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걸음이 모여 문장이 된다 - 치열하게 걷고 간절하게 쓰는 사람의 이야기
박종민 지음 / SISO / 2024년 7월
평점 :




청산도 슬로길은 청산도에서 출발해 섬을 한 바퀴 돌고 원점 회귀하는 11개 코스 , 17개의 길이다. 총 길이가 42.195KM 라고 해서 마라톤 코스로 활용하나 싶었는데 길을 걷고 보니 마라톤을 할 만한 길은 아니다. 세상을 영원히 떠나고 싶은 사람이면 몰라도 목숨을 담보로 절벽 위의 해안길을 뛸 사람은 없을 테니까. 총 길이가 딱 42.195km 는 아닐테고 비슷한 수치라서 그리 표기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포기하지 말고 걸으라는 의미로. (-14-)
12월 초 '한국의 산티아고 길'이라고 알려진 당진의 '버그네순례길'을 걸었다. '버그네'는 삽교천 하류인 당진 합덕읍 일대를 걸었던 친주교 신자들이 걸었던 길이다. 버그네순례길의 출발지인 솔뫼성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사제로, 25세의 젊은 나이에 신앙을 지키려다 순교하신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다. (-47-)
청량리역에서 새벽에 출발해 영주역에 도착하면 역 앞에 문화해설사가 동승한 시티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버스를 타고 영주의 명소를 둘러본 후 버스르 탔던 역 앞에 내려주면 기차를 타고 귀경했다. 자가용으로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고 영주 시내에서 시간 맞춰 타기 힘든 시내버스를 기다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영주는 알면 알수록 양파 껍질처럼 숨겨진 매력을 볼 수 있는 자긍심 강한 역사도시다.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불교와 유교의 대표적인 수양 공간을 한꺼번에 품고 있는 지방 도시가 또 어디 있을까?부석사와 소수서원은 영주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정신적인 기둥이다.
영주를 다시 찾으면 무섬마을에 가서 외나무 다리로 내성천을 건너고 싶다. (-64-)
목포를 둘러보며 아버지의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모교인 목포상고는 인문계인 목상고등학교로 개명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현대식으로 멋지게 지어진 건물에서 일제강점기 때 학생이었던 아버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137-)
밥을 먹다가 주변 사람을 긴장시키고 싶다면 음식을 한가득 입에 물고 소리내어 말해보란다."나는 누구인가?" 하고. 그렇게 하면 함께 밥 먹던 사람들이 수저질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당신을 쳐다볼 거란다., 마찬가지로 ,추석을 맞아 모여든 친척들도 늘 그러하듯 당신의 근황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가지며 취직은 했는지,결혼은 언제 할 건지.살은 언제 뺄 건지 집요하게 물을 때 역으로 상대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라는 것이다. (-209-)
누군가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열 번을 뛰면 뭐가 달라지냐고 맞는 말이다. 달라질 게 뭐 있겠나.잠시 자기만족에 빠져서 기브다 말겠지.굳이 폼나게 대답하자면 사내가 결심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딱,이 정도일 것이다. 버킷리스트에 있어서 꼭 이루고 싶었던 것뿐이다. (-249-)
작가 박종민은 시인이다. 2018년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 다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그의 첫 에세이집 『걸음이 모여 문장이 된다』은 걷기의 효용성,걷기 여행 예찬론자로서 자신의 삶을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청산도, 한라산,백두산, 소백산, 부석사, 소수서원, 단양고경 시장 등등 저자가 다녀온 곳에서 느꼈던 걷기의 지혜와 걷는 기쁨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마라톤 42.195km에 대해서, 춘천마라톤에서, 10차례 완주 도전한 바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걷기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걸어 다니며,우리는 걷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걸어서, 서로에게 이로움과 지혜,지식을 얻고, 느린 삶에서 , 소소한 기쁨을 주울 수 있다. 세상을 관조하고,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느린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걷기 의 기쁨이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보앗던 건 부석사에 대해서다. 저자는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다녀온바 있다. 다음에 영주에 들리면, 무섬마을을 다녀오겠다 한다.그동안 영주 관광 인프라, 지역 살리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자가 생각하는 영주 이미지, 영주 관광, 영주 문화, 느낌 속에서,영주가 추구하는 관광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부석사,소수서원이 있지만, 외부 여행객들이 지역의 시티버스를 타고, 두 곳만 다녀 온 후 영주시 시내에 관광하지 않는다. 부석사, 소수서원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지역 경제와 연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그 대안이 무엇인지 지역 민들이 머리르 맞대고 고민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