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훈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좋은 시나리오 제작자나 영화감독, 혹은 독특한 광고 제작자가 되기 위해 왔는데, 교수 혹은 학자들은 '기호학' 과 '미학'을 들이민다. 언어학과 영상 기호학, 이미지와 시각 반응에 대한 연구, 디지털 아트 등등 대부분의 전공자들에겐 하품이 쏟아질 정도로 지루한 고행의 과정이다. 책은 물론이고 개념도 무척이나 어렵다. 평론가나 미학을 할 요령이 아니라면 영상으로 먹고살겠다는 청년들에게 이런 학문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다. (-5-)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년) 은 계단이 상징하는 위계를 잘 보여준다. 고도 비만인 황야의 마녀가 국왕을 만나려고 성의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장면이 기억나는가. 영화 <전함 포템킨> (1925년)에서 계단은 계급을 상징했다. 봉기 군중들이 격돌하는 장소가 우크라이나의 오데사 계단인데 봉기를 진압하는 황제의 군대는 계단 위에서, 항거하는 민중은 계단 아래서 위를 향해 격돌한다.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가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은 이후에도 여러차례 오마주 될 정도로 강렬한 장치였다. (-62-)

수평의 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직의 선은 아래에서 위로의 힘을 암시한다. 수평선이 안정감을 준다면 수직선은 경직되고 장엄한 느낌을 준다. 사선은 이동 방향이나 활기찬 운동감을 준다. 곡선은 직선보다 비규정적이다. 곡선은 그 흐름이 바뀔 것을 암시하며 부드러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곡선의 겨예 지점 역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곡선을 이 새롭게 배치하면 하나의 패턴이 형성되고 이 패턴은 리듬을 부여한다. (-143-)

"주술과 과학은 각각 인간 정신의 발달단계의 차이에 대응하는 거이 아니라 과학적 인식이 자연을 공략할 때 작전상의 레벨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한편은 대체로 지각 및 상상력의 수준을 바라고 있고 다른 편은 그것을 빠뜨리는 것이다."

즉 유럽인이 자랑스럽게 생가하는 교육제도나 기술적 성취는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알고 있는 수천 조의 약초 효능과 물고기, 조상의 계보와 이야기에 비하면 절대로 압도적인 것이 아니며, 인식 수준 또한 높지 않았다며 결국 환경에 대응하는 인간의 수준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198-)

산모의 팔에 디바이스를 부착하고 아이가 스크린을 터치하면 그 감촉이 엄마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단조로운 자극이 아니라 1초에 200 싸이클을 도는 정밀한 센서로 전달된다. 하지만 더욱 정밀한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선 디바이스가 아니라 실제 뇌에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257-)

영어 문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이해한다고, 영어를 잘 하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상 예술 관련 전문 저서를 공부한다고, 영상예술이 되는 것 또한 아니다. 영상예술 이론을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 알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영상예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영상 전문가가 아니더라도,누구나 영상예술, 영상미학을 음미하고,제작할 수 있다. 미디어 아트릉 이해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영상에 대해 이해하려면 에니메이션 작업 과정을 보면 된다. 하나의 2차원 사진들이 여러 장 여러 장 겹쳐지면서, 1초에 수십장의 사진이 겹쳐지면서, 움직이는 한편의 영상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사물의 모습 하나하나에 입체감이 느껴지고, 사진으로 전환하고, 그 사진이 모여서 영상이 될 수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 영상 예술로 제작되어 우리는 그 영화속 모습을 우리의 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영상은 움직이지 않지만, 현실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영상이 되고, 그 영상 속에서,영상 예술과 아름다움,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예술 해위, 그 시작은 처음 동굴의 미학에서 시작되었다. 태초의 인간이 만든 그림이 세월을 거스르면서, 세월의 때가 묻어나게 된다.그림이 하나의 예술로 탄생되는 순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지금 우리느 현대 기술을 활용하여, 카메라로 찍는다고 해서,그것이 영상미학, 영상예술이 되지 않는다. 빛과 어둠, 앵글의 노림수, 색체의 영상미학, 영화의 내러티브의 적절한 배치가 우선되며, 영상 관련 기호학 에 대한 이론 없이 영상을 이해하고 영상 예술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다.. 이 책은 동굴 벽화에서 메타버스 까디,NFT 로 거래하는 쉬운 영상미학을 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빈 옷장 - 개정판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넣는 동안만 잠깐 뜨거울 거예요>> 끓는 물에서 꺼낸, 잔뜩 오그라든 작고 붉은 막대기. <<늘어나요.보시면 알거예요>> 나느 수술대 위에 있었다. 다리 사이로 반백의 머리카락 그리고 핀샛 끝에서 흔들리는 붉은 뱀만니 보였다. 그것이 사라졌다 . 끔찍했다. (-7-)

낙태 시술자는 내 이름을 묻지 않았다. 이름을 지어 내려고 했는데, 학교를 기억하기느 쉽다. 그것은 무고해 보이며,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저 애를 사립학교에 보내면 더 잘 배울 거야.아이들이 더 단정하거든>> 몸가짐이 단정한 .너무 쉽게 벌어지는 다리. 사립학교의 훌륭한 교육. 모네트는 이미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손님들에게 사과했다. (-59-)

더는 생각할 수 없다. 인간성. 그것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어디나 마찬가지다. 나 같은 창녀에게도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르를 공경해라>> 모든 게 엉망이 됐다. 더 최악은 그들이 나쁘거나 엄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에서, 시내의 가게 앞을 거닐면서, 책을 읽으면서 비교하는 법을 배웠다. (-115-)

나는 대외적으로 부모님을 많이 존경한다는 것을 보여줬고, 부모님을 좋은 품성을 가지신 권위적이면서 혹독한 이들로 소개하는 것이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는 증거임을 깨닫기 전까지 부모님에 관해 절대 말하지 않았다. 다른 여자애들처럼 되기 위해서 나는 싸움의 이유를 바꾸었다. 내 부모님은 절대 할 수 없는 거절을 그들이 했다고 뒤집어 씌웠다. (-147-)

흘러내리는 올림머리. 목더미. 남자아이들의 목,반듯한 목, 우묵하게 들어간 목,기울어진 목, 무엇을 고를까. 어떤 것을 비밀스럽게 애무해줄까. 그가 돌아볼 때까지 뜨거운 시선을 보낸다. 큰 창으로 다른 회색벽과 아주 조금의 하늘이 보인다. 오래된 꿈, 초등학교 수업시간의 꿈,그것이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문이 단단하 닫혀 있는 학교. 오직 학교만으로도 부모님 집에서는 더는 먹지도 자지도 않는다. (-207-)

어쩌면 교수 자격 시험도 어머니는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성폭행을 당한 것이리라 생각할 것이고, 가능하면 아랍인에게 당한 것이 아니기를 바랄 것이다. 내가 죽는다면, 그들은 헛되이 일했다는 사실에 미쳐버릴 것이다. 니니즈. 그들은 가게를 닫을 것이다. (-227-)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프랑스인 아니 에르노의 몫으로 돌아갔다. 아니에르노는 1940년 일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의 이브토에서 자랐으며, 자신의 삶, 자기의 삶을 쓴 자전적 소설 『빈 옷장 』으로 등단하였다. 이 소설에서는 르쉬르 카페 식료품점이 나오고 , 주인공 '드니즈 르쉬르' 였으며, 자신의 삶 속에 심리묘사가 우리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 『빈 옷장』의 앞부분은 드니즈 르쉬르의 낙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생리가 가능한, 생명을 만드는 자궁을 가진 스무살 소녀, 그 소녀의 아이에 대해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오로지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결을 서른 넷,1974년에 스무살의 이야기를 서술할 뿐이다. 허구로 가득찬 세상 속에서,불안이라는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였던 아니 에르노는, 자궁, 생리,낙태에 대해 부정적이면서,더럽게 느껴지는 그 무언가에 대해 말하였으며, 허구를 배제한채,진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듯 보여진다.특히 소설 속 정서가 서양 사회를 담고 있지만, 동얀의 유교적 관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낙태,그리고 인간성이 배제된 사회와 가정을 고발한다.

사랑은 하되 낙태는 안된다.그리고 생리를 불결하고 더럽게 생각한다. 그안에서, 우리 사회 뿐만 아니아 , 아니에르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드니즈 르쉬르가 어린 시절 부르주아와 빈곤 사이에서 보았던 여러가지 경험들이 내면속 가치관으로 정착하였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창녀로 낙인 찍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성에게 주어진 억압과 차별, 사회가 강요하는 순수하고, 착하는 여자아이들에 대한 환상과 허구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원이며, 건강한 사회에서 벗어난 통념이었으며, 여성에 대한 혐오가 지금까지 우리 삶에 반영되고 있었다. 그러한 삶에 대해서,사회가 언급하고 있는 모순과 위선, 그러한 것이 허구를 진실인양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또다른 자화상이다.최근들어 우리 사회가 강조해온 젠더 감수성이 왜 수면 위에 다시 떠오르는지 ,그 사회적 흐름과 트렌드의 한 가운데에 아니 에르노가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현 상황에서, 아니 에르노가 살았던 1970년대의 정서를 본다면, 지금 살아오고 있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이해할 수 있고. 여든이 넘은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탈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 조금 멀찍이 떨어져 마침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낸 마음 치유기
원정미 지음 / 서사원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족을 타인으로 바라보고, 타인에 대한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문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 조금 멀찍이 떨어져 마침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낸 마음 치유기
원정미 지음 / 서사원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이 살얼음판이었던 집에서 나는 죽고 싶었다. 그러나 밖에서 보면 우리 집은 평범하고 정상적인 가정처럼 보였다. 삼시 세끼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하지도 않았고 부모님 모두 술, 외도, 도박, 사치 등과는 거리가 먼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분들이었다. 나는 1980년 대 가정 대부분이 그랬듯 다른 아이들만큼 혼나고 맞으며 자란다 생각했다. (-16-)

아이는 무작정 착하기보다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야 한다. 그리고 아이답게 커야 건강하다. 아이답게 큰다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발달 수준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원래 인내심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감정적이어서 때로는 짜증 내고 , 고집도 부리고 말썽을 피우면서 부모를 속상하게 한다. (-49-)

진짜 어른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스스로 얼마나 독립적인가' 다. 아무리 부모 자식, 형제지간이라고 해도 각자는 다른 인격체다. 다른 인격체를 가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 위햐서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히고 설킨 관계가 너무 많다. 그 안에서 서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통받는 관계들이 얼마나 많은가. (-96-)

외할아벋지의 반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어머니는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다는 어머니는 그 한을 오십이 넘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풀었다. 검정고시를 치고 전문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고 후에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170-)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문결혼치료사가 되고 난 후 주변에서 어떻게 애 셋을 키우면서 그 힘든 공부를 했냐고 자주 물었다. 미국에서 전문 심리치료사가 되려면 상담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도 3000시간의 실습을 채워야 한다. 그 후에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전문 결혼가족치료사가 될 수 있다. (-211-)

결국 '진짜 어른'은 사회적 지위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내면이 성숙한 인격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불혹을 넘긴 나도 이 세상에서 머물고 떠난 자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매일 고민하고 반성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39-)

1980년대 그땐 그랬다. 자신의 삶보다 타인의 삶을 우선해왔다. 학교 공부를 한다는 것이 사치였고, 나 자신을 우선하는 것 또한 미친짓으로 생각한다.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 배타적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 왕따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온 삶이 있다. 돌이켜 보면 유교적 관습을 중시하면서, 사회적 금기와 개인적인 금지가 노골적인 모습 속에서, 세상이 만든 사회적 미덕 속에 내면의 욕망은 숨기면서 살아온 지난 세월이 있다. 작가 원정미, 불혹의 나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결혼관련전문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엄마가 살아온 지난날의 기억들은 작가의 내면 아이속에 품고 있었다. 우리 사회 안에 숨어 있는 관습은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면서 살아야 했던 지난날은 삶의 억압과 핍박의 원형, 그 자체였다. 그러한 삶이 켜켜히 쌓여서,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어서, 자신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즉 이 책 속에 남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부모와 가족이 있다. 나에 대해서, 일일히 알고 있지만, 그것이 상처와 독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극히 평번한 가정 속에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고 싶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심리적인 상처의 근원을 보면, 부모님, 그리고 할아버지가 살아온 가정환경과 엮이게 된다. 내 삶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선택과 결정들이 내면 속 컴플렉스와 트라우마와 엮여 버렸으며, 가장 사랑하지만, 그래서 더 미운 존재,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늘 이방인으로 살아온 작가의 삶 그자체였다.

책 속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우리의 삶이 자가의 삶과 비슷한 형태로 살아왔다. 부자도 아닌, 빈자도 아닌 삶, 그럼에도 불행하다고 생각해 온 삶의 편린,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부모는 나에 대해 화풀이를 위해 준비된 사람처럼 느끼질 수 있다.어쩌면 작가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 조금씩 멀찍이 떨어져 살아낸 이유, 상처의 고리를 스스로 끊어내기까지 걸린 시간과 용기를 이해한다면,우리 삶에 대해서, 타인의 삶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폴리카르포 신부님 묵상, 무심의 다스림
김종필 지음, 김혜남 그림 / 포르체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밝은 달빛

산천에 노니는 밤이면

부끄러움 홀로

꿈길에 은파처럼 원무를 추다가

어둑새벽에 다시

눈빛에 물기 어리지요.

한설 바람

문마다 두드리는 밤이면

부끄러움 홀로

어부지리로 기어들다가

어둑새벽에 일어나

온몸으로 안부하지요. (-7-)

님의 사랑을 직면할 때면 어여쁘게 피어나는 꽃도 거울이요. 시들어 떨어지는 낙화도 티없이 맑은 거울입니다. 햇볕이나 별빛이나 , 바람이나 구름이나, 연못의 물이나 풀잎 끝의 이슬 한 방울이나, 아니 사계절의 자연 현상이 다 내 삶의 거울입니다. (-68-)

저마다 행한 일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가을입니다.

봄의 길목에서 맞이한 감쪽같은 꽃샘추위와

한여름의 무더위와 비바람 폭우를 버젓이 견디어 내고

마침내 곱게 물든 잎새들이 더없이 거룩하게 보입니다.

자연의 이치로 다가와 몸을 누이는 지평선처럼

가을 햇살에 익어 터지는 석류 같은 사랑을 부여안습니다.

동녘에 떠오르는 아침 햇살처럼 따뜻한 아버님의 기운을 느끼고,

순응하는 중천의 달처럼 자애로운 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립니다.

아침 햇살 같은 아버님과 중천의 달을 반기듯이 어머님을 모실 수 있다면

온 우주의 춤을 펼치게 할 하늘같이 넓은 푸른 빛 모시 치맛자락에

한 아름씩 황금빛 소국과 보랏빛 난초꽃을 안겨 드릴지니

태초의 울음소리 영혼의 춤으로 일어나게 하소서.

꽃봉오리와 꽃과 씨앗의 마음으로 영원하오니

헤아릴 길 없는 하늘의 은총을 가을바람처럼 쓸어안아

행하는 일로 복을 짓고 향하는 길에 신의 뜻을 이루소서. (-149-)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김종필 폴리카르포 신부님의 묵상집 『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 』에는 자연속에 숨어있는 ,인간의 생을 위해서 필요한 삶의 이치를 함께 하고 , 서로 생각을 나누는 법을 말한다. 삶의 여정 속에 삶과 죽음이 있으며,내가 한 행동은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로움을 얻는다. 해 질 녘, 해가 지는 그 순간에 느껴지는 삶은 달과 별로 채워지는 삶과 다른 의미를 품고 있었다. 사랑의 빛의 향연, 꽃의 향기를 내 삶의 향기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주어진 삷에 대해 감사함과 온유함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물소리, 장미나무, 바람의 길, 실존적 존재로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우엇이며,언제 어디서나 죽음과 불행을 염두에 두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 내 삶보다도 더 소중한 누군가의 삶을 알고 있다면, 자신의 삶에 있어서, 불행의 시작점과 끝점을 응시하게 된다.생명의 가치가 바로 인생의 흐름 속에 있으며, 마음의 열쇠 자연의 이치를 내 삶에 품는 방법을 스스로 얻는다. 삶은 결국 소중한 것을 보존하고, 사랑을 품으면서, 살아가는 것, 인생의 균형감각과 조화로움을 잊지 않는다면, 포기하지 않는 삶, 나를 위한 삶,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위기와 고난 속에서, 절망을 극복하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삶을 나아게 선물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만들어 가게 된다. 행복과 기쁨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