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상담실 바다로 간 달팽이 23
박현숙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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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억울해서 죽을 거 같다. 나는 내 명예를 걸고 말하는데 소라 스커트가 날리려고 해서 잡아 주려고 했을 뿐이야.가만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 스커트가 확 날리는데 성호 너라면 가만히 보고만 있었겠니?"

"당연히 가만 보고 있으면 안 되지. 여친 스커트가 날리는데 가만있으면 이상한 놈이지. 좋아. 나는 내 친구 오신우,너를 믿는다. 믿어!" (-39-)

금방 전화가 왔다.

"너 상담실에 갔다면서? 너 미쳤니? 거긴 왜 간 거야?"

잠시 혼란이 왔다. 상담실에 간 게 미친 건가?그리고 내가 상담실에 간 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그날 내가 상담 선생님을 따라간 걸 소라는 보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107-)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착하기 때문이야. 정직이라는 단어, 웃기지만 네가 정직한 아이라서 좋아했다고. 나 때문에 공연히 운동장에 갔다가 폭행 사건을 보게 한 게 미안했어. 그리고 네가 얼마나 두려움, 양심과 싸우고 있을지 걱정도 되고 말이야. 그날 너한테 전화해도 안 받고 문자 해도 답이 없어서 늦게 운동장에 가려고 나왔거든.학교에 거의 다 와 갈 무렵 네가 뛰억다더라고. 뭐에 놀란 거처럼. 불러도 못 알아듣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더라. 학교에서 귀신리라도 본 줄 알았어. 그리고 잠시 후에 나찬이가 학교 쪽에서 나오고 그 뒤로 김나성이 절뚝거리며 오더라고.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지. 착한 네 마음이 어떨지 상상해 봤어. 무서워서 함부로 진실을 밝힐 수는 없고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수도 없고 엄청나게 갈등하고 있을 거 같더라고. 그래서 그랬던 거다. 네가 나선다면 나도 힘을 합하려고 운동장 타령을 했던 거다. 네가 양심에 찔리는 거짓말쟁이가 되는 게 싫어서 . 알았냐? 하긴 머리 나쁜 네가 어떻게 알겠냐? 아니지, 쓸데 없는 쪽으로는 머리 겁나 좋아요. 김나성과 계획을 짜? 아휴., 환장하겠네." (-255-)

나는 작가 박현숙의 전작주의자다. 작가의 저서는 거의 다 읽은 바 있다. 구미호 식당에 이어서, 이번에 소개되는 청소년 소설 「1등급 상담실」 이다. 수많은 이름을 나두고 왜 1등급 상담실이라고 지은걸까, 추론해 본다면, 우리 사회의 1위 만능주의가 존재하고 있어서다 . 9등급에서, 2등급에서 ,9등급까지는 1등급 학생를 위해 존재한다. 학교 교내에서, 1등급 학생과 나머지로 구분하는 것이 통상적인 현실, 학력지상주의의 상식으로 보고 있다. 그러한 현실에서, 착한 것은 그 아이의 장점이 아닌 약점이 될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오신우는 착한 아이였다. 오신우의 여자친구 소라가 있었으며, 신우는 중고에서, 구매한 붉은 신발에 대해서, 누군가 부르는데로 사겠다는 제안을 받게 된다. 착한 아이에게는 이러한 달콤한 제안은 유혹이 될 수 있다. 착하다는 것이 결정장애,선택장애로 이어지는 이유, 내면 속 소심함, 나약함이,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선택한 것이 철저히 착해지는 것이었다. 착함이 생존도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신우는 우연히 본 폭행 장면으로 인해 매순간 힘들어한다. 즉 스스로 착함이 자신의 삶을 갉아 먹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으멱,그것을 상담을 통해서, 풀고자 하였다. 즉 1등급 상담실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상담실이었다. 상담 선생님은 마치 나성이 안고 있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손바닥 위에 놓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모르고 있는 순간순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나의 선택과 판단에 대해서, 자기 확신이 부족하다. 착한 아이가 정직하지 못하고, 스스로 결정 장애,저장강박증에 시달리는 이유, 때로는 착함보다 이기적인 착하지 않음이 자신의 내면 속 나약한 본성을 극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를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 안의 착함이 결코 나에게 생존 도구이며, 이로움이 될 순 없다는 걸 말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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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분 이해하는 사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주원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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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남처럼 생각 안 한다니까. 다른 이유를 대. 너 학원이나 과외로 논술 배운 적 있냐? 나는 배우지는 않았지만 알아본 적은 있음. 네이버 지식인에 내가 쓴 질문 아직 있을 걸. 고1인데 학교 관두고 검정고시 봐서 수시 논술 전형으로 대학교 가고 싶은데요. 어쩌고저쩌고 나는 논리랑 말하기 둘 다 약해. 그러니까 이건 네가 나를 이길 거야. 자 논리적으로 나를 설득해봐. 너 두고 나만 가야 하는 이유."

"뛰어내릴 거야. 지켜보지 마." (-13-) 「십분 이해하는 사이 전문」

제가 가위바위보에 져서 라면을 끓여야 했는데 김서희 씨는 계란 넣지 말라고 명령한 후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거의 다 익어가는 면발을 강렬하게 쏘야보다가 냉장고 문을 확 열고 계란 두 개를 꺼냈지만 한 개는 다시 넣고 계란 하나를 톡 깨서 펄펄 라면이 끓고 있는 냄비에 넣어버리고 맙니다. 당연히 김서희 씨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기 말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저를 궇석에 몰아넣고 다다다 속사포 언어 공격을 했습니다. (-54-)

공식적으로 높은 건물의 옥상은 개방하지 않는다. 그 옥상이라는 개념은 자살 총동을 일으키는 공간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옥상은 기차역 철도만큼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학교 옥상은 철두철미하게 막아 놓는다.소설 『십분 이해하는 사이』은 옥상에 관한 이야기다. 두 편의 소설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주인공들은 죽었거나, 죽으려고 했던 이들이다. 즉 두 사람이 옥상 위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왜 죽고 싶었는지, 왜 죽으려고 하는지, 힘든 것은 무엇이며, 죽음 이후에 어던 일들이 생길지 상상하게 된다.

누군가를 십분 이해한다는 것이 말과 다르게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였으며, 우리 삶에 대해서,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두번 째 이야기 「우주맨의 우주맨에 의한 우주맨을 위한 자기소개서」 에는 주인공 김한솔과 백수 신분이었던 한솔의 삼촌 김세종, 그리고 누나 김서휘가 나오고 있었다. 죽으려 했던 이를 살리면서, 우주인으로서 특별한 힘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 가족 안에서 , 발생하는 여러가지 삶의 편린들이 서로 섞여 있어서,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오로지 주어진 살기 위해서, 이해와 공감을 얻고 싶었지만, 사회는 그 사소한 것 조차도 기본 조건 조차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와 공감 이전에 의심과 멸시, 비판이 당연한 우리 사회에서,주인공이 얻고자 하는 기본적인 삶의 구원의 실체가 매우 사소한 것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섣불리 판단하고, 비판하며, 남의 이야기를 쉽게 말하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병폐가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지 , 「우주맨의 우주맨에 의한 우주맨을 위한 자기소개서」 에서 살펴보고 있다. 꿈과 희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소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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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바이블 -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찾아서
김정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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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문헌상의 기록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북극성 신앙은 '마고신앙'이다. 『부도지』 에 의하면 약 1만 2천 년 전 파미르 고원에는 마고대성이 있었으며,그곳에서 지상의 모든 것을 관장했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마도대성은 하늘의 별자리인 마고성으로 서양에서는 베가(Vega) 라고 부르며 동양에서는 직녀성이라고 부른다. 1만 2천 년 전 북극성은 마고성이었다. (-65-)

한자를 최초로 만들어 썼던 민족은 중국 한족이 아닌 동이족이었기 때문에 고대 투루크-몽골계의 단어에서 한자 단어가 나오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또한 'ㅎ'의 발음은 지역에 따라 'ㄱ'으로 변한다. 예를 즐어 투르크어의 '카자르' 를 몽골에서는 '하자르'라고 발음하며 한국어의 '신호(信號)'라는 발음을 일본에서는 '신고'로 발음한다. (-130-)

초기 신라시대에도 버섯을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라의 옛수도 경주에서 발견된 고분에서 버섯 모양의 청동 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까지느 종교의식 때 버섯을 사용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때까지는 신라인이 완벽한 농경민족이 아니고 유목을 생업으로 하는 인구도 있었기 때문에 북쪽에서 광대버섯을 가져와 종교의식에 썼을 것이다. 천마총에서 발견된 천마도의 바탕이 되는 나무도 시베리아산 자작나무이다. (-207-)

파미르 고원에서 동쪽으로 이동하여 중원에 들어온 태호복희씨와 여와는 각각 직각자와 컴퍼스를 가지고 들어와 나라를 세웠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금척은 신라에 계승되어 초기 신라가 양자강 유역에 건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56-)

한반도의 역사는 한반도 땅에서, 단군신화에서 시작된다. 일연의 삼국유사,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근거한 역사적 사실로 생각한다. 즉 한반도, 대한민국의 2023년은 단기 4356년으로 보는 이유다. 여기서 이 상식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저자는 2015년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에서 한반도고대사의 흔적을 찾고자 하였으며, 우리가 한반도의 역사로 생각하지 않는 청동기 이전의 역사를 복원하고자 한다.

저서 『샤먼 바이블』은 한반도 샤먼주의에 대해서,고대사와 연결하고 있었다. 한반도 땅에 한정되었던 기존의 한반도의 역사,단일민족으로 치부하였던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서, 중앙아시아남동쪽 파미르 고원에서 시작된다는 다민족 구각로 확장되어야 하며, 「파미르기원설 」을 언급하고 있다. 즉 한반도가 아닌 몽골 민족의 일원으로서, 유목민족이 거쳐온 광대한 땅으로 이동한 증거들, 천문과 수리에 밝았던 한반도 고대사를 실체하는 역사적 자료에 근거하고 있었으며,우리가 추구하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인간으로 치면, 인간의 생애를 서술할 때 , 아기였던 시간에 대해서 모두 부인되고 있는 가운데, 한 인간의 역사가 말을 일깨우고, 세상을 이해하는 아이였던 시적으로 출발하는 현실의 부당함을 ,샤머니즘을 한반도 고대사의 일부분으로 보아야 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근거중 하나로 한반도 땅의 고인돌이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이 현존하는 이유를 들고 있어서,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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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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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대학교수이고 글 쓰는 사람이니까 우리 집에는 두 개의 서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인과 소설가들은 창작촌 같은 데 가서 글을 쓰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게 안 된다. 강의 준비나 평론, 논문 등은 책을 많이 펼쳐 놓고 써야 하는 글이어서 밖에서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다가 이어령 선생은 전업 작가가 아니어서 날마다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 있었고, 나는 아이들을 기르며 짬짬이 글을 써야 했으니까 더 집 밖에 나가 집필을 할 수 없었다. 전공이 같아서 같은 책을 공유하는 일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이 선생은 논문이나 평론을 쓸 때 방바닥에 참고문헌을 일목요연하게 세워놓고 쓰는 버릇이 있다. 그러니 서재가 작으면 안 된다. 서재는 그의 작업장이기 때문에 작업량이 증가하면 방도 커져야 하는 것이다. (-11-)

첫 아기를 낳고 두 달 쯤 지난 어느날 이어령 씨 제자들이 아기를 보겠다고 모려왔다. 경기고등학교에 부임한 해의 가을이다. 검은 교복을 입은 여드름 난 학생 네댓 명이 맨발로 들이닥치니 방이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그 중에 내가 헌책방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찾았다고 좋아하면서 들어오더라고 하는데 그 일은 기억에 없다. (-107-)

뇌물성 선물이 아니어도 김 선생은 누가 무얼 가져오면 , 더 많은 것을 들려 보내기 때문에 빈손으로 가는 손님이 없으니, 뇌물을 준 사람이 자격지심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선물이 무효화된다고 해서 선생이 그분의 용건을 모른 체 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바깥 선생님께 보고하여 일단 진상을 보상하게 하며, 도울 수 있는 명분이 확실하면 돕도록 부탁을 드리는 것을 잊지 않으니 앙심을 품는 사람이 적다. (-240-)

평창동이 우리를 끌어당긴 가장 큰 매력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사 갈 엄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서울 시내에서 제일 땅 값이 싼 곳이었던 데 있다. A급지가 평당 사만 이천원이었다. 도로보다 지하 일층이나 이층 정도로 낮은 곳에 있는 B급지는 삼만 칠천원이었고, 택지 조성을 안 한 땅은 구천 원밖에 하지 않았다. 삼백평을 사도 이백칠십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동네로 올라오는 초입에 있는 택지조성을 안 한 암반 지대를 아는 분이 샀는데, 양질의 화강암 지대여서 석재 장사가 돌을 사겠다고 나섰다. 땅값이 석재대 값보다 싸서 돈 한 푼 안들이고 삼백여 평의 택지를 얻게 되는 것을 본 일도 있다. (-314-)

1973년 문학사상을 인수하면서 따로 모으기 시작한 특별 통장의 금액이 이십삼 억 원쯤 되었다. 그의 원고료와 인세, 문학사상 수익금까지 모두 합한 총액이다.2001년에 영인문학관을 시작한 나는, 퇴직금과 삼 년간의 월급을 보태어 오 억원의 기금을 이미 문학관에 기증했기 때문에 여축이 많지 않았지만, 내 저축도 다 털어서 건축비에 보탰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통장을 깨려니까 불안이 엄습해왔다. 둘 다 빚을 지고는 못 사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건축비가 모자라서 빚을 졌고, 초과한 부분은 몇 해 동안 분할해서 갚아나갔다. (-375-)

스스로 나의 의지대로 누군가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치관, 신념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 때로는 욕심이 날 때가 있다. 누군가의 삶을 내 삶으로 바꿔 보고 싶어진다. 바로 고인이 된 이어령 교수와, 강인숙 부부의 학자적 삶이다. 두 사람은 1933년 생 동갑내기이며, 이십대 중반부터 신혼생활을 하여, 이어령-강인숙 부부는 4.19,5.16,6.25 한국전쟁 동란을 거쳐왔으며, 격동의 근현대사를 견디면서 살아왔다. 이어령 교수의 재표적인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있다. 하지만, 그가 쓴 저서들은 익히 1970년대부터 널리 알려졌으며, 부부가 결혼하던 날,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부부의 결혼을 축하했다.

전공이 같았고, 강의. 대학교수였기 때문에, 서재가 두개가 필요했다.하지만 결혼 후 가난한 시간강사에 불과했다. 이어령 교수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인세가 들어오면서,경제적 자율르 누릴 수 있었다. 1970년대 내 집을 가지기 전까지만 해도, 한 집에서 좁은 공간에서 같이 강의를 준비하고,자료를 모으고, 수업을 준비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면서, 지금과는 다른 정감있는 서울 평창동에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서재를 두개 둘 수 밖에 없었다. 이어령 교수는 일찌감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1970년대 재산이 이십억이 넘었다. 부유한 삶,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이어령 교수는 고독한 삶을 살게 된다. 4.19 의거를 지나면서,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초대 문화부 장관 자리에 올랐지만, 가족은 권력과 정치와 거리를 두었다. 이어령 교수의 평판에 민폐가 될까봐 문화부 장관 재임 시절,오해를 사지 않도록 철저히 거리를 두게 된다.

강인숙 교수의 『글로 지은 집』 은 집에 대한 이야기지만 , 한 가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에 있어서, 가화만사성 (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화목 (和睦)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었다. 집이 편안하면, 가정이 편안하며, 가정이 편안하면, 부부가 백년해로가 가능하다. 그것이 서로를 위하는 사랑의 본질이며, 존중과 배려, 소중함 속에 고독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부부가 둘이 되어, 하나가 되었지만, 외롭지 않고, 먼저 떠난 베필을 원망하지 않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고 있었다. 실천하기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삶이지만, 누구에게나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삶이다. 부자가 되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정착하면서, 물욕에서 벗어난 삶이 역설적으로 복과 부,행복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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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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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몇 권 안 되는 책 가운데는 옛날에 헌책방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것과 최근에 구입한 것이 반씩 섞여 있다. 헌책의 대부분은 고물장수가 가져온 헌책 더미에서 아주 헐값에 사들인 것들이었다. 그중에는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책도 있었다.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조선보물목록』, 1944년에 창간된 월간지 『문창』 창간호가 있고, 1944년 '조선도서출판주식회사'라는 곳에서 나온 친일문학가들의 단편 소설집 『반도작가 단편집』 도 있었다. (-9-)

"영감님, 혹시 일본제국주의 시절에 광주부 본정 1정목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뜻밖의 질문을 받은 주인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안경 너머로 그의 눈이 잠깐 동안 날카롭게 빛났다. 정확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마침 손에 들었던 『조선지배층연구』 를 내밀었다. 주인은 봉투에 책을 넣어주면서 말했다.

"젊은 분이 일제 때 주소는 무엇에 필요하시오?" (-26-)

1988년 제1회 전태일분학상 중편소설 당선된 소설가 백건우 「검은고양이」 은 헌책, 고물상, 구술에 대해서, 중첩되고 있었다. 조선시대 이후 광복 이전의 일제시대에 남겨진 검은고양이 표지 책을 주인공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으며, 그 낡고 허름한 책에 얽힌 과거를 추적해 나가고 있었다. 소설 「검은고양이」 는 허구이면서, 절판, 품절, 초판을 무지 좋아하는 이들에게 흥미롭게 느껴지는 단편 소설이다. 책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이 헌책망이거나 고물상이다. 책을 좋아하느 사람이 이사를 갑자기 가야 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그 원주인의 책은 고물상으로 흘러간다. 손때가 묻어나 있으며,나이를 먹은 표지가 낡은 책, 그 고물상에서 , 헌책의 가치를 아는 이가 나타나면,그 책은 겨우내 살아남게 되고, 헌책방의 가치를 아는 이에게 다시 소장될 수 있다.

낡은 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책냄새 ,친일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헌책의 주인이 사라진 가운데,그 책의 주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있었다. 이 소설에 숨겨진 하나의 키워드가 구술이다. 헌책을 소장한 주인공은 헌책방 주인에게 구술을 통해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책에 숨겨진 역사를 추적해 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일제시대의 주소,그 주소를 찾는다는 것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사라지고, 폐허가 된 기억을 찾아내는 인고의 작업이 될 수 있다. 어떤 소중한 기억에 대해서, 기록되지 못하고, 과거에 있지만, 소멸되고 ,망각되어진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회복시키는 노력은 구술에 의존하고 있으며,주인공은 우연히 자신이 얻고자 하는 어떤 사실을 알기 위해서, 헌책방 주인을 상대고 구슬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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