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집 이야기와 놀 궁리 4
남찬숙 지음, 백두리 그림 / 놀궁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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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찬숙 작가님 첫 책 <괴상한 녀석>이 2000년에 출판된 걸 보니 내가 작가님의 책을 읽은지 20년이 넘게 지났구나.... 아이들 책을 읽으며 독서지도를 고민하던 초기에 이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했었다. 괴상한 녀석도 그렇고 <니가 어때서 그카노>, <받은 편지함> 등.... 요즘도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작품 발표를 하시는데, 눈에 띄면 꼭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은 작년(2021년)에 나왔다.

남찬숙 작가님의 작품들에는 대부분 주인공 아이의 가정사와 친구 관계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상황이 너무 극단적이지도 않고 개연성이 있으면서도 해결이 궁금해 빠져서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서사를 참 흥미롭고도 자연스럽게 하신다는 느낌이 든다. 극단적인 악역은 없고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이해가 가서 인간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장점이 있다고 할까? 그 삶의 맥락을 고려해서 들여다보면 이해 못할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돌이키지 못할 상황까지 악화되지 않으려면 적절한 타이밍과 처신은 중요하다. 한없이 남의 이해만 기대할 수는 없다.

이 책의 주인공 하나는 지금 두 가지 갈등 상황에 빠져있다. 일단 표면에 드러난 것은 카톡에서 친구 수민이에게 욕을 퍼부어 학폭 문전까지 간 일이다. 엄마가 싹싹 빌어 겨우 모면했지만 수민이 엄마 측의 요구로 공개사과를 해야 했다. 남찬숙 작가님의 책에서는 미운 사람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데 이 엄마는 진짜 싫었다. 공개 사과라니.... 아이들의 심리를 그렇게도 모르나. 그런다고 자식 주변의 관계가 좋아질 거라 생각하나. 수민이가 엄마보다 훨씬 나아서 그나마 다행. 이 엄마가 자식의 성적에만 집착하고 자율성을 주지 않는 것도 모종의 배경이 있긴 했는데, 난 그런 것까지 이해해주고 싶진 않다. 자식의 성취로 자기 존재 의미를 찾고 싶은 일종의 이기심인 거니까. 당신 그거 나쁜 거야 당신 안의 동기를 돌아봐! 내가 주변인이라면 한마디 해주겠다. (말만 그렇지 못할 거면서...;;;)

위의 상황의 배경에는 하나의 가정사가 있다. 엄마와 자주 다투던 아빠가 가족들을 두고 시골에 내려가버린 일이다. 할머니 간호차 간다고 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학원을 운영하느라 바빠 늘 지쳐있고, 오빠와 하나는 알아서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다 이 사달이 났다. 수민이에게만 아빠 얘기를 했는데, 비밀을 지키기로 단단히 약속했는데,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아빠 얘기가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수민이가 퍼뜨렸다고 단정한 하나는 톡에서 평소 해보지도 못한 욕들을 퍼부었고, 그걸 수민이 엄마가 봤고, 학폭 운운은 그래서 생겼다. 결말에서야 알게 되지만 수민이는 결백했고 그렇다면 하나의 오해였으니 전적으로 하나의 잘못은 맞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안 된다. 하나의 분노와 슬픔과 수치심.... 모범생이고 학급회장이었던 정체성 모두를 던져버리고 등교거부를 시작한다. 뜻밖에도 난 이부분에 공감이 되었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성격 유형에 따라서 견디기 힘든 감정이 다르다는데 이런 면에서 하나와 나는 비슷한가보다. 어쨌든 이 상황은 그러잖아도 힘들게 버텨오던 하나 엄마에게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참다못한 엄마는 아빠를 소환한다. 아빠는 바로 올라왔다.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서는 걸 엄마는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아빠를 따라 시골로 내려온 하나가 며칠간 겪는 일들이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시골에서 보는 아빠의 모습은 서울의 아빠와 달랐다. 그런 모습이 또 하나의 분노를 자극했다. 특히 이웃집 남매 정은, 정우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이.... 이 과정을 극복하고 정은이와 친구가 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괜찮았다. 감정이 꼬이는 지점도, 풀리는 지점도 공감할 수 있어서 자연스러웠다. 아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대목도 그랬다.

산불이라는 큰 사건이 이 책의 절정 부분이 된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말에는 황급히 달려온 엄마와 함께 하나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렇다면 뭐가 달라졌지? 이 가족은 여전히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건데. 이 부분에서 제목을 다시 보면 뭔가 느낌이 온다. <또 하나의 집>
“아무래도 내겐 또 하나의 집이 생긴 것 같다. 방학을 하면 그 집에 가 봐야 할 것 같다. 검둥이도 보고 싶고, 정은이와 정우도 보고 싶고, 불탄 산에서 다시 돋아난 풀도 보고 싶고, 우리 아빠도 보고 싶으니까.”

어른들도 흔들린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흔들림을 다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나는 그 어른들의 시간 속에서 이제 여유과 평안을 찾은 것 같다. 서울의 엄마 집과 시골의 아빠 집. 엄마의 하던 일과 아빠가 찾는 일. 그 사이의 간격은 아직 크지만 살면서 조율할 부분이 있겠지? 한 뼘 자란 하나는 이제 조급하지 않게 기다리며 자신의 삶을 가꿀 수 있을 것 같다.

흔들리는 부모들과 그 진동으로 더 크게 흔들리는 아이들이 갈등으로만 치닫지 말고 이렇게 중간에 잠깐씩 돌아볼 기회들이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행복할 자격이 있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의 삶에 짓눌려 질식하지 않도록, 부모는 자신들이 힘들더라도 자식이 숨쉴 수 있도록 조금씩의 틈을 열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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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 집에 가자 달고나 만화방
도단이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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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만화책들이 많다. 줄글책을 전혀 보지 않고 만화만 보는 게 아니라면, 가끔씩 ‘만화특집’ 독서를 기획하고 싶다. 여름방학 전 1학기 마지막주에 만화책 바구니를 구성해서 부담없고 즐거운 독서를 했었다. 읽기 집중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내용이 탄탄한 그래픽노블을 골라 읽었고, 편하고 즐겁게 읽고 싶은 아이들은 국내 만화가들의 창작만화를 골라 읽었다. 다음부터는 이 책도 바구니에 넣을 수 있겠다. 지난번 최고 인기만화는 남동윤 작가님의 귀신선생님 시리즈였는데, 이 책도 베스트5 안에는 들 것 같다. 아이들은 대부분 강아지를 아주 좋아하니까.

표지에 있는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단번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내용은 더 좋다. 170여 쪽의 제법 두툼한 분량에 반려동물에 대한 묵직한 생각들이 고루 담겼다. 생각은 묵직하나 내용은 재미있고 그 안에 든 감정도 풍부하다. 네모칸을 나누지 않고 세로 2단으로 그려나간 구성이 새롭다. 읽기도 편해서, 굳이 칸을 나눌 필요가 없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그려진 3~6쪽 정도로 1화가 구성되어 있고 총 33화까지 있다.

미노 아빠가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족의 협의하는 과정,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 등이 초반에 나온다. 결정된 이름은 제목에 나온 ‘심바’. 이 이름이 반가웠다. 나도 우리집 개 이름을 이렇게 짓고 싶었거든. 누렁이라 아기때 새끼 심바 느낌이 나서. 다른 이름에 밀려 그 이름은 채택되지 못했는데 이 책에 딱 나오다니! 이제 심바는 개를 키운 집들이 다 겪어본 그런 말썽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렇게 심바를 키우는 중에 미노 가족이 겪은 일들은 많은 정보와 시사점, 그리고 생각할 거리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개를 좋아하거나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성향도 존중할 것. 그렇기 때문에 특히 산책할 때는 견주의 주의가 많이 필요하다. 이른바 펫티켓에 대한 내용들이 적절히 들어있다. 강아지 공장의 어미개들과 유기견들의 비참한 현실도 엿볼 수 있고 안내견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주제들이 설명식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고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있다.

눈물이 울컥 나는 장면들도 있다.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똘이.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에게 똘이는 자식이자 친구였는데... 어느날 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시신을 옮기는 구급차를 쫓아가는 똘이....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똘이. 개의 기다림은 너무 슬퍼.

또 다른 개 막내. 길에 쓰러졌다가 유기견 보호센터로 들어온 콜리 종이다. 미노 엄마는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이 개에게 유독 마음이 쓰여 갈등한다. 드디어 결심하고 센터를 찾은 날, 콜리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안락사 기한이 다 되었는데 망설였던 자신을 책하며 눈물짓던 엄마에게 온 문자. 콜리는 과수원의 새 식구가 되었으며 막내라는 새 이름도 갖게 됐다는.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엄마는 그 과수원의 사과를 주문해서 먹고, 스치듯 마주치며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 다행스럽고 행복한 이야기였다.

마지막에 여러 마리 개들이 자기소개를 하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모두 버려진 개들인게 아닌가. 자기 소개 안에 버려진 이유가 들어있었던 것. 너무 활발해서, 털이 많이 빠져서, 너무 커져버려서, 짖어서...ㅠ 그리고 그 아이들은 기다린다. 버려졌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슬프다. 사람들은 선택한 생명에게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니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닌 것이다. 올여름에도 휴가지에 유기견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유기견의 개체수도 유행하는 종에 따라 변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뭐든 인간 취향대로, 인간 맘대로인 것이지. 내 안에도 그런 속성이 있다. 깊이 들여다볼 문제다.

반려인들, 예비 반려인들에게는 필수인 책이다. 만화라는 형식을 빌려 재미와 가독성을 높였고 내용과 주제의 묵직함은 튼튼하게 유지했다. 그림도 너무 귀엽고, 미노 가족들이 평범하면서도 참 인간적이고 좋은 사람들이어서 친근하고 마음이 흐뭇했다.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읽어보면 재미있고 따뜻한 느낌을 채워줄 만화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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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 보드리 - 전쟁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헤디 프리드 지음, 스티나 비르센 그림, 류재향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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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는 유대인이고 홀로코스트를 경험했다. 직접 체험하셨다고? 그럼 나이가 많겠네? 하고 봤더니 90세시라고 한다. 그 나이에도 이렇게 작품활동을 하시고 강연도 다니신다니. 홀로코스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잖아. 그런데도 계속 말해야 하나? 작가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으로.

이 책은 판형도 작고 내용도 간결한 그림책이다. 스티나 비르센 그림작가의 수채화가 아름답다. 수채화 특유의 색감에 평안함과 행복, 긴장과 공포와 절망, 재회의 기쁨까지 모든 감정을 잘 담았다.

작가는 어린시절에 가족이자 친구인 개 '보드리'를 키웠다. 홀로코스트의 검은 그림자는 순식간에 닥쳤고 작가의 가족은 끌려갔다. 보드리는 계속 쫒아왔지만 기차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그렇게 보드리는 가족을 잃고 마을에 남겨졌다.

개는 기다림의 동물이다. 기다리는 뒷모습은 애처롭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주인이 버리고 간 개의 상황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는 얘길 들었다. (정확하진 않다. 아닐수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

보드리는 1년이 넘도록 그렇게 기다렸다. 가족은 약속을 하지도 못했고 약속을 지킬 상황도 아니었으니 거짓말이라곤 할 수 없는 이별이었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이다. 부모님을 잃었지만 작가와 동생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 그 재회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보드리의 꼬리, 그리고 울음, 기쁨의 포옹, 흥분이 가신 후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눈빛까지.

전쟁의 아픔을 표현하는 수많은 방식이 있겠지만 이 책은 목석처럼 앉아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리는 보드리의 모습에 슬픔과 안타까움을 담아 독자들에게 건네준다. 그렇다면 그들의 재회는 희망을 전해준다고 할 수 있겠지.

홀로코스트는 과거의 일이지만 인류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전쟁과 폭력을 이어가고 있다. 홀로코스트가 인류에게 준 경고와 각성이 없지는 않겠으나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니 계속 말하는 수밖에 없겠지.

지금도 사랑하는 가족이 죽거나 생이별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동물들의 생명은 고려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보드리의 목을 끌어안고, 뛰놀고, 가족이 함께 저녁을 보내는 그정도의 행복. 이걸 모두가 어렵지 않게 가질 순 없는걸까. 지금도 비탄에 빠진 세계 곳곳에 싸움이 그치고 평화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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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식빵 그린이네 그림책장
종종 지음 / 그린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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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다는 말. 그 말을 다들 어떻게 느낄까?
나도 제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도 보았고
평범함에 만족하는 사람도 보았고
평범이란 말을 수치로 여기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평범과 비범의 사이에서 사람들은 어느 위치를 잡고 싶어할까?
나로 말하자면.... 능력 면에서 난 탁월한 걸 우러러본다. 새롭게 떠오른 낱말을 활용하자면 '추앙'한다.
천재적인 재능을 한번 가져보고 싶었다.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서.
너무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면서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그걸 내가 표현해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한번 느껴보고 싶다. 아름다운 그림을 직접 그려보고 싶고, 너무너무 재밌는 동화를 내 손으로 쓴다면 기분이 째질 것 같다.
공부는 적당히 했지만, 걍 대학 가는 정도 말고 천재적으로 잘해봤다면 어떨까 싶고, 어려운 내용을 척척 소화해 남에게 알려줄 수 있는 머리가 있다면 세상 살기 속 시원할 것 같다.

하지만 난 위의 것들에 모두 해당이 안 된다. 그래서 우와 좋겠다~ 우와 부럽다~ 하는 말이 입에 붙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시기나 질투를 할 가까운 대상이 아니어서 경탄에 머무른다는 점? 어쨌든 부러워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러니... 나는 평범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닌거지.

추구하지는 않는데 현실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신승리?ㅎㅎ
아 그건 싫다. 이 책도 꼬아서 본다면 정신승리라고 볼 수 있지만 세상 그렇게 보면서 살고 싶진 않다. 건강한 자존감의 확립이라는 좋은 말이 있잖아.^^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식빵이’다. 그림이 간결하면서도 너무 귀엽고 색깔도 예쁘다.
식빵이는 평범한 존재를 대표하는 인물일 것이다. 크루아상, 도넛, 크림빵, 케이크 등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식빵이는 비교질의 함정에 빠졌고 자신의 모습을 비관한다.
“저 달콤한 시럽과 과일 좀 봐.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 식빵이가 멋진 샌드위치를 만나서 알게 된 것은.....?
결말은 예측 가능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것.^^ 하지만 그리 식상하진 않았다.

평범함의 미덕. 그걸 우리 사회에서는 “깔아준다.”고 표현을 한다.
“어차피 절반은 깔아주는 거고, 들러리지. 상위 몇 퍼센트만 경쟁하면 돼.”
식빵이 샌드위치의 베이스가 되는 것이 들러리일까?
이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인 평범인들이 ‘깔아주는’ 사람들일까?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이 생각부터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너무나 감각적이고도 직관적이게 평범의 미덕을 잘 표현해냈다.
식빵은 각종 화려한 빵들의 베이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식빵 자체로도 맛있다. 갓 나온 식빵 뜯어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아~ 빵을 끊는 것이 다이어트에 직방이라고들 하는데 영 협조가 안되네. 왜 하필 집어든 책이 이거람.ㅎㅎ)

나는 나를 소개할 때 평범이라는 말을 많이 쓰면서 살아왔다.
평범한 아줌마, 평범한 교사....
그나마 정체성이었던 직업까지 몇 년 후에 내려놓게 되면 나에게 무엇이 남을까?
왜 난 그걸 두려워할까?
평범한 할머니가 되어도 좋은건데.....
이왕이면 맛있고 쫄깃한 식빵이가 될 수 있게 나를 더 돌아보고 정신승리가 아닌 가치관 확립을 해야겠다.

내 얘기만 실컷 했는데, 아이들에게도 읽어주면 좋을 책이다. 우리 세대보다 요즘 애들 자존감에 더 문제가 많어! 그게 뭐 다 어른들이 그렇게 만든 거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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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학기 때 사회 단원과 관련해서 편견, 차별이라는 키워드로 책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맘에 꼭 드는 게 없었다. 좋은 책이 없다는 뜻이 아니고 좋기는 다 좋은데 '이 책 한권으로 차별 이슈 전반을, 그리고 안두껍고 쉬운' 이런 조건의 책이 없었던 것 뿐이다. 올해 2학기를 앞두고 또한번 찾아보니 그 몇 달 사이에 새로나온 책들이 또 많다. 와 이 출판의 홍수여.... 얼마나 많은 책들이 뒷책들에 밀려 사라지고 나는 그중에 얼마나 구경이라도 해보는걸까.


올해 나온 책만으로도 꽤 많았지만 위에 말한 조건에 부합되는 책으로 두 권을 골라보았다. 

먼저 <오늘부터 해시태그 / 정연숙 / 풀빛>는 소셜 미디어에서 생각과 마음을 모으고 연대하는 도구가 되어준 해시태그(#)를 소재로 6가지의 이슈를 묶어낸 책이다. 


1. #PinkShirtDay 는 분홍 옷을 입었다고 놀림받는 친구를 위해 함께 분홍 옷을 입어 차별과 괴롭힘을 무력화 했던 해시태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척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집단이나 일정비율의 나쁜 인간들이 있다. 말하자면 어느 곳에서나 가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데, 주변인들이 이 해시태그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다면 그 괴롭힘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으로 전환할 수 있다. 


2. #BugsR4girls 

이 해시태그는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해 다룬다. 곤충을 좋아하는 소피아가 놀림을 받다가 해시태그를 통하여 응원과 격려를 받아 극복하는 이야기다. 이 고정관념의 피해자는 여성들만이 아니다. 발레하는 남성들이 만든 해시태그도 있다. '남자가?'라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


3. #덕분에챌린지

코로나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기억하자는 이 해시태그를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이 장은 차별 이슈보다는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훈훈한 연대의 힘을 소개했다.


4. #제로웨이스트챌린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은 금방 포기하기 쉽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의 느낌이 있으면 지속성이 생긴다.


5. #BlackLivesMatter

다시 차별 이슈로 돌아와서 인종차별에 대해 각성하고 성찰하는 내용이다.


6. #RefugeesWelcome

쉽지 않은 난민문제. 하지만 지금보다 더 포용적이어야 할 문제. 생명을 건 절박한 이들을 외면하는 건 생명에 대한 포기가 될 테니까.


이와같이 6가지의 해시태그를 통해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연대를 소개해주는 책이다. 해시태그를 소재로 한 발상이 아주 신선하다고 본다. 하지만 해시태그 자체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것에 담긴 의미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왜 해시태그가 힘을 발휘했나?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선 작은 힘들을 모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그 작은 힘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 책 <이게 차별이라고? / 고수산나 / 열다>는 앞의 책보다 더 많은 이슈를 다룬다. 외모, 장애, 종교, 성, 나이, 학력, 다문화, 인종 8가지로, 수업에서 다룰만한 주제는 다 담았다고 볼 수 있겠다. 발상은 앞의 책이 더 참신하고 맘에 끌리지만 무난하게 골고루 내용을 다루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각 꼭지당 3~5편 정도의 본문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먼저 그 주제의 문제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역사적 인물 이야기로 나오기도 하고 작가가 지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그 이슈에 대하여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설명 두세 도막. 마지막으로 '○○이의 일기'가 나온다. 일기는 실제 일기는 아니고 작가의 창작인데, 해당 차별 이슈를 경험한 아이의 이야기를 일기 형식을 빌려 보여주고 있다.


예산만 허락된다면 이런 책들을 한학급 인원 세트로 

마련해놓고 교과서와 병행해서 수업을 하고 싶다. 어쩌면 한권 정도는 가능할수도? 좋은 책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나와 한편으로 약간 비명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렇게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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