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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사냥꾼이 간다 1 : 요괴마을 - 제9회 스토리킹 수상작 ㅣ 비룡소 스토리킹 시리즈
천능금 지음, 전명진 그림 / 비룡소 / 2021년 9월
평점 :
어린이들의 열화같은 성원을 받을만하고, 구석구석까지 정말 잘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의 취향이 아니라는 점 하나가 문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었다. 비룡소 스토리킹 수상작들은 대부분 후속작들이 이어지곤 했다. 이 책도 그러겠다. 아예 1편이라고 표시해 놓아서 다음편이 나올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귀신, 요괴, 차사, 염라대왕 등은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는 소재인데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과 함께’ 같은 영화를 안 보았나? (꼭 그래서는 아니고....^^) 우리 주변에 저승에 가지 못한 귀신이 있다거나, 그걸 물리치는 요괴가 있다거나 하는 상상이 별로 유쾌하지 않다. 이 책처럼 우리 주변의 어떤 인물들이 사실은 요괴라거나 하는 상상도.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이 책에서는 그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다는 설정을 해놓음)
단지 이것 뿐이라거나 귀신 이야기라 분위기가 엽기적이고 기괴하기만 하다거나 했으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다. 기괴한 면도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귀신 이야기라는 틀 안에 인생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담겨있다고 할까. 공포감은 그리 크지 않다. 대신에 애틋함, 안타까움, 응원과 기대 등이 자리를 채운다. 어린이 독자들도 눈이 높다. 무섭고 자극적이기만 한 이야기였다면 뽑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적절한 복선으로 흥미를 유지하고, 뒤따르는 반전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서사 능력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인 것 같다. 원래 천계의 소속인 귀신 사냥꾼 해주와 월주 남매, 인간계의 태주와 태희 형제. 이들의 사연이 이야기의 두 축이다. 태주가 화자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해주에게로 넘어간다.
그 사이에 인간들을 공략하려는 귀신들의 의도과 술수, 거기에 넘어가는 인간의 욕망과 약점을 보여주는 부분도 꽤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리고 위에 말한 남매와 형제의 이야기에는 먹먹한 감동도 있다. 휘몰아치는 이야기에는 긴장감도 가득하다.
행복이 무엇인지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평안과 장수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 그렇지만 그래도 그걸 바라고파.) 떠날 것은 떠나야 하고 남을 것은 남아야 하고. 이런 말을 하는데 왜 슬프지.... 질서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어진 대로 사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는 것 같고 나도 그 생각엔 동의한다. 이승 너머의 세상에 대해서는 각자 상상이 다를 것이지만, 공통된 생각은 이승이 짧다는 것. 이 짧은 삶 안에 희노애락은 왜 이토록 넘치게 들어있는 걸까. 그러니 태주, 태희 형제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거겠지.
여기까지만 쓰겠다. 나는 책 내용과 함께 리뷰를 쓰는 스타일이어서 거의 모든 리뷰에 스포를 하는 편인데, 오늘은 안했다. (안한 거 맞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