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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 삶의 오후 내가 머물 곳은
장병주 지음 / 챕터스 바이 맥스밀리언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갑자기 노트북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열었는데, 화면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캄캄했던 것이다. 왜 이러지 싶어 아무리 눈을 깜빡여 보아도 화면은 보이지 않았다. 뭐지? 이대로 실명하는 거야? 나는 눈이 너무 나빠 내 목숨보다도 눈이 먼저 실명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가끔 하곤 했던 사람이었다. (-7-)
중산층 주부들 이야기라고. 새장에 갇힌 새처럼 갖가지 고통에 시달리는 여성이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이루어 내고 싶어 몸부림치거나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고 했다.그런데 여성인 주인공들은 집안에서 하나같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53-)
친구들 말에 의하면 나는 걷는 모습이 정말 날아갈 거 같아 보였단다. 자금은 친구들이 "병주야 여기서는 운동화 벗어도 되겠다. 넌 저 잔디로 와, 난 이쪽으로 갈게."라며 미리 내 길을 알려 주기도 한다. (-102-)
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진다. 무언가 우울한 일이 있을 때는 더욱더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아이들을 보면 다른 감정들은 전부 사라지고 아이들과 똑같아진다. 오래전 남편이 내게 말하곤 했던 것들이 생각난다."어째서 당신은 노는 게 애들하고 똑같아?"라고 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했다. (-146-)
한해 한해 지나가면서, 부모가 내 곁에 오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도전보다 안전한 삶, 실험보다, 사랑이 우선인 삶, 나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삶이 결국 나를 이롭게 하는 삶이라는 걸 이제서 조금씩 느끼게 된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철들었다 말할 것이다.하지만, 어렸을 때 나만 생각햇던 그 삶이 어느새 나만 생각하면, 나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언제든지 전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워지고 내곁에 머물러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산문집 『노을빛, 삶의 오후 내가 머물 곳은』 은 소설가 장병주의 에세이집이며,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 보고, 채워야 할 삶과 비워야 할 삶을 고민하게 해주는 책이다. 해방둥이로 태어난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고와 연세대 음악 기악과를 졸업했다. 대체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으나,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처럼, 주부로서의 삶이 우선이었다. 199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잃어버린 말』로 등단하게 되는데,그 대, 마흔이 넘은 나이였으며, 늦은 나이에 등단한다는 것이 부끄러워 ,. 자신이 아닌 , 딸이 대리 신청하여 , 작가로 새출발을 하게 된 경우다. 물론 딸과 엄마는 작가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중년의 가치관, 신념, 행복과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눈앞에 놓여져도,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꽃 100송이를 간절히 원하였건만,남편이 사다 준 꽃 100송이를 받고도 행복한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던 것은 작가 장병주의 성겨 혹은 기질 대문이었다. 남들보다 더 생각하며 살아온 삶이, 내 눈앞에 행복이 있어도,그 행복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결국엔 자신의 삶에 있어서,소중한 가치들이 사라지고 난 이후,그것의 소중함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즉 중년의 불행의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내 앞에 놓여진 행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