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홍홍 홍콩 할매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조영서 지음, 김영수 그림 / 우리학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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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 이유는 안무섭기 때문이다(?)ㅎㅎㅎ 무서우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까. 공포의 대상은 홍콩할매귀신이다.

 

세상엔 다양한 공포물이 있다. 그중에 어떤게 가장 무서울까? 좀비? 구미호? 드라큘라? 강시?..... 상상력이 부족하고 무미건조한 나의 시각에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인간이다. 다른 게 무서워 봤자지 뭐. 하지만 공포물을 즐기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렇지 않겠지. 이 책의 주인공 아이 마리지처럼 말이다.

 

리지는 공포물 읽는 걸 너무 좋아한다. 존경하는 작가는 오삭한씨다. 그는 벌써 <오싹오싹 공포 책꽂이 시리즈>99권이나 썼다. 리지는 그걸 모두 읽고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리는 광팬이다. 드디어 100권째가 나왔다. 바로 홍콩할매의 피 흘리는 저주’!!

 

홍콩할매? 공포물 매니아인 리지도 처음 접하는 귀신이다. 나도 그렇다. 어디서 들어는 봤는데... 요즘 애들 사이에 유행인가? 검색해봤다. 에잉? 내가 교사가 되기도 전 옛날고래짝에 한때 유행했던 귀신이구나. 검색 내용은 이러하다.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하던 할머니가 홍콩으로 여행을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자기 고양이를 집에 놓아둘 수가 없어서 가방 안에 몰래 넣어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하고, 이 할머니와 고양이의 영혼이 충격으로 합쳐졌다고 한다. 이후에 이 할머니는 홍콩할매귀신이 되어 밤중에 아이들을 습격한다고 하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손톱과 발톱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이 귀신은 수미터를 뛰어오를 정도로 높은 도약력과 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본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를 보여주며 아이들을 살해한다는 내용의 괴담이다.

 

오래가진 않았어도 한때 널리 퍼졌던 내용 같은데 왜 난 몰랐지.... 하여간 작가님도 이 괴담의 내용을 그대로 작품에 반영하셨다. 고양이와 합체한 귀신이 되었다는 대목까지만.... 아이들을 해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무섭지 않지.ㅎㅎ 오히려 친근하고 재미있기만 하다.

 

이 책이 하려는 이야기는 괴담이 아니라 책 속 인물들의 생명력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들은 독자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라고 (홍콩할매의 경우 독자들이 무서워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써주길 바란다. 하지만 이 책에서 오삭한 작가는 99권을 쓰느라 지쳤는지 매너리즘에 빠졌는지 홍콩 할매 편을 성의없게 썼다. 결국 재미가 하나도 없었고, 리지와 친구들은 그걸 여과없이 말했고, 속상하고 화난 홍콩 할매는 아이들을 납치했다. 책 속으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 책의 큰 줄기다. 홍콩할매는 아이들을 쥐로 만들기도 하고 꽤나 괴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허당스러운 면도 많다. 그 어설픔과 아이들의 순수함이 만나자 아이들은 홍콩 할매를 이해한다. 그리고 힘껏 돕는다.

 

리지가 홍콩할매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 홍콩할매는 굽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지. 그런데 홍콩 할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어.

정말 고맙구나. 너희를 초대하기를 정말 잘한 거 같아. 너희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조심해서 돌아가렴.”

 

이제 아이들의 조언대로 홍콩할매 2탄이 나오면 된다. 거기서 할머니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마음껏 뽐낼 것이고 독자들은 숨죽이고 읽을 것이다. 아 그런데 이놈의 오삭한 작가가....ㅎㅎㅎ 혹시 이 책의 작가님이 2권을 준비하고 계신가 궁금하다. 나는 아니다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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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이오우 2022-01-06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탄 나올 것 같던데요?

기진맥진 2022-01-10 01:4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기쁜 소식이네요.^^
 
차일드 폴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10
이병승 지음, 박건웅 그림 / 서유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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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나왔던 초판은 읽어보지 못했다. 초판이 아주 많이 팔린 것 같진 않은데 개정판을 발간했다는 건 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아끼는 이들이 있다는 것과 여전히 시의적절하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읽어보니 내 생각에도 그냥 묻히긴 아까운 작품 같다.

개정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표지다. 내용과 걸맞는 색상과 이미지가 아주 인상적이다. 표지는 빨강 파랑의 원색을 사용했고 본문의 삽화들은 모두 판화 느낌의 흑백이다. 원색은 원색대로, 흑백은 흑백대로 강렬하다. 작품에 잘 맞는 느낌을 가진 그림작가와 만나는 것도 행운일 것이다.

작가명을 확인하기 전에는 외국의 작품인가 했다. '만리장성'이라는 중국집과 청와대 등의 배경, 우리말 이름 등만 빼면 외국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소재의 특별함 때문에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거겠지? 그 특별한 소재란 제목에서 나타난다. 차일드 폴. 폴은 Politics(정치). '각국의 대통령은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법을 말한다.

나중에 반전이 있긴 하지만 이 법의 탄생 배경은 일단 이렇다. 4년전 대재앙이 있었다.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친 환경재앙이었다. 각국의 정치지도자들은 대책회의에서 그들의 욕심 때문에 재앙이 닥친 것을 인정하고, 어린이만이 인류의 희망이라 생각해 이런 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평범한 12살 현웅이가 대통령이 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황당하고 순진한 설정이다. 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가까운 미래가 이제 시시각각 다가오는 비극인 것 같아 가볍게 읽을 수가 없다. 4년전의 대재앙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현웅이도 이때 엄마를 잃었다. 수많은 사람이 폭설에 갇혀 구조되지 못했고 겨울이 지나 시신들은 무더기로 드러났고 전염병이 창궐했다. 사회 안전망도 작동할 수 없는 아비규환. 둑이 무너지면 순식간에 다가올 일이 아닐까. 대재앙이 지나간 후에도 지구는 미세먼지와 유독성 비 등으로 인해 안전한 곳이 없고 위기는 곳곳에서 수시로 일어난다. 이런 세상에서 12살 현웅이는 대통령이 되었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어린이를 대통령으로 세웠다고 어린이들의 뜻대로 나라가 운영되는 건 아니었다. 현웅이의 옆에는 그림자처럼 경호팀장과 비서실장이 따라다녔다.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었고 현웅이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이들의 뜻대로 정치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여론?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껍질을 벗기고 벗기고 또 벗겨보면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 책에서도 맨 마지막에 나오는 이트, 빅 마우스라는 존재가 그것이다. 거대한 탐욕, 그걸 들여다보면 어이없도록 단순한 한글자. 돈이다. 돈이 생명이고 권력이다. 지금에 와서는 돈이 건강이고 돈이 안전이며 돈이 깨끗한 환경이기도 하다. 자기 발밑만 안전하면 되기 때문에 지구를 마구 파괴해도 아랑곳 않는 그 어리석은 탐욕.

어린 대통령들은 순수하고 단순하기에, 여기에 모종의 제동을 걸 수 있었다. 어찌보면 사고를 친 것이지. 그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지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그 안에는 가슴아픈 희생도 있고, 용기있는 결단도 있다. 결국에는 희망이 보이는 감격스러운 해피엔딩도 있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지만 꿈꾸어보고 싶은 엔딩.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권정생 선생님의 '랑랑별 때때롱'을 떠올렸다. 퍼즐조각처럼 딱 맞는 느낌이 든다. 짝꿍책으로 함께 읽히고 싶다. 랑랑별이 500년이나 들여 겨우 되돌아간 그 불편한 세상으로, 우리도 돌아갈 결단을 해야 할텐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다면 이 책의 발단에 나온 대재앙은 멀지않아 현실이 될 텐데 말이다.

요즘 정치판의 면면을 보면 답이 없는데, 이 위기감은 누구와 말하고 누구와 해결을 모색해야 할까. 작가가 던진 이 위기의식에 과연 누가 대답을 할까. 그 구심점이 되어줄 존재는 누구인가. 우리에겐 어린이 대통령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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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케 - 2022 인천미추홀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정도서 마루비 어린이 문학 7
노수미 지음, 김미진 그림 / 마루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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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이 말살된 어두운 면을 그리는 미래소설들은 작가가 상상한, 또 인류가 우려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 책이 보여주는 모습은 진로 설계를 인공지능에게 맡긴 세상이다. 제목인 ‘AI 디케’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미래소설들의 상상에 비해서 현실감은 좀 떨어졌다.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이런 세상이 올 거 같지는 않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작가가 그리는 미래 세상과 현실과의 연결고리 때문이었다. 미래의 모습에서 현실이 보였다고 할까. 그게 꽤나 섬뜩함을 주었다.

대한민국 현실에서의 무한 경쟁은 이 책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은 뇌지도와 뉴런을 분석하는 ‘디케 테스트’를 통해서 역량과 적성을 평가받고 A부터 Z까지의 등급을 부여받으며 그 등급에 적당한 직업까지 통보받는다. 부모들은 자녀의 등급을 높이는 일이라면 아까운 줄 모르고 쏟아붓는다. 돈이든 시간이든 말이다. 지금과 다른게 뭔가. 자녀를 위한 일이 자녀와의 소통, 공감, 함께 하는 질 높은 시간이 아니고 두뇌 개발에 좋다는 각종 기계와 프로그램이라면.

주인공 지오의 아빠도 그런 사람이다. 지오는 낡은 물건을 분해, 조립하고 고치는 일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인데 예비 테스트에서 X등급을 받는다. 가능한 직업은 남극에서 펭귄에게 먹이를 주는 일? 참을 수 없는 아빠는 아들의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이를 갈고, 그 욕심은 결국 더 큰 욕심을 가진 자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그 음모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독자들의 긴장감을 높인다. 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자신에 대한 기계적인 평가와 미래 설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그걸 거부하는 극소수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지오의 친구 나리와 나리 엄마가 그렇고, 지오 또한 이 모든 일을 겪으며 그편에 서게 된다. 아무리 뇌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유전자가 세밀하게 분석되는 세상이 온다 해도, 나의 인생은 내가 결정하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삽질의 연속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그 책임 또한 내가 지는 것이다.

나라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등급은 중간쯤 나오지 않을까? (착각인가ㅎㅎ) 그러면 적당히 무난한 직업이 주어지고 그걸 해내느라 하루하루 한치 앞만 보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인생이 절반 넘게 지나가버린.... 앗, 지금 내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 하여간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모험을 걸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시대에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불안이라는 안개에 휩싸여 진정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살아가듯이....

인류의 미래가 밝지는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나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어쩌니저쩌니 해도 세상은 좋아지고 발전해 왔다는 말에도 수긍은 한다. 지금 우리가 주체성이 상실되었다 해도 노예가 있고 신분사회였던 옛날만큼은 하겠는가? 그렇듯이 우리 미래도 지금보다 나아졌으면 한다. 이런 책을 읽고 그 경고에 귀를 기울이면,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세상은 나아질 수 있다고, 그런 믿음을 갖고 싶다.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가장 어려운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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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의 종이집 - 2022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1 KBBY 추천도서, 2021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2 문학나눔 선정도서 바람동시책 1
김개미 지음, 민승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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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가난한 직업 순위였던가? 그 비슷한 걸 발표한 걸 보았었다. 그때 고순위로 기억나는 직업이 바로 ‘시인’이다. 시 쓰는 걸로만 먹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레오 리오니는 <프레드릭>에서 시인(혹은 예술가)의 소중함을 얘기했지만, 먹고 사는 현실로 오면 결코 쉽지 않다.

김개미 시인 정도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미쳤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먹고사는지 마는지 니가 왜 궁금해?ㅋㅋㅋ 이분은 굉장히 다채롭게 시를 쓰신다. 첫시집 <어이 없는 놈>부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일단 제목이 특이했고, 시인의 이름은 더 특이했다. 거미라는 가수도 있긴 하지만 사람 이름이 개미가 뭔고? 시도 아주 재밌었다. 책을 머리맡에 놔두었더니 남편이 펼쳐보고는 킥킥 웃었다. "아니 이거 우리 아들 보고 쓴 시 아니야?ㅎㅎ" 이때부터 이 시인은 참 특별했었다.

이후, 나오는 시집마다 색다른 개성을 보여주더니 이번 시집은 글쎄, 화자가 있는 시집이었다. 그것도 첫사랑을 하는 소년이 소녀를 향한 마음을 노래한 시. 그게 전부였다. 다른 건 없었다.

'소나기'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그런 풍은 아니고, 그냥 철없고 귀여운 아이의 마음 속에 들어온 여자친구의 이야기다. 소년의 이름은 진규고 소녀의 이름은 티나다. 다문화가정의 아이인 것 같다. 태어나기 전부터 한국에 살았다고 시에 나온다.

시에 못담은 내용은 그림이 말해준다. 표지도 몹시 아름다운 이 시집은 그림도 큰 역할을 한다. 지각대장 진규는 오늘 아침도 학교를 향해 달린다. 그러다 어떤 아줌마와 정통으로 부딪쳤는데 아줌마가 들고 있던 봉투를 놓쳐 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규는 그걸 열심히 주워 담고 꾸벅 인사를 하고, 아줌마는 화내지 않으신다. 그리고 그딸은 달려와 귤 한개를 건넨다.

그게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 아이, 티나는 그날 진규네 반으로 전학왔다. 생김새가 좀 다르지만 밝고 쾌활하고 진규를 '착한 애'라고 말해주는 긍정적인 아이. 진규의 마음은 그날부터 시로 표현된다. 표제작인 '티나의 종이집'은 미술시간에 티나가 만든 집이다.
"아무도 못 보는 투명하고 작고 자유로운 우리는
우리가 가는 곳이 어딘지 모른다.
얼마나 멋질지 모른다."

두근두근한 마음, 애틋한 마음 뿐 아니라 앞에서 계단 올라가다 방귀 뀌어 창피했던 얘기, 선생님놀이, 병원놀이를 하며 같이 놀았던 얘기, 언제 어디서나 떠오르는 티나에 대한 생각들을 시로 표현했다. 예쁘고 귀엽고 따뜻하다.

본래 사랑은 아름답고 따뜻하다. 안그럴 수가 없는거 아닌가? 하지만 요즘 애들 연애질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서, 우리 교실에선 좀 안그러길 내심 바란다. 눈살 찌푸려지는 꼴이 많다고 말하는 나에게 돌을 던지려면 던져라. 나는 거짓말과 미화를 못하는 것 뿐이니까. 나는 사랑이라면 이 소년의 마음 같을거라 생각한다. 조심스럽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고. 반대의 경우에 대해선 말을 아끼겠다. 그 감정을 즐기기 위해서 하는 연애, 까발리고 자랑질하는 연애, 주변을 피곤하게 하고 상처주는 연애는 내가 보기엔 사랑 아니다. 그냥 감정의 장난질 정도?

아이들이 이 시집을 읽으며 빙그레 웃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기 안의 감정을, 그 대상을 더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뭘 바라지 않았음 좋겠다. 함께 민들레를 바라보는 이 아이들처럼.

이 책이 '바람 동시책' 1권이다. 계속 나온다는 뜻이겠네? 우와~ 시집들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2권은 뭘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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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면 큰곰자리 60
성현정 지음, 혜란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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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꽤 있다는 걸 미리 밝힙니다)

판타지인데 슬픈 판타지라고 해야 하나.... 슬프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되는 서러움과 아픔까지 느껴지는 세 편의 단편집이다. 비룡소 문학상을 받았던 작가의 첫 책 『두배로 카메라』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인생의 아픔에 직면해 보았거나 직면할 용기가 있는 아이들이 좋아할 책일 것 같다. 나는 나이가 들었으면서도 그렇지 못한지, 이 책의 분위기와 느낌이 부담스러웠다. 이런 내게 이 책의 메시지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퉁이를 돌아라. 두려워하지 말고. 그리고 똑바로 바라봐라.

직면. 그렇다. 이 책의 주제를 두 글자로 뽑으라면 나는 그렇게 말하겠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우리가 직면을 못하기에 작가는 판타지의 장치까지 동원해서 직면을 시킨 것이 아닐까. 결국 결말에는 살아야 할 현실로 돌아온다.

첫 작품, 표제작인 연우 이야기에서는 연우는 관계 권력을 가진 현아라는 친구에게 맥없이 끌려다닌다. 현아의 취향에 끌려다니고 본인에겐 의미없는 일에 시간까지 쏟아야 한다. 이게 아닌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다. 그러던 중 만난 ‘유령빌라’ 에서의 지상이. 지상이는 자신의 꿈을 소중히 여기고 당당한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스로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지 말 것을 알려주고, 끌려다니기보다 외톨이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도 주었다. 하지만 다시 만나려 지상이를 찾았을 때, 현실에는 지상이가 없었다. 연우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상이를 다시 만나게 될까?

두 번째 작품 「꿈 장난꾼」의 판타지는 초반에 좀 어리둥절했다. 읽다보니 ‘꿈 장난꾼’이라는 존재가 나온다. 아이들을 꿈 속에 영원히 가둬놓는 존재. 그 꿈은 행복한 꿈이다. 끔찍한 현실에 처한 견우와 미로가 이 존재의 덫에 걸려들었다.
“이걸 먹으렴. 그럼 넌 끔찍한 현실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꿈 장난꾼의 유혹이다. 이 세상에 이 존재가 있다면, 이 유혹에 넘어갈, 넘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미로가 그랬듯이.... 하지만 견우는 거부한다. 돌아온 현실 속에 견우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교통사고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때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 그 아픔을 안고 견우는 이제 긴 삶을 살아가야 한다.

세 번째 작품 「내일의 오늘」은 미래소설 같다. 냉동인간과 타임머신이 나온다. SF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별로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중점이 다른 곳에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화자인 시우는 33년 후의 세계에서 깨어났다. 급성 불치병으로 냉동인간이 되었었기 때문이다. 자식을 떠나보낼 수 없었던 부모님은 냉동인간을 선택했지만, 혼자서 흐르는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 세상에서 깨어난 시우는.... 엄마는 할머니가, 동생은 아줌마가 되어있는 모습 속에서 혼자 아이로 남아있는 기분은.... 시우에게 선택의 갈림길이 놓여있다. 뛰어넘은 미래 세상을 오늘로 여기고 살아갈 것인가,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오늘을 살 것인가.

나는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를 싫어한다. SF에서 타임머신이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그 모순성 때문에 몰입이 안돼서 별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타임머신은.... 실제로는 타임머신이 아니었다. 왠지 다행이라 느껴지는 이 마음은? 작품에 실망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인지도.... 결국 실망하지 않았다.^^ 시우의 선택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리뷰를 쓰며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니 읽으면서 들었던 그 서러운 느낌이 좀 가라앉는 기분이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서럽고 아픈 게 인생이지만 광풍을 견디면 조금은 가라앉는다. 그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직면’ 이라고 생각한다.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타날지 너무 두려워. 돌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돌아야 할 차례라면 빨리 돌 것. 그리고 봐 버려. 그게 훨씬 나아. 그게 꼭 나쁜 것이라는 법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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