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 지키는 아이 - 제8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작은걸음 큰걸음 20
김해우 지음, 이수진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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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꽤 된 역사동화를 우연히 손에 잡았다가 끝까지 읽었다. 어렵지 않아서 중학년도 무난히 읽을 수 있겠다. 내가 단숨에 읽은 건 쉽고 짧다는 이유보다도 인물에 대한 호감 때문이다. 그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작가가 창조한 '솔개'라는 노비 아이에게 정이 갔다. 그럼 저절로 결말까지 가게 된다. 응원하면서. 


이 책은 역사동화면서도 역사 속의 특정 인물이나 특정 사건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대배경은 잘 반영하고 있다. 노비가 물건과 같이 취급되던 신분제 사회. 하지만 돈으로 양반을 살수도 있었듯 조금씩 균열이 나기 시작한 조선 후기 사회. 천주학을 믿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거나 귀양을 가던 시대. 


그시대에 최진사라는 양반댁의 시종인 '솔개'라는 아이가 겪는 아픔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아픔이 무척 컸지만 희망도 그 못지않게 커서 전반적으로 어둡기보다는 밝은 느낌이다. 


솔개가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설사병 있는 주인양반의 뒷간 시중을 드는 장면으로 시작되니 <뒷간 지키는 아이' 라는 제목이 딱 적절하다. 아이들에게 제목에 대한 질문으로 동기유발을 하는 것도 좋겠다. 계속 읽어보면 뒷간 시중은 시작에 불과하다. 주인의 물건에 불과한 노비의 삶은 고달프고 파리목숨이다. 인간 축에 들지 않으니 당연히 인권도 없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양반도령(최진사 아들) 성학과 노비 솔개의 대비다. 성학은 공부를 지독하게 싫어하고 아무리 가르쳐도 까먹는데 비해 솔개는 마당쓸며 주워들었어도 줄줄 외운다. 성학은 책이라면 원수같지만 솔개는 책 한 권 갖는 것이 소원이다. 성학이 마음을 뺏긴 건 풍물패의 공연이다. 집안 어른들에게 경을 칠 일이니 솔개를 앞세워 몰래 구경을 다닌다. 이 대목을 보니 양반도 꼭 좋지만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학은 요즘으로 치면 연예인의 끼를 가진 거겠지. 밴드를 하든 래퍼를 하든 자신의 소질을 살려서 뭐든 하면 되는데. 양반이라는 위신 때문에 죽도록 싫은 글만 읽어야 했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지만 재능과 취향이 무시당하는 건 기본이고 양반의 잘못까지 뒤집어써야 하는 솔개의 삶은 더욱 비참하다. 성학의 으름장 때문에 동행한 일도 결국 솔개의 책임이 되고, 이런 일로 솔개는 매타작을 여러번 당했다. 침모인 엄마는 마님의 친정에서 남편과 생이별을 당해 이곳에 와있고, 아버지가 병에 걸려 약도 못쓰고 죽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등, 노비로 사는 삶의 서러움이 절절하게 표현된다. 결국 솔개는 다른 사람의 손에 팔려 엄마랑 눈물의 생이별을 하게 되는데.... 


거기서부터가 반전의 출발이라는 게 이 책의 밝은 면! 그 희망의 복선은 이미 깔려 있었다. 그게 희망의 복선일지 파멸의 복선일지 아슬아슬했지만 결국 이 책은 희망을 선택했다. 


신분제도와 그 문제점을 살펴보기에 가장 쉽고 드라마틱한 참고도서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대화에서 많이 강조되었듯, 불평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도 좋다. 기회가 흔히 오진 않지만 안올거라고 지레 포기하면 안 되는 거니까. 명심보감 구절들을 메시지와 잘 연결시킨 점도 좋다. 고전읽기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그말엔 동의하지 않지만 이렇게 녹여낸 고전으로 접해보고 관심이 가면 계속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렇게 역사동화 목록에 한권이 더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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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편지 소동 노란 잠수함 12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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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자마자 샀다. 이유는 단 한가지 송미경 작가님 책이라서다. 내겐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작가라서. 한때는 원픽이기도 했었다. <돌 씹어먹는 아이>가 나왔을 무렵.

아 근데 이 책은 뭔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찬사를 보내자니 그렇게까지 재미가 있진 않았다. 그 이유가 내게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인물인식장애(?)'가 있어서.... 이름만 가지고는 여러 등장인물의 특성이나 관계가 잘 파악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책은 비밀편지 보내기(마니또)가 주된 소재이니 편지를 주고받는 관계가 그물망인 것. 이름들도 특이하지 않고 다들 평범했다. 더더욱 헷갈렸다.ㅎㅎ

사실 그걸 정확히 파악하면서 읽는게 중요한 것은 아닐거다. 하지만 성질머리 때문인지... 명확히 모르겠으면서 그냥 책장을 넘기니 뒤로 갈수록 재미가 떨어졌다. 결국 종이 한장을 꺼내놓고 관계도를 그려보고야 '아하~ 요런 관계였구나' 하면서 눈에 잘 들어왔다.

그려놓고 보니 아이들이 총 7명밖에 안나오는게 아닌가. 아니 그정도를 헷갈려하다니 이건 누구의 문제인가. (네 당근 저겠죠ㅎㅎ) 차례를 보면 요일별 총 7장의 구성에 아이들이 한명씩 그려져 있다. 처음엔 무심코 넘겨서 몰랐다. 이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뽑아 비밀편지 놀이를 하는 일주일간의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각 편지들이 본문과 다른 손글씨체로 예쁜 편지지에 쓰여져 있어서 특별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그 편지를 받아 읽는 아이들의 마음도 잘 표현되어 있다. 두근두근 설렘, 기쁨과 행복, 또는 실망과 서운함, 궁금함과 기대....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걸 해보자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오려나? 마니또는 대부분 찬성한다. 하지만 편지라면 찬성율이 많이 내려갈 것 같다. 쓰는 거라면 질색인 아이들이 많아서. 더구나 손글씨라면 더더욱...
어린시절의 나라면 어땠을까? 대찬성이었을 거다. 관계에 소극적이었던 건 그때도 마찬가지지만 편지 쓰는 건 정말 좋아했다. 편지를 쓰는 자체도 즐겁지만 보내놓고 살피고 기다리는 과정, 내게 온 편지를 뜯을 때의 기쁨 등등이 모두 행복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가? 노노~ 절대 아니다. 지금은 편지를 쓰는 작업도 작업이지만 그 사이를 채우는 세밀한 감정들이 피곤해서 저런거 하라면 싫을 것 같다. 설렘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신경쓰이는 건 다 질색.ㅋㅋㅋ

아이들도 이런 마인드라면 이 책을 공감하며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내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나도 몇가지 좋은 느낌 포인트가 있긴 했다. 첫째, 찬영이 편지의 반전! 이런 편지도 때로는 필요한 것 같다. 편지를 읽으며 뭔가 너무하다 싶었는데 결말에 가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둘째, 감정의 방향과 크기가 원하던 것과 달라도 인정하고 모두 우정의 범주로 넣을 수 있는 아이들의 긍정적이고 쿨한 모습이다. 승자에게 준비한 선생님의 선물을 받을 친구를 열렬히 추천하는 모습도 그랬다. 얘네들 교실엔 싸움 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운이 좋았다. 아무 생각없이 샀는데 작가의 싸인본이 도착했다. '나의 비밀 친구에게♡' 라고 되어있다. 그 글자에 눈이 머무른다. 그래, 나이드니 편지에 대한 선호는 하락했지만 친구가 필요한 건 여전하다. 이 책을 읽는 나의 교실 아이들에게도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된다는게 그렇게 유별나고 힘든 일이 아니었음 좋겠다. 너무 많이 바라지 말고 조금 준 마음에도 고마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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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기를 찾습니다 사계절 아동문고 102
이금이 지음, 김정은 그림 / 사계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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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한 생각들을 보통사람들은 그냥 넘기지만 작가들은 그것을 확장시켜 작품으로 만든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생각은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해 본다면"이다. 나도 그래본 적이 있을까? 무슨 이유로?^^

작가님은 인터넷에서 이런 초등학교 숙제를 발견하셨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과 가상 인터뷰하기' 난 이런 숙제 처음 보는데.^^;;; 아마도 필수보단 선택과제 아니었을까? 당장 나만해도 살면서 내 이름 가진 사람을 보질 못했거든.ㅎㅎ 하긴 우리반 아이들 이름 중엔 축구선수도 있고 가수도 있고 배우도 있긴 하다. 어쨌든 작가님은 이 발견을 계기로 '차대기'란 이름을 떠올리셨는데, 그 이름을 검색창에 쳤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아시게 됐다. 이리하여 이야기는 점점 살이 붙고 틀이 잡혀 갔다.

이 책에 그 숙제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이름을 검색하는 게 유행이 된 학급의 이야기가 나온다. 검색을 통해 나온 인물에 자신 혹은 친구를 동일시 시키며 노는 것이다. 주인공 차대기를 검색하면 인물은 안 나오고 '자루나 포대의 전라도 사투리'라는 뜻만 나온다. 차대기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숨죽이며 지낸다. '똥자루'라는 옛 별명이 부활할까봐 두려워서다. 몰래 좋아하는 짝꿍 윤서가 있기에 더더욱.

이름, 검색, 별명 등의 소재를 지나 이야기는 길고양이 밥을 주며 친해지는 대기와 윤서의 관계로 나아간다. 윤서는 버려진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고, 대기가 이 일에 동참하면서 둘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몰래 좋아하던 대기에게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을것. 외모나 능력 인성 뭐하나 빠지지 않는 윤서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대기 또한 스스로에게 있는 많은 구멍을 인식하고 있는 아이. 그러나 둘이 함께 하며 벌이는 일들은 꽤 흐뭇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그러면서 똥자루 차대기는 별명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을 키워간다.

그 이야기들 안에 반려동물, SNS, 유튜버 등 요즘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다양한 소재가 나온다. 마지막장에서 해가 바뀌었다. 대기는 6학년이 되었고 윤서와는 다른반이 되었고 윤서와의 관계는 진전없이 멀어졌다. 그리고 코로나! 개학이 한없이 미뤄지던 작년 초반의 일들이 배경으로 나온다. 대기가 마스크를 쓰고, 윤서와 만나던 공원으로 뛰어가는 봄날의 장면이 마지막이다. 이제 차대기를 검색하면 뜨는 인물이 있다. 바로 대기 본인이다. 그렇지. 자기 이름의 가치는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주인공들과 같은 학년인 5학년에 가장 적합하겠다. 마지막장엔 6학년이 되어 있으니 6학년도 괜찮을 것 같다. 일상의 사소한 생각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공감할 만한 많은 소재들을 품으며 잔잔하게 전개되다 흐뭇하게, 약간 설레게 끝난다. 가장 흐뭇한 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대기의 내면적 성장이다. 보이지 않아도 가장 어렵고 극적인 것. 그 과정이 재미나게 읽을만한 책으로 담긴 미더운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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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푸른숲 작은 나무 10
유은실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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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나온 책이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나왔다. 아이들한테는 '옛날책'인 셈이다. 그당시 이책은 중학년 권장도서로 많이 올라와 있었다. 나도 그때 읽었다. 그런데 큰 감흥이 없었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이번 여름에 작가님의 줌강의를 들은 김에 빠진 것을 채우는 느낌으로 다시 읽어봤다. 


아니, 왜 이 책을 흘려 읽었지? 지금 읽으니 훨씬 더 재미있다. 윤이네 집의 형편이 상상이 가고, 할머니의 존재가 너무 든든하고 흐뭇하고, 할머니의 수수께끼가 너무 궁금하고,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알듯말듯하고 그랬다. 유은실 작가님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책은 이럴 때~' '이 책은 이런 아이에게~' 할 수 있을만큼 주제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게 작가님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주제 여깄소~" 하는 책 중에도 좋은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공은 이런 책에서 더 느껴진다. 


인물들의 설정도 찰지고 흥미롭다. 어른이 보는 관점인지도 모르지만. 엄마는 능력있는 웨딩플래너이고 아빠는 공무원시험에 붙은지 얼마 안됐다. 주말에도 바쁜 엄마는 집안일엔 거의 손을 안대고 그나마 아빠가 살림을 많이 맡아 했다. 하지만 이제 아빠도 바빠졌으니. 집에 도우미 할머니가 들어오시게 됐다. 


방을 하나 차지하는 입주도우미는 솔직히 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이야기는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기분이 좋으면 입을 가리는 습관이 있는 아빠가 자꾸 입을 가리는 것도 너무 웃기고, 오신 다음날 아침 12찬 정식을 한시간만에 뚝딱 차려내는 장면에선 상상을 하지 않고는 못배긴다. 오와, 무슨 반찬이 있었을까. 나도 그 상 앞에 앉아보고 싶다.ㅎㅎ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은 할머니의 신비로움(?)이다. 신비롭다고 하기엔 우락부락하시지만 뭐라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 할머니의 입버릇은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인데, 첫날부터 내 물건 뒤지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하셨고, 자기 방에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도 하셨다. 그런데 할머니는 놀라운 점이 너무 많아. 그러니 윤이와 독자는 궁금할 수밖에.... 


할머니의 존재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져가는 집을 보니 우리 집에 며칠만 모시고 싶다.ㅎㅎ 그렇게 무뚝뚝하게 일만 잘하시던 할머니는 엄마아빠가 늦는 날 윤이와 밤하늘을 보며 옛이야기도 한다. 할머니의 옛이야기 해석은 특이하고 새롭다. 마고할미만 빼고... 윤이는 할머니가 마고할미라 확신하지만 할머니는 모른다고 딱 잡아뗀다. 


할머니는 오래 계시지 않았다. 남은 기간 수고비와 편지를 남겨놓고 사라졌다. 삐뚤빼뚤 글씨체와 "그동안 고마워씀니다" 하는 말투에선 그냥 보통의 할머니가 느껴지는데 대체 할머니의 정체는 뭘까? 왜 떠나셨을까? 그걸 맘대로 생각할 수 있는게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아이들에게 양가 조부모님들의 존재는 마고할미에 버금간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키우고 챙기고 언제나 집을 지키고 온기를 채워주셨다. 외할아버지는 박식하시고 달변이시라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한자를 가르쳐주셨고 야구를 같이 응원하셨다. 할머니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예뻐해주시고 편들어 주셨다. 조부모님들의 존재는 이토록 튼튼한 울타리였다. 세대가 바뀌어간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외로운 노인들은 늘어가지만 자의든 타의든 사랑을 쏟을 대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지만 그 배경은 나의 경험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배경을 토대로 이 작품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옛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의 젖줄임을 다시한번 확인하며 그 무한한 가능성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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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을 찾아라 - 2022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1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1 소년한국 우수어린이도서, 2021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초등 2학년 2학기 통합 인물 교과서 수록 바람그림책 114
김진 지음, 정지윤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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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시작되는 시기에 출간되었기에 한글날에 맞춰 나온 건가 싶었다. 그래서 내용 또한 한글 창제를 다루었으리라 예상했다. 이 책이 과연 한글창제에 대한 것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한글의 우수성이나 창제의 원리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아예 한글 창제의 과정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한글'이라는 낱말 자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렇기도 하다'는 걸까? 마지막까지 가야 알 수 있다. 마지막장 마지막 문장. 거기에 한글창제의 정신이 담겨있다. 이 책은 장차 큰 나무가 될 씨앗이 아직 싹이 트기 전, 무한한 미래를 품은 작고 딱딱한 씨앗인 모습에서 끝이 난다. 이런 관점은 또 처음이다. 매력적이고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제목 그대로, 사라진 세종대왕을 '찾는' 이야기였다. 처음 한번 휘리릭 읽어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두번째 볼 때는 보였다. 찬찬히 뜯어볼수록 재미난 책이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선 소장하고 놀이처럼 보고 또 봐도 좋을 것 같다. 


세종대왕이 '사라진' 덕분에 신하들은 이곳저곳 왕을 찾으러 돌아다녀야 했다. 하필 과거시험을 보는 날에 말이다. 찾아다니는 신하들을 찾아 독자들도 그시대의 여러곳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경복궁의 모습, 시전, 피맛길, 사대문 밖까지. 그리고 그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다. 글 작가 뿐 아니라 그림작가의 노고도 무척 크셨겠다고 짐작된다. 배경이나 복장, 물건들 하나하나까지 무심히 그릴 수는 없었을테니.... 덕분에 아이들이 볼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의 역사그림책이 되었다. 


예전에 유행했던 '월리를 찾아라'처럼 화면을 채운 많은 인물들 중 "임금님은 어디 계실까?" 놀이를 자녀들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난이도는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낮다. 하지만 표지와 앞면지 정도는 유심히 살펴봐야 찾아낼 수 있으니 발견하는 재미가 꽤 있을 것 같다. 책을 꼼꼼히 보는 연습도 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사라진 세종대왕의 '의도'를 짐작해보는 일이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될 것이다. 중요한 날 신하들을 속된 말로 '똥개 훈련' 시켜놓고 왜 미소를 지으시는 건지. 과거시험 문제에 담긴 의미와 배경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안에서 세종대왕의 고민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느낄 수 있다. 


한글창제를 그려낸 그림책들도 있으니 이 책을 먼저 읽은 후 연결해서 이어가면 좋겠다. 아주 중요한 위치와 역할을 맡아줄 이 책이 매우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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