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 - 당신을 위한 퇴근 편지
조유일 지음 / 모모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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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나를 위해
나를 멀리 놓아야지

미워하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비교하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정의하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26-)


오늘 어머니가 드신 달달한 커피에는,
아들의 걱정과 미안함을 넣어 놓았다.
아니,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들어있었다. (-39-)


"형, 저는 특별한 인연 기억법이 있어요."

그는 주섬주섬 작은 병뚜껑을 하나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그리고 직접 이름을 적어 다라 부탁했다. 참 별거 아닌 소품과 별 거 아닌 기억법,그런 소박한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러나 그 것은 순간만으로 그를 잊지 못하게 됐다.(-73-)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보고 우는 아이든
떨어진 면접에 술 한잔 기울이는 젊은 아이든
떨리는 손 잡고 지난 시절 그리는 늙은 아이든

다 힘든 거지
다 그런 거지. (-128-)

당신의 삶을 뱉어본 장소가, 당신을 기억한 어딘가 있을까. 그 자리에 배인 아픔과 담아낸 시간은 당신을 기억한다. 얼마나 아프게 울어내었고 숨죽였는지 누구도 함부로 짐작항 수 없겠지만 쏟아냈고 다시 일어나 살아냈다.

그러니 괜찮다. 당신은 그때처럼 약하지 않다, 그때처럼 다시 이겨낼 것이고 다시 살아낼 것이다. (-189-)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정보다 결과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도, 성실해도, 결과가 나쁘면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무언가 해내려고 애를 써도, 편법에 대한 유혹에 시달리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편하고,쉽고, 자유로운 것을 찾아가는 것이 너무 편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들, 그것이 우리의 씁쓸한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정에 대한 인정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 누군가 따스한 말한 마디가 위로가 될 때가 있다.나의 신념이 무너질 때, 그 순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딱 한마디 뿐이었다.언택트 시대에서 혼자서 살수 있는 힘이 된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여기에 있다.남이 나를 위로하지 않으면,내가 나를 위로하면 된다. 결과가 나빠도,내가 괜찮다고 말하면,괜찮은 것이다. 남들이 비난하고, 남들이 내 공에 대해서 깍아 내려도,내가 괜찮으면 다 괜찮은 것이다.타인의 시선에 나 자신의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 누군가는 위기라 말하지만, 그 순간이 나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즉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가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달려 있었다. 마음이 쓰려도,스스로 재기할 수 있는 힘만 가진다면, 살아라고 할 수 있는 이유, 견딜 수 있는 이유,생존할 수 있는 이유,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그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였고, 작가의 깊은 의도였다.남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주지 않는다면,내가 내가 원하는 것을 나에게 하면 된다.위로든,치유든, 선물이든,그것이 나를 스스로 일으킲 수 있는 소소한 습관이며, 내가 나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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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동화 - 내 이야기가 널 지켜줄 수 있다면
정홍 지음, 아넬리스 그림 / 맘앤파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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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소곤거렸어.
저 여자 분은 지금 고향에 있는 어린 아들한테
자장가를 1불러주고 있답니다.
엿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오늘이 아들 생일인가 봐요.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어.
활활 타오르던 화가 갑자기 확 식어 버린 거야. (-41-)


아, 이건 마음의 상처를 볼 수 있는 안경이구아.
벵상은 온종일 안겨을 끼고 돌아다녀 봤단다.

세상에 마음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았었나?
겉으론 웃고 있지만, 안겨을 쓰고 보면 다 보여.
가스에 긁힌 상처, 얻어맞은 상처, 짓눌린 상처...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어.
다른 사람의 상처는 물론 자기 상처도 안 보이니까 말이야. (-122-)


"그래 , 이왕에 부러워할 거라면 너 자신을 부러워해 봐."
"어차피 샘을 낼 거라면 '되고 싶은 너'에게 샘을 내봐."
"이제부터 미래의 너 자신을 흉내 내보는 건 어때?" (-158-)


하지만 그 바윗돌 중에서
필요 없는 돌, 소중하지 않은 돌은 하나도 없단다.
흔들리고 미끄럽고 멀찌감치 떨어져있어도
하나같이 너의 꿈으로 이어진 징검다리가 아니겠니.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은 다들 그렇게 건너간단다.
기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지.
고마운 사람도 만나고 미운 사람도 만나겠지.
일이 술술 잘 푸리는 날도 있고
힘이 쏙 바지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바윗돌 하나하나 야무지게 디뎌가며
저 건너편 이미 이루어진 꿈을 향해 다가간단다. (-188-)


나를 미워하는 만큼 간절해지기를 
나를 원망하는 만큼 끈질겨지기를 기대할 수밖에
행여 포기할까 두려웠는데 ,네가 남긴 편지를 보고 안심했단다. (-269-)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어떤 꿈에 대해서 하나하나 완성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된다. 꿈이라는 것, 아빠 동화에는 서른 아홉 개의 이야기 씨앗이 있다. 엄마 동화에서 얻은 서른 아홉의 씨앗과 아빠 동화에서 얻은 서른 아홉개의 씨앗,이 일흔 여덟개의 꿈의 씨앗이 모이면, 나의 꿈이 되고, 작은 꿈과 소망이 모여, 하낭릐 꿈 퍼즐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일흔 여덟개의 꿈의 지혜가 되고, 가치관이 되며, 습관이 될 수 있으며, 내가 꿈을 꾸었던 어떤 것을 완성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안개에 갇혀 있었던 그 어떤 꿈이 목표한 큰 꿈이 될 수 있다. 개중에는 좋은 환경, 좋은 조건에 있는 이들이 꿈에 쉽게 다다를 수 있었던 건, 엄마 동화에서 느꼈던 지혜와 아빠 동화에서 느꼈던 용기와 도전의 조화로움에 있다. 흙수자에게 꿈이란 무엇인지 생가하게 되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이는 꿈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견뎌내는 것, 꿈을 간절히 원하는 것, 그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를 위해서 살아가고, 타인을 위해서 견디는 것, 소소한 경험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스스로 성장하게 되고,스스로 역량을 갖추게 된다. 그 하나하나 내것으로 가져간다면, 꿈의 점이 되어서, 그 작은 꿈의 점들이 연결되어서 ,내 꿈을 지킬 수 있게 된다.행복한 꿈을 지킬 수 있는 것,아빠 동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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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동화 - 내 이야기가 널 꿈꾸게 할 수 있다면
정홍 지음, 아넬리스 그림 / 맘앤파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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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들면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맘에 들면 사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
가진 사람은 가진 것의 주인이 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것과 하나가 돼.

지금 너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20-)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저는 이일을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다칠 수도 있겠죠. 죽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난다는 
희망 속에 죽어가겠지요. (-66-)


세상살이가 다 경쟁이라는 데
다들 앞만 보고 달리라는데
자꾸만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보게 돼. (-91-)


쓸모 있고, 없고를 왜 당신이 정하죠?
누더기 왕은 멈칫했어.그게 무슨 소리냐?
저는 원래 과일을 담아두던 깡통이었어요.
이제 과일은 없고 빈 깡통이 되어 버려졌죠.
하지만 다른 것들을 담을 수 도 있잖아요?
저는 이대로 버려지긴 싫어요.
닳고 닳을 때까지 제 쓰임새를 찾을 거예요.
하늘이 무너져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예요. (-143-)


그 사이 스무 번째 봄과 스무 번째 겨울이 지나갔어.
작고 어린 소녀였던 미미는 벌써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았단다.
커피 주전자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던 어느 저녁
무심코 창밖을 보던 미미의 눈이 동그래졌어..
창밖에 어린 아이처럼 자고 하얀 눈사람이 서 있었거든. (-204-)


정홍의 <엄마 동화>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씨앗을 틔워줄 서른 아홉 개의 이야기 씨앗을 남겨 놓고 있었다. 서른 아홉개의 이야기 씨앗은 서른 아홉의 지혜였고, 내 아이의 가치관이 된다. 자신의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기억들, 긍정의 경험과 긍정의 감각, 감성을 얻게 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경험들이 삶에 있어서, 때로는 넘어지더라도,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누군가의 평가에 좌절하지 않도록 희망이 행복으로 연결되고자 한다. 그래서 따스한 봄날의 기운이 <엄마 동화>에서 샘솟는다. 


꿈을 가지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데 중요하다. 꿈이라는 것은 혼자서 되지 않는다. 혼자서 큰 꿈을 꿀 수 없다.그래서 함께 가야 하며, 서로 도와주면서 가야 한다. 우리는 경쟁사회에 내몰리면서, 혼자서 모두 이루려고 한다. 자기 중심적이면서, 주변을 살피지 않는다. 오지랖 떠는 것을 거부하게 된다. 그것이 꿈이라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결정이 있으면, 내 삶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라는 엄마의 작은 소망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라도, 때로는 아이의 가슴에 심어지고 있었다. 사랑, 배려, 나다움, 용기, 그리고 나만 생각하는 삶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하나 하나 알아가고, 느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었고,나의 기준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것이 꿈을 위한 지혜이다. 지혜로움이 꿈을 위한 행복 편지이며, 엄마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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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남기는 사람
유희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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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감사해.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도 감사하고 상쾌한 바람을 마시면서도 감사해. 자연은 정말 아름답지 않니?
그렇게 묻고는 뒷자리의 차창에 얼굴을 붙였다.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기색은 없었고 다만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눈을 치켜뜨는 거로는 모자랐는지 고개를 옆으로 낮게 기울였다. 고마움에 겨운 자세였다. 곧 석양이 물들 시각이었으나 푸른 하늘은 아직 높고 눈이 부셨다. (-11-)


기능을 잃어버린 항문과 인공항문, 항문이 두 개인 이모는 병원에 올 때면 다른 날보다 오래오래 화장을 했다. 꼼꼼히 바른 색조에 피부색은 한없이 밝고 화사했으나 그래서 지워진 눈에는 뒤돌아서서 우는 듯이 보였다. 몇 번의 신음이 더 나고 나서야 커튼이 열렸다. 나이 지긋한 의사가 잠시 내게 눈길을 주었고 나는 머리를 숙여 고개를 돌렸다. 열린 커튼 사이로 옷을 추스리는 이모가 보였다. (-23-)


다른 욕망 같은 거야. 죽음이 너무 가까이 있으니까. (-44-)


내가 서 있는 장소에서 모든 것이 비롯된다. 
프레데릭 좀머의 말로 말문을 연 강사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가만 놔두고 무수한 빛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작업입니다. (-68-)


그의 하얀 머리카락이 성긴 뜨개실처럼 널려 있고 콧구멍 사이로 회색 털이 비죽이 나와 있다. 조금 전에 생긴 듯 얼굴에 낀 주름은 몹시도 생경했다. 색 바랜 이불은 그의 허리께로 내려와 있고 쇄골이 맞닿은 지점의 골은 흥분이라도 한 것처럼 불그스레하다. 늘어진 발열 내복의 두께감이 없어서인지 남편의 왜소한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탄탄하던 젖가슴도 복근도 이제 보이지 않는다. (-129-)


두께가 없는 그녀가 한번 웃을 때면 남자는 그녀에게 숨겨져 있던 무방비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언제나 다른 사람 앞에서였고 남자는 그들 눈앞에서 내려앚는 자신의 자존심을 무심하게 견뎌야 했다.적절할 이 없으나 그 순간을 돌아보는 건 여자의 마를 무시하고 싶을 때였다. (-163-)


소설가 유희란의 <사진을 남기는 사람>은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연결되어 있다. <밤하늘이 강처럼 흘렀다>,<유품>,<사진을 남기는 사람>,<천장지비>,<무람없이 그의 이마에 앉아 있었다>,<이제>,<호숙라 돌아오는 사막>,<셔츠>이다. 단편소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자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목적과 의미를 얻게 된다.소설가 유희란의 여덟 단편 소설 중에서 다루게 되는 단편소설은 <밤하늘이 강처럼 흘렀다>,<유품>,<사진을 남기는 사람>이다. 이 세편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의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가까운 누군가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의 끝자락에서 , 살수 없는 삶의 마지막 시간의 종착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항문의 기본 기능조차 상실되어, 인공항문이 대신하게 된다.몸은 망가졌지만, 정신은 말짱한 상태,그 안에서 인간이 가지는 오묘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끄러움과 수치심, 자존감과 존엄, 삶의 근원, 죽음 직전에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보여주어야 할 때 생기는 것은 나 스스로 추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나타난다. 화자을 하고, 나에 대해서 공들이게 되는 것은 그래서다. 평소와 다른 그 모습,그 뒷면의 모습이 쓸쓸하다.그리고 그 마음이 내 마음을 젖실 때가 있다. 결코 소수의 가장 측근에게만 보여지는,나를 보호하는 보호자에게만 보여지는 은밀한 삶의 편린, 그것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유품,그리고 유품관리사, 사람이 떠난 자리는 흔적이 남는다. 삶의 끝, 그리고 죽음, 사람은 사라졌지만, 사람이 든 자리는 여전히 온기를 담고 있었다. 사람과 사물들, 그 안에서 느끼는 것들, 말하지 않는 것들의 궁극에 다다르게 되고,내 삶을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우리에게 삶의 극한에 다다르는 그 순간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삶과 죽음은 내가 직접 결정할 수 없지만, 추해지지 않는 것, 자신을 지키는 것, 그리고 내가 남겨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살아가고, 살아지는 것,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단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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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나비 - 황규관 신작 시집 K-포엣 시리즈 20
황규관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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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놓아주자

이제는 숲을 놓아주자
자동차로 가로막지도 말고 전기톱으로
관절을 자르지도 말고
이제는 숲이 스스로 심장을 낳도록
놓아주자 비바람이 머물도록 흔들리다
샘물이 되고 다시 그것이
수천 리를 흘러 바다가 되도록
이제는 숲을 인간에게서 놓아주자
가난한 마을을 위하여 놓아주자
곧 탄생할 수쿠리와 거친 손마디를 위하여
팔랑거리는 나비를 위하여
딱따구리의 부리를 위하여 놓아주자
이제는 숲을 놓아주자
커다란 책상으로 놓아주자
안락한 집으로부터 놓아주자
이제는 숲이 새로운 주인이 되게 하고
인간은 아둔한 숲의 백성이나 되자. (-13-)


호랑나비

장마가 끝나지 않는다 바다는 끓고
빙하는 놀라 주저앉고 대륙은 탄다

숲이 깊이 베어진 탓인가도 싶은데
반지하 방에는 곰팡이가 점점
밀림을 이루고 있다

마스크를 쓴채 소독제를 손에 
아무리 뿌려보아도 아직 폭로할 게 남은 것 같다
(이제 침묵은 악덕이고 아무 말이라도 해주기를 당신은 바란다.)
빗속에서 매미는 다 울지도 못한 채
길 위에 버려져 있는데

간혹 비가 그친 구름 사이로
가을 하늘 같은 노을이 아름답게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지구의 얼굴은 저토록 무한하다. (-48-)

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오래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 시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혼자 걸을 때가 있다.이 혼자 걷기가 더 잦아질지도 모르겠고, 영영 걷게 된다고 해도 지금은 아무 두려움이 없다. (-72-)


시 그리고 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시가 우리의 삶을,우리 사회를 바꿔주기를 시인은 요구하고 있다. 소설이 가지지 못한 함축적인 메시지, 그 메시지를 시어 하나 하나에 담아내려는 시인의 의지가 도드라지고 있다. 우리의 삶,우리의 행복,우리의 가치와 존재를 탐구하는 시인에게 시어의 문장 하나 하하하나 씨줄과 날줄처럼 녂여서 , 하나하나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인의 존재에 대해서, 시를 쓰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시가 가지고 있는 강한 힘과,시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시가 가지고 있는 언어는 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시인은 그래서 지금 현실을 깊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살아가는 힘, 시가 가지는 강력한 힘에 대한 이해와 ,시를 통해서 느끼는 지금 현재의 삶에 대해 느낄 수 있었고, 과거, 현재,미래에 갇혀 잇는 우리에게 ,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가치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탐구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서 쓰여진 <호랑나비>는 강하고, 깊게 채워져 있었으며, 내 삶에 있어서,강한 울림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독과 발열체크로 해갈되지 않는 우리 앞에 놓여진 현실,환경파괴와 기후 변화, 자연을 그대로 놓아주어야 하는 이유는 서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코로나 팬ㄷ에믹은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빈자를 더욱 바닥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다. 가난할 수록 , 반지하에 살아가는 이들일 수록 사회에서 외면하고, 주변 사람들이 외면하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우리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바라 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으며,나의 가치,나의 기준에 대해서 하나 하나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은 때로는 불편하다. 우리 사회의 불편함을 들여다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투영하는 것,나의 삶을 시를 통해서 투영하고, 누군가의 삶을 깊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얻으려 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채워 나가려는 강한 의지가 돋보였으며, 나의 삶,타인의 삶, 고통과 그리움,고독과 쓸쓸함을 시를 통해서, 그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시인의 관찰과 경험을 시를 통해서, 우리가 쓰는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 속에 시에 대해서, 시어를 통해 나와 자연을 일치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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