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장래희망이라는 걸 정해오는 숙제가 생겼다.

딸 아이는 그때 자신은 화가가 되겠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그림에 별 소질이 없어 보이는 듯해서 '피아니스트가 되는건

어떻겠니?' 슬쩍 떠봐도 내 앞에서 연습은  "네~선생님. 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했어도 그 담날 학교가서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발표했단다.

그 꿈은 반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미술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고, 학교에서 하는 예술경연대회에서도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어쩌면 학원에서 배운 기술들을 펼치는 아이들 틈에서

너무나 허술한 그림을 그리는 우리 딸 아이의 장래희망은 화가이다.

나는 그 꿈을 지켜주고 싶다.

왜냐하면.......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 피아노로 인해 상처받았던 일을 회고하는 부분이 있다.

언니가 피아노를 배우고 드디어 저자도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는데

일년내내 선생님에게 들은 소리는 너처럼 피아노 못 치는 애는 처음봤다였다.

하지만 그런 비판과 소질부족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곡을 몇 시간이고 치면서 행복해하던

일을 저자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소질없는 저자가 피아노를 계속 배우는건 "낭비가 아닌지"를 고민하던 부모님께서

언니만 피아노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했을때..저자가 얼마나 피아노를 치고 싶어했는지.

언니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 고문이었는지...

고백하는 부분이 있다.

 

모임에 참가한 다른 어머니는 동생에게 추월당하고 피아노를 포기했던 아픈 기억을 털어놓는다.

본인이 한달 가까이 씨름하던 곡을 피아노를 한번도 배우지 않는 동생이 와서 한번에 쳐

버렸던 기억말이다. 그 뒤로 이 어머니는 피아노를 그만두었단다.

아마 동생보다 잘 치지는 못했으나 이렇게 말했더라면 그 어머니의 삶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얘, 물론 네가 기가 죽을 수도 있지. 하지만 루스가 얼마나 잘 치든 너하고는 상관이 없어.

피아노를 빨리 배우고 느리게 배우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음악에 두는 의미지.

다른 사람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가 아니야. 중요한 건 네가 피아노를 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거든. 나로서는 네가 그런 즐거움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구나."

 

그 어머니는 눈물을 참느라 눈을 깜박였다.

"그렇게 말씀하셨더라면 모든게 달라졌을 거예요."

"다른 형제의 특별한 재능 때문에 마땅히 누렸어야 할 기회를 놓쳐 버린 아이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애는 우리 집의 음악가라느니 우리 집안의 학자라느니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공부하는 즐거움이든 춤을 추고 시를 짓고 운동을 하는 데서 얻는 즐거움이든

모두가 누려야 하는 것이지, 재능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고무 찰흙을 8개월 동안 수강한 딸 아이는 만들기에도 그다지 소질이 없어 보인다.

우연히 일찍 딸아이를 데리러 들어갔다가 처음 수강한 다른 아이의 작품을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우리 딸은 별로 소질이 없구나...'

하지만 재미있단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나의 관점에서 볼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적는 란에

"그림 그리기" 라고 적어놓았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말로 하지는 않았겠지만 -혹은 방정맞은 내 입이 불쑥 말해

버릴지도 모르지만- 온 몸으로 난  "넌 그림에 재능이 없어. 꿈깨!!" 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딸 아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감싸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될

역할 일 것이다.

 

잘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보호" 해주는 것.

부모의 중요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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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 - 부모들이 잘 모르는 자녀들이 싸우는 이유와 대처법
일레인 마즐리시.아델 페이버 지음, 서진영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큰 딸 아이는 어릴때 부터 무던한 아이였다.

분쟁거리가 생기는 물건이나 일에 있어서 잘 양보하기도 해서,

엄마로서 내심 뿌듯해 하기도 했다.

큰 아이가 8살이 되고,작은 아이가 4살이 되자 우리집도 드뎌 시작되었다.

작은 전쟁이.........

 

아이들의 싸움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아주 시시하게 끝나버린다.

아직 이 수준인걸 난 굉장히 다행으로 생각한다.

육탄전으로 나아간 적도 없고,언성이 높아진 적도 별로 없다.

하지만 오빠만 둘이었고 그다지 싸움이라는건 해보지 않은 내게 딸 아이들의 잦은 토닥거림은

큰 스트레스이자 걱정이었다.

내심 언니가 있는 아이들을 부러워했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 우애있게 지내고 힘이 되어주는

자매들을 보면서 내 딸 아이들에겐 서로가 큰 선물이리라 착각도 했다.

 

허나....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첫번째 이유는......아이들은 누구나 싸운다는 거다.

나의 양육방식이 잘못 되어서도 아니고 우리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아이들이 싸우는 이유가 모두 한결같이 사소한 것이고 거기에 응하는 부모의 태도

역시 나라를 막론하고 참으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세번째는 이 책을 보면서 싸움의 해결 방법을 사례별로,또는 싸움의 강도에 따라

단계별로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지침(?)들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딸들은 그 흔한 말싸움 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아직 이 책에서 익힌 몇가지를 실전에 적용하지는 못했지만...

(아~~영영..실전에 사용하지 않고 이론만으로 끝날수 있다면 좋겠당..--;)

이제 싸움이 벌어지면 내가 어떻게 침착하게 행동해야 하는지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내가 하던 행동 중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들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아이들을 은연중에 비교하는 것이다.

칭찬을 하든 비난을 하든 화를 내고 꾸짖든 아이들을 비교하는 것은 참으로 나쁜 행동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씩 멍들게 하는 엄마의 언어폭력이기까지 하다.

 

두번째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사랑하고 똑같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뭐가 틀린 말이냐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부모들이 얼마나 공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수 있었다. 나 역시도 말이다.

"똑같이 사랑받는 건 뭔가 사랑을 덜 받는 것이지만, 특별한 존재로서 각기 다르게 사랑받는

것은 필요한 만큼 사랑받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부모가 무의식중에 하는 얘기속에서 아이에게 어떤 역할을 규정시켜버리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는 말이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이 있는데서 "큰애는 겁이 많고 둘째는 겁이 없다."

혹은 "큰애는 낯을 많이 가리는데 둘째는 붙임성이 있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

얘기하면 할수록 둘째는 잘 모르겠는데 첫째는 더 낯을 가리고 붙임성이 없어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시댁에 가면 생긴다.

시어머니께서는 항상 "큰애는 계모밑에서 자라는 애처럼 주눅 들어있고,

기가 죽어있다. 학교가서 말은 제대로 하나??" 이런 말을 큰 애 앞에서 하신다.

그러면 큰 애의 입은 더 꾹 다물어지고 그럴때마다 내 속은 더 답답해진다.

한 번은 화가나서 "여기서만 그래요. 어머니께서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그러네요."

라고 말대꾸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에게 역할을 규정하는 말들을 많이

하였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가지게 된 역할은 아이들 서로에게도 상처가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큰 굴레가 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자신이 아닌 자신이 되어 한평생 살아가기도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 "과거와 화해하기"에서는 어렸을 때 부모에 의해 역할을 규정 받아온

형제자매가 이 강좌를 듣고 난 다음 자신에게 상처가 된 형제자매에게 전화를 걸어

맘속에 있었던 애기를 털어놓고 화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상처받은 이는 열등하거나 항상 그림자의 역할을 해온 형제자매뿐만 아니라

그 반대의 자리에 있던 형제자매들 역시 똑같은 아픔과 상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우리 아이들과 나 사이에서 좋은 윤활유의 역할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실전이 닥쳤을때 잘 대응하지 못했을 때마다 난 이 책을 펼쳐서 읽을 것이다.

부분부분 세부항목으로 체계있게 잘 정리되어 있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만화로 그려서 어떻게 행동이나 말을 변화시켜야하는지도 상세히 나와있다.

또한 번역서의 껄끄러움은 전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아이를 둘 이상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소장하고 있어도 참 좋은 책이다.

 

아마 우리집에서 당분간 이 책은 책꽂이에 꽂혀 있어도 가장 바쁜 책이 될 것이다.

서평단에서 올린 후한 리뷰덕에 읽은 소설책이 무지 아니었던 경험이 있어서

서평단에 뽑혀 공짜로 읽은 책이라도 별점을 후하게 준 적이 한번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집 실용서로서 별 5개는 주어도 아깝지 않다.

내게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우리 딸들과 내가 따뜻하게 보듬으며 서로 의지하고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알라딘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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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동산 2007-10-29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역시 어렵다.딸들의 싸움을 중재한다는 건.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머리속이 하얗게 비면서 "나가!"라고 소리치는 나..이 책 읽은 거 맞나? 한심스럽다..이론은 깔끔하고 조목조목 대처방안도 잘 정리되어 있는데 실전에 들어서면 아무 생각도 안 나니..--
 
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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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겉표지엔 띠지가 둘러져 있다.

거기에는 큰 글씨로 "다시 김애란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 느낌은 "역시 김애란이다." 이니 정말 <딱>맞는 광고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김애란에 대한 나의 관심은 참 특별하다.

<달려라 아비>를 읽고 김애란이라는 이름을 맘 한 구석에 기억해 두었더랬다.

1월 2일,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2007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을 보고 주저없이 샀더랬다.

거기에는 김애란의 "성탄특선" 이 수록되어 있었다.

2월 7일, <2007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샀다.

우수상 수상작에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 가 있었다.

7월 14일, <2007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을 샀다.

김애란의 "도도한 생활" 이 있었다.

10월 6일, 김애란의 두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 를 샀다.

8편 중 3편이 이미 본 것이지만 "김애란"이기에 샀다.

 

왜 난 김애란의 소설을 마음속에 담아두는가...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녀의 소설속에는 나의 20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이들처럼 나도 의자를 올려야만 다리를 쭈욱 뻗고 잘 수 있는

고시원에서의 그 절망감과 일상들을 느껴봤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의 그녀들 처럼 내가 경험한 아르바이트의 종목(?)도 다양했었고,

또한 그녀들 처럼 학원을 전전하며 "학원"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높이 날지 못하고 학원에서 보내는 그 '젊고 혈기 넘치는 절망감' 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성탄특선>에 나오는 그 오누이처럼......

화장실도 없는 단칸 방에서 오빠랑 살아본 경험이 있고,

둘의 적금을 털어 천만원 더 비싼 방을 구하러 나갔다가 반나절 만에 풀이 죽어

서로 주고 받는 말...

"난 있쟎아. 천만원 이면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줄 알았어"   "나도"

그 느낌을 알기 때문 일 것이다.

 

또.............

"오래전부터 '소독한 델몬트 주스 유리병에 보리차를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시원하게 마시는 것'은 사내의 로망 중 하나였다."

그 당시 난 밤마다 2시간 연속으로 운동을 하고 완전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내 소원은 샤워하고 난 뒤 시원한 오렌지 쥬스 한잔 마시는 것이었다.

그 소원은 한 두번 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때 내겐 그 오렌지 쥬스도 너무 비쌌다.

 

<침이 고인다>의 주인공처럼....

"샤워기를 틀자 쏴아-하고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린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수도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

샤워기 아래서 그것을 아주 사실적이고 감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보통보다 약간 좋은 목욕 용품으로 샤워를 하며, 쾌적함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에 대해 두려움 비슷한 안도감을 느낄 때. 그리고 그 모든것을 자신이 선택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말이다."

 

나의 20대는 그야말로 행복하고 열정적이고 당당하고 희망적이었다.

그리고 나의 20대는 가난하고 때때론 절망적이고 암울하고 비참하고 지지리궁색했었다.

20대의 행복과 열정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씩 들춰보기도 한다.

그리고 아련하게 그리워하기도 하고 또 아직도 흐뭇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20대의 절망과 가난은 예고없이 불쑥 내 마음을 쑤셔댄다.

나 스스로 들춰보는 일은 절대 없다.

하지만 김애란의 소설에는 그런 나의 20대가 오롯이 들어있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아팠던 나의 20대가 그대로 되살아난다.

 

어떤 소설이 대단한 작품성을 지닌 "문학"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한문장 한문장이, 그리고 그 문장과 문장사이의 여백마저도 아껴가며, 음미해가며

읽어가는 독자가 있다면 그 소설은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작품성을 지닌 '문학'이다.

그래서 난 김애란의 두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 별 다섯개를 아낌없이 주고 싶다.

 

올 해가 세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올해 읽은 한국소설 중 내게 별 5개의 소설은 단 하나다.

완전한 소설속 세계로 나를 끌어 당긴 그 이야기꾼의 장편소설은 올 한 해 내게 참으로 큰

울림을 남겨줬다.

그런 그가 얼마전 단편집을 냈다.

난 주저없이 샀고 맘 설레며 읽었다.

완전 실망, 실망, 대 실망을 했다.

배신감 마저도 들었다.

한 권의 장편소설만으로 그를 너무 맹신(?)했나 보다.

 

하지만 김애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는 그런 걱정은 일찌감치 접어두고 구입했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된 경로로 책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은 이미 검증(?)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달려라,아비>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라면 이 책 역시 만족스러울거라 생각한다.

 

2007년 내 맘대로 별 5개 소설 5권 중 2권이 한국소설이 되었으니, 

이제 좀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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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0-1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 작가는 혹시 어류인척하는 포유류에 대한 소설을 썼던 작가인가요?

꿈동산 2007-10-1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
 
우리는 바다로 보림문학선 6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동안,구니토시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펑 폭발했다.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 것이다.구니토시는 곧바로 깨달았다.마음속에 묻혀 있던 다이너마이트가

지금 폭발한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는 마치 밤하늘에 퍼지는 불꽃처럼 소리도 없이 가슴 가득 불꽃을 흩뿌렸다.

이윽고 무시무시한 암흑만이 남았다." p.261

 

다섯 아이들 중 가장 성적이 좋고 '쿨'한 구니토시..'쿨'하다기보다는 매사에 약간 '냉소적'

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성적이 가장 우수한 아이이지만 배를 만들때는 손재주가

없어 가장 '열등한 아이'였던 구니토시가 결국 배를 완성하고 항해를 떠나는 것은 참으로

의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첫번째 드는 생각은 내용이 참 '싱겁다'는 거다.

응???......줄거리의 전개 역시 싱겁다.

태풍속에서 시로의 사투가 약간의 클라이막스라고나 할까..

배를 만드는 과정도...실패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도...결국은 시호스 3세가 완성되고

구니토시와 사토시가 떠나는 과정도 마냥 싱겁기 짝이 없다.

우리가 클때 읽었던 비슷한 류의 소설들-톰소여의 모험,15소년 표루기 등등-과는 참으로

그 맛이 다르다.

그 책을 읽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1980년대에 나온 소설이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그 비슷한 점이 이 소설을 '싱겁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책에 나오는 다섯아이 모두의 모습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속에서 보여지는 듯하다.

 

엄마의 꿈이 곧 자기의 꿈이 된 아이 사토시.

천식이 심한 동생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적게 받게 되는 마사아키.

쿨한 성격이지만 마음속에 다이너마이트를 지니고 있는 구니토시.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모두와 함께 즐겁게 어울려 지내는 법을 알지만 누구와도 깊은 정은

주고 받지 않고 사는 법을 몸에 익힌 이사무.

경륜으로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와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어머니의 매일 벌어지는

부부싸움에서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시로.

 

보통 아이들이 읽는 성장 소설(?)에서는 집-밖-집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우선 생각나는 톰소여의 모험과 15소년 표루기 같은 경우만 봐도 말이다.

아님 집이 아니더라도 집과 다름없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의 구조 말이다.

(엄마찾아 삼만리...캬..생각만 해도 결국에 안기게 되는 엄마의 품이란~흑흑^^)

근데 이 책에서는 이런 구조가 깨져버린다.

집-밖으로 끝나버린다.

마치 어른들의 소설속에서 나오는 듯한 그런 구조의 결말은 쬐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씁쓸하다.

현재의 내가 사는 삶을 버리고 위험하고 불투명하지만 진실한 나를 찾아가는 삶은 어른들만

가끔씩 꾸어야 되는 "꿈"인 줄로만 알았다.

근데 지금의 아이들은 벌써 그런 꿈을 꾸게 되는가보다.

부모가 있는 집이 더이상 안락하고 포근한 곳이 아니라, 위선과 허영, 한마디로 재수없고

재미없는 곳, 나를 옭아매고 도태시키는 곳, 내 꿈마저 갉아먹는 곳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배를 타고 떠난 두 소년 사토시와 구니토시....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나의 아이들도 몇년 뒤 이들과 같은 나이가 된다.

이들처럼 학교에서 우수한 아이와 열등한 아이로 나뉘어질것이고,

학원에서도 성적순으로 반이 나뉘어질것이고,

저마다 가슴속에 다이너마이트를 하나씩 품고 생활할것이다.

물론 나는 어김없이 그때도 엄마노릇을 갈팡질팡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 아이에게 이 책을 넌지시 권해봐야겠다.

그리고.......................................

마음속에 다이너마이트 대신 넓은 바다와 자신의 "배"를 품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건네봐야겠다.

 

 

<알라딘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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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에 유명한 책이고 리뷰도 많은 책이라 아무리 잘~~읽어도 리뷰를 올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이틀에 걸쳐서 1000페이지가 넘는 모방범2,3권을 읽어대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니 간단한 경고성 멘트는 써야 되지 않을까 싶다.

 

워낙에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세상에는 보고 싶은 책이 넘치는 터라

보통 난 2~3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낮에도 조금만 집중하면 읽을 수 있는 책과 밤에 읽을 좀 더 집중해야 되는 책...

그리고 그냥 아주 가볍게 천천히 읽을 책...

기본 2~3권에서 한권에만 집중하도록 해준 책은 최근에 고래,해변의 카프카,

삼월은 붉은 구렁을...정도??

대부분은 동시에 2~3권은 기본이다.

 

솔직히 모방범 1권을 읽을 때도 두가지 책을 동시에 읽고 있었다.

맘속으론 '이렇게 읽으니 장편에 몰입되지 못하네~~3권짜리인데 이래서 어쩌나..'

이런 염려도 했더랬다...크으~~

1권의 중간을 넘어서면서 발휘되는 미유키 여사님의 괴력은 2권을 만 하루만에

3권을 하루만에 꼬박!! 읽어대게 나를 몰아쳤다.

선잠이 들고서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다시 책을 읽어댈 정도였으니..뜨아~~

난 4살,초등학교1학년의 딸이 있는 엄마인데...

이리 빡세게 몰아치시면................

 

모방범은 역쉬 소문대로 였다.

미유키 여사님의 엄청난 스케일과 읽는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스토리의 짜임새..

마음 아프게 하고 눈물나게 하는 여러 인물들까지....

역쉬 미유키 여사님의 대표작 "모방범"이었다.

하지만..............

이 몹쓸 책은 함부로 덤벼들어서는 안되겠다는게 나의 책 읽고 난 소감이랄까..^^

허나.........좋은 책에는 알라디너들의 눈이 모이는 법...

그렇다면 뭐 가녀린 당부 말씀.....

"모방범 1,2,3권 읽을 동안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도 몰라요~~

주변정리하시고 모방범 읽으세요~~들~~*^^*"

 

암튼...세상에 이리 재미있는 책이 많다니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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