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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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도 농경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사냥을 통해 먹이를 구했을텐데, 왜 굳이 불리하게 흰자위의 면적을 넓혔을까? 그 해답은 의사소통에 있다.협력해서 사냥을 하는 입장에서는 시선이 노출되어 얻는 피해보다 시선으로 동료와 의사소통을 하며 얻는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21-)


1992년 MBC에서 <우리들의 천국>(시즌2)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주인공 중 한명으로 당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남자 배우가 발탁됐는데, 1회 이후로 그 남자 배우는 아무런 이견 없이 최고의 청춘 스타가 되었다. 그가 무명에서 청춘스타가 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은 단 1시간이었다. 그 배우가 장동건이다. (-77-)


안경을 쓰면 렌즈의 굴절 때문에 눈이 작아 보인다. 눈이 나쁠수록 눈은 더 작아 보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눈이 크면 클수록 더 매력적으로 지각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 따라서 안경을 쓰면 눈이 작아 보이면서 전반적인 매력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149-)


'앵두 같은 내 입술, 예쁘기도 하지요' 라는 노래살처럼 입술은 빨간 것이 최고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립스틱은 너무나 당연하게 빨간색인 줄 알았다. 미묘한 색상이 있고, 심지어 파란색 립스틱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화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입술을 빨갛게 칠하면 '쥐 잡아 먹은 것 같다' 는 표현을 쓰면서 부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심리학 연구 결과는 입술이 붉을수록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171-)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언제나 밝게 웃으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 그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나도 밝아지고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어떨까? 다른 이들이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일까? 당신도 긍정 에너지를 주변에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웃자! 밝게! (-215-)


어느날 기차역에서 우연히 누군가를 보게 되었다. 기차가 떠나고 잠시 뒤, 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는 한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착석하자 마자 화장을 고쳤고,외모를 다듬게 된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보았지만,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여성에게 외모는 매력이고,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하나의 장면이 바로 그 모습이다. 눈이 크고, 매력적으로 생긴 사람은 현대인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성실과 근면이 우리 사회에서 배신을 안겨주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외모와 매력에 가산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착하지 않더라도, 눈이 크고,선하고, 웃을 줄 아는 이들에게 혹하게 되는 이유, 내면이 중요하다 말하면서, 외모 가꾸기에 올인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덕질과 지각심리학으로 밥벌이를 하는 저자에게 있어서 ,매일 매일 세상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심리를 분석해 나가고 있었다. 우리의 삶에서 어떤 사람을 보면 무장해제 되는 이유, 말과 행동, 태도와 자세가 누군가에게 닻을 내리고 정박효과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0.1초 만에 뇌와 마음을 사로잡는 얼굴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이 책에서 얻게 되고, 인간이 지금까지 진화 과정에서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믜사소통이 생존의 도구로 선택되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우리가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은 선입견과 편견,착각의 연속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웃지 않는 사람,눈이 작고,안경을 쓰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면,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고, 스스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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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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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점점 가까이 나의 코앞에 이르렀다. 나의 입김이 피사체에 서리고 사진기자의 눈동자에 내가 비친 순간, 다음 질문이 뒤를 이었다.
"청마 선생님은 시인, 정운 선생님은 시조시인, 이원수 선생님은 동화작가가 되라고 하셨는데, 선생님이야마로 문운을 타고 나신 분이군요."(-33-)


조영수 원로 목사님에 의하면, 자네가 단 씨인 건 태초에 하나님께서 예정해 놓으신 고귀한 성 씨라는 겁니다. 그분은 덕산에 사원을 세워 제자들을 양성한 남명 조식의 후손인데, 나를 그리 추켜세웠어요. 일테면 성경에 나온 야곱의 후손 단  지파들이 하나님의 뜻에 의해 이스라엘에서 떠나 별을 따라 웅지 튼 곳이 삼첞리 금수강산이며, 단 씨들은 그 후손이란 겁니다. 이스라엘에 단지파가 사라진 것도 그런 연유였답니다. (-97-)


곧이어 리라가 단안을 내렸다
"암튼 난 한강의 젓줄이 그리워서라도 한국으로 돌아올 거야."
노박은 딸을 가슴에 품었다. 그래, 미오새, 미운오리새끼는 어미 품속으로 파고드는 법이거든. 더불어 미우새,미운오리새끼도 어미 품속으로 파고들 수밖에. (-161-)


-누나 볼에 뽀뽀해도 돼?
그가 응석 부리면 난는 퇴짜 놓았다.
-안돼, 내 입술엔 칼날이 박혔어. 앤드류읭 입술이 닿자마자 혀가 토막 날까 겁나지 뭐야.
-난 마법사거든. 그 토막난 혀에 날개를 달아 하늘 높이 띄우지 뭐. (-171-)


어느 사이 다솔은 불혹이 되었습니다. 산사람이 되고부터 다솔이 견딜 수 없는 건 성욕이었습니다. 약초를 캐서 보신하고 건가을 되찾자, 그의 중심부는 불끈거렸습니다. 수음을 해도 걷잡을 수 없이 여자가 그리웠습니다. 꿈에도 여자랑 동침하는 장면이 떠올라 그를 괴롭혔습니다. 외지를 돌며 발길 닿는 곳마다 여자랑 동침했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198-)


청하 목소리가 더욱 유쾌하게 들린다.
인간은 행복을 100% 누리기를 원하지만 ,인간이 완전할 순 없잖습니까. 다만 자신을 비워 1% 나눈 삶을 기꺼이 포용한다면 99% 행복이 다가오는 법이죠 (-259-)


만물은 결을 지녔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만한 결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만의 무늬가 아로새겨져 격을 이루지요. 우리는 만물의 영자인 인간입니다. 세상의 모든 결을 다스릴 능력을 지녔지요. 우리는 인간답게 사는 게 생의 목표 아니겠습니까. 가장 인간다운 삶이란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남녀가 동심 일체에서 일군 화평한 가정을 뜻합니다. 그게 바로 인간이 누려야 할 복락이고 생의 가르침입니다. (-275-)


소설가 성지혜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이 문학 속에 녹여 있다. 자신의 꿈과 격과 결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그걸 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었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 허구적 스토리에 문학이 내포하는 다양한 언어적 문체가 녹아내리고 있으며, 작가의 인생에서,나의 인생을 관찰하고, 성찰하게 되었다.


소설은 여덟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은 서로 분리된 문학이며, 세월의 흔적,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이 온전히 소설에 담겨지게 된다. 2008년 세상을 떠난 소설가 박경리의 <토지>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소회, 그리고 고인이 된 박경리의 삶과 문학적인 향수가 소설가 성지혜님에게 문학의 씨앗을 뿌려 놓게 된다. 누군가가 누구를 존젼하고, 삶의 지향점이 된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목적 의식이며, 문학을 밥으로 삼고 견뎌온 삶이다. 나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서, 타자에 대한 관찰, 자신의 묙망을 통제의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면, 나만의 격과 결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에 , 이 소설이 내포하는 문학적 가치와 해설을 덧붙여 보게 되었다. 즉 내 앞에 놓여진 삶과 경험이 우연이든,필연이든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억울한 상황이 놓여지더라도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온전히 내 몫으로 남게 된다. 


소설에는 작가의 상상력도 있다. 소설 <그대와 나, 어디서 별이 되어 만나리>에는 단씨성을 지닌 기현이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이 단씨인 것으로 인해 항상 어디서든지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다.노력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주목받는 위치에 놓여지게 된다. 자신의 성은 사회의 합의된 요식행위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가지는 힘과 에너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주목받고, 관심받는 것이 때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을 읽는다면, 충분히 나만의 결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삶의 목표와 꿈으로 삼을 수 있다. 나의 나이테에는 나의 결과 격으로 채워지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자부심이 인간적인 면을 돋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소설이며,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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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서로 따뜻하게 놓아주는 법을 배웠다
전우주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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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꺼내야 봄이다

봄이 오면 비울 것도 채울 곳도 생각하지 말자
꽃피는 동산에 놀러갈 생각만 하자
힘겨워 하는 꽃엔 바람을 조절해 주고
너무 이른 꽃 몽우리는 괜찮다 토닥토닥 어루어 만져 주자
우리도 그랬듯이 봄도 긴장을 한다
어두운 밤에 별빛이 튀어 땅에 떨어지기도 하고
하겨울 불을 지핀 불꽃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아직 눈치 보는 아카시아 따로 간다고 얘기해 주고
남은 꽃잎은 너른 양지에 놓아두고 햇살에 적셔
꽃 튀김을 해보자
달콤한 게 천지라도 그 맛은 천국에서도 탐을 낸다
그러다 먼저 잡은 손에 한 잎씩 그 맛을 알도록 
쌉싸래한 맛은 익혀두자
이게 첫 맛이다
처음은 보기보다 싱숭생숭 어리둥절하다
사람 맛은 그렇듯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팝콘이 톡톡 튀기는 조팝공원에 가면 
일찍이 단맛을 알아 본 자들이
줄을 서서 한움큼 구매를 한다
꽃도 급하면 체한다
한 잎씩 똑똑 다서 목젖 깊이 넣어두고 은근하게 삼켜보자
그러다 사리라도 걸리면 그리워서 그랬다
미친 듯이 까르르 웃으며 넘어가자
또 봄이 왔구나 꽃을 파는 할인 마트에서 구입된 봄 말고
재래시장 쭈글한 할매 소쿠리에 담긴 봄을 맞이해 보자. (-19-)


내 봄은 친히 너를 간호해준다.

풀려보린 하늘 노곤해진 구름
게을러진 바람 틈 사이로.
작은 몽우리 입술을 벌리기 시작한다
네가 바로 찔레꽃이구나
아직은ㅁ 마숙한 소녀 그러나 제법 여색이 있다
일부러 꺾어 꽃병에 넣으려고
하지만 아직은 미숙하구나
죽을 수도 있겠다
사람 욕심이 이렇게도 잔인합니다.
사람 욕심이 이렇게 짧습니다.
들에 많은 새싹들 죄다 죄인처럼 조심스럽고
누구의 대상으로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예비후보자

나 하나쯤은 괜찮다고 생각하며
모두가 민둥사이 될 게 뻔하다
다행인 건 인간 욕심은 생각보다 짧다는 것

하지만 불안함은 여전하다
가시 떼고 꽃잎 떼고 야리한 자태지만
언젠가는 울컥 참을 수 없는 본능 앞에
서 있어야 하는 꽃들이 걱정된다.

생각하면 다정하개 쓰다듬어 주는 것도 미안한 일
상냥하게 향기 맡는 나비와 벌보다 못하는 일
틈이 나면 문지기로 지키는 것도 못하는 일
사람 하는 일
사무실로 돌아가 잠깐 본 어린 찔레꽃 생각을 하다
봄이면 찔레꽃 그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며
메모장에 찔레꽃 꽃말을 적어본다
고독, 역시 내가 생각한대로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를 지킬 수 없지만
내 봄은 친히 너를 간호해준다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게 자존심을 지켜주는 일

순리가 허용 되는 일
그렇게 야무지게 핑계를 대는 일
차라리 한 번 더 찾아가면 되는 일
그리도 못하는 나약한 인간의 일
미안해서 순종만 생각하는 일
한참을 책상 위에 적어놓은 말들
올 봄엔 미안해서 그리움 이것으로
나도 너와 함께 운명을 다하기를 (-66-)


우린 서로 따뜻하게 놓아주는 법을 배웠다

언제부터인가
11시가 넘어가면 문자 한통 없이
슬그머니 넘어간 적이 있었다
물어보면 내가 자고 있을까봐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다고만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지난 2년은 
밤이 없던 걸로 기억한다
새벽이면 외롭지 말라고 마지막까지
누가 질세라 안부 문자를 밀어놓곤 했다

그랬다 우린 서로 기다렸고
그 기다림에 사랑보다는 배려라는
감정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배려의 화살표는 언제부터인가
상대방이 아니라 내게로 돌려져 있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거창한 배려에서
언제까지 나만 이라는 합리적인 이유가 들었던 것이다.
그 해 2년의 겨울 우린 서로 
춥지 않을 정도로 놓아주는 배려를 배운 것이다. (-181-)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기적이고, 사람 사이의 거리두기가 되지 않는 우리의 삶에서 적정한 관계,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나의 삶에서 필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암묵적인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삶의 원칙이 필요하다. 불안과 걱정 ,근심 속에서 우리에게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면, 내것을 비우고, 그 비어있는 공간에 새로운 것으로 채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 안의 불안과 걱정은 나의 관점, 나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소소한 행동 하나 바뀜으로서, 소소한 행보글 나눌 수 있다.배려라는 것은 내가 가진 1퍼센트를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다. 즉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이별과 만남 속에서, 이별할 것 같아서 두려운 그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만남의 시점이 우연히 찾아온 것처럼, 이별의 순간도 우연히 찾아야 그 마지막 순간이 따스해지고,아름다워질 수 있다.그런 면에서 배려의 끝에 서 있는 것은 집착과 오만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장편 시로 이루어져 있다. 자칫 질릴 것 같지만 공교롭게도 온기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살아가면서, 좋은 것, 이쁜 것, 눈에 보기에 괜찮은 것만 찾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야생 그대로의 것이다. 즉 마트에 파는 신선한 꽃을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길을 가다가 우연히 시선에 잡힌 할머니가 내놓은 야생 꽃을 팔아주는 배려와 관용이 필요하다. 배려라는 건 거창하지 않은 것,내 가까운 곳에 있는 것, 언제나 손을 뻣으면 다다를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그것이 배려의 본질이며, 만남과 이별의 따스함과 아름다움, 더 나아가 삶의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내 앞에 어떤 힘듦이나 불안, 걱정이 있다면,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집착을 내려놓지 않으면 나도 힘들어지고, 상대방도 힘겨워진다. 그래서 배려느 적당한 시점에 내려놓는 것이다. 삶도, 사람도 관계도, 적절한 시점에 내려놓을 줄 알아야 온전한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고 좋은 기억만 남기게 된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삶의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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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로서의 미술 - 치매 가족 돌봄이야기
김지혜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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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치매 관련 수기와 이론서를 읽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치매 국가책임제 같은 정책과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으며 치매에 관해서는 거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초보 미술치료사였고,치매안심센터에서 실습하며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히다 보니 치료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고민하게 되었다. (-19-)


심리학자가 되려면 행복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불행을 충분히 경험해야 하고, 사막에서 살고 있는지 불구덩이에서 살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절망해야 한다. (시오랑, 1990) (-45-)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서 외할머니의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성적이 좋기로 유명한 여중, 여고 출신으로 명문대에 진학해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났고 결혼해서 언니, 나, 남동생을 두었다.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던 어머니는 자식들이 성장한 중년의 나이에 영문학과 박사과정에 다시 진학했다. 졸업 후 다니던 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는 등 어머니의 직업 인생의 두번째 막이 열렸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 역시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귀농하면서 처음에는 수업이 없을 때만 시골을 오가던 어머니도 자연스레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70-)


외할머니는 갑작스러운 낙상 후 치매를 얻어 오랜 시간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났지만 스스로 마지막을 준비해 놓으셨다. 할머니가 60~70대에 마련해 둔 유언장과 수의, 영정사진이 장례식에 쓰였다. 운구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던 날 밤 영정사진을 고르기 위해 갑작스럽게 핸드폰 사진첩을 뒤지고 있었다. (-79-)


치매는 복합적인 증후군이믈 우울증, 섬망(delirium) 같은 다른 질병과 혼동되는 겨우가 많아서 감별진단(differential diagnosis)이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는 정신장애가 아닌 뇌와 신경계의 손상이나 기능저하로 발생하는 기질성 정신장애(organic mental disorder)로 ,우울증으로 오는 인지기능 저하로 증상이 나타나는 가성치매(pseudo-dementia)와는 구분된다. 치매는 의식장애와 동반되지 않으므로 섬망과 달리 의식이 또렷하다. (-106-)


나의 저널과 꿈일기, 개인 미술치료와 작업, 현장노트,미술치료사로서 진행한 미술치료 프로그램 같은 전문적인 영역을 포함한 개인적 체험, 어머니가 치매를 진단받은 벼원의 진단서와 처방전,어머니와 함께한 미술치료 작업 등 어머니의 치매와 관련된 삶의 경험을 현장 텍스트로 구성했다. (-141-)


저자는 초보미술치료사이면, 치매에 관해 자신의 이야기와 타인의 미술치유를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치매에 걸린 가족을 바라보면서, 항상 내 주변에 일상적으로 있지만, 막상 내 앞에 놓여진 문제에 대해서, 막막한 현실을 극복하는데, 미술 치유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검증한다. 정서적 공허함에 대해서, 절망과 자괴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삶의 출발점에 꼿꼿하게 설 수 있도록 , 삶의 나침반을 제시하고 있다. 치매에 대해서, 국가 책임제로 바뀌게 되면서, 갖복의 치매에 대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발견하였고,그걸 학위 논문의 주제로 삼게 된다. 심리와 상담, 의료, 치유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2012년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치매 경험, 그리고 가족의 치매가 현재진행형임을 이 책에서 내포하고 있다.치매에 대한 지식이 초보에서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자기 관찰과 성찰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면서, 막막한 현재에 대해, 새롭게 다가가게 되었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용하게 된다. 미술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인 완전한 치료가 아닌 치유에 있다. 경도 장애에서, 파킨슨이아 알츠하이머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삶과 죽음의 순환에서 발생하는 정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긍정과 밝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내 앞에 놓여진 막막한 현실을 수용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삶에 대한 비관과 절망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법,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소개함으로서 ,내 앞에 놓여지는 문제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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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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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가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살인적인 인내심과 사력을 다해
그는 펜대에 매달려 높이 기어올랐다
달리 할 일도 없었다
선조들이 원시림에서 기를 쓰고 기어올랐던 것처럼
그는 문화의 숲에 사는 원숭이다. (-26-)


벽에 기댄 맹인

희망도 없이, 슬픔도 없이
그는 머리를 숙이고
지친 몸으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지친 몸으로 쪼그려 앚아 생각한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이전 그대로다.
보지 못하는 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보지 못하는 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는 발자국 소리, 가는 발자국 소리.
어떤 사람들일까?
왜 아직도 멈춰 서지 않는 걸까?
나는 맹인익로 당신들도 맹인이다.
당신들의 가슴은
영혼에서 나오는 인사를 보내지 않는다.
내 생각에 ,내가 당신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가까이 오라! 눈이 멀었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몸을 숙여라
낯설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눈을 내리깔아라.

이제 가라! 당신들은 바쁘지 않는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라.
하지만 이 구절은 기억하라.
보지 못하는 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103-)


악의 기원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귀엽고 정직하며 선량하지만,
어른들은 참아 줄 수가 없다.
이 사실은 때때로 우리 모두의 기를 꺽는다.

지금 악하고 추한 노인도
나무랄 데 없는 어린아이였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 친절하고 매력적인 아이도
훗날 덩치만 큰 비겁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파리의 날개를 뜯어내며 노는 것이
아이들의 참된 모습인가?
어린 시절에 이미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의 본성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악은 고칠 수 없고,
선은 어린 시절에 죽는다. 


동창회

그들은 예전처럼
술집에서 다시 만났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볼링 클럽과 같은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한바탕 흥을 냈다!)
서로 월급을 비교했다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학창 시절을 이야기했고
연극에 대해 미친듯이 떠들어댔다.
그들은 하나같이 배가 나왔다.
다들 부인도 있었고
아이가 다섯인 친구도 있었다.

그들은 거침없이 술잔을 비웠고 농담을 하고
머리는 모자를 쓰는 용도로만 달고 있었다.
그들은 큰 소리로 떠들고
혼연일체가 되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은 허전해졌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급기야 그들은 부인의 몸매와 가슴과
그와 같은 것들에 대해
시시콜콜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제 겨우 서른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들은 완전히 숨이 멎지 않은 시체와도 같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거드름을 피웠다.

자리가 끝나갈 무렵,
한 친구가 갑자기 일어나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너희 모두 수염이 더 많이 나고
너희들은 닮은 수백 명의 자식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제 자러 간다며 자리를 떠났다.

다른 친구들은 그가 왜 갑자기 가 버린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그의 이름을 지웠다.
그들은 일요일 아침 사냥터로 
야유회를 떠날 계획을 세웠고,
이번에는 부인들을 대동하기로 했다. (-218-)


시집 <마주보기>는 에리히 캐스트너(1899~1974) 가 1936년에 발표한 시집이다. 1936년에는 베를링 올림픽이 열렸고,히틀러 통치 하에 놓여진 독일 제국주의다. 그 시대의 암울함을 피부로 느꼈던 그가 죽음의 사선에서 발표한 시가 <마주보기>였다. 이 시는 정서적인 위로, 정서적인 비상 상비약이라 부르고 있다. 사람들 스스로 죽거나 자살하는 것이 빈번하였던 그 시절, 그가 건네주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는 죽기로 결심한 이들을 살리는 매개체가 되었다.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 시는 그 시대적 암울함을 마주보고,응시하는 것에서 답을 찾게 되다. 이 시가 지금도 유효한 이유기도 하다.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기술과 과학이 바뀌고,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도 바뀌었지만, 인간의 본성은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실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내가 죽어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눈이 멀었지만 그를 맹인이라 부르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두눈을 가지고 있어도,맹인처럼 살아가는 그들조차 비장애인이면서 정신적이 맹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주보기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일치하고 있다.세상과 마주하기 싫고,나와 마주하기 싫어하고, 세상에 대한 혐오와 구토를 배설한다. 나의 삶과 너의 삶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삶, 그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항상 기회를 엿보는 이들의 군상들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동창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서로 자랑학디 바쁘고,비교하기 바쁘며, 칭찬학리 바쁜 현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그 틈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가 살았던 시절의 동창회나,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동창회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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