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하면 어때? - 본격 일본 직장인 라이프 에세이
모모 외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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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워킹홀리데이로 가서 도토루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번역가의 꿈도 키운 고나현 작가님은 지금은 자신의 확고한 분야를 가진 7년 차 베테랑 번역가십니다. 직장인은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일본 기업의 10년 차 중견 사원이 된 모모 작가님, 블랙기업에서 신입 시절을 보냈지만 자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지금은 IT 엔지니어로 일본에서 잘 나가시는 스하루 작가님, 유학으로 박사과정까지 하고 일본 제조업에서 6년째 연구원으로 멋지게 일하시는 허니비 작가님,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로 가서 지금은 외국계 IT 기업에서 훌륭한 스펙을 만들고 있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순두부 작가님, 작가님들의 다양한 경험만큼 다채롭고 신선한 일본에서 일하며 살아가기 이야기를 이 책은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10-)

근무했던 곳은 오사카의 신사이바시 쪽이어서 외국인들도 꽤 왔는데 한국인 관광객이 오면 나나 다른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이 응대했다. 이게 나를 뽑은 이유였다. 카페 정규 교육과정에 영어가 있어서 기본적인 영어도 공부해서 영어권도 어느 정도는 대처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까지 3개 국어가 가능한 나름 듬직한 (?) 점포였는데, 우리 모두 중국인 앞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68-)

지난날, 비슷한 상황에서 겪었던 수모와는 너무 다른, 신입 교육에 있어 거의 정석에 가까운 그의 대응에 크게 감명받았다. 훗날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된다면 그를 롤 모델로 삼으리라 다짐했다. (-122-)

워킹홀리데이로 1년을 살아서 일본어에 자신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일해보니 내 일본어 실력은 갈길이 멀어 보였다. 존경어와 겸양어도 익혀야 했다. 고객이나 영업 쪽의 전화 대응과 매일 대응과 실제로 해보니 너무 어려웠다. 일본에서 살아가는데 일본어가 문제가 되었던 점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고객에게 전화가 걸려 오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도 있었다. (-173-)

태풍이 오가나 하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음식이 사라지던 것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동일본 대지진때 물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생한 경험 때문에 그 이후에 사재기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186-)

국내에 일을 하게 되면 취업이라 하고, 해외에서 일하면, 해외홀리데이라고 부른다.일본에서 일하면, 일본 홀리데이,미국에서 일을 하면 미국 홀리데이라 일컫는다. 에세이 『일본에서 일하면 어때?』 을 펼치면서,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인, 태국인, 캄보디아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그들은 농촌노동자로 일하게 되는데, 한국어를 몰라도 일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가질 수 있다.하지만, 어느 정도 한국어 수준이 있어야 가능한 고객 상담, 한국어 번역, 태국어 번역,IT 엔지니어와 같은 일, 국내의 기업에서 일하려면, 좀더 나은 스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이런 상황은 한국인이 일본에서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모, 고나현, 스하루, 허나비, 순두부 의 경우, 번역일을 하거나 ,회사에서,마케팅 서비스 일을 하게 된다. 물론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 문화와 일본문화를 엮어주는 가교역할도 도맡아하게 된다. 즉 일본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일본어를 알고 가야 하며, 일본어 수준에 따라서,일을 할 수 있느 조건은 커질 수 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가 요구된다. 일본의 법과 제도,문화를 알고 간다면 금상첨화지만, 모른다하더라도 그 나라의 공공기관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낯선 나라에서 일할 때는 나를 보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몰라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불이익, 차별과 혐오에서,자신의 보호할 수 있는 사례들, 경험들을 아는 것이 우선되고 있었다. 바로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일본 홀리데이에 대해서, 꼼꼼하게 알고 가야 하며, 놓치고 있는 것들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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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시인선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공광규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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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겨울이므로 사람들의 주머니에 햇빛 몇 잎 부족하다. 투명하게 얼어붙은 숲 자락과 마을. 하늘에서 새 한마리 떨어지는 소리. 겨울에는 겨울의 소리가 있고 겨울의 언어가 있으므로, 나는 돌아보지 않는다. 이미 돌아보고 죽은 것들 사이로 끝없이 연기되었던 고백, 온종일 우리고 있던 쓴 차 茶. 함께 나눈 둥근 모음들, 구겨진 신발 뒤축과, 그 안에 가득하던 바람, 우리를 온종일 떠돌게 만들었던. 나는 이제 제때 차를 우려낼 줄 알고, 가느다란 햇빛 아래 가지런히 찻잔을 놓을 줄도 안다. 그리고 나는 창을 열고 서 있다. 몸과 마음에서 회색 연기를 뿜으며, 낯선 저녁 앞에 선 노인처럼. (-51-)

동생 동물

말을 막 시작한 다섯 살 동생에게 가르친 것

너의 방은 네 것이야

네가 잠근 문은 네 허락 없이 열리지 않는단다.

그렇지만 뭄 닫을 때 손가락 조심하고

방을 나오면 언제나 사랑받을 거라는 사실

알아두렴, 세월은 너무나도 빨라

하얀 커튼 뒤에 숨어 엄마 얼굴 쳐다보고 있을 때

네가 까먹는 건 너의 시간만이 아이냐

하지만 동생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알다시피 어린애는 짐승과 다름없다. (-38-)

동서울터미널

발 없는 손이 땅을 끌어 횡단보도 앞에 섭니다.

오늘은 자꾸 오늘만 일어나서 부탁해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터미널

동정은 멈추는 곳을 봅니다. 거저 달라고

빕니다 멈춰 선 자리마다 찾아오는 비둘기

보지 않습니다. 어떤 눈은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어서

고개를 숙이죠 뒷거음질치는 기척이

떠나간 자리를 비둘기는 대신 바라봅니다.

9월입니다. 터미널 앞 포차는 여름의 끝을 꿰어

어묵을 끓입니다. 아직은 더워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목적지와 시간표

추석에는 모두 떠납니다. 어디로든 누구든

만나기 위해 비워야 할 집은 있고

비워둔 집이 멀어 달이 매달 혼자 하는 강강술래

고향의 집처럼 흡연부스는 다시 비워집니다.

목적지 대신 구름의 안부가 되기로 한 연기.

피어오르지만, 강제 퇴거를 거부하는 시위대 목소리엔

이제 목적지만 있습니다. 태워줄 버스도 없이

걸어서라면 갈 수 있을까요 외국인 노동자의

영상통화가 매일 향하는 곳,원의 바깥은

중심까지가 멀어 공전보단 차라리 자전이 낫겠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윤달처럼 찾아오는 오차율 같이

돌다가 돌다가 캐리어를 굴리는 팔월 보름이

이탈한 채 질질 끌려가는 곳 동서울터미널

이어폰이 탑승한 귀가 계속 나를 출발합니다.

서로에게서 딱 얼굴만큼 딱 얼굴만큼 거리를 두고 앉아

뺨을 지나 코를 지나 다시 뺨.

잘못 매표한 승차권인 걸 알면서 고향은

떠날수는 있어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팔월 보름은 구월이라서. (-143-)

열세명의 시인이 쓴 『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은 어떤 시점과 어떤 장소를 소환하고 있었다. 그 시점은 다섯살 이었으며, 어떤 장소는 서울 동서울터미널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 까마득하게 기억하지 못하던 그 때 당시 내 마음은 흔들렸으며,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은 시기였다.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고집도 엄청 쌨던 그 때의 기억, 지금은 단순히 부모를 골탕먹이려고 하는 떼쟁이에 부과하지만, 그때는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대책이 서지 않았을 것이다.

시인은 다섯 살 아이에게 너그러러워질 것을 말하고 있다. 단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건네주는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내면 속 아이의 동심 속에 감춰진 저항과 고집스러움은 그 누구도 못 말리는 숨어 있는 무언가였다. 그것을 아는 이는 아이의 마음을 잘 활용할 것이며,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여,안정한 길로 안내가 가능하다. 어디로 가야 하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만 안다면, 덜 힘들게 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시집을 읽으면서,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공감의 힘을 얻게 되는 시였다.

어렸을 땐 청량리역, 지금은 강변에 있는 동서울터미널역이다. 서울을 자가용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가고자 한다면, 이 두곳 중 하나를 거쳐가게 된다. 동서울터미널은 익숙한 곳이지만, 낯설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기계와 사람 간에 보이지 않은 이질적인 모습들, 그 모습 속에서 ,인간은 나에 대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내면에 숨겨진 다양한 군상을 엿볼 수가 있다. 이익을 얻기 위해서,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모였다가 헤어진다. 단순히 머무렀다가 스쳐 지나가는 장소가 아닌, 그 장소에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면, 하나의 시가 탄생될 수 있는 단편적인 한 컷 한 컷이 남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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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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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관리국의 평화로운 분위기와는 달리 중앙관제실에는 의료진들 스무 명이 벌서듯 일렬로 서 있었다. 인구관리국 인공지능인 파파의 낮은 목소리에 의료진들은 입을 앙다물었다. 인구관리국의 유전자 가위 시스템은 정상 범주의 아기를 출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헐스의 홀로그램 보고서를 드래그하는 파파의 인공지능 얼굴은 따귀라도 후려칠 듯 싸늘했다.

"헐쓰, 태아보호센터로 이송 준비!"

갑작스런 호출에 헐스는 의아했지만, 헐스의 태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인공자궁 속 양수를 부유하며 호스 탯줄로 공급되는 영양분을 먹는 중이었다. 그러고는 꿈결인 듯 배냇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헐스는 그 미소를 저장해두었다. 임산부 로봇들은 조금 전 헐스 호출이 경계 상황이라는 것을 공유했다. 그들은 원인을 분석하고 있었다. (-11-)

"니가 뭘 알아? 고철 덩어리 주제에. 나는 죽음에 내몰린 나에게 생을 선물해준 것 뿐이야. 벌레의 자리에 있어보지도 못했으면서."

"그런 시선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그런 눈빛을 자주 건넵니다. 그런데 고물상이라고 했나요? 장애라는 것은 밀리유공원의 새소리, 나뭇잎 소리, 바람 소리처럼 그렇게 공존할 수 없는 겁니까?" (-27-)

요크를 왼쪽을 당겨 지오 쪽으로 다가오자 지오가 옆으로 살짝 비켜나요.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미친 속도를 즐겨요. 경찰과 거리가 벌어지자 , 앞에서 날아가던 시커먼 플라잉카 하나가 갑자기 속도를 늦추며 우리 사이로 들어와요. 그러고는 내 꽁무니에 부딪히고서는 고도를 올려요. 내 플라잉카가 균형을 잃고 몸체가 좌우를 흔들려요. 뒤에는 또 한 놈은 고속으로 날고 있는 지오에게 돌진하며 에메랄드 빛 프로펠러를 건드려요. (-65-)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을 통해서 창작지원금을 지원하였고,그중 한 편으로 소설 , 정은영의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이다. 이 소설은 임산부에 대해서, 산부인과의 미래에 대해 인식하였고,자각하였다. 특히 여성은 임신이라는 큰 고통 뿐만 아니라 산후 통증도 안고 가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임신과 출산은 몸에 바람이 불 수 있는 힘든 시간을 거칠 수 있으며,그 하나에 대해서,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을 읽으며서, 미래의 임신과 출산은 어떻게 바뀔지 희망과 절망을 놓고 저울질해 보고 싶어졌다.

장애율 0 퍼센트에 도전하는 국가는 말그대로, 독일 을 전쟁의 중심에 놓았던 ,히틀러가 보고 싶었던 이상적인 국가를 현실이 된 미래를 완성하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10개우러에 걸친 고귀한 노력과 시간을 ,인간과 인간이 탯줄에 의해 연결되는 것이 아닌, 기계에 의해서,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 현재 가임기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생명경시 풍조와 엮이게 되면, 임신과 출산에 대해 색안경을 낄 수 있다.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였으며, 각자의 의도와 미래의 현실적인 조건을 서로 상보하고 있어서, 특이하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가 미래에 펼쳐진다면, 우리는 스스로 유토피아의 길을 떠날 것이다. 남성은 모르고, 여성은 남편이 알아주길 바라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기계가 대신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라면 솔깃하게 되는 소설이며,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어느정도 공감하면서,오죽하면,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이렇게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까 생각해 보고,꼽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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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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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릴 때 그곳은 시내가 아니라 얕은 강이었다고 했다. 다리에서 다이빙도 하고 그랬다고. 나는 방학을 시골에서 보냈는데, 낮 동안 내에서 다슬기를 잡았다. 저녁엔 그걸 삶아 먹었다. 할머니는 저녁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 그중 나를 잠 못들게 한 이야기는 이랬다. 때는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할머니는 캔 뚜껑에 달린 고리가 반지처럼 예뻐서 그것을 곧잘 주우러 다닌다. (-9-)

지금은 시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게 물줄기 몇 개가 갈라져 흐르고 있다. (-10-)

우리는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고 사랑방에 누웠다. 사랑방은 원래 외삼촌이 쓰던 방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삼촌의 만화책을 몰래 읽었다.

"아직도 있나."

내가 장롱을 뒤지자 동생이 뭘 찾느냐고 물었다. 장롱엔 잡다한 물건들이 많았다. (-21-)

나는 삼촌의 장롱에서 앨범을 꺼냈다. 거기엔 삼촌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들이 있었다. 삼촌도 이렇게 어릴 때가 있었다. 삼촌은 우리집에 살면서 공부를 해 기관사가 되었다. 그러나 하루 동안 사람을, 자살하려는 사람을 세명이나 쳐버렸다. 그 전엔 꽤웃기는 사람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말이 없어졌다. 지금은 이혼하고 읍내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살고 있다고 들었다. 명절 때조차 얼굴을 비치지 않아서, 그거 하나 전해들은 것이 다였다.

적적해져서 동생에게 '폐가 사진 찍고 싶지 않아?' (-29-)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작가의 『김장』이다. 이 소설에는 두 편의 단편 소설 「김장」,「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로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은 어린 시절 과거의 시골 정서를 소환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방학이면, 꼭 외갓집 시골로 물방개를 잡고, 다슬기를 줍고, 붕어, 장어를 잡으며 하루하루 보냈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면, 뜨겁다 못해 핫한, 사랑방 아랫목에 둘러 앉아서,고구마,감자를 먹으면서,주말의 명화를 보았먹던 기억도 남아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지만, 마음은 가난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다. 특히 「김장」은 친근하였고, 매우 시골틱했다. 특히과거에는 시골 빨래터에서,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빨래를 했고, 동네 바보가 있었던 그곳이 이제,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옮겨가면서, 텅비어 있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시골집 다락방이나 장롱에는 신기한 잡다한 물건이 있었다. 할머니가 정리해놓은 물건들이지만, 삼촌,이모가 학창 시절 가지고 있었던 앨범, 졸업장 등이 있었다. 나 또한 이모의 졸업장을 할머니가 도아가실 때,유품으로 챈겼던 기억이 있다.물론 물이 가득했던 개울가에서, 개울가 위 돌다리에서 뛰어내렸던 ,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위험천만한 가운데, 땅으로 뛰어내렸던 기억을 소환한다.특히 김장은 일년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었던 시골의 정서이며, 동네에서는 큰 잔치였다. 한 집에 100포기는 다반사였던 그 때 당시, 작가는 김장을 통해, 기관사였던 삼촌을 소환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 살았고, 기관사가 되었지만, 결국 삼촌은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기관사라는 특수한 직업이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현실, 기찻길 위에 투신함으로서, 익명의 누군가의 행동이 삼촌에겐 직업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속상하면서, 디스토피아적인 요소가 소설에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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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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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이 팽팽해졌다. 인양선 크레인이 힘을 주자 파도에 흔들리던 동부표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원통형 부표에 설치된 삼각뿔 모양의 철골 구조물이 정지한 듯 꼿꼿했다. 붉은 도색이 옅게 바래져 있었다. 동부표는 항로를 안내하거나 암초를 경고하기 위해 띄워놓은 만큼 퇴색되었다면 반드시 교체해야 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크레인이 다시 작동했다. 동부표가 와르르 바닷물을 쏟아내며 수면 위로 떠오랐다.

"땡겨! 땡기라!" (-9-)

아버지는 잠자리 괴물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악당이 아닌 건 또 아니었다. 적어도 어머니에게는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의 목표는 세계 정복이 아니라 일확천금이었다. 정의를 수호하겠다며 주인공이 나타나 일확천금의 꿈을 막은 것도 아닌데 아버지는 언제나 패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사라졌다. 언젠가는 원양어선을 탔다고 했고, 또 언젠가는 화물선을 탔다고도 했다. (-16-)

장례식장은 가장 작은 곳으로 잡았다.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주소록에 연락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몇 개 되지는 않았다. 아직 영정도 없는 빈 조문실에 앉아 전화번호를 하나씩 찍으며 부고를 보낼 때 아내가 나를 불렀다. 나가보니 큰 아버지와 숙모가 머뭇거리며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동생이 굳은 표정으로 외면하며 담배를 들고 나가버렸다. 십 수년 왕래를 끊고 산 양반들이었다. 아버지가 대박 종목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며 번번이 돈을 빌려달라는 통에 몇 번인가 큰 돈을 떼이고 결국 절연해버렸다. (-27-)

경기재단 창작지원금으로 쓰여진 소설 ,이대연의 『부표 』이다.이 소설에는 「부표 」와 「전(傳)」 이 나온다. 첫번 째 이야기 「부표」는 바다,어촌을 상상하며, 우리의 부유하는 인생을 뜻하기도 한다. 즉 단편 「부표」 속 주인공은 아버지였다. 그리고 아들도 주인공이가. 아들이 생각하는 아버지와 ,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은 거의 없었다. 항상 곁에 부재하였던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전 어머니는 아빠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며, 어구가 얽키고 얽키는 현기증 나는 뱃 위 상황에서, 물고기를 낚는다. 속칭 깊은 죽음의 바다 위의 부유하는 부표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아빠의 삶이다. 마도로스도 아닌, 일확천금을 꿈꾸고 살아가는 인생 실패자,루저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서서히 아빠의 존재를 이해하게 된다. 아빠의 삶에서 알지 못했던 진실을 장례식에서,죽음 앞에서 알게 된다. 이 소설이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건 나의 경험이 어느 정도 내포되고 있어서다. 이 소설이 바다를 터전으로 이야기한다면,나의 경험은 어촌이 아닌 농촌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농촌 또한 일확천금을 노리고, 주변 사람들을 등처먹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곗돈을 떼어먹고 튀는 것이 다반사이며, 그 고통이 오로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 소설이 마음 아팠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남겨진 이들은 살아야 하며,사라진 이들보다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부유하는 부표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후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가난이 가난으로 되물림되는 부표와 같은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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