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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김태훈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일상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놓치고 있었던 가족에 대해서,가족의 소중함을 책에는 시를 빌어서 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끈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그것을 놓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가족이 함께 있을때는 몰랐던 것을 가족 구성원 중에서 한 사람이 빠진다면 그것을 느끼게 되고.그것이 후회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그것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으며 위로를 얻어갈 수 있었다.
사랑.가족간에 함께 하면서 중요한 우리들의 가치. 사랑을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왜 그랬을까.나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채 어린 시절을 그렇게 살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때로는 어색해 하는 나의 모습을 한번더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내 소중한 사람이 없으면 그것이 후회로 남게 된다는 걸.조금만 신경 써 줄 걸.아프다고 할 떄 마음 써 줄 걸..우리의 인생에서 후회라는 것은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면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긴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깍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 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 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깍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깍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을 흔들며 몸부림 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눈물이 나는 시였다.외할머니가 생각나서.
무서웠던 할머니에게 마음을 주지 못했던 나 자신.
어릴 적 할머니에게 손도 잘 잡아드리지 못했던 그런 할머니셨다.
그런데 그렇게 무서우셨던 할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아무것도 못하시는 분이 되어 버렸다.
듣는 기능도 보는 기능도 사라지면서
전화도 못 받으시고,TV 도 보지 못하시는 할머니의 모습.
쪼글쪼글 가뭄못자리는 바로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대청 마루에 의자에 앉아서 버티시던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안타까운 일이 생겨 버렸다..아니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그동안 내가 생각하였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으며,
굳건해 보이셨던 할머니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내가 생각하던 성질 더러운 무서운 할머니로 남아 있었더라면
미운 가정이라도 계속 남아 있었을텐데.
그러나 그떄 내가 보았던 것은 할머니도 사람이었다.
그동안 잘 버티셨던 것이다.
혼자 사시면서 자식 손 안 벌리시려고 아둥바둥 하고 계셨던 것인데.
모르고 잇었던 것이었다...자존심 하나로 고집하나로 꾸역꾸역 버티셨던 것이었다.할머니의 깊숙히 간직한 그 응어리진 감정의 조각 조각들.
그 조각 조각들 마저 풀어놓지 못하고 같이 안고 가셨다는 걸 알수 있었다.
자식들에게,손주들의 앞을 가로막을 까봐,모든 걸 다 이고 가셨던 것이며,나에게는 슬픔으로 남아 있었다.
할머니에 대한 미운 감정도 그것도 어쩌면 사랑이었다는 걸 그제서야 느끼게 되었다.그것은 나에게 후회 그자체였던 것이며,
누군가 할머니의 흔적을 지우려는 사람들은 나에게 분노였던 것이다.
그동안 참았던 것이 그땐 할머니의 부재에 대해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주인 없는 그 빈자리를 호시탐탐 가져가려던 이웃 동네주민들의 모습.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났던 기억이 났다.
누군가 그 빈자리가 느껴지면, 그사람의 미움보다는 후회가 남게 된다는 걸 그제셔야 깨닫게 된다.문득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이 내 몸을 휘감을 때 그 느낌은 나 혼자 안고 가야만 하는 것 또한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그것은 살아있는 이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것을,세상을 떠난 이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는 걸.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으로 느끼는 그 감정들.그것을 고스란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사랑이라는 것은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내 주변에서 찾아야 한다는 걸.그것을 알게 해 주는 시이면서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