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윤동주 동시집
나태주 엮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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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 아래 여린 지식인의 고뇌와 심정의 부끄러움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나타냈다. 독립 투쟁에 직접 나서지 못한 자신을 꾸짖고 죄의식을 담은 아름답고 맑고, 슬픈 시를 우리에게 남겼다. 일제 하 지식인의 연약한 처지에 대해 죄의식을 표출함으로써 시로 승화시킨 것이다. 시인 자신이 승화시킨 게 아니라 시인 스스로가 시로 승화된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 저항 정신이 된 것이다.

이처럼 맑고 순수한 마음이 조국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아파하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죄의식이 된 것이고, 영혼을 담아 시로 쓴 것이다.

이 때문에 '시대의 희생자'로 훗날 평자들의 뇌리에 남게 된다. 시인이 짧지만 견디고 지나온 세월과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훗날 평자들이 풀어낼 수 있었다. 시인의 시 한 수 한 수는 영원히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그의 시 세계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한없이 맑고 순수한 그의 영혼과 시심(詩心)은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 우리는 시인의 숨결을 조국의 어디에서나(물론 분단 상황이어서 남한 쪽에 국한될 것이지만) 느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특히 시인의 쉽고 아름다운 시어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한 자, 한 자에 담아 표출해냄으로써 어린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안겨 준다. 이번 『윤동주 동시집』은 나태주 시인이 선별해 해설을 곁들여 실었다. 소중하고 영원히 되뇌일수록 행복감이 드는 시집이 된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을 할아버지로 분장시켜 어린 손자에게 도란도란 얘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주는 선물'을 쓴다.

"두고두고 윤동주 선생의 시는 우리의 자랑이고 자존심이야. 우리 자신을 높이는 자랑스런 마음이란 뜻이지. 우리에게 윤동주 선생의 시가 없었다면 어쨌을까 싶은 때가 있단다. 그래서 할아버지도 어려서부터 윤동주 선생의 시를 읽어 왔단다. 어떤 시를 읽든지 반듯한 그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그분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어떻게 하든지 바르게 살고 맑게 살겠다는 결심이 생기지.

지원아. 이 책은 윤동주 선생의 시 가운데에서 어린 친구들이 읽어서 좋을 시들만 골라서 엮고 거기에 설명을 단 책이란다. 어린 친구들이 읽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느낌을 갖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작가의 말 중에서





‘서시’란 시집의 맨 앞에 쓰는 시를 말한다. 머리글이나 마찬가지인 글이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랑하는 시인이 윤동주 시인이고 또 윤동주 시인의 시 가운데서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작품이 바로 이 시란다.

읽으면 무슨 느낌이 들까? 나 자신이 반성이 되고 무엇인가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맑은느낌이 들고 어둡던 우리의 마음까지 환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렇구나. 이 작품은 우리의 마음에 환한 등불 하나를 밝혀주는 글이란다. 우울한 날 읽으면 마음이 좋아지고 쓸쓸한 날 읽으면 마음에 용기가 생기는 글이란다. 누구나 많이, 아주 여러 번 읽어서 외워두었으면 하는 글이란다. 지원아. 그래서 할아버지도 외우는 글이란다.

- 「서시」 해설 중에서



아름답고 맑고 슬픈 이름 윤동주. 시인이 견디고 지나온 세월과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낸 해설들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윤동주의 시 세계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살아숨쉬는 윤동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바다도 끝없고 하늘도 끝없다는 것도 마찬가지야. 이런 말을 통해 우리들 마음이 넓어지고 환해질 거야. 시인이 장난기가 생겼나 봐.

바다에 돌을 던지고 하늘에 침 뱉고. ‘하늘에 침 뱉기’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제가 한 일이 저한테 돌아온다는 뜻이지. 마치 부메랑처럼 말이야.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런 침 뱉기와는 다른 침 뱉기야. 돌을 던지니까 바다가 벙글 웃는 것처럼 자욱이 생기는데 하늘은 아무런 소리도 없고 변화도 없다는 거야. 이것이 또 하나의 발견이야. 하늘도 넓고 바다도 넓어. 이런 상상을 하면서 사람의 마음도 하늘을 닮고 바다를 닮아가는 것이란다.

- 「둘 다」 해설 중에서




꿈이고 소망이다. 희망이라고도 말한다. 사람은 희망 없이는 살지를 못한다. 오늘은 이만큼이지만 내일은 저만이겠지 믿는 마음이 희망이다.

내일엔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는 마음이 바로 희망이다. 할아버지는 이 작품을 중학교 다닐 때 읽은 적이 있다.

시를 읽으면서 나도 기분이 새로워지고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꼈단다. 너도 이 시를 읽으면서 너의 앞날에 분명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꿈꾸고 마음속으로 간직해 보았으면 좋겠다.

- 「새로운 길」 해설 중에서




누나가 어디 먼 나라로 살러 갔나 보다. 아니면 아예 세상을 뜬 사람인가 보다. 눈을 보니 누나가 그리운 마음이 생겼다.

누나와 함께 눈을 맞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누나에게 편지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났던 거야.

그런데 이 편지는 참 특별한 편지야. 편지지에다가 글자로 쓰는 편지가 아니고 편지 봉투에 눈만 한 줌 넣어서 우표도 붙이지 않고 보내는 편지야.

어쩐지 슬픈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그 누나는 이 세상에 사는 누나가 아닌가 보다. 그리움. 이렇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바로 시를 쓰게 하는 바탕이 되는 마음이란다.

- 「편지」 해설 중에서



시인은 반딧불을 부서진 ‘달 조각’이라고 했네. 아름답고 재미있는 생각이지. 이런 것을 ‘상상’이라고 한단다. ‘그믐밤’은 깜깜한 밤을 말하지.

그런 그믐밤에 반딧불, 그러니까 부서진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고 말하고 있네.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고 동생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

이런 마음이 사람의 생각을 자꾸만 부드럽게 착하게 정답게 만드는 마음이란다. 실지로는 깜깜한 밤에 반딧불을 잡으러 숲으로 가지 않더라도 이런 상상을 하면서 우리는 깨끗한 마음, 좋은 마음이 되기도 하는 것이란다. 시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것이란다.

- 「반딧불」 해설 중에서




이 책의 1부는 26개의 시, 2부는 22개의 시, 앞쪽에 서시까지 포함하면 윤동주 시인의 동시 50편 정도를 읽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나태주 시인의 해설도 50개 정도 읽어볼 수 있다. 설명을 읽으면서 매우 감명 깊다. 윤동주 시인의 마음뿐만 아니라 나태주 시인의 마음도 독자 마음을 흠뻑 적신다.

'이 시는 이런 걸 포함하고 있구나.'

'이 시는 반복, 병치, 변용 등을 생각할 수 있구나.'

'병치는 비슷한 말을 나란히 놓는 것이고, 변용은 모습을 확 바꾸는 것이구나...'

시의 표현과 시적 기법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준다.

특히 책의 뒤쪽 해설에서는 30쪽 가량의 '윤동주 동시의 형태미학적 특성'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실었다. 이 부분에서 윤동주 시인의 삶, 정형동시, 변형동시 등 형식적인 부분에서 보여지는 시의 아름다움을 깊이있게 설명해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편저자 :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군 시초면 초현리 111번지 그의 외가에서 출생하였다.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으 로 근무했다.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흙의문학상, 충남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향토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1973년에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 펴냈고,

이후 1981년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1988년 선시집 『빈손의 노래』, 1999년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2001년 이성선, 송수권과의 3인 시집 『별 아래 잠든 시인』, 2004년 동화집 『외톨이』, 2006년 『나태주 시선집』, 『울지 마라 아내여』, 『지상에서의 며칠』 다양한 분야의 많은 문학작품을 출간하였다.

1972년 「새여울시동인회」 동인, 1995년엔 「금강시마을」 회원,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충남문인협회 회장,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공주문인협회 회장,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공주녹색연합 대표 등을 역임하였으며, 공주문화원 이사, 계간 「불교문예」 편집주간, 격월간 시잡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주간, 지역문학인회 공동좌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부회장)을 지냈다. 지금은 공주에서 살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과 해외풀꽃문학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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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걷다 - 르퓌 순례길에서 만난 생의 인문학
이재형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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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간 적이 있다. 10년도 넘은 일이다. 파리에 들러 니스, 칸, 모나코 등 지중해안 유명 관광지다. 패키지 여행이라 일정이 빠듯하고 프랑스는 초행이라 다른 곳을 더 들러볼 수도 없는 여행이었다. 다시 꼭 오겠다고 아쉬움을 달래며 귀국 길에 홀로 약속했다. 파리가 무척 인상적이었고, 박물관이나 유명 관광지 위주여서 잠시 걸어본 곳도 몽마르트에 갔을 때뿐이었다. 다음 여행을 홀로 다짐하며 많이 걸어서 차근차근 될수록 많은 곳을 갈 심산이었다.

최근에 '외국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처럼 돼 파리를 다시 떠올리기도 했지만 파리에 국한된 혼자만의 계획이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프랑스에도 순례길이 있구나 할 정도로 저자가 이 책에 소개한 곳은 지명이나 유래도 낯설다. 그러나 무척 흥미롭고 많은 사전 지식을 챙기기에 충분했다.

저자의 자세한 설명은 경험과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니 신뢰감은 물론 저자와 같은 길을 한 번 가볼까? 하는 욕심도 난다. 문체도 좋아 표현해놓은 문장에서 향기가 난다. 파리 여행을 앞두고 계획을 바꿔볼 생각도 든다. 무척 의미 있는 길을 소개하며 그곳의 역사, 문화, 사람들의 삶까지 모두 담아냈으니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책 『프랑스를 걷다』는 순례길을 따라 걸은 저자 이재형의 기행문이다. 순례길이니 '순례기'가 맞을 것도 같다.

책에 따르면 예수 부활 이후 이베리아반도까지 기독교를 전도한 것으로 알려진 야고보 성인의 무덤을 810년경에 스페인의 한 은둔자가 ‘캄푸스 스텔라’(현재의 산티아고)에서 발견했다. 그곳으로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순례하러 가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겨났다.

수 세기가 지난 오늘날 순례는 종교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기 위한 체험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순례길’ 하면 제일 먼저 스페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스페인의 접경인 프랑스에도 유명한 순례길이 있다. 이곳 '르퓌 순례길'이다.

이 길은 프랑스 남부 산간지방의 르퓌(Le Puy En Velay)에서 생장피에드포르(Saint-Jean-Pied-de-Port)로 이어지는 750킬로미터의 여정으로, 이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 순례길이 이어진다. 스페인에 비해 프랑스의 순례길은 산맥을 따라 언덕과 계곡이 반복되고, 고요한 숲속으로 길이 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 풍경이 펼쳐지고 지역마다 살펴볼 문화유산이 많아 전 세계 순례자들을 조용히 불러 모으고 있다.






저자를 따라 르퓌 순례길에 올라본다. ‘프랑스’ 하면 바게트, 포도주, 프랑스혁명 등으로 상징되는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이 먼저 떠오르지만, 르퓌 순례길에서 우리가 곱씹게 되는 풍경들은 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종교전쟁, 가난, 고립, 박해의 역사가 이 순례길 위에 새겨져 있다. 고요한 숲길이 안내하는 르퓌 순례길을 걷다 보면 『보물섬』을 쓴 루이스 스티븐슨이 당나귀와 함께 걸었던 고독한 순례길, 세벤 지역의 종교적 박해, 보호받지 못한 순례자를 돌보는 오브락 자선병원, 토켈 정신병원이 지키고자 애쓴 자유의 가치, 제보당에 괴물상으로 남아 있는 집단 공포, 훌륭한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 콩크 대수도원 성당의 〈최후의 심판〉 팀파눔과 이 부조가 전하는 종교적 교훈, 또 오방 광산에서 떠올리는 한국의 사북항쟁, 프랑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알제리 전쟁의 흔적 등이 역사의 단편들을 불러온다.



하지만 역시 프랑스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라는 점도 이 순례 여행에서 느낄 수 있다. 이재형은 르퓌 길 위에서 얀 페르메이르, 오귀스트 로댕, 장 바티스트 피갈, 에두아르 마네, 폴 엘뤼아르, 에밀 졸라, 프랑수아즈 사강, 프랑시스 잠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러 예술가의 자취를 발견하고, 그들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프랑스의 일상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또, 순례자의 마음을 채우는 렌틸콩 수프, 추위를 달래주는 오베르뉴 대표 음식 알리고, 척박한 환경에서 밀가루를 대신해 주식이 되어준 밤가루 요리, 한국의 찌개를 연상시키는 카술레와 푸짐한 인심을 담은 쿠스쿠스, 프랑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치즈 등 고된 여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소박한 프랑스 음식을 소개한다.



우리는 왜 순례 여행을 떠나는 걸까? 이재형은 순례길을 걷는 데는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길이 꼭 순례길일 필요는 없다고도 한다. 익숙한 집을 나서, 길 위에 올라,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요나’의 비유를 들어 말하길 “나, 나 순례자는 고래 배 속에 갇혀 있다가 또 다른 나, 새로운 나가 되어 그곳에서 나와 더 넓은 곳으로, 더 높은 세계로 걸어 나간다.” 그렇게 ‘또 다른 나’가 되는 과정은 순례자의 태도와 유사하다.

국적과 출신지,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차별과 배제가 없는 순례자들,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험하는 소바주 영지, 자동차가 없는 길, 이름 모를 순례자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마련한 먹거리 등. 르퓌 순례길 위에서 만나는 평등, 연대, 나눔, 공존, 소통, 배려의 순간을 통해 소유와 집착의 삶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에 마음을 여는 삶을 상상할 수 있다.

꼭 멀리 이국땅을 밟지 않아도 좋다. 저자의 무한한 호기심이 프랑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한 것처럼, 우리도 어느 길 위에서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이재형의 르퓌 순례길 여행은 그러한 생의 진리를 발견하는 인문학적 여정이다.




지금까지 르퓌에서 출발해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끝나는 750킬로미터를 걸었다.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네 개의 순례길 중 하나인 르퓌 순례길은 그 역사성과 정취로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저자 이재형은 25년간 프랑스에 거주하며 번역가로서 프랑스의 문화를 한국에 소개해왔다. 2010년 처음 순례 여행을 한 이후 여러 차례 순례길에 오른 그는 순례를 ‘새롭게 태어남’이라고 정의한다. 길에서 몸을 움직이고, 걷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있게 한 야고보 성인의 일화에서부터 프랑스-영국 간 백년전쟁의 자취, 프란츠 리스트와 카롤린의 사랑, 현재까지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알제리 전쟁의 흔적까지, 이재형이 들려주는 프랑스 역사ㆍ정치ㆍ문화 이야기와 함께 낯선 그 길을 걸어왔다.

그는 2010년에 불현듯 '떠나라고 등을 떠미는 알 수 없는 힘'으로 니콜라 부비에의 책 한 권과 함께 길을 나섰다. 준비되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그 길에서 정신적인 변화를 느낀다. 그것을 종교적인 체험으로 받아들인 그는, 종교인으로서 한 번, 그 후에는 여러 이유로 르퓌 순례길을 걸었다.

이재형은 프랑스 전문 번역가답게 프랑스 역사,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구석구석을 소개하고자 했고, 또한 그가 느낀 프랑스의 아름다운 정취를 사진으로 포착하려고 했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와 이미지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 : 이재형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자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우리에게 생소했던 프랑스 소설의 세계를 소개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많은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지금은 프랑스에 머물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세상의 용도』 『부엔 까미노』 『어느 하녀의 일기』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꾸뻬 씨의 시간 여행』 『꾸뻬 씨의 사랑 여행』 『마르셀의 여름 1, 2』 『사막의 정원사 무싸』 『카트린 드 메디치』 『장미와 에델바이스』 『이중설계』 『시티 오브 조이』 『조르주 바타유의 눈 이야기』 『레이스 뜨는 여자』 『정원으로 가는 길』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 『사회계약론』 『법의 정신』 『군중심리』 『사회계약론』 『패자의 기억』 『최후의 성 말빌』 『세월의 거품』 『밤의 노예』 『지구는 우리의 조국』 『마법의 백과사전』 『말빌』 『신혼여행』 『어느 나무의 일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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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번 감사의 힘 - 불안과 두려움을 용기와 자신감으로 바꾸는 비밀
김별 외 지음 / SISO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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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온 말 중의 하나가 '감사'다. 그때는 크리스찬도 아닌 부모님이 성경에 쓰인 말을 인용한다면서 독자에게 해준 말이다.

"매사에 감사하라.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다. 어렸을 때는 귓전으로 스쳐 들었다.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이니 "부모님에게 (낳아서 키워준 은혜애) 감사하라"는 뜻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말이 얼마나 깊은 의미인지 어렴풋이 안다.

매사,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의 속뜻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삶 속에서 자신에게 닥친 일은 자신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주는 일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우리에게는 무심코 흘려보낼 하루를 특별하게 바꾸는 감동 습관이 있다. 바로 ‘감사일기’다. 『하루 세 번 감사의 힘』은 한국이 아닌 호주 땅에서 하루하루 감사하며 사는 7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들은 감사일기로 성장하고 삶을 가꾸어나갈 힘을 얻었다고 밝힌다.

‘감사하는 마음, 감사를 기록하는 힘’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그 힘에 대해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감사일기를 알게 되고, 매일 감사를 기록하면서 성장해나간 과정이 그 증거로 담겨 있다.

함께 감사하며 시너지를 느끼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감사의 힘’을 믿고 ‘하루 세 번’의 감사일기를 실천함으로써 행복이 더 멀리, 더 오래 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분들의 뜻이 정말 감사하다.









“하루에 딱 세 가지에 대해서만 감사하자!”

7명의 저자들은 유일하게 이 규칙 하나만 정하고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감사의 내용이 거의 비슷했지만, 각자 매일 감사할 것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들 저자에 따르면 『하루 세 번 감사의 힘』은 감사일기의 내용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도 감사로 인해 변화가 찾아옴을 증명했다.

가끔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원인을 알 수 없던 아픔이 감사가 모일 때마다 하나씩 사라지게 된 조소연, 날 때부터 성장이 조금 느렸던 아이를 완치시키고 새로운 직장을 만나면서 긍정의 힘이 큰 역할을 함을 느낀 김선미, 섬유근육통이라는 생소한 병으로 늘 몸이 아파서 우울했지만 감사를 쓰고 말하면서 건강을 되찾은 김별, 선천적으로 아픈 아이를 늘 걱정하며 바라보다가 느리지만 천천히 긍정적인 사고로 전화되어 가고 있는 박은지, 공황장애로 전과 똑같은 증상이 찾아와도 이젠 대처하는 힘이 강해져 금방 안정을 찾는 김소연, 응급실 간호사로서의 삶을 살면서 또 다른 꿈을 현실로 이루어가는 기적을 만나고 있는 장혜정, 가족과 함께 감사일기를 쓰며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스스로 변화를 인지하고 있는 박가을 등이 하루 세 번 감사일기를 실천하며 변화된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살고 있는데 '나만 왜 힘들게 살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일이다. 사실 삶은 완벽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문제와 힘든 시기가 있다. 아니 어쩌면 문제와 어려움의 연속이 삶 자체인지도 모른다.

이럴 때 자신에게 다가온 불운과 역경을 괴로워하며 인생을 허비하느냐, 그것을 떨쳐내고 성장하느냐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란 점을 인지해야 한다.

독자도 그런 점에 닥지면서 좌절하거나 구렁텅이로 빠질 뻔한 일은 많았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러나 그때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기보다 '왜 나에게만 그런 일이 생길까' '다른 사람들은 아무 일 없이 잘 사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 위험에서 빠져나올 사람은 오직 자신의 힘이다.

자신이 잘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든 자신의 삶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다. 그 힘이 어디서 오느냐만 각각의 상황과 생각, 신념에 따라 다를 뿐이다. 책이든, 신앙이든, 가족의 격려든 각기 다르지만 선택은 자신이란 점은 같다.









『하루 세 번 감사의 힘』에는 삶에 다가온 각자의 고통과 주어진 과제를 함께 쓰는 감사일기를 통해 극복하고 같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가 쓰여 있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닥친 문제는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 저자들은 그것이 감사일기로 뜻이 맞았던 것이다.

누구든 남과 비교하며 남보다 부족한 것, 나에게는 없는 것, 나에게만 더 크게 닥치는 것 같은 고통에 대해 문제 자체 초점을 맞추며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이 책은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 불평할 것보다는 감사할 것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게 해준 매개가 감사일기라고 공통된 견해를 밝힌다. 독자들은 이들의 삶을 통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느냐, 마느냐의 선택만 남은 것이다.







독자들도 이런 변화를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면 이들처럼 감사일기를 시작하면 어떨지. 물론 독자 개인의 선택이다.


<하루 세 번 감사일기 쓰는 법>

1. 예쁜 노트와 필기도구를 준비한다.

2. 아침, 점심, 저녁에 한 번씩 감사한 일을 떠올린다.

3. 감사한 점을 직접 노트에 기록해 본다.

4. 감사일기를 쓸 때는 ‘감사하는 것’에 모든 의도를 집중한다.

5. 가능하다면 100일 동안 유지하여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한다.


평범했던 삶은 특별한 삶이 되었습니다.

우울했던 나날들은 행복한 날들이 되었고요.

불안과 두려움으로 움츠러들었던 나는 자신감 넘치는 나로 변화합니다.

소소한 감정과 당연시 여겨지던 것들에 관심을 기울일 줄도 알게 되구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밝은 곳으로 한 발짝만 내딛으면 삶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저자 : 김별

10여 년 전 난치성 희귀질환인 섬유근육통 발병으로 삶이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최근 독서와 감사일기로 삶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고, 마음의 평안이 몸의 건강으로 이어지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축복을 불러오는 감사의 비밀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한다. 인스타그램 @beloved282


저자 : 김선미

호주로 이민 후 갓 적응하던 시기에 네 돌 반 넘은 딸을 정규 학교에 처음 보내면서 시작된 불안장애가 4학년이 다 되도록 지속되었다. 아이의 학교생활을 엄마로서 지켜보기가 힘들었으나 닉 부이치치의 긍정 메시지를 보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감사일기를 통해 “100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설 수 있는 한 번의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다”라는 닉 부이치치의 말을 진심으로 깨닫는 중이다. 인스타그램 @catherine.s.kim.3


저자 : 김소연

부동산 세일즈 일을 하면서 오는 스트레스와 30대 삶에 대한 고민,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던 중 우연히 감사일기를 만났다. 감사일기를 통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평온함을 느끼며 많은 사람과 이 긍정적인 변화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ellysoyounkim







저자 : 박가을

두 아들을 둔 엄마로 시드니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다 여성 독서모임을 시작하고 감사일기를 쓰게 되면서 차츰차츰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걷는 중이다. 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삶의 과정을 기록하고 돌아보며, 작은 성취와 감사가 더 큰 비전과 변화로 바뀌어 감을 즐겁게 경험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autumn_park_oz


저자 : 박은지

30대 후반에 가진 아이가 27주 이른둥이로 세상에 나왔다. 아이의 지병으로 지난한 병원생활 속에 지쳐있을 때 독서모임에서 하는 감사일기를 우연히 접했다. 감사일기로 불안을 덜어내고, 긍정적인 자신을 찾아가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별하고 아름다운 이 변화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길 소망해본다. 인스타그램 @ohaapyji


저자 : 장혜정

응급실 전문간호사로 호주 시드니의 한 공립병원에서 21년 동안 일하고 있다. 감사일기를 통해 도전과 작은 성취들을 이루며, 제2의 인생을 위해 공부와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내면과 영혼의 성장을 위해 시드니 여성 교민을 모아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멤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향한 작은 성공 여정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patsy_jang_happy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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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선의 세계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후루가와 마사히로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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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노예선의 세계사』는 '머리말'에서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작한다. 세계명작전집 중의 하나로 독자가 어렸을 때(초등학교 때) 읽은 상상력의 보고이자 큰 바다와 무인도에서의 삶 이야기... 어린 독자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준 최초의 책이다.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낀 첫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이 책은 이후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는 암호 푸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비밀번호를 잊어벼렸을 경우 본인 인증 때 사용한다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 어김 없이 '로빈슨 크루소'를 적어놓았을 정도로.

그러나 이 책은 로빈슨 크루소의 앞뒤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독자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 그때 당시 '프라이데이'라고 이름 지어준 흑인이 노예로 팔려가던 중 납치된 피해자라는 것이다. 노예무역과 노예선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저자가 시작한 머리말은 로빈슨 크루소에 대한 인연과 환상을 일시에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무려 1,000만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냈다는 노예무역. 국경을 초월한 역사학자들의 노력으로 그 전모가 드러난다. TV나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표현됐지만 ‘이동 감옥’ 노예선에서 그들은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을까. 노예무역과 노예제도에 맞서 일어난 이들은 누구일까. 어둠에 갇힌 노예선 바닥에서 다시 한 번 근대를 돌이켜본다.











'노예'라 하면 으레 '흑인'이 떠오른다. 가장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신대륙의 경제 발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바로 흑인 노예였기 때문이다. 또 어렸을 때부터 읽었던 위인전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미국 16대 대통령인 링컨이 '노예 해방'을 시킨 주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도 노예는 어김 없이 흑인이다. 실제 흑인들이 노예로 많이 투입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의 노예사(史)를 보면 정말 인간으로서의 대우는커녕 때로는 가축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볼 때마다 일어나는 백인에 대한 분노가 컸다. 그들 백인들이 이제 와서 '휴머니티'니 '인간존엄'이니 떠드는 것은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학설'이고 필요에 따른 거짓된 논리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하다.

흑인들의 처절한 삶, 그들의 생명이 짐승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일하는 기계'로서 전락한 것은 열등해서가 아니라 백인들의 끝없는 욕망의 결과이다.

그동안 우리는 역사, 문화, 다큐 등 많은 자료를 통해 이미 우리들은 노예에 관한 글과 영상들을 많이 접해왔다. 70년대 '뿌리',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노예 12년'...








긴 세월 속에 노예로서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들은 이미 우리들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예란 신분의 사람들을 싣고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노예선을 통한 이야기를 다룬다.

총 3장에 걸친 큰 제목에는 노예무역이 탄생하게 된 상황인 근대 무역과 노예무역의 필요성 대두, 이런 노예선을 움직이기 위해서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의 직업과 생활들, 마지막으로 노예무역이 폐지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 만큼 노예란 신분을 넘어 그들을 싣고 대서양을 누비며 새로운 환경에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아프리카인(흑인 노예)들의 처절한 삶을 그렸다.

책에 따르면 흔히 알던 노예라고 하는 사람들의 인상이 떠오르는 아프리카 사람들 이전에 이미 유럽에서는 전쟁을 통한 포로들을 통해 노예제도를 실행하고 있었다.

유럽의 이슬람 세력을 막기 위해 최후의 보루였던 그라나다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잡힌 이슬람 출신 노예들을 한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 본격적인 노예를 얻기 위해 선발주자로 나선 국가는 15세기부터 활약한 포르투갈 상인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에 나오는 주인공 또한 책 속에 그저 난파되어 홀로 남겨지고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다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알았지만 저자는 주인공이 배를 타고 나선 이유와 배경에는 이런 무역을 통해 한몫을 잡으려는 사연이 담겨 있음을 알려준다.







이렇듯 포르투갈을 비롯해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가 뛰어든 노예무역은 삼각무역의 구조를 띠면서 더욱 서아프리카의 흑인들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흑인들을 얻기 위해 물물교환식으로 아프리카 추장들과의 거래는 아프리카의 전쟁을 유발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후루가와 마사히로는 노예선을 주제로 대서양 노예무역을 둘러싼 세계사를 살펴본다. 먼저 트리니다드 출신의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에릭 윌리엄스의 대표 저서 『자본주의와 노예제도』를 통해 근대 자본주의 발전에 불가결한 존재였던 노예제와 그것을 떠받친 노예무역에 대해 고찰한다. 노예제의 세계사적 의미와 노예무역의 역사적 기원을 상세하게 파고들며, 그 잔혹한 실태를 드러낸다.

이 책은 아프리카에서 신대륙으로의 여정 이른바 ‘중간 항로(The Middle Passage)’를 많은 노예를 싣고 최대한 빠르고 손실을 최소화한 조건으로 운반했던 노예선. 실제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구조와 선장, 승조원, 노예들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또한 아프리카 각지에서 노예를 '획득'한 방법과 노예들이 경험한 노예선의 실상도 살펴본다. 노예무역으로 부를 쌓은 노예상인, 중개인 등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사한다.







노예선을 운영하기 위해서 다른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 선장, 선의, 선원, 항해사들의 조합이 한 배에 수백 명의 흑인들을 싣고 출항해 북남미의 사탕수수나 커피농장으로 팔려 나가기까지의 이동수단이 됐던 노예선은 그야말로 참혹한 이동 감옥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아픔을 준다.

영화에서도 등장한 꼼짝없이 누워서 쇠사슬에 묶여 하루 중 어느 시간만 할애해 억지로 춤과 노래를 시키고 다시 묶어놓는 방식으로 이동해 간 모습들은 노예와 노예무역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유럽 국가들의 경제활동을 주시했던 트리니다드 출신의 역사가이자 정치가 에릭 윌리엄스의 글을 통해서 더욱 실감 있게 전달된다.

긴 세월 동안 미지의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흑인들은 점차 서머싯 사건을 쟁점으로 법정 공방전으로 이어지고 곧이어 아이티의 노예 반란과 다른 나라들의 노예 반란 현황, 유럽 정세의 혼란한 기운과 맞물려 노예무역에 대한 폐지에 다다른다.

하지만 여전히 노예제 폐지에 대한 의견은 다시 긴 세월을 통해 서서히 이루어진다. 오늘날 완전한 노예제 폐지를 법적으로는 이루어 냈지만 현대에도 노예제는 유지된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되묻는다. 오늘날에도 노예제란 말은 없어졌지만 실제 각 나라에는 여전히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노예무역 폐지에 앞장선 영국을 중심으로 폐지운동의 주체가 된 사람들과 세력을 알아본다. 1772년의 '서머싯 사건' 판결을 통해 영국에 있는 흑인 문제를 고찰하고, 1787년에 결성된 런던 노예무역 폐지 위원회의 중심세력인 퀘이커 교도와 영국 국교회 복음주의파가 기여한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또한 각각의 노예제 플랜테이션의 실태와 노예제 폐지로 향하는 역사적 동향을 비교사적 관점에서 파악한다.

이 책은 노예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서양 노예무역과 노예제 또는 노예제 폐지운동에 관련한 인간의 활동을 생생히 그려냈다. 외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근대사를 똑바로 마주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과제를 준다.









과거의 노예 형태와는 다르게 채무 노예제, 계약 노예제, 자산 노예제로 불리는 그들의 삶은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로 어렵다는 현실은 답답함과 함께 아직도 백인들의 선의에 의해 삶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노예제 피해자 및 후손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다.

금이나 다이아몬드, 카카오 콩을 재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은 여전히 필요하기에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는 오늘도 어린 손들이 힘겨운 농장에 투입되고 있다. 노예제의 완전한 폐지는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느낌이다.

노예선의 운영이나 무역을 하던 사람들이 불합리한 노예제를 폐지하는 법 제도에 이어 또 다른 형태의 '국가노예제도'라고 일컬어지는 '식민지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유럽 열강들의 경쟁 이익을 앞세운 자만과 극단적 이기주의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도 34년 6개월을 일제의 식민지시대를 살았다. 피지배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는 어느 시대 어느 민족에 못지 않다. '휴머니즘'과 '인간존중'의 허울을 앞세워 끊임없이 욕망을 채우는 백인 지배 사상은 끝내 없어지겠지만 요즘도 그들 사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종 차별은 아직 그들의 이기심과 욕망만이 커다랗게 남아 있다는 반증이다. 이 책의 저자가 식민지시대의 장본인인 일본인이라는 점과 독자가 피지배국의 한 사람이라는 점은 좀 더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피지배국의 피해의식으로 보는 시선만은 분명히 아님을 밝힌다.








저자 : 후루가와 마사히로


1950년 일본 나라 현 출생. 1973년 오사카 대학교 기초공학부를 졸업하고 민간 기업에서 근무하다 도시샤 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연구과 박사 후기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샤 대학교 경제학부 조교, 전임 강사,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도시샤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은 대서양 노예무역사, 근대 노예제도사이다. 저서로는 『세계경제사-세계 자본주의와 팍스 브리태니카』, 『근대 세계와 노예 제도-대서양 체제 안에서』, 『이와나미 강좌 세계 역사 15 상인과 시장』, 『세계화와 아시아-21세기 아시아의 태동』, 『세계경제의 흥망 200년』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김효진


일본 문화와 소설에 매료되어 더욱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독자의 눈으로 글을 옮기고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친절한 번역을 늘 마음에 새기며 현재는 일본에 정착해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욕망산업 상 ㆍ 하』, 『가격파괴』, 『해적의 세계사』, 『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로마 산책』, 『교토』, 『우주론 입문』, 『아인슈타인의 생각』,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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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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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펐다, 살아가는 일에 지쳐 버렸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계획이 무산되고, 희망도 물거품이 되었다. 친구라던 이들은 초라한 내 모습을 확인하고 등을 돌렸다.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들떠 싸우는 인간들이 추해 보였다. 가혹한 운명이다. 그래도 어차피 죽을 것이 아니라면, 정신 차리고 다시 기운을 내든 해야지, 마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p. 6>


이렇게 시작하는 『산의 역사』는 현대인문지리학의 선구자 엘리제 르클뤼가 저술한 책이다. 1830년 프랑스 지롱드에서 태어난 엘리제 르클뤼는 1871년 ‘파리 코뮌’에 참여했다가 정권의 핍박을 받고 추방당해 스위스 산골에서 망명 생활을 한다. 당시 파리의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었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의 패배로 나폴레옹 3세의 제정 기간을 끝났지만, 보수파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고, 시민들은 보수파에 대항해 ‘파리 코뮌’운동을 벌이지만 실패와 함께 많은 이들의 처형과 추방으로 끝난다.

엘리제 르클뤼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 신봉자로 파리에서 내려가는 동안 스위스 산맥앞에서 산을 바라보고 느낀 감정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지질학과 지리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르클뤼는 스위스 산맥의 웅장함 앞에서 겸손해지고 인간들에게 받은 배신감과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산과 함께 위로한다.

이제 그의 곁에는 인간보다 오랜 세월동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먼지와 연기와 소음에 파묻힌 대도시로부터 벗어나 기쁜 마음에 휩싸인다. 산에서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일상을 맞이한다. 이제 나의 친구는 자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해하는 목동이다.



저자 자크 엘리제 르클뤼(1830~1905)는 1871년 나폴레옹 3세의 폭압적 군주제에 반대해 일어났던 파리 코뮌 민중혁명운동에 참여했다. 그 이유로 온갖 탄압을 받던 엘리제 르클뤼는 알프스 산이 올려다보이는 스위스 산골짜기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지리에 비중을 두면서도 산이 인간과 함께 겪어온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며 자연의 중심에 우뚝 선 산을 이해하고자 했다. 자신의 소년기를 보냈던 피레네 산자락부터 프랑스 중부의 고원, 독일, 스페인 북부와 스위스의 산악을 두루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삼았고,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기억에 새겨진 그림들을” 시적인 글로 풀어냈다.

『산의 역사』는 산의 기원과 물리적 성격은 물론 돌의 결정과 화석, 숲의 생성, 기후 변화, 산짐승의 움직임을 살피고, 산을 둘러싼 신화와 숭배, 인류와 마주한 현재의 모습까지 깊이 파헤치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든 환경개발론자든 모두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깊은 사색이 있다.

르클뤼가 바라본 산은 아름다운 그림 속 풍경이나 개발을 위한 자원 또는 국경 같은 경계로서만이 아니었다. 이 책은 인간의 삶과 산이 얽힌 역사에 대한 관찰과 성찰로 넘친다. 산이 없었다면 도대체 우리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인류의 삶에서 산이 어떤 자리와 어떤 ‘의미’를 차지해왔는지 질문한다.

이 책은 인간보다 더 오래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듯이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끝까지 살아남을 산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산의 역사』가 처음 출간되었던 19세기 후반은 현대 인문지리학이 일취월장하던 시기였다. 이 책은 강과 숲 등 자연을 주제로 다룬 책들 가운데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산을 주제로 하면서도 지리를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매우 쉽게 서술하기 때문이었다. 1880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던 이래, 오늘날까지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출판사에서 문고판을 비롯해 수많은 이본을 펴내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산의 역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와추셋 산행』과 함께 산에 관한 고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학과 문학 사이에서 쓰인 아름다운 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세기 지식인과 문인, 사상가 가운데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와 옥타브 미르보. 제임스 조이스 등이 엘리제 르클뤼의 저서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르클뤼는 방대한 『세계인문지리』 19권을 펴낸 현대인문지리학의 선구자로서 지정학, 역사지리학, 사회지리학 등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고,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생태학 이론과 운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채식주의를 실천했고, 개인의 자유와 모든 제도의 억압에 반대하는 아나키즘 운동의 1세대 사상가이자 운동가였다, 뿐만 아니라 ‘자유 동거’와 ‘여성참정권’ 등 페미니즘 사상에서도 선구적 주장을 폈다.











르클뤼는 『산의 역사』에서 과학과 지리학적 시선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역사·문화적 측면의 통찰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산을 통해 성찰하고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저자의 경험과 위트가 듬뿍 담긴 글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산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데, 산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독자라면 『산의 역사』에서 저자 자크 엘리제 르클뤼가 지리학자가 아닌 그저 산을 자주 오르내리는 한 사람으로서 산을 대하며 총체적으로 알고 싶어 하는 순수하고 절실한 고백에 대해 깊이 공감할 것이다.

그것은 1880년 『산의 역사』가 처음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프랑스 파리와 2020년 『산의 역사』 한글판이 이제야 출간된 대한민국 서울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주장은 출판사의 이 책 출판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저자의 집필 의도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먼저 지금까지 산은 과연 어떻게 지구를 움직이고, 인류의 삶에 관여했을까? 산에 대해 기꺼이 알고 싶은 독자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도 좋다.






이 책은 산의 생성과 타고난 성격과 현재의 모습을 깊이 파헤치고 있다. 교통·통신과 지구촌 여행이 제국주의 팽창정책으로 급성장했을 때, 그리고 거대하게 넓혀진 생활권을 더욱 넓히고 미지의 땅을 차지하고자 서로 치열하게 경쟁했을 때, 저자는 대륙의 산맥과 마을 주변의 산들이 자원의 보고일 뿐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서 주목했다.

『산의 역사』 이전까지 지리와 역사를 다루고 대륙과 해양을 파악했던 여러 필자는 산과 인간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거의 모든 이야기를 신들과 영웅들의 무대로만 그렸다. 산은 신화와 종교가 간직한 기적이 일어났던 신성한 장소였다.

하지만 엘리제 르클뤼는 이런 신비를 벗겼다. 그는 산에서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폈다. 신과 영웅의 무대가 아니라 지구촌 인간 가족이 살아가는 터전으로서 산을 바라보았다.

산은 이렇게 저자의 붓끝에서 신화의 세계에서 역사의 세계로 들어왔다. 인간이 진보하고 더욱 자유롭게 살게 되기를 굳게 믿으면서 엘리제 르클뤼는 광대무변한 자연의 중심으로서 산을 바라봤다. 산이 우리에게 베푸는 풍요로운 혜택과 나란히 그 절대적 공포와 위엄과 매력까지 날카롭게 주시했다.










그가 지낸 산은 아름답고 맑고 고요하다. 넓은 풀밭에서 바라보는 봉우리는 비할 데 없이 첩첩이 쌓아 오린 피라미드처럼 웅장하다. 마치 거인이 손으로 다듬어서 빚은 것과 같다.

산의 기원을 무엇일까? 산에 관한 수많은 비슷한 유형의 창제설화들이 있지만, 실상은 우리 지구의 움직임 때문이다.

지구는 끊임없이 움직여 땅을 변화시킨다. 지구는 스스로를 매일 파괴하고 재건한다. 줄기차게 산을 깎아내리지만, 다른 산을 쌓아 올린다. 골짜기를 파고 다시 채우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자연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언덕과 산은 천천히 만들어진다. 산을 매일 자신의 움직을 하고 시간에 맞춰 모양을 달리한다. 땅속의 커다란 변화는 지표의 모양을 크게 흔들어놓는다. 이런 운동을 통해 산의 모습은 지금의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르클뤼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피레네산맥과 북유럽의 산과 스위스 산맥의 산들을 비교함으로써 산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한다. 산의 내부 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 붕괴와 암석 붕괴를 보며 인간이 행하는 일이 얼마나 덧없는지 깨닫는다.

“인간은 특이하게 비열하다. 산짐승 가운데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 짐승들에 감탄하며 찬양한다. 그런 짐승들을 왕으로 떠받들면서 수많은 자연사 책을 그 전설화 신화로 채웠다. 우선 지상의 모든 군주가 상징으로 삼았던 독수리 같은 맹금류만 봐도 그렇다. (중략) 왕은 독수리를 예찬한다. 하지만 목동은 독수리를 미워한다. 독수리는 가축의 적이므로 목동은 독수리와 죽도록 싸운다.” <p. 146>











엘리제 르클뤼는 사상가로서 현대 인류학에도 큰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아나키즘 운동의 1세대 사상가로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박해받았다. 그 어느 때보다 방대해진 권력과 금력 심지어 모든 개인 생활까지 독점하고 통제하려는 현대의 ‘국가’를 비판하고 ‘권력 없는 질서’라는 사회생활을 꿈꾸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아나키스트 사상가였다. 엘리제 르클뤼는 항상 개인이 소외당하지 않고서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꿈꾸었다. 『산의 역사』에서 그가 찾은 작은 산촌들은 때때로 이런 이상사회의 이미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산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풍요롭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산처럼 살고 싶은 한 사상가로서의 고뇌와 현실의 부조화가 낳은 걸작이라고 평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으로 세계적인 지리학자이자 생태학자로서 엘리제 르클뤼의 면모를 보여줄 뿐 아니라 현대 문화인류학에 폭넓은 영향을 끼쳤다.









저자 : 자크 엘리제 르클뤼(JACQUES ELISEE RECLUS)


1830년 프랑스 지롱드에서 태어나 1905년 벨기에에서 사망한 자크 엘리제 르클뤼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교육자로 벨기에 브뤼셀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냈고, 벨기에 누벨대학(1919년 벨기에자유대학에 흡수)을 창설했다. 엘리제 르클뤼는 방대한 《세계인문지리(LA NOUVELLE G?OGRAPHIE UNIVERSELLE, LA TERRE ET LES HOMMES)》 19권을 펴낸 현대인문지리학의 선구자로서 지정학, 역사지리학, 사회지리학 등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고,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생태학 이론과 운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채식주의를 실천했고, 개인의 자유와 모든 제도의 억압에 반대하는 아나키즘 운동의 1세대 사상가이자 운동가였다. 뿐만 아니라 ‘자유 동거’와 ‘여성참정권’ 등 페미니즘 사상에서도 선구적 주장을 폈다. 《인간과 대지》, 《진화와 혁명과 아나키즘의 이상》 역시 20세기 사상사에 중요한 고전으로 손꼽힌다.


역자 : 정진국


미술평론가. 서울과 파리에서 예술과 미학을 공부했다. 쥘 미슐레의 《바다》와 《마녀》, 질 샤이에의 《황제들의 로마》, 빈센트 반 고흐의 《고흐의 편지》 등을 번역했다. 《유럽 책마을에서》, 《포토 루트 유럽》을 비롯한 기행문과 평론집 등을 내놓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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