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밥상> 서평단 알림
가난한 밥상 -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린 현대인을 위한 음식 이야기
이원종 지음 / 시공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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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워낙에 먹는걸 즐기는 아이라 좋은(?) 먹거리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고,

둘째는 천식에 아토피가 심한 지라 또한 음식에 대한 공부가 필요해서 이런 류의 책을

참 많이도 읽었다.

거기다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나는 왜 그리 옛날 어릴적 먹거리에 대한 추억까지 새록새록

나는지 그것에 관한 추억찾기까지...

책에서 먹거리의 추억여행을 떠난 적도 여러번....

그래서인지 <가난한 밥상>은 내게는 기존의 책들과 아무런 차별화가 없는 책이다.

 

"당신의 건강은 안녕하십니까"부분은 1장반을 겨우 채우는 소제목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그다지 새로울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다음 네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아침밥상,점심밥상,저녁밥상.간식편도

녹색연합에서 나온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과 "자연을 담은 사계절 밥상"을 생활속에서

활용하고 있는 내게는 아쉽기만 한 내용이었다.

 

최근에 본 비슷한 류의 책 "농부의 밥상" "옛날 사람처럼 먹어라" "가난한 밥상"을

비교해본다면, 글쎄 "농부의 밥상"을 제외한 두권의 책은 너무나 개성이 없는 책인듯하다.

읽는 독자에 따라 책의 의미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나와있는 책들과 중복되고 별다른 차별화가 없는 책이라면...별로 반갑지는

않다.

"농부의 밥상"은 웰빙붐으로 인해 많이 쏟아져나오는 먹거리에 대한 책들이 가지는 관점과는

사뭇 차별화된 방향으로 기획하고 만들어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먹거리에 관한 것 뿐만이 아니라 그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기대를 많이 하고 읽은 책 "소박한 밥상"은 내게는 아무 의미없는 밋밋한 책일 뿐이다.

이 책이 글쎄...내 책꽂이에 꽂혀서 언제 다시 뽑혀 읽혀질지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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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인터뷰 특강 시리즈 4
진중권.정재승.정태인.하종강.아노아르 후세인.정희진.박노자.고미숙.서해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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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온다 리쿠의 <도서실의 바다> 리뷰에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덥썩 나도 선물세트를 사보고는 좀 실망했었다.

종합선물세트에 환호하기에 나는 너무 나이가 들었고, 나만의 취향이 생겨버렸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근데 내가 그 표현을 쓰게 될 줄이야..

이 책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이 " 이 책이야말로 진정한 종합선물세트다." ^^

요즘은 유기농,친환경이라는 소비패턴도 있으니 좀 더 말하자면,

생활은 친환경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돈으로 유기농을 사대는 부류가 아니라,

농민과 땅과 소비자가 서로를 살리고 함께 살아가는 대안의 삶을 찾아가는, 그런 이들이

만든 유기농(이런 식상한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나의 짧음이란--;) 종합선물세트 말이다.

 

2007년도에는 소설책을 참 많이 읽었다.

너무 소설책만 읽다보면 다른 영역의 책들을 읽는 것이 좀 힘이 들기도 하다.

얼마 전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을 읽고 안주하는 책 읽기에 대해 여러모로 반성했었다.

그리고 맘속으로 사회과학,인문과학책 5권을 읽고 나서 미미여사님의 신작을 읽자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갠 적으로 올 하반기는 미미여사님의 승리^^)

그리고 첫번째 선택한 책이 <자존심>이다.

이미 한겨레 특강 교양,상상력,거짓말을 읽어 봤던지라 자존심은 나오자마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구입하게 되었다.

 

음......이 책은 나의 무식함을 적나라하게 깨닫게 해 준 잔인한 책이다.

세상에 대한 무지함, 나의 세계속에서 안주해버린 부끄러움, 다른 이들의 고통과 절망에 대한

무관심, 스스로는 쬐금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해 준 책.

특히 정태인 선생님의 "한미 FTA와 마지막 자존심"을 읽고 나서 그냥 막연하게 우리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수준정도의 인식이 얼마나 내 앎의 짧음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그냥 흘려듣고 별 관심없이(부끄러운 일이지만) 지나쳐버린 한미FTA에 반대...

이 강좌를 읽고 깨친 것 만으로도 '책값(?)'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자가 '불패의 언어전사'라고 소개하는 진중권 선생님의 "자존심의 존재미학"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강의였고,(난 진중권 선생님의 팬이다.^^)

정재승 선생님의 자존심 역시 한때 엄청난 바람이었던 "황우석"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과학자로서의 이성적인 진정한 자존심의 의미를 알게 해준 강의였다.

하종강 선생님의 "이주노동자와 노동의 자존심"은 점점 '그들만의 파업'으로 점점 

노동조건개선이나 노사분규에 대해 아리송하게 만드는 '그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정리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직접 쓰신 책을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정희진 선생님의 강의

"누구의 자존심?자존심의 경합"은  여성문제 관한 애기가 아니라 세상의 참으로 다양한

편협한 시각에 대한 뒤집기 한판이었다는 생각이다.

여성문제를 여성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노동문제,환경문제는 노동에 문제가 있고,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라는 반문...

여성과 남성의 평등이 무조건적인 똑같이라고 이해하는 어리석음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과 비유해서 이야기 하는 부분..장애인이 비 장애인과의 평등을 위해 장애를 넘어서고

극복하는 초인이 되어야 하는지..결국 평등이란 기회의 평등,환경의 평등,정의에 관한 문제

임을 명확하게 짚어주시는 단호함...

머리는 평등주의자,페미니스트인데 몸은 봉건적이라는 일부 진보(?)적인 지식인들에 대한

확실하지만 잔인한 답변....

다음 읽을 책의 주자는 정희진 선생님의 "페미니즘의 도전"으로 결정...

 

책을 읽는다는 건 새로운 것들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해, 세상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삶에 대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알아야지 자그마한 행동이지만 할 수 있는 것이고, 나의 정체성도 자존심도 진화해 갈수

있는 것이다.

고병권 선생님이 매긴 책의 네 등급..

가장 좋은 책은 세계를 변혁하는 책, 마르크스 묘비에 쓰인 말  "철학자들은 그동안 세계를

해석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두번째 좋은 책은 세계를 해석하는 책.

세번째 좋은 책은 세계를 반영하는 책, 그 자체로 세계의 거울이자 증상인 책

마지막으로 가장 나쁜 책은 세계를 낭비하는 책. 세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죽이고,

그 나무로 만든 종이에 독을 담아 유포하는 책.

이 네 등급의 책은 읽는 독자에 의해 그 등급은 모호해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내가 이 책에서 정태인 선생님의 글을 읽고 한미FTA에 대해 좀더 행동으로

대응한다면 이 <자존심>은 세계를 변혁하는 책이 되기도 할 테니까 말이다.

혹은 <자존심>을 읽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이라면 이 책은 두번째와 세번째의 어딘가에

있는 책이 될테니까 말이다.

 

책을 읽는 재미를 느낀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 책을 펴기전의 나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내가 분명히 다름을 느낄때 말이다.

그건 어떤 일로도 느끼지 못하는 쾌감이다.

어쩌면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 쳐지지 않도록 당겨주는 내 삶의 조율사이기도 한다.

세상에 이런 책들이 많은 것이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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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서평단 알림
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
EBS기획다큐멘터리-동기 지음 / 거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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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 심정은 "아이고~~~"이다.

(헉..이런 몹쓸 엄마~~)

그 다음은 숨이 막힌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도 엄마 역할에 대한 압박감이 실지로는 별로 펼치지도 못하면서

정신적으로는 무지무지  심했었다.

근데 육아서적을 읽고 나면..정말 이거 엄마자격증이라도 따고 아이낳아야 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더! 더! 그 압박감이 심했다.

허나...다시 곰곰히 책 내용을 돌이켜보니 학습목표,평가목표는 쉽게 말하면

결과에 의미를 더 두는냐, 과정에 더 의미를 두느냐이다.

 

항상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많은 칭찬을 하고,

번듯하고 과분한 내것이 아닌 결과물 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하나 이뤄낸

초라하지만 당당한 내 결과물의 대단함에 대해 딸에게 주입(?)시켜 왔었다.

그 결과인지 딸은 엄마가 만들어준 정말 대단한 인형의 집을 턱하니 숙제로 가지고 온

다른 아이에게 별로 주눅들지는 않는듯 하다.

자신이 꽤 오랜 시간 문방구도 세 번이나 뛰어갔다 오면서 하나 하나 완성한 ,

박스로 만든 트럭에 대해서 더 뿌듯해하고 당당해 하는 듯 했다.

앞으로도 딸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함과 과정에서 최선을 다함이 결국은

최고의 결과임을 얘기해줄 것이다.

허나...참 그것은 어렵다..

어른들도 어려워하고 힘들어 하는 일이다.

 

이 책에선 여러가지 사례들이 나온다.

학습목표에 의미를  두는 아이와 평가목표에 의미를 두는 아이가 어떻게 실패에

대처하는지...또 실패를 뛰어넘고 다시 서는지 여러 사례들을 적나라하게 싣고 있다.

p.48의 대백이와 인환이의 사례는 정말 위기의식 마저 느끼게 했다.

평가목표 성향이 강한 인환이가 도중에 포기해버리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또한 p.93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애기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달라지는지의 사례는 선생님의 역할 또한 아이들의

학습목표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엄마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 나를 짓누른다.

나도 참 변변챦은 인간인데...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확실하게 나의 숨통을 대놓고 쪼은다(?)^^

"그렇다면 동기야말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스스로 원하고 스스로 선택해서 움직일 때 동기는 생겨난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동기는 생겨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을때 동기는 저절로 생겨난다.

처음부터 동기가 없는 아이는 없다. 다만 동기를 떨어뜨리는 환경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의 동기를 향샹시키는 환경, 이제 그것은 온전히 어른들의 몫이다."

 

이 책 덕분에 과정의 소중함을 한 번 더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과정만이 소중한 건 아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히 신중하게 과정들을 보듬어 나간다면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뛰어난 아이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한점의 거짓도 없다고는 못함^^)

아니...뛰어난 아이보다는 강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

세상에 대해 맞설수 있고, 혼자의 힘으로 당당히 설 수 있고,

내면의 강함으로 자신의 영혼을 단련시킬 수 있는 그런 강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런 강한 사람은 아마 과정을 통해 단련되고 단련되어 완성되어 질 것이다.

 

결국..이 책의 결론은....어른들의 몫이다..인가??

그렇다면 이 세상의 어른들!!! 화이팅임다요~~^^*

 

<알라딘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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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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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때 페미니즘 문예비평 동아리를 마음 맞는 친구와 만들었던 적이 있다.

문학,영화,연극,미술,노래 등을 다루었었는데,

그 당시 '페미니즘' 혹은 '여성'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려면 조금의 용기와 꿋꿋함이

필요했었다.

사상만을 내세우고자 시 답지 못하고, 연극답지 못하고, 소설답지 못한

구호(?)같은 작품들이 참으로 많았었다.

(음..쓰고 보니 논란의 소지가 많은 문구있듯...에궁^^..순전히 저의 좁은 소견^^*)

그 속에서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은 든든한 빽(?)이고 자존심이었다.

 

요즘은 주로 묵상집이나 여러 가지 생각들을 담으신 산문집을 내셨었는데

소설집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인생의 중후반부의 일을 소설의 소재로 많이 쓰셔서 지금 내 옆에 계신 양가 부모님도

떠오르고, 그 나이가 될 나의 미래도 떠올리며 재미있게,푸근하게 소설을 다 읽었다.

<그 남자네 집>은 성신여대 출신으로 돈암동 지리를 좀 아는지라

선생님은 '그 남자의 집'을 찾아 돈암동 골목길을 다니셨지만,

나는 나의 20대를 추억하며 선생님의 뒤를 쫓아 돈암동 골목길을 헤매고 다닌 듯 하다.

내가 학교 다닐때만 해도 안감천이 있었는데..선생님의 젊은 시절처럼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하천의 흔적은 고대로 남아있었었는데...요즘은 가면 헤맬듯하다.

 

<촛불을 밝힌 식탁>도 읽으면서 두 세대를 다 공감하게 되는 감정의 모순을 겪기도 했다.

당연히 지금의 내가 속한 30대의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그 윗세대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니....

하지만 소설에도 나오듯이

"알아듣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그냥 간단하게 내 서재에 메모 정도나 남기는데, 

이 책 역시 그럴 생각이었었는데, 맨 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마음이 울컥해졌다.

 

"9년 만에 또 창작집을 내면서 또 작가의 말을 쓰려니 할 말이 궁했던지 문득 이게 마지막

창작집이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곧 피식 웃음이 나면서 그런

객쩍은 짓을 안하게 된 것은 아마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나서였을 것이다.

그 분은 연세가 일흔을 넘고 나서부터는 해마다 생신때만 돌아오면 올해가 마지막 생일이

될 것 같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씀하시곤 했다. 그 마지막 생일은 그 후에도 십 수차례나

더 계속되어 최초의 예언적 비장미를 잃었다. 왜 그랬을까? 그 분은. 생신을 잘 차려달라는

엄포였을까. 아니면 반복되는 연중행사에 진력이 나서였을까.

나도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 짓이라도 안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아차산 기슭에서 길고 지루한 여름을 보내고 나서   박 완서 >

 

 불혹의 나이에 등단하셔서 그 만큼의 세월을 한국소설사에서 큰 자리를 만드셨다.

여자의 일생에서 불혹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신 분이다.

박 완서 선생님의 소설에는 항상 내가 있다.

여자인 내가 있다.

과거의 내가 있고, 지금의 내가 있고, 또 미래의 내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의 소설을 읽으면 친정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박하지만 영혼이 풍요롭고 자유로운..꼿꼿하고 자존심있는 그런 마음속의 친정에

온것 같아 참 따뜻하고 위안이 된다.

근데...................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두려워졌다.

이제 선생님의 글을 뵐 기회도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방정맞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루한' '진력' 이라는 단어들을 보니 그런 위기감은 더 실감나게 와 닿는다.

 

흘러가는 것을 막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고,

지나간 것들을 붙잡고 있는 것도 참 못할 짓임을 잘 알지만,

흘러가는 많은 것들속에서 가슴 먹먹해지는 일들을 감당하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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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2007-10-2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멋진 책을 많이 읽고 계시네요. 이러니 조금도 외로워보이진 않네요 ^^ 그렇지만 가끔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좀 빼지 좀 마셔요 ^^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마돈나 샀습니다(근데 책의 중간이 몇 페이지가 없는 불량이네요. 반품해야할듯.) 읽고 나서 빌려드리겠습니다.

꿈동산 2007-10-29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저도 쬐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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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고 이렇게 울어보긴 첨 이다.

알라디너들을 울렸다는 '붉은 손가락'이라는 소설이 궁금해서 빌려다 읽고 쬐끔 울었던

것에 비하면 '이름없는 독'은 읽으면서 눈물콧물 다 흘려댔으니...

책을 읽고 울어본 기억이 최근 들어서는 없는 것 같다.

 

미유키 여사님의 팬임을 자처하며 주말이면 아꼈다가 여사님의 책을 한권씩 읽어대고

있는 중이다.

책에 나오는 일본의 상황은 참 우리나라와 유사한 것이 많다.

이 책에서도 새집증후군,토지오염(이 부분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아마 조만간에 우리나라도 이러한 조사가 시작될 것 같다.)..거품경제가 붕괴되고 난

뒤의 여러 정황들의 묘사들을 보면 한창 아파트값이 하늘로 치솟고 있는 서울 중심의

경제상황을 볼떄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름없는 독..에서 독은 참으로 여러가지 의미로 쓰여진다.

가장 먼저 특정대상을 향하지 않은 음료수에 넣어진 '청산가리'라는 진짜(?)독을

나타냄과 동시에...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러 '독'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참...음료수에 독극물을 넣는 불특정한 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몇 년전 대구 달성공원 벤치에 놓여진 야구르트를 먹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사건도 있고  말이다.

 

미유키 여사님의 장기는 역시 책 속에 묘사된 여러 인물들과 사건의 그물망인거 같다.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그 장기는  발휘된다.

기타미 형사..25년간 형사로 근무하면서 세상을 향해 화를 내는 사람들의 뒤치닥거리에

지쳐 그들이 화를 내기전에 뭐가 도움을 주기 위한 일을 하기 위해 탐정일을 시작했다.

겐다 이즈미..결국 소설이 끝나도 그녀가 어릴때부터 세상사람들을 향해 뿜어낸 그 화의

원인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 속에는 정말 화가 무지 많다. 왜 일까??

 하시타테....나에게 눈물콧물을 다 쏟아내게한  인물이다.

 

'기울어진 집과 부러진 홈통, 문 틈새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어두침침한 집,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노파와 그 노쇠하고 병든 몸에서 나는 냄새, 그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병,

힘든 생활, 앞날이 보이지 않는 고독, 그리고 그런 모든 것들의 불우함을 그에게만 떠맡기고.'

 

절망과 고독과 외로움과 가난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인물 하시타테.

이 책에서 하시타테는 바로 머릿속에 떠올릴수 있을 만큼 잘 묘사되어 있다.

그의 절망스런 상황과 그것을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는 그의 말과 행동...

자그마한 손짓과 천식기 있는 그의 기침소리와 호흡까지...

읽으면서도 마치 영화를 보듯 눈앞에 그려지는 그 모든 광경들이 그 절망들이...

읽는 내내 내 숨을 막히게 하고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미유키 여사님의 필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하시타테 때문에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려대며 이 책의 뒷부분을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 나 역시 스기무라처럼 '안도감'을 느끼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인간이다.

 

행복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진정한 절대권력이란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소설...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독'들...

어쩌면 내 안에서도 끊임없이 억누르고 있는 '독'..

 

"우리 집에, 오염은 없다. 집안은 청결하다. 계속 청결할 거라고만 믿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이 사는 한, 거기에는 반드시 독이 스며든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이 바로 독이기 때문에.

겐다 이즈미에겐 독이 있다. 하시타테에게도 독이 있었다.

하시타테는 그 독을 밖으로 뿜어내 없애려 했다. 하지만 독은 없어지지 않았다.

다만 어처구니없게도 다른 사람의 목숨만 빼았고,

그의 독은 오히려 더욱 강해져  그를 더 심하게 괴롭혔을 뿐이다.

겐다 이즈미의 독은 어떨까. 그녀의 독은 그녀 자신을 침식시키지는 않았던 걸까?

그녀의 독은 한없이 증식하기 때문에 아무리 토해내도 마르지 않는 걸까.

그 독의 이름은 무얼까.

옛날, 정글의 어둠 속을 누비고 다니던 짐승의 송곳니 앞에서 보잘 것 없는 인간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짐승이 잡혀, 사자란 이름이 붙여지면서부터

인간은 그 짐승을 퇴치하는 방법을 짜냈다.

이름이 붙여지자 모습도 없던 공포에는 형체가 생겼다.

형체가 있는 것이라면 잡을 수 도 있다. 없앨 수도 있다.

나는 우리 안에 있는 독의 이름을 알고 싶다.

누가 내게 가르쳐다오. 우리가 품고 있는 독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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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2007-10-2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하신 미유키여사님이 누군가 했더니 나는 지갑이다를 쓰신 분이시더군요. 모방범이 학교 도서관에 있더라구요. 근데 그 어마어마한 두께에 장장 세 권이다 보니 선뜻 빌린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방학때 미유키여사님을 만나볼 예정입니다.

꿈동산 2007-10-29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방범의 두께보다 더 골 때리는 건(ㅋㅋ..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그 뚱뚱한 모방범 1,2,3권을 만 이틀만에 읽도록 몰아치시는 미미여사님의 괴력입니다..모방범 3권을 읽을때는 선잠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깨서 계속 읽기까지 했다니깐요..나.참..꼭 방학때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