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로서의 미술 - 치매 가족 돌봄이야기
김지혜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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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치매 관련 수기와 이론서를 읽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치매 국가책임제 같은 정책과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으며 치매에 관해서는 거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초보 미술치료사였고,치매안심센터에서 실습하며 여러가지 어려움에 부딪히다 보니 치료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고민하게 되었다. (-19-)


심리학자가 되려면 행복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불행을 충분히 경험해야 하고, 사막에서 살고 있는지 불구덩이에서 살고 있는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절망해야 한다. (시오랑, 1990) (-45-)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서 외할머니의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성적이 좋기로 유명한 여중, 여고 출신으로 명문대에 진학해 그곳에서 아버지를 만났고 결혼해서 언니, 나, 남동생을 두었다.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던 어머니는 자식들이 성장한 중년의 나이에 영문학과 박사과정에 다시 진학했다. 졸업 후 다니던 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는 등 어머니의 직업 인생의 두번째 막이 열렸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 역시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귀농하면서 처음에는 수업이 없을 때만 시골을 오가던 어머니도 자연스레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70-)


외할머니는 갑작스러운 낙상 후 치매를 얻어 오랜 시간 고통받다가 세상을 떠났지만 스스로 마지막을 준비해 놓으셨다. 할머니가 60~70대에 마련해 둔 유언장과 수의, 영정사진이 장례식에 쓰였다. 운구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던 날 밤 영정사진을 고르기 위해 갑작스럽게 핸드폰 사진첩을 뒤지고 있었다. (-79-)


치매는 복합적인 증후군이믈 우울증, 섬망(delirium) 같은 다른 질병과 혼동되는 겨우가 많아서 감별진단(differential diagnosis)이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는 정신장애가 아닌 뇌와 신경계의 손상이나 기능저하로 발생하는 기질성 정신장애(organic mental disorder)로 ,우울증으로 오는 인지기능 저하로 증상이 나타나는 가성치매(pseudo-dementia)와는 구분된다. 치매는 의식장애와 동반되지 않으므로 섬망과 달리 의식이 또렷하다. (-106-)


나의 저널과 꿈일기, 개인 미술치료와 작업, 현장노트,미술치료사로서 진행한 미술치료 프로그램 같은 전문적인 영역을 포함한 개인적 체험, 어머니가 치매를 진단받은 벼원의 진단서와 처방전,어머니와 함께한 미술치료 작업 등 어머니의 치매와 관련된 삶의 경험을 현장 텍스트로 구성했다. (-141-)


저자는 초보미술치료사이면, 치매에 관해 자신의 이야기와 타인의 미술치유를 동시에 진행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치매에 걸린 가족을 바라보면서, 항상 내 주변에 일상적으로 있지만, 막상 내 앞에 놓여진 문제에 대해서, 막막한 현실을 극복하는데, 미술 치유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검증한다. 정서적 공허함에 대해서, 절망과 자괴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삶의 출발점에 꼿꼿하게 설 수 있도록 , 삶의 나침반을 제시하고 있다. 치매에 대해서, 국가 책임제로 바뀌게 되면서, 갖복의 치매에 대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발견하였고,그걸 학위 논문의 주제로 삼게 된다. 심리와 상담, 의료, 치유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2012년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치매 경험, 그리고 가족의 치매가 현재진행형임을 이 책에서 내포하고 있다.치매에 대한 지식이 초보에서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자기 관찰과 성찰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면서, 막막한 현재에 대해, 새롭게 다가가게 되었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용하게 된다. 미술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인 완전한 치료가 아닌 치유에 있다. 경도 장애에서, 파킨슨이아 알츠하이머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삶과 죽음의 순환에서 발생하는 정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긍정과 밝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내 앞에 놓여진 막막한 현실을 수용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삶에 대한 비관과 절망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법,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소개함으로서 ,내 앞에 놓여지는 문제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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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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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가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살인적인 인내심과 사력을 다해
그는 펜대에 매달려 높이 기어올랐다
달리 할 일도 없었다
선조들이 원시림에서 기를 쓰고 기어올랐던 것처럼
그는 문화의 숲에 사는 원숭이다. (-26-)


벽에 기댄 맹인

희망도 없이, 슬픔도 없이
그는 머리를 숙이고
지친 몸으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지친 몸으로 쪼그려 앚아 생각한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이전 그대로다.
보지 못하는 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보지 못하는 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는 발자국 소리, 가는 발자국 소리.
어떤 사람들일까?
왜 아직도 멈춰 서지 않는 걸까?
나는 맹인익로 당신들도 맹인이다.
당신들의 가슴은
영혼에서 나오는 인사를 보내지 않는다.
내 생각에 ,내가 당신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가까이 오라! 눈이 멀었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몸을 숙여라
낯설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눈을 내리깔아라.

이제 가라! 당신들은 바쁘지 않는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라.
하지만 이 구절은 기억하라.
보지 못하는 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103-)


악의 기원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귀엽고 정직하며 선량하지만,
어른들은 참아 줄 수가 없다.
이 사실은 때때로 우리 모두의 기를 꺽는다.

지금 악하고 추한 노인도
나무랄 데 없는 어린아이였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 친절하고 매력적인 아이도
훗날 덩치만 큰 비겁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파리의 날개를 뜯어내며 노는 것이
아이들의 참된 모습인가?
어린 시절에 이미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의 본성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악은 고칠 수 없고,
선은 어린 시절에 죽는다. 


동창회

그들은 예전처럼
술집에서 다시 만났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볼링 클럽과 같은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한바탕 흥을 냈다!)
서로 월급을 비교했다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학창 시절을 이야기했고
연극에 대해 미친듯이 떠들어댔다.
그들은 하나같이 배가 나왔다.
다들 부인도 있었고
아이가 다섯인 친구도 있었다.

그들은 거침없이 술잔을 비웠고 농담을 하고
머리는 모자를 쓰는 용도로만 달고 있었다.
그들은 큰 소리로 떠들고
혼연일체가 되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은 허전해졌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급기야 그들은 부인의 몸매와 가슴과
그와 같은 것들에 대해
시시콜콜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제 겨우 서른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들은 완전히 숨이 멎지 않은 시체와도 같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거드름을 피웠다.

자리가 끝나갈 무렵,
한 친구가 갑자기 일어나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너희 모두 수염이 더 많이 나고
너희들은 닮은 수백 명의 자식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제 자러 간다며 자리를 떠났다.

다른 친구들은 그가 왜 갑자기 가 버린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그의 이름을 지웠다.
그들은 일요일 아침 사냥터로 
야유회를 떠날 계획을 세웠고,
이번에는 부인들을 대동하기로 했다. (-218-)


시집 <마주보기>는 에리히 캐스트너(1899~1974) 가 1936년에 발표한 시집이다. 1936년에는 베를링 올림픽이 열렸고,히틀러 통치 하에 놓여진 독일 제국주의다. 그 시대의 암울함을 피부로 느꼈던 그가 죽음의 사선에서 발표한 시가 <마주보기>였다. 이 시는 정서적인 위로, 정서적인 비상 상비약이라 부르고 있다. 사람들 스스로 죽거나 자살하는 것이 빈번하였던 그 시절, 그가 건네주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는 죽기로 결심한 이들을 살리는 매개체가 되었다.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 시는 그 시대적 암울함을 마주보고,응시하는 것에서 답을 찾게 되다. 이 시가 지금도 유효한 이유기도 하다.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기술과 과학이 바뀌고,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도 바뀌었지만, 인간의 본성은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실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내가 죽어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눈이 멀었지만 그를 맹인이라 부르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두눈을 가지고 있어도,맹인처럼 살아가는 그들조차 비장애인이면서 정신적이 맹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주보기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일치하고 있다.세상과 마주하기 싫고,나와 마주하기 싫어하고, 세상에 대한 혐오와 구토를 배설한다. 나의 삶과 너의 삶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삶, 그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항상 기회를 엿보는 이들의 군상들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동창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서로 자랑학디 바쁘고,비교하기 바쁘며, 칭찬학리 바쁜 현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그 틈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가 살았던 시절의 동창회나,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동창회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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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여중 구세주 특서 청소년문학 21
양호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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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들이 뭐가 그리 좋았는지 ,매일 찰떡처럼 붙어 다녔었지. 그리고 '유라큐라','오이소박이','장아찌 할머니','차남구함','닌자너구리','조위석사','지옥여행','6,000원 아저씨','예술회관 남중생들' 다 생각나네, 아하하하!" (-15-)


잔잔한 바람에 정원수 벚꽃이 떨어져 휘날렸다. 공중에 어지러이 떠도는 벚꽃잎들, 마치 큼직한 눈소이 같았다. 세주와 나는 그 벚꽃잎을 잡으려고 두 팔을 허공에 내저으면서 앨르 쓰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 키들키들 웃었다. 세주의 쌍둥이 남동생이 자기 방 창문을 통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76-)


세주가 한참 뜸을 들이다가 대답을 툭 내뱉었다.
"닭이 무서워!"
"뭐야? 닭?"
"응@! 난 암탉이 제일 무서워!"
"암탉? 세주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기가 막혀서 나는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아니 세상에! 닭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니, 쥐나 뱀이라면 몰라도. (-123-)


세주가 논농사에 대해 아는 체를 했다. 열 살 때까지 외갓집에서 자랐다더니 농사짓는 걸 본 모양이었다.
"힘들지! 하여간 남편이 여덟마지기 그 논을 사놓구서 을매나 좋아했는지 몰라.매일 아들을 데리구 나가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었어." (-177-)


천천히 움직이며 내부를 꼼꼼히 둘러본 우리는 차례로 방명록을 작성한다.

늦게 찾아와서 죄송해요,할머니! _차인정
할머니 많이많이 보고 싶어요!_함은하
오래오래 잊지 않을께요. 사랑해요!_구세주
할머니, 천국에서는 힘든 일 하지 마시고 편히 지내세요. 또 올게요_남혜진(-251-)


양호문 작가의 중학생 시리즈는 < 공부 패밀리>,<남ㅅ겅여중 구세주>, <중3 조은비> 로 이어지고 있다. 감수성 깊은 나이, 예민하고, 어른의 간섭에 대해 반항할 때가 바로 중학생 그 나이였다. 어른들의 눈높이로 볼 때,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 모든 걸 다 하고 싶은 꿈에 부풀어 있었던 그 때에는 어른에 대한 개념조차 모르던 시기였으며, 학장 시절의 소소한 일상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지게 된다. 소설은 그 부분을 짚어내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중1 신입생도 아니고, 중3 졸업생도 아닌 , 딱 끼인 나이 , 소설 속 주인공 차인정, 함은하, 구세주, 남혜진은 공통의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구세주의 쌍둥이 남동생 구세우가 있으며, 네 소녀의 깔깔거리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 보는 또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남성여중 2학년 4반에 다니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던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된다. 좋은 일을 해도 뭉치고, 소소한 일탈도 마찬가지다. 학교 선도부 를 피해,개구멍에 들어가 모래 수억을 들었던 그 추억들이 이 소설에 적혀 있다. 그리고 그 네 소녀들에게는 유리큐라, 오이소박이, 장아지 할머니,차남구함, 닌자 너구리,조위석사, 지옥여행, 6,000원 아저씨, 예술회관 남중생,이런 키워드들에 대한 의미를 고유한다. 그건 은어이면서, 별명처럼 불리었던 친근함과 익숙함이 있는 단어였으며, 학창시절 조용히 퍼져나갔던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차남구함이라는 교내 걸그룹을 만들어 노래를 불렀고, 그 추억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주어진 가정환경은 풍족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풍요로웠던 그 시절, 할머니 밑에서 성장했던 구세주, 구세우 쌍둥이 남매의 모습들을 본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느꼈던 그 십대의 3년간의 짧은 순간들이 내 삶의 전부였음을 알게 해주고 있으며, 15살 네 소녀들은 어느덧 25세가 되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삶도 소설 속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던 그 시절 , 소설 속에서는 남성 여중에 다녔던 친구 차인정,함은아,구세주,남혜진은 나름대로 의리가 있었고,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길을 가다가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정겨움,그것이 지금은 그 정겨운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살아가면서 ,순간 순간 스쳐지나가는 것들, 미숙하고, 때로는 유치하지만, 그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뒤에도 스스로 견딜 수 있었다. 서로 헤어지고 마날 기회가 적어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가 어디까지인지 깨닫게 해 주는 소설, 나의 학창 시절의 소소한 일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게 된다.즉 소설 속 조위석사라 부르던 선생님이 나에게도 있었고, 학교 선생님을 은어나 별명으로 불렀지만, 그에 대한 죄책감은 없었다. 주어진 그 순간을 느끼고, 두려움 조차 흘려 보낼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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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시작하는 여유로운 아침 - 아침 3분, 데카르트와 함께 하루를 열다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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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와 전혀 반대가 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이 우리와 의견이 반대이기 때문에 야만스럽고 미개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와 비슷하거나 그 이사으로 이성을 움직이고 있다." (-25-)


신념을 가지면 욕마엥 휘둘리지 않는다. 어ㄸ껀 의미에서 볼 때 욕망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우리를 유혹하고 그릇된 기로 이끌기 때문이다. 욕망에 패배한 사람은 범죄에 손을 댄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끝없이 집착한다. 이런 점에 관해서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른바 '필연을 덕이 되게 한다' 라는 말대로 질병에 걸렸을 때 건강해지고 싶다거나 감옥에 갇혔을 때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바람은 가지지 않게 된다." (-49-)


"조금이라도 확실하고 흔들리지 않는 잣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거대한 희망을 가져도 된다."

데카르트는 확실한 잣대를 발견하면서 큰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발견한 아이처럼 신이 난 모습을 보인다. (-82-)


"의심은 단순히 진리를 감상하는 데에만 한정되어야 한다. 실생활에서는 우리가 의심으로부터 빠져나오기도 전에 일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어서 그럴 듯한 것을 선택하거나 , 두 가지를 비교해 그럴 듯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한쪽을 선택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134-)


지혜란 단순히 처세를 잘하는 재능이 아니라 사려 깊은 생활에 관하여 , 건강 유지를 비롯한 모든 기술의 발견에 있어서도 인간이 알 수 있는 모든 사물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식이 그런 완전한 지식이 되려면 그것이 최초의 원인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래의 의미에서 철학을 하려면 이런 최초의 원인,  즉 원리 탐구부터 시작해야 한다. (-163-)


데카르트는 1596년에 태어나 1650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의 사상은 철학과 물리학, 수학을 겹쳐 놓았으며, 인간의 사유의 근원을 하나하나 파헤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진리에 대해서 의심하고 사유하되 바른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그의 소중한 철학적 가치관은 온전히 그의 대표작 ,방법서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의 철학과 사상은 종교적 교리에 따르던 그 시대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으며, 인간 중심의 과학으로 이어지게 되는 발자취를 만들어 놓게 된다. 물론 그의 대표작으로 방법서설이 있지만, 또다른 책,이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성찰'도 눈여겨 볼 수 있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철학책으로 생각하지만, 엄연히 과학책이다. 그의 사상적 논점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며,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오가와 히토시의 <철학으로 시작하는 여유로운 아침>은 그 안타까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이며, 하루 아침,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짜투리 시간에 철학을 가까이 할 것을 의미있는 삶으로 보고 있다. 그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논하고자 하였던 이유는 지금 우리가 깊이 사유하지 않고, 일회성에 그치는 생각들이 수많은 사회적 문제로 도식화하고 있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나와 다르다 하여, 혐오와 차별하는 것, 서로 등돌리지 않는 것,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중도를 지키는 것, 신념의 가치가 나를 보호하고, 타인을 보호하는 기준 좌표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의심하되 선을 넘지 않는 사유방식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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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생생하게 읽기 - 공자와 그 제자들이 만드는 드라마
이응구 지음 / 빈빈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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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제자들 중에서도 '논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자로 子路 이다. 그는 공자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말 그대로 생사와 고락을 나누었다. 성격이 불같아서 때로 공자에게 반항하는 자로와 그런 성격의 자로를 항상 걱정하지만 겉으로는 질책만 하는 공자. 그런 반항과 질책에 묻어있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 공자와 자로가 나눈 대화에서 우리는 이런 생생한 드라마를 읽을 수 있다. (-15-)

공자는 정치를 맡게 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자라는 자로의 질문에 '정명 正名'이라 대답해 주면서, 정명에서부터 시작되어 말이 잘 통하며 일이 잘 이루어지고 나라의 빌서가 잡히며 억울하게 형벒을 받는 자가 챙기지 않으면서 백성들이 풍요롭고 안정되게 살게 되는 이 과정이 자로의 눈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 아마 자공이나 증자, 자장이라면 이 대화는 '정명正名'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자로 덕분(?) 에 우리는 공자의 생각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43-)


호학이 적절한 감정을 드러내고, 적절한 예를 행하고, 적절한 성품을 표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공자는 어떻게 안연이 호학한다고 평할 수 있었을까? 어던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행하는 것은 다르다. 화를 옮ㅂ기지 말아야 하고 잘못을 두 번하지 말아햐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하지만 그것을 몸에 배게 해서 그렇게 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안연은 화를 옮기지 않고 잘못을 두 번 하지 않았다. (-107-)


재아사 물었다."인(仁)한 사람은 우물에 인(仁)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인을 추구하기 위해 우물에라도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어찌 그렇게 하겠느냐. 군자는 우물까지 가게 할 수는 있으나 빠지게 할 수는 없으며, 순간적으로 속일 수는 있어도 계속 속일 수는 없다." (-143-)


인자 仁者는 인한 자이면서 인을 추구하는 자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그에게 "당신이 추구하는 인仁이 저 우물 안에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우물 안에까지 따라갈 것이다. 그런데 우물 안에 인仁이 있을리가 없다. 그 말에 속아 우물에 뛰어든다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지금 재아의 물음에는 공자가 강조하는 인자 仁者가 어리석을 수 있다는 날카로운 비판이 숨겨져 있다. (-143-)


우리가 세계와 소통하며 살 수 있는 것은 보고 듣고 만지는 감각기돤에 의해서만이 아니다. 타자와의 정서적 교감도 감각 기관 못지않게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만일 타자의 기쁨에 함께 기뻐하지 못하고 타자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지 못한다면 그런 삶은 꽉 막힌 벽에 둘러싸인 것처럼 세상과 단절된 삶이다. (-189-)


중국은 공자를 버렸다 했다. 공자의 사상을 버렸고, 조선은 공자의 사상을 문화와 성리학의 근본으로 삼았고, 장려했다. 두 나라는 같은 듯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자를 버려야 한다는 논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이유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게 되었다. 


공자의 사상은 아직 우리 삶의 뿌리 깊은 곳에 숨어 있다.문화와 전통에 내재되어 있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통분모가 된지 오래되었다. 춘추 전국 시대에 살았던 공자는 3000여명의 제자를 거느렸고,그 중에 띄어난 제자로 자로와 자공, 파문당한 염유,재아(宰我)와 번지(樊遲),그리고 공자 자신의 살처럼 귀하게 여긴 안연(顔淵)이 있었다.이들 제자 중 안연이라는 인물이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한 번 되세기게 해 보았다.


안연은 춘추 전국 시대에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 그가 만약 그 시대에 일찍 죽지 않았다면, 살아있었다면, 자로보다 더 많이 부각되었을지도 모른다.그만큼 공자의 이상향애 가장 가까운 인물이 안연이며,유교의 가치와 덕목을 계승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죽었다. 그 시대에는 안연을 모르지만, 지금 우리는 안연이라는 인물의 됨됨이를 알고 있다. 즉 누군가가 자시의 삶의 가치를 안연에 맞춘다면, 그 사람은 지금 현재에서 벗어나 세상에 두루 두루 쓰여질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살아와서 지금 우리 세사에 나타날 순 없지만, 살아있는 누군가가 안연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안연은 공자의 제자 중에서 넘버 원이지만,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다. 스스로 안연이 되기 힘들 뿐 더러, 설령 안연이 된다 하여도, 그 누구도 안연과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성질 급한 자로가 안연을 제거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즉 누군가에게 열등감의 근원이 된다는 것은 축북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고통도 있다. 이 책에서 내가 안연의 삶에 자꾸 눈길이 갔던 건 그래서다. 그리고 나 스스로 안연과 같은 삶을 죽을 때까지 추구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쉽지 않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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