다.동네 호텔을 잡아 1박 2일 마을 여행을 하길호 한 것읻아. (-25-)


유아기에는 죽음에 대해 어른들처럼 잘 알ㄷ지 못한다.그저 무의식적  '느낌'을 갖는다.주변 인물의 사망이나 애완동물의 사망, TV를 통해 본 죽음 등에서도 호기심을 갖고 나름대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중학교 이후가 되면, 좀 더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의미의 죽음을 이해한다. (-36-)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먼저 공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실체를 알면 두려움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66-)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에 대한 '성공 경험'을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실패'라고 받아들이게 되면,아이들은 커서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자신의 선택에 만족감을 느낀 아이들은 적극성을 갖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116-)


"청교도들이 큰 배를 만들려고 돈을 모았어. 집도 팔고."
"그럼, 차도 팔았어요? 책도요? 장난감도요?"
"그래 있는 건 다 팔아서 음식도 싣고 물도 잔뜩 실었어.갖은 고생을 하며 미 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이 곡식을 추수해서 감사 예배를 드렸단다.어느날 깃털로 된 보자기를 쓰고 얼굴에 그림을 잔뜩 그린 인디언이 말을 타고 나타났어.인디언들은 자기에 땅으로 들어온 이상한 인간들을 활을 쏘며공격했어.그 후 미 대륙이 살기 좋은 땅이라고 소문이 나서 백인들이 많이 왔지.인디언들과 백인들의 전쟁이 시작된 거야.총과 화약 등 새로운 무기를 가진 백인들에게 쫓겨 인디언들은 깊은 산속으로 숨었단다."(-144-)


빠르면 40 대 후반, 늦으면,60대가 되면, 대부분 할머니,할아버지가 된다. 내 아이가 결혼을 하고, 순자,손녀를 낳게 되면, 대부분의 가정의 육아는 엄마의 역할,엄마의  몫으로 남아있을 때가 있다,때로는 남편이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현대에서 부부가 워킹맘인 경우,아이는 할아버지,할머니 몫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태교와 육아에 관한 책들은 엄마 아빠가 내 아이를 키우고 기르는데 초점을 맞춰나가고 있다.그러나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주를 키우는 곳이 많으며, 실제로 많은 태교,육아책은 이런 특수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때마침 은옥주님의 <마음이 자라는 심리육아>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육아서이다. 엄마 아빠를 대신하여,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주를 키울 때, 할아버지 할머니는 육아의 방향성은 어떠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즉 동화구연을 통해 언어적 발달을 꾀하는 기존의 육아서와 다르게, 육아의 경험이 많은 할머니는 지금 현실에 맞는 육아 코칭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 속에서 숨겨진 아아의 여러가지 심리적인 요인들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노련함과 현장감이 돋보이는 육아서다..30년 경력의 미술치료 전문가이면서,딸 장현정과 아들 장재영을 둔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다양한 경험들 속에 녹여져 있는 지혜, 손주를 키우는 소소한 즐거움, 그것이 손주에게 전해지려면,손주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더 나아가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지식이다. 역사와 과학에 능통한 저자 은옥주님은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지식을 손자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으며,몸과 마음의 성장,균형과 조화로운 육아 방식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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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합니다
라오양의 부엉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다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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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얼마나 잔혹한가? 화재나 수목병이 도지면 울창한 나무들은 전멸하고 만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동물들은 여전히 평화로이 살아가고 있다.우주는 또 얼마나 잔혹한가?어두 컴컴한 세상에 죽음과도 같은 적막감이 감돌지만 그 속에서도 별들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사회 역시 얼마나 잔혹한가? 삶과 죽음, 이별이 혼재해 있고 ,때로는 절망의 나락이 도사리고 있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59-)


교양 있는 사람은 순번을 가로채지 않고, 교활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으며, 규칙을 잊는 법이 없다.설령 지하철에서 노약자 전용석이 비어 있어도 그 자리를 탐내지 않으며, 출근 시간이 빠듯해도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이 불행하면 남도 불행해야 하고, 자신이 잠을 못자면 남도 잠을 못자게 하는 못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 (-186-)


자신이 얼마나 뛰어나고 출중한지 강조하지 말라. 또한 마주치는 사람마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또 얼마나 많은 특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말하지 말라. 특히 언어나 정서를 통해 당신에 대한 상대방의 관점이나 태도를 바꾸려고 들지 말라. 그저 자신이 본질적으로 보잘것없고 또 대단히 평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그것을 즐겨야 한다. (-304-)


이러한 점을 명확히 깨닫는다면 지금 하는 일에 요행을 바라지 않고, 교제 기간을 사랑의 척도로 삼는 어리석은 짓도 저지르지 않고, 맹세로 충성심을 확인하는 바보 같은 짓도 안 하고, 자신의 과거를 거짓으로 꾸미려고 애쓰지도 않고, 미래를 날조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현재에 관심을 갖고 지금의 생활에 최선을 다하며 노력할 것이다.(-340-)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 급훈으로 정직,근면,성실을 내세웠다. 현재에 충실하되,과장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상식처럼 굳어졌고,사회의 미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미덕이 사라지고 없다. 사회는 경제와 돈과 물질을 중시하면서, 요행과 유행, 유혹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준법 정신을 강조하면서,그 가치를 위배하는 것을 당여하게 생각한다. 타인에게 보여질 때는 자신을 가꾸고,보여지지 않을 때는 자신을 가꾸지 않는 것,그것이 어느 순간 관습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잊혀진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언급하고 있다.


지나고 보면 다 그런 것이다. 교양이라는 것,지혜라는 것은 추상적이다.하지만 그 기준은 명확하다. 우리는 스스로 교양인이 되는 법을 보르고 살아가지만,어떤 사람들을 볼 때,그 사람이 교양인인지 아닌지 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집앞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것, 법을 준수하고,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교양인이라 부르고 있었다.여기에 덧붙이자면, 유혹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남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고,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자신을 돋보이기 전에 타인을 돋보이도록 애쓰는 삶,바로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는 교양과 소양을 갖춘 사람이라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나를 퉁 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게 되었고,나의 현재의 잘잘못을 느끼고 말았다. 나에게 필요한 자세와 태도가 무엇인지 스스로 알수 있는 기회였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이란 현재를 살아가고,기본에 충실한 삶,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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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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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수잰 레드펀의 <한순간에>는 말그대로 한순간에 일어난 사건 하나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짚어버린 이야기다. 그 순식간이란 교통사고다.소설 속 주인공 핀은 열여섯 고등학생이며, 가족 뿐 아니라 엄마의 친구 캐런 가족,그리고 핀의 친구 모린 가족까지 함께 하는 스키 여행이었다. 설원 위를 즐겁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꿈에 부풀어 있었던 그들 앞에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바로 차가 가드레일을 박고 천길 낭떠러지로 조난 당한 것이었다. 즉 핀은 그 자리에 즉사하였고, 영혼만 남은 상태에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스스로 절규하지만, 사람들은 그 절규를 알아채지 못한다.

 



즉 이소설은 핀의 시점에서 죽음과 인간의 본질적인 모순들을 살펴 볼 수 있었다.좋은 날에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우리앞에 놓여진 삶은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다.좋은 날, 그들 앞에 핀은 즉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상황이 최악으로 다다를 때, 인간은 이성을 잃고,도덕적인 관념조차 내려 놓은 상태에서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언급하는 이드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핀은 내 앞에 놓여진 사람들의 여러가지 민낯들을 볼 수 있었으며, 도덕적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이 실제는 비도덕적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죽은 다음에서야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는 그들의 이런 모습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그것을 애쓰고 있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오즈의 실종과 죽음이다.그 과정에서 실종된 오즈를 찾기 위한 노력들, 살아 있었지만,상처와 부상을 안고 있었던 그들은 서로에게 분노와 서운함의 화살을 날리게 되었다.그 안에서 핀은 자신이 입었던 옷들을 각자 살기 위한 방편으로 삼고 있음을 영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죽음 앞에서 인간의 고고한 존엄성은 소멸되고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자괴감과 실망감을 금치 않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산다. 핀은 죽었고,오즈도 죽었지만 그들은 각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핀은 자신의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이 올 줄 몰랐다. 소위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고민하는 것,내가 죽은 뒤에 민폐가 되거나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들어 하면 어쩌지,그런 고민들이 상존하고 있었으며, 소설 속의 핀은 그런 면에서 행복한 아이였다,한편 위기와 상처는 서로를 돈독하게 한다. 각자 그동안 서로 몰랐던 것들,상처를 서로 보듬어 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소설 속 등장인물은 한순간에 파괴된 일상이 다시 수습되면서, 최악의 순간과 기억을 안고 가는 그들의 군상,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사랑만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픈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이유였다.

 



나는 죽었다.

 

이사실은 피릃 흘리고 있다는 것 깨달을 때 명확해진다. 그럴 때 보통은 날 내려다보면 피가 보여야 한다. 하지만  눈과 숲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꿈이락시엔 너무 순식간이었고,너무 생생하다. 나는 몸을 느낀다. 내 팔과 다리, 심장,호홉,하지만 다른 것들은 느껴지지 않는다.추위도,축축함도,중력도 ,공기도.(-65-)

 



그만해.나는 절규한다.하지만 아빠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분노로 이성을 상실한 채 자신 외에 원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에게 화를 쏟아내고 있다.밴스는 맞을 때마다 끙끙대지만머리를 가리는 것 외에는 방어도 하지 않는다. 그의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팔과 다리의 맞은 자국이 부풀어 오른다. 아빠가 힘이 없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지금 때리는 정도는 건장할 때에 비하면 반에 반도 못 미치는 강도니까.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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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 - 강세환 시집 예서의시 12
강세환 지음 / 예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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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먹은 인사들의 정경

아직 종쳤다고 생각하지 않는 구순의 늙마
혼자 배드민턴 치던 중년 여자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서 후배한테 밀려 탈락한 5선 현역의원
이번 학기부터 자기 시간 없어진 시간강사
아직 보지 못한 거돈사지 당간지주
무허가 간이주점의 얼굴 마담

첫눈 쌓인 백지 위에 여자 이름 커다랗게 써 놓은 남자
작년에도 밭을 통째 갈아엎은 농사꾼
약수터에서 물마시던 불법 체류자
출판사에서 되돌아온 원고를 바라보던 중견 시인
냉수 한 컵 또 한 컵 마시던 중년 여자
여기 한 사람 추가요 아직 접지 못하고 시 쓰는 앞에 골몰하는 소위 한국시 제작 영세 자영업자. (-27-)


우울의 유혹

나는 잡시 우울을 먹고 살 것이다.
서운할 것도 없다,
우울도 시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좋은 것만 머고 살 수 없듯이 
우울도 약이 된다. (-66-)


새벽 네시

새벽 네시
시를 읽을 시간도 아니고
시를 쓸 시간도 아니다
출근할 시간도 세수할 시간도 아니다
잠을 깰 시간도 아니고
잠을 잘 시간도 아니다
새벽 네 
어디 한 군데 몸이라도 뜨거워지면
시를 맞이해야 할 시간?
스 쓰기 딱 좋은 시간
시 쓰기 딱 좋은 제목
새벽 네 시까지 내 시집을 읽었다는
강원도 후배 시인의 문자를 받고
새벽 네 시
시 쓰다. (-90-)


여기 한 표

향후 직종 간 임금 격차 단계적으로 줄인다면
각 시도 및 기초자치단체 등 통폐합한다면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 수 축소 공론화한다면
기왕 중대선거구제 공론화한다면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 혼합한 '분권형 대통령제'까지
차기 정부 '작은 정부'공약한다면
인구정책 전문가 중심 국가 특별 위원회 설치하면
서울 시내 자전거 도로 확대 및 재정비하면
도봉면허시험장 부지 '청소년 전용 대규모 복합 문화공간'건립한다면
예체능계 사설학원 공교육과 연계하면
서울 도심 승용차 홀짝제 시행한다면
영동고속도로 연중 통행 무료화한다면
부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개발하면
시집 300부 한정판 아님 20권 간행하면?
-여기 환 표!(-79-)

시인 강세환의 <시가 되는 순간>에는 시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구도를 엿볼 수 있었다.시인은 우울을 먹고 살아간다. 그러나 시인은 현재,지금을 살아가고 싶어하였다.시인에게 현재는 시인이 추구해야 하는 고고한 가치이며, 이상이었다.하지만 시인은  매번 그럴 수 없었다.이상만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시인의 삶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시인에게 현재란 자신의 자존심이며, 높고 높은 희망이자 이상이었다.내일은 바로 시인의 물짋적인 욕망이며, 현실과 자신의 타협 그 자체이며, 자신의 미래를 약속하거나 약속받는 매개체이다. 즉 시인이 시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고한 이상과 시상을 추구하는 것은 팍팍한 현실 앞에서 점차 점차 무너지게 된다.시를 쓰는 영세자영업자라 말하는 시인에게 시가 되는 그 순간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감정에 있으며, 시라는 매개체는 시간과 장소 ,언제 어디서나 누구 앞에나 주제가 될 수 있으며, 시의 깊이와 주제, 그리고 단어와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시인 자신은 시를 통해서 사회에 관심 가지게 되었고,정치에 관심 가지게 된다.


돌이켜 보면 그렇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인조차도 물질적인 자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우리 사회의 속물 근성을 시에 담아내는 것은 시인의 자존심이다.정작 자신은 그 속물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돈과 자본을 위해서 시를 쓰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문자,하나 전화 한통화로 시를 쓰는 이유가 될 수 있다.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움과 균형잡힌 시상,그안에서 스스로 타협점을 찾고자 하는 시인 강세환님의 시에 대한 갈구와 몸부림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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