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피 걷는사람 시인선 70
이주송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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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 창고 쉭쉭

멧돼지 한 마리

그 꺼칠한 털 속에는 웬만한 풀밭이나

산기슭이 들어 있다.

노루발 뻐꾹채 지칭개 복수초 현호색 강아지풀

질경이 벌개미취 금나와 산자고 쇠별꽃

멀리 가고 싶은 풀씨들은 멧돼지 등에 올라타면 된다.

제 몸에 눈 녹은 묵은 봄이 가려워

멧돼지는 부르르 온 몸을 털어낼 터

씨앗들은 직파 방식으로 파종될 것이다

북극의 스피츠베르겐 섬에는 국제종자 보관창고가 있다

먼 훗날의 구호를 위해 멧돼지 한 마리

그 쉭쉭거리는 씨앗 창고를 기르고 싶다.

이산과 저산

이쪽 풀밭과 저쪽 풀밭이라는 말

다 멧돼지의 등짝에서 떨어진 말일 것이다

그러니

너나들이로 섞이는 산

번지는 초록들은 멧돼지의 숨결

국경도 혈연도 지연도 없다

멧돼지 꼬리에서 반딧불이 날아오르고

꺼칠한 오해 속에서도

극지에서도 풀씨들은 움튼다. (-17-)

짧은 ,숲 한 권

연필 한 자루는

짧은 책 한 권이다

한 계절쯤은 충분히 가꾸고도 남는다.

이를테면 마침표로는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와 빗방울 다람쥐가 먹고 버린 빈 껍질들을 재사용할 수 있다.

겨울은 지우개로 쓰면 적당하다.

이 지우개는 유독 푸른색을 잘 지운다

간혹 부러지는 연필심은 목차의 한 단락쯤 될 것이다.

연필읊 깎고 난 찌꺼기는 굴뚝 하나로 우직하게 겨울을 나는 집의 화목보일러 땔깜으로 쓸 수도 있다

사실 연필은 기억의 길이다 나무였던 기억, 지층이었던 기억이 풀어지면서 울창한 숲에 이른다 가장 두려운 것은 톱질 소리다 나무가 연기로 연기로 짧아지면서 챙기는 글귀들, 그 안에는 겨울잠 자는 동물의 은신처가 있고 고라니가 누웠다 간 덤불의 흐적과 장끼의 날개가 딛는 기류의 계단이 있다

숲 한 권을 다 쓰고 난 몽당연필은

동네 작은 고원이나 가로수가 되기를 자청할 것이다.

지금도 내 필통 속엔 달그락거리는 숲이 자란다.

연필심에 침을 묻히면 그 진한 토끼들이 흘러나온다. (-33-)

머리를 맞대고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서로가 가진 물음표를 나눈다

또 서로가 보유한 느낌표를 세어 본다.

물음표는 늘 느낌표보다 많다

물음표를 오래 두면 그곳에선 느낌표가 돋아나오거나 아니면 바짝 마른 열매처럼 쪼그라든 물음표가 된다,

그런 의문은 몇 년을 묵혀 두어도

그늘같이 썩지 않는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엔

십일 층짜리 건물을 짓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말하길, 넢이와 층층엔

백 개도 넘는 물음표들이 촘촘히 박힌다고 한다

갈수록 거푸집은 얇아지고

방음벽은 견고해지며

질문보다는 대답이 항상 값이 비싸다고 한다.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존재는 인간뿐,

염소나 사슴은 머리를 맞대는 순간 각축이다.

물음표를 편 길이와

느낌표를 구부린 길이는 같다.

이 두가지의 부호 중에

어느 것이 더 보관하기에 좋을까

의견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금고나 통장에

단 하나의 느낌표와

셀 수 없는 물음표를 섞어 잠가 놓는다.

그것은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나를 잠가 놓는 방식이다. (-97-)

농부가 쓴 시집 『식물성 피 』이다.시인 이주승은 전북 임실에 태어나 202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입문하였다.시 『식물성 피 』에서는 자연의 이치를 농부의 시선으로 오롯히 담아내고 있었다. 생태와 순환이라는 자연의 가치는 우리가 경제보다, 시장보다 우선해야 하는 무형의 가치였다. 시인이 이 시에서 우리에게 강조하는 것은 이 지구의 멸종과 생태는 오롯이 인간의 몫이라는 것읅 말하고 있으며, 풀벌레와 별빛 서로 조화를 이루는 그 모습을 인간의 삶과 자연의 삶 속에서 감지하게 된다.

인간의 법칙과 자연의 법칙은 다르다. 인간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행동들이 자연에서는 허용된다. 생존을 위해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멧돼지는 인간이나 농민에게나 아주 민폐다.하지만 자연의 삶 속에서 멧돼지는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움직이지 못하는 꽃과 풀은 , 멧돼지의 온몸에 자신의 종족 번식을 위한 씨앗과 종자들을 덕지덕지 묻혀주길 바란다. 멧돼지의 몸은 씨앗창고였다.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멧돼지가 좋아하는 향과, 멧돼지가 향하는 시선들,자연의 진화는 멧돼지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인가능 삶 속에서 강자가 자연 속에서 강자로 우뚝 서있는 멧돼지의 늠름함이 자연속에서, 상상하게 된다.

인간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변화의 중심에 언제나 물음표가 놓여진다. 그 물음표들이 서로 모여서, 어던 위대한 느낌표가 탄생될 때,사회는 바뀌고, 세상은 달라진다. 문제는 그 물음 표가 인간의 삷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 생존 뿐만 아니라,자기 파멸도 인간에 의해서 ,생겨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많은 물음표에서 ,그 물음표가 어떤 느낌표로 바뀌느냐에 따라서,우리의 삶의 나침반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머리를 맞댄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겠다는 의도, 서열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함이다. 사슴과 염소는 자신의 머리뼈를 이용하여, 서로의 힘을 과시하곤 한다. 인간은 생각을 위해서 ,머리를맞대는 존재이다. 생각이 모으기,물음표가 모여서, 어떤 느낌표를 만들기 위함이다. 공교롭게도 인간 또한 다른 용도로 머리를 맞댈 때가 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머리로 상대방을 들이박을 때이다. 공격적인 행동, 분을 이겨내지 못할 때 하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우리가 단죄를 묻는 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이기 때문이다. 몸으로 써야 하는 레슬링이나 씨름과 같은 스포츠에서, 머리를 맞대어서, 서로의 힘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예외다. 같은 장면,같은 상황을 농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새롭게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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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의자 걷는사람 시인선 69
정정화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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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없는 나날을 세다

얼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꽃무늬 벽지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식탁 아래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넓어졌다.

팔월의 달력은 해변의 모래사장과 개들의 산책으로 시작하고

우체국을 지나면 독일제빵 또 지나면 딱따구리문구

내 서랍장은 문구점을 열었다 닫았다

색색의 볼펜과 메모지, 일기장은 가득했지만

어떤 문장도 쓸 수 없었다.

밤늦게 돌아온 부은 신바들이 현관 앞에 두 발 오므리고 있을 때도

수도꼭지에서 똑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이마에 부딪혀도

수건을 개고

글씨를 예쁘게 쓰면 함박눈이 내릴지 모른다고

그렇지만 일기장은 온통 거짓말로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을 뿐

허겁지겁 먹는 식습관만큼 오래된

손톱을 물어뜯는 일

한여름에도 내복을 입고 양말을 신고 잠드는 닝

식탁에서 시작되는 매일은 넝쿨 식물이 된다

서로의 지느러미를 뜯어 숟가락 위에 올려주고

메마른 손톱을 만져 주는 동안에도

날은 어두워져 변기에서는 물이 계속 샌다.

빨간 세숫대야에 솜뭉치 기저귀를 종일 주물럭거리던 그녀

화장품을 하수구에 버린 그녀가

이제는 없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아픈 것들을 둥글게 둥글게 깎는 마음의 테두리들.

버리지 못한 꽃무늬 스웨터를 꺼내 입었다.

뜨거운 야채 수프를 먹고 싶어 방문을 연다.

방한 가운데서 자라나는 당신의 나뭇가지에는

아이스크림 냄새가 퍼진다. (-13-)

통영

바다 앞에서 버스르 기다렸습니다.

벤치 위에 해변과 파도를 오려놓고

가을 태풍을 이야기합니다.

아무 목적 없이 이곳에 도착했지만

미술관 창문에선 옆집 옥상이 보였고

여름 부추가 피어 있었지요

연하게 물들었습니다.

새끼손가락에 매달린 심장은 작은 것들이었고요

카페라테에 잎사귀를 그려 넣었어요

거품이라는 걸 알지만

푸른 잎들은 몇 겹 덧대어진 오후마저 뜯어내고 있었습니다.

머그컵이 식기 전 테이블은 온기를 잃지 않았지만

손님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노란 우산을 펼치고

동무의 발을 그립니다.

너무 바쁜 발들은 쉬게 해주고 싶었다고요.

염소의 발등에도 동백 꽃잎을 그려 주고 싶었지만

끝내 찾지 못했던 당시의 신발주머니는 무슨 색이었나요

가끔 이해하고 싶지 않을 때

손도 대지 않은 물감들 불룩한 배를 꾹 눌러 버리고 싶다던 말들은

밤마다 천을 오려 덧붙이며 옷을 만들었지만 난 새옷을 입지 않아요.

이제 비가 그쳤습니다. 서로 다른 버스를 타야 합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람이 할퀴고 간 바다의 해안선은 불분명했지만

야자 잎으로 만든 그릇을 당신 가방에

넣어 두었습니다.

오늘 밤 난 음악회에 갑니다.

아주 먼 곳이 되어 돌아올 생각입니다. (-51-)

한 문장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 위로 새끼손가락 문신이 내게 닿았다

아프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십 층 발코니에 천일홍 꽃씨를 심은 적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한 문장에 마음이 접히어

몽골로 떠난 사람을 앒고 있다.

냉동고에는 작년 겨울에 아이가 만든 눈사람이 그대로 뭉쳐 있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먼 문장은 비밀스럽게 싼 마른 종이로 펼쳐졌다.

아프다는 말을 아프지 말라고 쓰고 있었다. (-93-)

시인 정정화는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1994년 『시와반시』 1회 수상하였으며, 본격적으로 시인의 삶의 굴레 속에 갇혀 살아오고 있었다. 어느 덧 30년간의 시적 굴레 속에살아온 지난 날,시인이 추구하였던 시에 대해서,삶의 원칙과 자신이 담아내고 싶었던 인생이라는 하나의 시적 그림을 이해하고자 한다.그리고 시인 정정화는 화가의 삶을 살아간다,

시라고 부르고 수채화라고 말한다. 시에는 사실적인 묘사와 은유로 채워진다.이러한 시를 산문시라고 말한다. 시화집으로 내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두 페이지에 걸쳐서 쓰여진 시, 그 시에는 인간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녹여 내리고 있었다. 보고,듣고, 느끼고,이해한 것들 속에서, 때로는 나의 과거속 경험들이 세월을 비껴가면서, 추억으로 남아있다. 시인은 자신의 삶과 느낌을 시에 해석적 기법으로 녹이고 있었다. 삶이란 결국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아픔을 피할 순 없으니,그 아픔을 견딜 수 있느 베짱이 있어야 한다고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위로와 치유는 한 몸이었다.

한편 그녀의 시 ,오십에 쓰여진 『알바니아 의자』 는 난해하였다. 시집에 수록된 마흔 여덟 편의 시 에서, 시 『알바니아 의자 』 를 제목으로 들이밀었던 이유가 긍금하다. 시인을 만나면, 물어 보고 싶어진다.시에 녹여 내고 잇었던 양의 울음소리는 무엇이며, 알바니아 의자에서 바라다 본 시인의 상상과 은유, 목가적인 느낌들이 자연을 바라보고자 하였다. 시인는 알바니아 의자에 앉아 어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응시된 관찰이 시적 사유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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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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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와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거절이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기서 앞날이라든지 더 나은 존재라든지 상황이란 말들은 무근 의미가 있는가? 마음의 짐과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내가 세상의 모든 '뒷날'을 완고하게 거부하는 것은 당연히 오늘 내가 누리는 풍요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이다. 죽음이 또 다른 삶을 열어준다는 믿음은 즐거지 않다. 나에게 죽음은 닫힌 문에 지나지 않는다. (-32-)

산다는 것은, 당연히 ,어찌보면 표현한다는 것의 반대쪽이 된다.이탈리아 토스카나 미술의 대가들에 따르면, 그것은 침묵, 불꽃, 부동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드러난다. (-67-)

충동과 절망은 우리를 다른 삶으로 인도하지만 ,오로지 대지의 가르침에 대해 끓어오르는 애착을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정도 의식이 맑아지면, 스스로 단호한 결심을 느끼고, 반항 의지도 요구 사항도 없이 지금껏 자신의 삶이라고 여겨온 것에, 요컨데 몸부림이라고나 할 것에 등을 돌릴 수 있다. (-86-)

티파사는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지중해 연안에 세운 무역도시였다. 도시는 바다를 내려다보는 세 개의 언덕 위에 건설됐다. 이후 카르타고, 로마, 비잔티움 세력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수 세기동안 여러 문명의 자취를 담은 유적지가 됐다. (-93-)

코로나 팬데믹으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다시 읽혀지고 있된다. 그의 또다른 작품으로 『이방인』 ,『시지프의 신화』가 있으며,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학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다. 그의 책, 결혼은 ,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식민지 알제리에 살면서, 알제리인의 특별한 정서, 자신이 보고,듣고, 느끼고,사유했던 것을 문학으로 남겼으며, 1913년 11월7일 알제리 몽드비에서 태어나, 1960년 1월에 사망하게 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버지의 죽음과 청작장애를 가진 엄마의 삶이 오롯이 반영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의 본성 뒤에 숨어있는 부조리를 말하고 있으며, 실존주의자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지나고 보면,그가 살았던 1900년대 초, 프랑스인이면서 알제리를 삶의 터전으로 놓고 있었던 그가 결혼과 사랑, 삶과 죽음을 서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왜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단순히 결혼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제시하여, 주인공들의 삶을 말하지 않았다. 1인칭 자기독백적인 소설이다. 그는 결혼을 주제로 한 자신의 사유를 말하고 싶었으며,그가 추구하였던 도덕적 가치, 성찰, 여기에 더해 알제르인이 프랑스인과 다른 점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그가 살았던 시기는 문명적 우월주의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던 시기다. 어쩌면 프랑스인으로서, 알제르인을 약잡아 보았을 수 있다.하지만, 삶은 종족이나 민족성과 무관하게 보편성을 띄고 있으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특 히그가 머물렀던 티파사,그것에서 보았던 경취와 사람들 안에,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하는 법, 내면과 외면을 서로 조화롭게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쁨과 평온을 꿈꾸면서, 나만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되, 삶의 덧없음을 일찌기 알아채고 만다. 즉 눈앞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에서,자신의 삶을 동시에 나의 존재와 삶을 서로 엮어나가면서, 1957년 노벨문학상를 타게 되었다. 내면의 갈등과 고뇌를 문학으로 승화시킬 줄 알았다.

포기와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거절이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기서 앞날이라든지 더 나은 존재라든지 상황이란 말들은 무근 의미가 있는가? 마음의 짐과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내가 세상의 모든 '뒷날'을 완고하게 거부하는 것은 당연히 오늘 내가 누리는 풍요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이다. 죽음이 또 다른 삶을 열어준다는 믿음은 즐거지 않다. 나에게 죽음은 닫힌 문에 지나지 않는다. (-32-)

산다는 것은, 당연히 ,어찌보면 표현한다는 것의 반대쪽이 된다.이탈리아 토스카나 미술의 대가들에 따르면, 그것은 침묵, 불꽃, 부동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드러난다. (-67-)

충동과 절망은 우리를 다른 삶으로 인도하지만 ,오로지 대지의 가르침에 대해 끓어오르는 애착을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정도 의식이 맑아지면, 스스로 단호한 결심을 느끼고, 반항 의지도 요구 사항도 없이 지금껏 자신의 삶이라고 여겨온 것에, 요컨데 몸부림이라고나 할 것에 등을 돌릴 수 있다. (-86-)

티파사는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지중해 연안에 세운 무역도시였다. 도시는 바다를 내려다보는 세 개의 언덕 위에 건설됐다. 이후 카르타고, 로마, 비잔티움 세력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수 세기동안 여러 문명의 자취를 담은 유적지가 됐다. (-93-)

코로나 팬데믹으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다시 읽혀지고 있된다. 그의 또다른 작품으로 『이방인』 ,『시지프의 신화』가 있으며,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학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다. 그의 책, 결혼은 ,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식민지 알제리에 살면서, 알제리인의 특별한 정서, 자신이 보고,듣고, 느끼고,사유했던 것을 문학으로 남겼으며, 1913년 11월7일 알제리 몽드비에서 태어나, 1960년 1월에 사망하게 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아버지의 죽음과 청작장애를 가진 엄마의 삶이 오롯이 반영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의 본성 뒤에 숨어있는 부조리를 말하고 있으며, 실존주의자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지나고 보면,그가 살았던 1900년대 초, 프랑스인이면서 알제리를 삶의 터전으로 놓고 있었던 그가 결혼과 사랑, 삶과 죽음을 서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왜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단순히 결혼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제시하여, 주인공들의 삶을 말하지 않았다. 1인칭 자기독백적인 소설이다. 그는 결혼을 주제로 한 자신의 사유를 말하고 싶었으며,그가 추구하였던 도덕적 가치, 성찰, 여기에 더해 알제르인이 프랑스인과 다른 점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그가 살았던 시기는 문명적 우월주의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던 시기다. 어쩌면 프랑스인으로서, 알제르인을 약잡아 보았을 수 있다.하지만, 삶은 종족이나 민족성과 무관하게 보편성을 띄고 있으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특 히그가 머물렀던 티파사,그것에서 보았던 경취와 사람들 안에,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하는 법, 내면과 외면을 서로 조화롭게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쁨과 평온을 꿈꾸면서, 나만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되, 삶의 덧없음을 일찌기 알아채고 만다. 즉 눈앞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에서,자신의 삶을 동시에 나의 존재와 삶을 서로 엮어나가면서, 1957년 노벨문학상를 타게 되었다. 내면의 갈등과 고뇌를 문학으로 승화시킬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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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9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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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아홉번째 이야기,『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에서는 구전으로 내려온 전래동화,설화, 미신들 속에 숨어있는 지혜를 말하고 있으며,현대인의 가치관에 내재하여 있는 과거의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지역마다 숨겨진 이야기,오래된 돌과 나무, 동굴이나 바위에 새겨진 모양을 보면, 그때의 삶,전래동화가 안고 있는 특별한 삶이 반영된 스토리텔링 속에서, 권선징악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상선설, 삼강오륜을 강조해온 우리의 유교적 가치가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에는 서른 다섯 가지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01_재물을 잃은 목수의 복수, 02_오누이의 아름다운 사랑 , 03_암곰과 나무꾼의 슬픈 사연, 04_일생을 비추는 맑은 거울 , 05_죽어서 뱀이 된 하인, 06_땀 흘리는 비석,07_학으로 변신한 세 처녀의 혼 , 08_오십천을 흐르는 못다 이룬 사랑 , 09_바다에서 건진 23개의 불상,10_왜적을 물리친 용감한 두꺼비들 , 11_소쩍새가 된 한 많은 며느리, 12_죽어서도 임금을 구한 뱃사공,13_버선꽃으로 피어난 여인 , 14_관 속에서 들리는 장군의 기침 소리 ,15_그림자 없는 돌탑,16_날개 달린 아기장수,17_바위 타고 동해를 건너간 부부 , 18_철쭉과 얼레지로 남은 연인,19_바위가 되어 버린 오백 형제 , 20_불길에서 주인을 구한 의로운 개, 21_바보의 아내가 된 공주,22_학이 맺어 준 외딴섬의 사랑, 23_생명을 구한 한밤중의 종소리 ,24_호랑이를 물리친 나도밤나무,25_바위로 변한 칠삭둥이의 아내 , 26_구렁이를 퇴치한 판관,27_승천하지 못한 바닷가의 용,28_기둥에 기름칠한 학자의 지혜 , 29_삼거리에서 맺은 세 남자의 인연 , 30_천 년을 늪에 묻힌 일곱 석불,31_남편을 기다리다 굳어 버린 아내 ,32_어부의 아내와 기적의 새끼줄 , 33_남해의 해룡이 된 이무기,34_밤마다 나타나는 처녀의 원혼 , 35_신선바위에서 사라진 스님들에는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인간의 삶에 동물들이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가정을 담아내고 있다.

말 못 하는 짐승도 인간에게 은혜를 갚으려 하는데,인간은 그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삶 곳곳에 관습과 전통의 뿌리에 담아내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여성의 삶을 제한하고, 사회적 일을 주로 하는 남성상에 대해서 여서의 삶을 통제하려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전래동화를 읽으면,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선과 악의 실체, 선입견과 편견에 대해서, 밝음과 어둠의 경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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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유토피아 - 에덴의 기억이나 예감이 없다면 숨을 쉬는 것도 형벌이다
에밀 시오랑 지음, 김정숙 옮김 / 챕터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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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의 활동은 유토피아의 반대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역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역사의 본질은 정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생성변화이다. 변화의 동력은 다양성이며, 단절이고 돌발성이다. 변화의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의 의식은 선택의 가능성을 열며, 자유를 갖게 하고 행동으로 나아가게 한다. 인간은 의식을,자유를, 지식을 포기할 수 없다. 인간임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

러시아가 모호한 눈에서 선명한 주도로 옮겨가려는 데는 근거가 없지 않다. 만일 러시아가 몽골의 침입을 중단시키고 소멸시키지 않았더라면 서유럽은 어떻게 되었을까? 러시아는 두 세기 넘게 굴욕과 예속의 시간을 살면서 역사에서 소외되었다. 그러는 동안 서쪽 유럽인들은 서로 물고 찢고 싸우는 여유를 누렸다. (본문)

나의 행운을 바라보는 당신의 부러움이다. 질투심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 않고는 편지를 끝낼 수 없습니다. 조국에 부리를 내리고 있는 당신 역시도 동경하며 추억하는 도시 파리에 안주할 수 있었던 '행운' 말입니다. 이 조시를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파리는 내 불행의 근원입니다. (본문)

에밀시오랑은 1911년 카르파티아산맥 작은 마을 트란실바니아 출신이다. 그는 루마니아 출신 철학자로 소개하고 있는데,그가 태어난 시점, 그는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에 속해 있었던 그곳에서 태어났으며, 1995년에 루마니아에서 사망하게 된다. 그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작품 대부분 프랑스어를 쓰면서,『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가 그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는 루마니아 철학자이며, 에세이스트였다.

책 『역사와 유토피아』는 인간의 삶을 철학적으로 조망하고 있으며, 인간은 유토피알르 꿈꾸면서, 현실의 본질적인 형태는 왜 역사를 쓰고 현재에 머무르며, 현실과 역사는 대부분 디스토피아로 엮이고 있음을 적시한다.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 나치 독일이 유대인학살과 , 유럽 전역을 독일의 지배하에 놓인 히틀러가 지배하였던 시기였으며, 오스트리아 제국이 서서히 몰락해가는 시점이다. 그가 니체와 쇼펜하우어에게 심취하였으며, 쇼펜하우어의 창조적 염세주의가 그의 작품에 녹아있다.고야의 하푸을 느끼게 해주는 에세이를 주로 쓰고 있었다. 패자들의 애독서, 독설의 팡세, 존재의 유혹, 해체의 개설, 태어남의 불편함, 고백의 저주 등이 현재 남아 있다.

역사적 변화의 물줄기 속에서, 저자가 『역사와 유토피아』를 쓴 시점은 ,저지의 철학적 성찰이 돋보이던 1950년대였으며, 책을 쓴 시점은 양차 대전이 끝나고,6.25 한국전쟁이 끝난 시점이다.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사람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생존이 남아 있었다. 그가 그 고통스러운 삶 속에 어둠에 대해서,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모순과 자가당착에 대해 하나하나에 대해서,인간은 역사 속에서, 담고자 하였으며, 에밀시오랑이 염세주의 ,허무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다. 인간은 의식을,자유를, 지식을 포기하지 못하고 항상 기록에 의존한다. 그가 살았던 그 시대의 암울하고, 어두운 역사의 중심에 있으면서,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뜨는 여명의 순간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그가 생각하는 역사의 기록과 인간의 부조리함은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있다.그의 통찰이 엿보이는 책 『역사와 유토피아 』는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에 비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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