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훔치는 기술 그래 책이야 41
박현숙 지음, 조히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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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다작의 박현숙 작가님이 이제 <잘 ~~는 기술> 시리즈를 쓰시나보다. <잘 혼나는 기술>을 얼마전에 읽었고, 오늘은 <잘 훔치는 기술>이다. '혼나는'도 솔깃한 제목인데 '훔치는'은 더 눈이 번쩍! 표지에는 눈가면을 쓴 두 아이가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으니 더더욱. 하지만 이것이 물건을 훔치는 도둑 이야기라면 동화가 되겠음? 그렇다면 뭘 훔친다는 걸까?

이 책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기법을 쓰면서도 예측은 어느정도 가능한, 헐거운 전략을 사용한다. 말하자면 재미나면서도 머리는 아프지 않은, 편안한 재미를 추구한다는 뜻이 되겠다. 그렇다고 시시할 정도로 헐겁지는 않다.

여기서 훔치는 건 물건이 아니고 상대방의 '마음'이다. 오도룡은 같은반 거북이와 친해지고 싶다. 거북이는 벌써부터 게임개발자의 싹이 보이는 아이다. 큰 회사에서 주최한 아이디어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오도룡도 내심 이쪽에 관심이 있고 혼자 생각해둔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걸 봐달라고 하려면 친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서.... 이때 수용이가 연애박사 형의 조언이라며 기술을 간접전수한다. 그게 바로 이 책의 제목 되겠다. '잘 훔치는 기술'

첫번째 기술은 '관심 끌기'다. 상대방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밀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하기. 이 작전에 따라 도룡이는 거북이 사물함에 "너는 너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쪽지를 넣었으나.... 오지랖 넓은 친구들 손에 들어가 학급의 큰 사건으로 번진다. '거북이 협박 사건'! 독자가 범인을 알고 있는 이 사건은 친구들의 수사망이 좁혀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주인공과 함께 가슴졸이는 맛이 있다. 다행히 친구들의 수사엔 헛점이 꽤 많다.ㅎㅎ

그 어설픈 수사에도 결국 도룡이의 협박 행적은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비밀이 뭔데? 알려줘."의 요구에 달달 볶이고 시달리는 것. 남말하기 좋아하는 건 인간의 본능, 그 도마에 오른 주인공 거북이의 심정은? 그걸 바라보는 오도룡의 자책감은?

~~기술 시리즈 첫째 권을 읽은 독자는 이쯤에 와서 두 작품의 주제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그건 바로 진정성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진심. 진심은 통한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인다. 허튼 작전 구사하느라 머리 굴려봤자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순 없다. 진짜로 상대방을 걱정하는 마음. 그게 가 닿아야 마음의 전류가 흐른다.

진심에 뒤통수 맞아본 자, 위의 주제를 거부할 것이다. 남의 진심을 이용하는 인간도 있으니까. 그리고 진심 표현도 너무 과하면 거부감 들고 안받고 싶어지니 조심.... 단지 상대방이 힘들까봐 걱정하는 마음, 나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지려는 마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려는 마음. 이것만 끝까지 지키면 충분하다.

이 책은 미리 공개하지 말고 교사가 가지고 감질나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다음장이 궁금해질 요소들은 베테랑 작가님이 충분히 넣어놓았으니 반응은 걱정 안해도 되고. 마지막으로 진정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만점!! 기법이 판치는 시대에 진정성의 소중함은 꼭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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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는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경제 교육 동화 한경 아이들 시리즈
옥효진 지음, 김미연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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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나는 진짜 헛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지금까지 쉬지 않고 거의 30년간 돈을 벌었는데, 일은 열심히 했지만 돈은 그냥 주시니까 받습니다~” 였고 통장에 들어오면 들어왔나보다 나가면 나갔나보다 하면서 살았다. 물론 기본적인 보험 같은 건 들었고 1년에 한번쯤 은행에 가서 적금 한두개 들고 만기되면 찾고 중요한 일 생기면 쓰고 그랬지만.... 그래도 경제에 대해서는 이 책의 아이들만큼도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은 학급 화폐활동을 교실에서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 학급의 1년살이 이야기다. 이런 학급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부터 들어서 궁금하긴 했다. 직접 읽어보니 이건 정말 보통이 아닌데? 이건 저자 선생님처럼 관심도 있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운영에 통달하신 분 아니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단 나는 죽었다 깨나도 불가능하다.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며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천차만별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단원의 수업을 위해서 일정기간 게임처럼 해보는 정도라면 도전해 볼 수도 있는데, 학급 시스템을 이렇게 돌린다는 것은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내가 싫어서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은 첫문단에서도 말했듯 나의 성향이 극단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포인트 같은 것도 잘 못 챙길 정도로 금전적인 일에 신경쓰는 게 서툴다. 내가 사용하는 경제 전략은 소비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ㅎㅎ 사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이 별로 없...다기보다는 돈버는 것만도 힘들어서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를 않는다. 돈을 잘 안쓰니 크게 망할 일은 없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30년 벌어 자식들 무사히 공부시킨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하지만 경제교육, 금융교육을 받은 시민이라면 나와는 다르게 산다. 이 학급의 학생들만 해도 그렇다. 이 학급에서는 직업을 갖고 월급을 받으며 그 월급에 따라 세금도 내고 남은 월급으로 소비도 하고 저축도 한다. 저축을 할 때는 금리도 잘 따져서 저축상품을 고른다. 창업을 해서 장사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 심의를 받아 통과하면 그 일을 하며 수고비를 받아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투자도 한다. 요즘에는 학생들도 주식을 한다더니, 그와 유사한 것을 하면서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배우고 전재산을 투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거나 등등의 투자 요령도 배운다.

 

감탄했던 것은 이 모든 활동의 운영을 교사 혼자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학급의 직업 중에는 은행원, 투자회사 직원 등도 있었고 이들이 학급 아이들의 저축이나 투자 상품을 관리하고 이자까지 계산해서 챙겨준다. 이런 역할을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한결같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고 책임감있다니 참 대단하다. 물론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전체를 총괄하시는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컸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1년을 배운 아이들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유용한 굉장히 큰 경험을 한 셈이다. 그것도 피부로 체험하면서 말이다. “애들이 일찍부터 돈, 돈 해서 좋을 일이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굴리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돈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는 바, 아이들이 얄팍한 장삿속에 눈뜨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경제원리를 몸소 체험한 것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감사한 경험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흉내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경제 시스템을 과감히 학급운영에 도입하신 저자의 안목과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역시 젊은 분들은 달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부가 심하게 편중되지 않고, 건전하게 열심히 일하고 일정 이상의 삶의 수준을 유지하며 너무 치열하지 않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큰 욕심인가? 그래야 젊은이들이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살아갈 것 아니야! 이런 경제교육도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 일조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따라하기엔 내 성향과 역량과 많이 부족해 어렵겠지만, 나도 지금까지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내가 운영하기는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수는 있겠다. 새로운 눈을 조금 뜨게 해준 책이었.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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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의 생존법 바일라 13
한수언 지음 / 서유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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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밌는 책을 읽었는데 그게 청소년소설이라니 아쉽다......^^;;;;; 나만 읽기는 아까운데 난 초등교사라.... 이런 이유로 청소년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는데 요즘은 막 끌리는 청소년소설이 많다. 좋은 일이다. 내 제자는 아니라도 청소년들이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충격적이고 마음 아픈 책도 약이 되긴 한다. 그래도 결국 내 취향은 이런 책인가보다. 심장 쫄리는거 싫어해서.... 갈등과 아픔이 있지만 파국으로까지 치닫진 않고, 그 안에서 가능성과 따뜻함을 보여주는 이런 책이 난 좋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아 안돼~~~" 하다가 결국 다행스럽게 이야기가 돌아가면 휴~ 그렇지~ 하면서 만족스러워 하는 나. 이런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7편의 단편집이다.

어떤 작품은 찐현실이고 어떤 작품은 SF나 판타지가 결합되어 있다. 뒷표지의 '생활밀착형 판타지'라는 소개는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첫작품 <도와줘, 공세리>에는 교통사고 후 전신 사이보그가 된 공세리가 나오고, <피바람 몰아치고>에는 불멸의 뱀파이어가 되어 52년째 18세 소녀로 살고있는 오하라가 나온다.

<이세계의 펜칼은 현재진행형>은 웹소설과 현실을 오고간다. 웹소설은 내가 모르는 세계인지, 꽤나 낯설었다. 하지만 몇년째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한치열이 투병의 시간을 견디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창작의 기쁨이었던 바, 그의 의미에 나도 긍정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솔직히, 정독은 하지 못했고 대충 넘기면서 봤지만 그래도 한치열에게 공감했으니 독자의 예의는 지키지 않았나 한다.ㅎㅎ

마지막편 <레테의 파수꾼>은 배경상으론 스케일이 가장 큰 작품이다. 슐라비라는 행성이 배경인데 거주를 위해 다른 행성을 개척한 지구인들의 미래를 상상한 작품인듯? 이야기를 좀 더 키워서 장편 SF로 쓰시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상상하나 저렇게 상상하나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고,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탐욕은 사회에 그늘을 만든다. 여기에서 자유와 의미있는 삶을 찾으려고 길을 떠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좀더 심도있게 확장해도 좋을 것 같다. 짧지만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상은 판타지가 가미된 4편의 작품이었고, 7편 중 마음이 더 가는 작품을 굳이 꼽으라 한다면 그 외 세 작품이다. 표제작인 <고사리의 생존법>은 핵인싸인 오빠와 아싸인 여동생의 현실남매 이야기가 웃음과 함께 찐한 감동도 준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아싸인 가영이만 눈물겨운 건 아니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춤과 노래와 환호를 받으며 사는 가람이도 웃음 이면에 깨물고 있는 울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둘이가 남매여서 참 다행이다.

<교집합의 바다>는 파국으로 끝날까봐 가장 맘졸이며 읽었던 작품이다. 연수와 소민이의 우정은 소민이의 비극적인 상황과 파고들지 못하고 겉도는 연수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거기에서 끝나나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보였고, 그 힘으로 일어서려 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자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충격적인 일을 당하고 자신을 용서할 수 없던 소민이가 끊을 수 없었던 일도 바로 자해였다. 혼자있는 아이들이 없게, 부모가 아닌 이들도 함께 살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부모라는 1차 벽이 무너져도 사회라는 2차 벽이 막아줄 수 있다면... 그리고 연수, 차별하고 상처주던 엄마에게 퍼붓고 나와 소민과 떠나는 여행... 그 길에 엄마한테 온 화해의 제스처에 독자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토끼 가족> 아빠, 엄마, 아들 모두 토끼는 게 특기라서 토끼가족?ㅎㅎ 아픈 상황 아픈 이야기지만 가족은 단단해져가는 중이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야기 첫머리에 아들은 실연을 당하는데, 그게 아무 일도 아니게 느껴질 상황들을 계속 맞이한다. 사람이 온실 속에서만 살면 안되는 이유가 그래서인가?^^ 그리고 결말에서 아들은 "앞만 보고 나가는 거북이는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혼자 해본다. 그건 "토끼가 졌다고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정말 소중한 걸 잃었다 찾게되면 남들이 안달복달하는 거에 초연해지게 된다. 경주 그까짓게 뭐냔 말이다. 남이 나보다 좀 잘나면 어떻고 앞서가면 좀 어때. 오늘의 내 걸음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작가들의 이력이 갈수록 다양해진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작가분 또한 패션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를 거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옷으로, 그림으로 하던 표현을 이제는 글로... 나도 무엇이든 한가지 표현의 도구를 갖고 싶지만 주어지지 않는데, 왜 어떤 분들은 그 도구를 몇개씩 한꺼번에 갖고 있는 거냐구! 음 하지만 감상을 하는 특권은 또 독자에게만 있는 거니까.... 재미있게 읽고 되도않는 말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유가 우리에겐 있다! 음 그리하여 재미있게 잘 읽고 위와같이 아무말 대잔치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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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국수 기계 사용 금지!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63
제이콥 크레이머 지음, K-파이 스틸 그림, 윤영 옮김 / 꿈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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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마을의 이야기로 인간세상을 풍자한 그림책이다. '민주주의'라는 직접적인 표현도 사용된다.

'행복마을'의 국수광코끼리와 친구들은 신기한 국수기계를 발명해서 마을에 기증했다. 좋은게 생기자 찾아오는 동물들이 많아졌고, 함께 행복해하는 동물들도 있었지만 싫어하는 동물들도 있었다. (이 부분에서 좀 찔림. 나라면 싫어하는 쪽이었을거 같아서)

국수광코끼리는 세계를 여행하러 잠시 마을을 떠났고, 오카피가 마을을 찾아왔다. (악역을 맡은 오카피. 오카피라는 동물도 있었어? 모르고 있던 동물종...;;; 검색해보니 아프리카 고원지대에 서식하며 멸종위기종이라고 한다.) 오카피는 국수기계를 탐낸다. 시장 또한 국수기계 때문에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동물들이 싫었던터라 오카피에게 큰 돈을 받고 팔아넘긴다. 모두의 소유였던 국수기계는 그렇게 개인소유가 되었다.

그때부터 모든 문제는 시작됐다. 오카피는 공장을 만들어 돈을 벌었고 버는 족족 마을의 모든 가게들을 사들여 마을의 상권을 한손에 쥐었다. 이제 주민들의 선택은 그의 공장에 취업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취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흔히 그렇듯 근로조건이 너무나 열악했다. 모든 것을 독점한 오카피의 횡포는 마을 동물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

멀리 외국에서 오카피 공장의 국수 상품을 접한 국수광코끼리는 불길한 예감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다시 만난 친구들은 오카피의 횡포와 시장의 부정에 대항하고 행복한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즉,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을까?

민주주의. 한계와 모순이 많은 인간이란 존재가 지킬 수 있는 최상의 체제이자 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체 상황으로 들어가면 어떤 것이 참다운 민주주의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바친 사람들이 늘그막에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방해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말 한마디로 쉽게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며, 성숙한 태도로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의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이건 각 개인에게 맡겨둘 수가 없는 문제이므로 적절한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억압에 순응하여 노예가 되길 거부하는 것이 출발이기도 하다. 앞서간 수많은 이들이 이를 위하여 피를 흘렸고 우리는 그 덕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의 완성은 아니다.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그 숙제를 제때제때 하지 않아 밀리면 사회는 새로운 문제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이것이 부족한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내가 느낀 약간의 아쉬움은 그것이다. 이제는 이 이상의 단계를 말해야 될 때가 아닐까. 하지만 얇은 그림책 한 권에 뭘 그렇게 많이 바래. 이정도만 보여 준것도 정말 훌륭하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권에서 보여주시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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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 여행사 1 - 신비한 사막 과일 찾기 투어 트러블 여행사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고마쓰 신야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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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다작하시는 작가님들이 많지만 일본의 이 작가님도 대단한 국수기계인 것 같다. 심지어 시리즈로 좔좔좔~ 시리즈가 대체 몇 개야? 전천당을 8권까지 읽고 말았는데 (이제쯤 끝내면 좋을 때가 된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읽기를 끝냈지만, 그 이후 새로운 힘을 회복해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중에 전천당도 11권까지 나왔다. 이분의 작품이 딱 내 취향인 건 아니지만 실로 대단하긴 하다.

<트러블 여행사>라는 새 시리즈의 1권을 읽었다. 전천당과 공통점이 있다. 주인장이 있고(전천당에선 부인이었고 여기선 할아버지) 그 주인장이 운영하는 곳이 이야기의 센터이다.(전천당은 과자가게, 여기선 여행사!) 그리고 마법이 적용되는 판타지의 세계라는 점.

과자가게도 흥미로운 배경이지만 여행사는 더 매력적이다. 여행이라는 설정 자체가 설렘을 주니까. 여행사의 주인장 할아버지는 손님을 받아 미션과 함께 계약서를 작성하고 모험의 세계로 보낸다. 할아버지의 조수(?)인 투아라는 부엉이가 가이드 겸 동행한다. 이 부엉이는 이 시리즈의 중요한 조연으로 보인다. 마땅한 손님을 찾아서 여행사로 이끌어오는 역할도 맡고 있고, 모험의 여정에서도 필요할 때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야기의 흥미를 높인다. 이어지는 다음 편들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줄 것 같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는 구성도 전천당과 유사하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선 손님을 맞으려는 여행사의 주인장 할아버지가 등장하고, 이어서 본문에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몹시 목이 타 냉장고를 열었는데 못보던 주스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주인공 다이고는 망설일 것도 없이 남김없이 들이켜 버렸다. 다 마신 후에야 식탁에 놓인 엄마의 쪽지를 발견했다. 큰일났다! 같은 주스를 사러 작은 가게부터 큰 마트까지 뒤지던 중에 다이고는 부엉이에 이끌려 여행사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바로 모험의 시작인 것이지!

주스라는 작은 소재에 비해 여행의 스케일은 엄청 컸다. 거의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계약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모험에 휩쓸린 다이고는 처음엔 불평했지만 점차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며 주스의 원료인 낯선 과일들을 구하는 미션도 하나씩 성취해 나간다. 그리고 그 세계의 선과 악의 싸움에도 크게 일조하게 된다.

그 세계는 지구상에 없는 나라지만 인물들의 복장(터번 등), 이름(핫산 등), 자연환경(사막 등)이 서남아시아 지역을 연상시킨다. 아마도 다음 권에서는 또 다른 지역이 배경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작가는 아이들이 좋아할 흥미의 요소를 잘 알고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기술이 뛰어나신 것 같다. 이 시리즈가 잘 쓰여지면 전천당보다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 ‘트러블 여행사’의 다음 투어는 어떤 것일지 꼭 확인해 보고 싶다. 어떤 미션인지. 배경은 어디고 어떤 모험이 펼쳐지는지.

에필로그에선 원하는 걸 얻은 고객을 돌려보내고 혼자 남은 주인장의 모습이 나오는데, 내 취향으론 전천당의 아주머니보다 이 할아버지가 더 매력이 있다. 인간적(?)이고.ㅎㅎ 이렇게 해서 에필로그는 프롤로그와 딱 맞물리며 끝난다. 이야기꾼 작가가 즐겨쓰는 기술이다.

이왕 작품의 스케일을 키운 김에, 다음 편에서는 더욱 긴박하고 수준높은 판타지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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