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샘 J. 밀러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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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나는 둘 다 타리크를 짝사랑했다. 그는 축구팀 애들과 짜증 날 정도로 많이 어울리면서도 축구팀의 다른 애들과 달랐다. 남을 괴롭히는 애가 아니었다. 게다가 잘생기고 똑똑하며 심지어 때로는 착하기까지 했다. (-15-)


어느 슈퍼히어로도, 선택받은 자도, 재능이 피어나련느 마녀나 반신반인도, 특수한 사연으로 바꿔치기당한 아이도 안전한 위험한 상황에 들어가야 해. 내가 너를 시험해야 해. 네가 뭐라도 얻기 위해선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해. (-95-)


타리크가 급격히 고개를 돌렸다. 나는 마야 누나가 혹시 그에게 우리 아빠에 대해 말했는지 궁금해졌다. 랍스터잡이 배에 대해서도 말이다. 나는 타리크와 누나가 함께하던 시간에 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고 싶었다. 타리크가 때를 기다리며 직접 누나에게 상철르 줬거나 오트나 바스티안 앞으로 누나를 데려가 상처를 받게 만들기 전에 말이다. (-184-)


허드슨강에서 보는 석양은 아름답다. 캐츠킬산맥을 지나는 구름과 강을 따라 휘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대기 중의 오염원들이 황혼 녘 하늘에서 하나의 황홀한 광경으로 어우러진다. 우리가 허드슨강의 갑판장에 도달했을 때쯤, 그곳은 19세기 풍경화 속의 광경 같았다. 차에 치인 짐승을 뜯어 먹으려고 자기네들끼리 싸우는 갈매기들과 값싼 배 위에서 더욱 값싼 맥주를 마시는 남자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241-)


내 생각에 그들은 아빠의 저택 또는 화려한 매디슨 애비뉴의 아파트로 돌아갔고, 누나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아. 엄마와 내가 불행할 때 말이지.
내 생각에는 아빠가 누나를 남치한 것 같아.
내 생각에는 아빠가 누나를 살해한 것 같아.
내 생각에는 아빠가 누나에게 거짓말해서 누나가 우리에게서 돌아서게 만든 것 같아.
내 생각에는 누나가 절대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311-)


그리고 그것은 아팠다.
그릴고 그것은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콘돔을 썼다. 
우리가 행위를 시작하기전에 타리크는 속삭였다. (-371-)


축하한다! 제대로 관리하고 영양을 섭취해 준다면 네 몸뚱이는 한평생 버텨 줄 거야.하지만 살면서 골칫거리들을 안겨 주긴 하겠지. 새로운 끔찍한 상황들을 갑작스럽게 안겨 주기도 할 거고....질병, 장애, 트라우마 등 말이지. 어쩌면 네 몸은 주문할 때 무료 사이드 메뉴로 비만을 달고 나왔을 수도 있어. (-437-)


소설의 주인공은 맷이다. 동성애,게이로 부리는 맷은 독특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빈민촌 출신,가출한 누나의 동생, 축산노동자인 엄마의 아들이자 아버지 없이 자란 멧의 모습을 보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친구 타리크,그리고 티리크를 좋아하는 누나, 자신의 정체서의 불분명함은 섭식장애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게끔 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바로 지금 우리의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멧의 불안정한 정서가 도드라지고 있으며, 예민한 멧을 바라보는 마야 누나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엄마와 마야 누나,그리고 다이어트를 시작한 멧의 모습은 우리의 정서상으로 일치하지 않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모습 하나 하나 들여다 본다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들 속에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숨어 있었다. 즉 멧이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들, 더 나아가 주변의 바스티안과 오트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소통의 네트워크들을 본다면,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있는 관계의 특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동성애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과 분열된 자아, 멧은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명하는 그 과정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한 시행착오들이 있었으며, 우리의 삶과 멧의 삶, 그 차이를 비교해 보고, 나 스스로 왜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는지 생각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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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첫걸음은 선택이다
조수란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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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조선족 엄마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엄마, 부족하지만 배우려고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능력있고 부자이지만, 나도 따라 부자가 되기 위해 쫒아가는 삶이 아닌, 남을 부러워하면서 비교하는 삶이 아닌, 그냥 나로서 나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6-)


나는 내가 선택한 삶에 만족하고, 꿈을 꾸면서 도전해 나가는 과정이 행복하기만 하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선택과 나에게 쏟아붓는 모든 투자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알찬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내가 선택한 투자라 하면 생각의 투자, 배움의 투자 등 돈이 들지 않는 투자이다. (-64-)


'부모은중경'에서는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깊은가를 10대 은혜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아이를 배어 지키고 호위하는 은혜, 해산에 임하여 출산의 고통을 감당하는 은헤,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쓴것은 삼키고 단것을 토하는 은혜, 마른데를 피하고 젖은 데로 나아가는 은혜, 젖을 먹여 기르는 은혜, 좋지 않은 것은 씻고 가시는 은혜, 먼길을 떠날 때 걱정해 주시는 은혜, 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감당하는 은혜, 끝까지 어여뻐하며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은혜이다.이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말이다. (-129-)


잘못된 결과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삶을 더 긍정적이고 행복하면서,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선택의 결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187-)


마흔에 들어서면서 뒤늦게 만난 독서는, 나의 부족하고 결핍되는 부분을 채워주었고 어릴 때부터 잘못된 편견과 비좁은 생각과 판단을 조금씩 고쳐주고 일깨워주었다. 독서는 내가 지칠 때 삶의 영양제가 되어주었고, 힘들 때 기분을 채워주는 충전기와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였다. 독서는 우리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마음과 정신의 비타민 같은 영양제이기도 하고, 내 삶의 심장과 같은 존재이다. (-241-)


결혼 16년차, 초등하교 2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 두 남매를 둔 작가 조수란씨는 조선족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차별과 편견 속에 내몰리게 된다.자신의 삶, 자신의 환경적인 제약들, 그것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된다. 아이를 위해 살아가는 것, 대한민국 사회에서 조선족 여인이 살아가는 것은 상당히 팍팍한 현실이며, 제약도 ,편견도,오해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삶에 주어진 것들 하나하나 느끼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나를 위해 살아가면서, 두루두루 살펴보고 가야 하는 저자의 삶에서 희망이 깃든다는 것, 삶에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자존감을 챙기고,스스로 위로하는 삶 ,그자체였다. 실패하더라도, 선택하는 데 주저할 수 없었다. 매 순간 선택의 망설여짐이 후회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건 내 삶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후회하더라도, 선택한다는 것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읽는건 위로를 느끼기 위해서다. 우리는 환경과 조건,상황을 따지고,거기서 선택과 결정, 의미를 찾는다.그 과정에서 포기가 쉬워지고, 매순간 누군가를 탓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그것이 삶의 긍정 메시지이며,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있다.내 아이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 대한 은혜와 감사함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환경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나를 바꿀 수 있는 힘과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되고, 느끼게 되고,깨닫게 된다. 선택과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현재를 살아갈 수 있고, 현재를 견딜수 있으며, 독서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얻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며, 독서를 통해 저자 스스로 자신을 극북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해 주는 그 무언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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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 - 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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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가 여행이다. 사람으로 태어남이 세상 속으로 떠나는 여행의 출발이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온갖 부대낌은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며 온갖 불편함에 숙달되는 그 과정과 다를 바 없다.'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듯 여행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끼는가' 하는 것 또한 자신에게 다려 있다. (-7-)


청산리대첩 유적지를 지난다. 1920년에 김좌진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맞아 6일간이나 치열하게 싸워 크게 쳐부순 곳이다. 싸움이 치열했던 만큼 침묵은 큰 것인지, 차가운 바람만 청산리 산등성이를 무심히 불어가고 있다. (-52-)


이튿날 아침, 구룡폭포 가는 길의 여행객이 남녀노소 모두 뒤섞여 줄을 잇는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봇물을 이루게 하는걸까. 물론 우리 같이 단순한 여행객들도 많지만,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살았던 시절을 북한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들의 목적은 금강산 오르는 데 있는 게 아닐게다. 고향이 있는 북한 땅을 밟아 보는 것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한 사람들일 터다. 실제로 산에 올라가다가 중도에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125-)


자연이 아무리 빼어나게 아름답다 해도 그 속에 사람사는 이야기가 없다면 박제된 미인을 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동강은 아우라지에서 박제된 미인을 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동강은 아우라지에서 서울까지 통나무를 뗏목으로 실어 나르던 뱃길의 길목이었기 때문에 그 유역은 사람 사는 이야기, 특히 떼꾼들의 질박한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어 사람 냄새 나는 곳이다. 동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목재를 어깨에 메고 나르던 목꾼이나 통나무를 실어 나르던 떼꾼들의 억센 삶이 마치 내가 그 시절 그 곳에 살고 있었던 것처럼 고스란히 살아난다. 그리곤 어쩐지 가슴이 젖는다. (-155-)


국회의사당 북쪽으로 빅벤 이라는 높이 95미터의 시계탑이 있다. 종의 무게가 13톤에 달하는 데도 건축된 185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 국제 표준시간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고 한다. 종이 울리면 런던 전체에서 시간을 맞춘다고 할 정도다.
서울의 한강 다리가 28개인데, 서울보다 면적이 2.5배 더 큰 런던의 템스강 다리는 35개다. 그 중 런던의 상징으로 꼽히는 다리가 있으니 바로 타워브리지다. (-213-)


양탄자를 하나 사면 품질보증서가 따른다. 재료, 짠 사람 이름, 디자인 제목, 크기, 일련번호, 매듭수 그리고 100퍼센트 수공업이라는 것까지 들어 있다. 양탄자를 짜는 여인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짜서 숙달이 된 사람들이라는데, 양탄자 하나 짜는 데 2~3년이 걸린다고 한다. (-262-)


전시장과 공연장이 중심이고 민간 기업이 투자한 쇼핑몰도 있고 디자인도 있다. 공방과 호텔도 있고 카페와 음식점도 있다. 그러니까 현대식 건물과 폐공장을 그대로 살린 허름한 건물이 병존한다. (-316-)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길이 막혔다. 아니 정확히는 해외여행이 막힌 셈이다. 할 수 없고, 갈 수 없고, 지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여행의 직접 만족에서 여행의 간접 만족으로 나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으며, 코로나 19가 많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리느 지금 힘든 파고의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으며,지금 이순간 힘들어도,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거기에 맞는 웃음과 삶을 기억할 것이다. 즉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여행의 참 의미,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통창이다. 즉 나의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여행을 떠나는 것은 보고 듣고,즐기는 가운데,나의 욕구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어서다. 여행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여행을 통해 사람을 보고, 사람을 통해 내삶을,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내가 생각한 여행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 재세팅하게 된다. 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본질적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그리워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여행은 익숙한 나의 시간과 장소에 대해, 낯설게 바라보게 해 주고, 그 안에서 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을 향유하게 된다. 즉 나에 대해서 알아가면,나의 삶의 나침반이 바뀔 수 있다. 여행에 있어서, 여행의 목적을 북쪽에 두고 가지만,그것이 북쪽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길이 없다. 그 기준이 명확하고, 정확할 때, 우리는 원하는 방향과 좌표를 얻게 된다. 여행이란 이 기준와 좌표를 만드는 원칙이 되며,내 삶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가장 가기 힘든 곳이 있다.바로 북한이다. 외국인은 북한을 갈 수 있지만, 같은 동포는 북한을 갈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1945년 광복 이후, 1948년 남한 단독 정부 수립 후, 어느덧 70년의 시간이 흘렀고, 여전히 북한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백두산을 여행하고, 금강산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곳을 갈 수 없는 갈증 때문이다. 그 여행의 즐거움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족되며, 직접 본다면, 의미는 더 커질 수 있다. 여행이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내 삶에 대해 들여다 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여행,내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서, 내 삶은 알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유럽 연합 준회원국 ,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가깝고, 법과 제도적으로는 유럽에 가까운 나라 터키에서 보았던 양탄자, 누군가 숙련된 장인의 기술로 2~3년간 짯던 그 양탄자는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가치와 기준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여행의 참 목적이며,우리는 여행을 통해 ,나의 삶에 대해 다시 들여다 보며, 여행의 즐거움과 여행에서 얻는 삶의 의미, 더나아가 여행을 통한 지혜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여해은 보는 것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여행에는 사람이 없다. 장소에 사람이 빠져 있으면서, 보기에는 좋은 여해이지만, 여행 이후의 깊은 여운이 사라지게 된다. 여행을 경제에 초점을 맞추면,그것이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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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 김정숙 시집
김정숙 지음 / 책나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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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라는 염료

밤바다는 어눌한 정적이었다.
어둠 속 깊이 주저앉은 그늘이
얽히었던 사슬을 끄른다.
짠물 신물 배인 숨결의 틈 사이로
혼곤하게 스며든다.
징하게, 
자르고 으깨고 삶고 헹구고 꼽씹으며
조금씩 말문을 풀어낸다.
수천 겹 꺼풀을 입은
어두운 속내로 풀무질을 하는 어머니,
모든 순간은 오로지 물방울일 뿐이라며
한 번도 울지 않는다
슬픔이라는 염료만이 마음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다
푸른 빛에서 더 푸른 빛깔의 우러나듯
자식 먼저 떠나보낸 속울음을 
우려낸다.

밤바다가 후련하게 검푸르다. (-47-)


여치

검은 엿처럼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늪에 빠진 여치

모시고 나와 방생하니

외할머니 모시옷 닮은 여치의 날개에서

비파 소리가 난다

풀밭이 술렁거린다. (-80-)


겨울잠을 자는 벌레

너를 벌레로 부르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네가 치자빛 아지랑이로 물드는 동안
나는 꼬물꼬물 기어가는 붉은 안개, 
몸을 가지고 싶어서 달뜬 세균
아지랑이가 축축해지면 안개가 되지,
한 숨결이
서로 다른 바람 속에서
꽃대와 꽃잎으로 흔들린다.
나직히 흔들린다.
안개가 가벼워지면 아지랑이가 되지,
실눈 뜬 너를 보고
네 눈웃음에 홀린 채
잠이 든 지갑을 잃어버린 나는
네 말을 만지고 싶다
아득한 꿈에 든 
자고 불쌍한 내 눈썹이
어둠 속에 떨고 있다
헌옷이라도 걸치고 싶어
한사코 몸을 가지고 싶어 달뜬 바이러스
지네보다 많은 꿈틀거림을 감춘 채
웅크리고 있다. (-111-)


길을 감치다2

거기를 지나왔으나
여전히 머무는 언저리처럼
소복소복 쌓이는 검정 위의 빨강들
검정이 길이라면 빨강이 나였을까
잿빛 하늘 아래
우두커니 소리나지 않는 말벌이다.
처음부터 고장 난 거라면
또 모르지만
공회전하는 경운기처럼 답답하다.
설익은 수박을 먹을까 난감해하던 아이가
'소고기'라고 깔깔대면서 먹을 때
모녀간 동업(同業) 으로 만든 붉은 피 흐르는 옷
곰탕집의 원조를 찾아 골목을 헤매듯이
잃어버린 첫사랑의 쪽지를 찾듯이
거기를 지나왔으나
여전히 머무는 언저리처럼
붉은색의 기시감만 자욱하다
소복소복 쌓이는 검정 위의 빨강들
검정이 길이라면
빨강은 나였을까
전새에 다 지었던 시의 환(幻)을 찾고 있다. (-149-)


시를 읽고, 삶을 읽고, 삶을 낭독하게 되었다. 시인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누군가 소중한 이의 삶이 있었고, 자연속에 나를 거울 속에 비추게 된다. 삶에서 ,내가 추구하는 것, 슬픔과 기쁨의 차이는 한 끗이다. 살아가되 견디는 것, 견디되 살아지는 것, 누군가 주어진 운명의 서사가 슬픔의 근원이 되고, 내 앞에 놓여진 슬픔이 원인이 된다. 누군가의 죽음을 앞세운다는 것은 평생 내가 짊어질 짊이자 책임이다. 그래서 삶의 무게는 저마다 달라지며, 내 삶에 그리움을 비추게 되었다. 죽ㄹ음이 그리움이며, 그리움이 죽음이다.


시집의 제목이 독특하였고,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시인은 무엇을 보았고,무엇을 생각하였고,무엇을 사유했을까 .시를 통해 그림을 그리고, 상황을 유추하게 되었고, 상상하게 된다. 시인은 겸손과 낮춤을 주문하고 있다. 햇살이 물에 들어가기 전 , 굴절되듯, 굴절을 무릎을 꿇는다 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 말은 우리 삶에서, 무언가 할 때, 어떤 것을 해야 할 때, 준비가 되었을 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제목이다. 햇살이 물에 들어가기 전 무릎을 꿇지 않으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그것이 시인이 원하는 시적인 사유이며, 시를 통해 자신의 어머니의 말을 주섬주섬 옮겨담고 있었다. 명사를 동사화하고, 동사화된 표현을 명사로 함축한다. 자연의 억지스럽지 않은, 그것이 우리가 닮아야 하는, 닮아내야 하는 궁극적인 도달지점이며, 그 안에서, 내가 숨어 있음을 시인은 강조하고 있다. 자연 속의 말벌,그리고 붉은 그 무언가에 자신의 내면을 비추고 있었다. 어쩌면 어떤 정해진 길 위에 놓여진 나라는 존재,그것이 빨강에 투영되고 있었다.슬픔의 근원 뒤에 기쁨이 있고,기쁨의 근원 뒤에 슬픔이 내재되어 있으며,그것이 결코 동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걸 ,자연은 말해주고 있었고, 시인은 시를 통해 그것 표현하고 있다.그리고 그것은 시라는 염료에 채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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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
탁장한 지음 / 필요한책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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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동네는 고통스럽지만 순박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살아요. 여기를 거쳐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종착역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여기는 여기만의 법이 있어요. 여기 사람들은 가지지 못했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머리를 굴리고 계산하면서 누군가를 속이지 못해요."

-동자동 쪽방촌 주민 구술 인터뷰 (-14-)


이 사태의 전말을 통해, 추방의 고리를 끊고 도시빈민들의 생존권 및 거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공공쪽방'을 검토해 봐야 한다. 동자동 9-20 사태에서 쪽방 건물은 세입자들의 투쟁을 통해 끝내 용도변경이 되지 않은 채 리모델링 후 보전되었다. (-67-)


이렇듯 인간이 보유한 기존의 다양한 관계들이 붕괴된 상태에서 단신 가구를 유지하는 쪽방촌 주민에게 내부 이웃과의 접촉은 중요한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이웃이야말로 주민들이 외로워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의존할 사람의 부재 상태에서 주민들은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 공간적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다. 그것은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노숙할 때에 비하면 훨씬 안정감 있는 삶이다. (-99-)


이에 따라 조밀한 관계성이 개입되고 있는 쪽방촌은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공유되는 공간이 된다. 그럼으로써 단순히 물리적 낙후 공간이기 때문에 사라져야 하는 문젯거리로서의 입지를 탈피한다. 주민들로부터 '편리하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한 아파트보다 낫다' 쪽방촌은 차별이 없고 인정이 넘치는 관계망','마음속 깊이 정든 고향','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술되기까지 한다.이들 텍스트에서 쪽방촌은 떠나려 해도 떠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140-)


이처럼 극도로 비참한 어휘들은 거듭 사용함으로써 뚜렷하게 드러나는 쪽방촌의 절망은 계급화된 공간의 문제가 현실에서 부재한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고발한다. 주민들이 겪는 우울과 괴로운ㅁ의 생생한 전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 소위 '일상생활의 끔찍함'이라는 긴장 상태를 보여줌으로써다. (-201-)


쪽방촌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복잡한'동네다. 각 공간(쪽방,족방촌)을 보는 시선과 사람(빈민)에 대한 시선이 서로 구분되는 한편, '상황속의 인간' 을 전제로 하는 사회복지학에서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주거 환경은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가난한 삶 자체는 부당한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며 동시에 그것에 대한 일종의 저항으로서의 '빈민'의 존재 자체는 설령 긍정하더라도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매우 힘은 폭력적 공간인 1평 남짓의 '쪽방'을 긍정하기는느 힘들다. (-259-)


쪽방촌, 쪽방, 그리고 그들만의 공간인 쪽방 공동체는 ,도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하나 하나 해체되고 있다.그들은 쪽방촌에 사는 이들의 가난을 해결한다는 명분과 불법, 경제적 해결 방안을 풀어나간다는 취지 하에, 쪽방촌을 제거하고,그 곳에 새로운 건물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거주권, 생존구너이 파괴되고 있으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책인의 주체가 사라지고 있다. 1평 남짓 좁은 공간에 살아가는 그들은 그들만의 법이 있고, 도시 빈민의 표상이지만, 그들은 그것이 자신의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였다.그러나 그들을 내쫒는 주체인 사람들은 그들의 입장을 잘 헤아리거나 고려하지 않는다.나에 대한 생각,나를 위한 조건,더 나아가 쪽방촌에 사는 이들을 주택공사의 영구임대주택으로 이동시켜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으며, 도시재생이라는 미명하에 그들이 원하지 않는 선택권을 강요하고 있다.그들에게 가난,빈민은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삶과 관계, 더나아가 의지하고 보듬어 안을 수 없는 상황이,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으며, 도시빈민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가난하되, 자존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 정이 있고, 존재가 있고,사람과 장소가 함께 하는 그들만의 공동체에서 법칙과 기준을 해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삶의 리모델링,장소와 관계의 리모델링이 하나의 그들이 요구하는 대안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동안 하나의 목적,경제적 이해관계와 타산에 의한 결정이 그들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그들이 거쳐할 수 있는 마음적 양식조차 솝멸시키고 있었다.겉으로 보기에 좋아보이지만, 현실은 어떤 파괴와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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