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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노래 ㅣ 큰 스푼
신현수 지음, 채원경 그림 / 스푼북 / 2019년 4월
평점 :
몇년전 겨울방학때 학교도서관에 틀어박혀 주제별 도서목록을 만든 적이 있다.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었고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방학을 꼬박 바쳐 그런 일을 왜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젊어서? 말이 되긴 하네. 지금이라면 못할거 같으니까.^^
그렇게 시간을 들인 그 목록은 아주 잠깐만 유용했다. 딱 그 학교에서 남은 기간만큼만. 그 학교 도서관의 책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 학교 옮기고 보니 거의 쓸모가 없었다. 게다가 세월은 왜이렇게 빠르게 지나는지. 그때 괜찮았던 책이 금방 구닥다리가 되고(심지어 절판되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책들은 계속 나오고.... 그러다보니 갱신도 포기하고 그냥 묻혀버리게 되었다. 몇개의 목록만 가끔 다시 살펴본다. 그중의 하나가 역사동화다.
그 목록을 어제 다시 살펴봤다. 그새 또 절판된 책들이 있었고 새로 나온 책들이 있었다. 50권짜리 목록이었는데 60권짜리로 갱신했다. 물론 목록에 없는 책도 많다. 샅샅이 찾으면 100권 목록도 만들 수 있겠구나 싶다.
목록을 다시 본 이유는 친한샘들이 새해 6학년을 하실거라는 제보에 따라... 6학년에는 현대사 단원이 있다. 목록에 시대표시를 해놓고 보면 현대사는 많지 않다. 조선과 일제강점기가 가장 많은 것 같고, 현대사에선 6.25전쟁이 가장 많고, 다음이 5.18민주화운동, 제주4.3사건 순서로 있다. 5.18말고는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이 더 없을까? 현대사에서 민주정치 단원으로 이어지니 그런 책을 읽는 것도 좋을 텐데... 생각하다가 한 권을 더 발견했다. 4.19를 다룬 역사동화였다. 바로 이 책 <4월의 노래>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 책의 장단점을 간단히 말해보겠다. 동화지만 픽션의 느낌이 적고, 그래서인지 아주 재밌진 않다. 가슴을 부여잡는 서사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맛을 위해서 역사드라마의 작가들은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허구의 인물과 상황을 집어넣지 않던가. 이 책은 그런걸 빼고 최대한 담백하게 썼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이 실존인물인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시대에 있었을 법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수송국민학교에 다니는 주인공 승호와 그 친구들. 마산에 사는 승호의 친척들과 사촌. 실존했던 인물들도 거론된다. 이승만, 이기붕, 김주열.... 3.15 부정선거로 술렁이는 어른들, 제사 때문에 마산 친척집에 갔을 때 들었던 김주열 열사의 실종 사건, 그리고 4.19, 하교길에 총에 맞아 숨진 옆집 형,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마세요!"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수송국민학교 학생들. 이런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현대사 수업을 하다보면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의 밑거름으로 그때의 희생이 있었다고 알려주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말이 실감날 것 같다.
이런 피의 희생이 있었다고 유토피아가 오진 않는다. 지금 꼬라지를 봐...ㅠㅠ 여기를 다져 놓으면 저기가 허물어지고 여기를 단장해 놓으면 저기가 썩어들어가는게 인간세상이던가.... 하지만 그때로 돌아갈래? 라고 묻는다면 그러겠다고 할 사람 있을까?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가치는 퇴색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다만 그 희생을 감히 내 입에 담으면서 깝치지는 말자. 내 일이나 똑땍이 양심적으로 하자고. 사회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꼭 모아야 할 때는 모으면서. 그래야 역사는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