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따돌리는 기술 그래 책이야 51
박현숙 지음, 조히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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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님은 엄청 다작이고 속작이며 그러다보니 시리즈도 다양하다. 수상한~ 시리즈가 권수가 가장 많은 것 같고 이 ~기술 시리즈도 이제 세 권이 됐다. 어쩌다보니 세 권을 다 읽었고 서평도 다 쓴다.

<잘 혼나는 기술>은 제목이 어느정도 내용을 말해주었는데 <잘 훔치는> 부터는 그게 좀 어렵다. '마음을 훔치는'은 그래도 관용적인 표현이라 아하~ 할 수 있는데 <따돌리는>은 뭘까? 바로 소문을 따돌리는 거였다. 아하~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그냥 그렇구나 하면 된다. 나는 사실 책소개에서 이 책이 헛소문, 가짜뉴스를 다룬다고 해서 읽어봤다. <그 소문 들었어?> 라는 책으로 매년 학기초에 약을 칠 만큼 이 문제는 사회생활에서 중요하고 교사가 지도할 일도 자주 발생한다. 또 하나의 텍스트를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읽었다. 박현숙 작가님 책 답게 무난히 재밌었다. 아이들에게 권해줘도 잘 읽을 것 같고 교사가 적절히 흥미 유발하며 읽어주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꼽자면 캐릭터에 애정이 잘 안 간다는 점이다. 세권째 됐으면 이제 친근해져야 하는데 남의 반 아이처럼 정이 안 간다. 주인공 오도룡도 별로 귀엽지 않고 친구 수용이는 얄밉기까지 하다. 만날 형한테 비법을 의뢰해서 전수해준다고 뻥을 치는데 그 수작이 아주 꼴불견이다. 대체 왜 저런 캐릭터를? 애고 어른이고 간에 난 저런 캐릭터는 딱 질색. 그래도 둘은 우정을 잃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끝나니 다행이었다. 나라면 손절할 거 같은데.^^;;;;

캐릭터에 대한 감정은 개인 취향일테고, 주제 자체는 학교에서 자주 짚어줘야할 중요한 것이다. 진실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그럴 때 상황을 복기하며 객관적으로 합당한 사실만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유보해야 하는데, 확실하지 않은 발언 하나가 일파만파로 퍼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기억과 감정이란 게 그렇다. 남을 속이는 걸 넘어서 자기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럼, 우리 애가 거짓말을 한단 말이에요??" 하고 쌍심지를 켜는 분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것이다. 나도 천리안을 가졌거나 독심술이 있거나 전지전능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해서 겪는 고초는 이제 그만 겪고 싶다. 많이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겪는 일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오해를 벗고 끝나는 이 책의 해피엔딩처럼, 우리 아이들이 이런 책들을 읽고 시야가 넓어졌으면 좋겠다. 얽혀서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찌 문제가 없으리. 그래도 억울한 사람은 없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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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 사전 슬기사전 3
박효미 지음, 김재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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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이 최고다. 저학년도 읽기 가능하고 고학년에서 책과 담쌓은 학생들도 그냥 쓱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겠다. 간결하고 글밥이 적은데도 최소한의 스토리 설정이 있어서 내용을 따라가기 좋다. 비문학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곁들여진 스토리가 과하고 난잡해서 짜증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딱 적당하다. 내 기준에 그렇다는 것이지만.^^

‘나쁜 말 사전’ 이라고 하기에 흔히 학생들에게 “친구들에게 나쁜 말을 쓰지 맙시다.” 하고 지도할 때의 나쁜 말인 줄 알았다. 전에 말 상처가 너무 심한 학급을 맡아서 ‘우리반에서 추방해야 할 나쁜 말’ 뽑아내기 활동을 국어시간에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 1위가 ‘관종’이었고 2위가 ‘안물, 안궁’이었다. 이런 식으로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나쁜 욕설을 다루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네? 이 책에서 다루는 나쁜 말은 차별하는 말, 혐오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나오는 나쁜 말이 “남자가, 여자가” 라는 말이다. 사전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 나쁜 말이 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여자애가 축구를 하네?” 같은 말들. 남녀를 구분짓고 역할을 고정하는 말들. 다음으로는 유모차. 엥? 유모차도 나쁜 말이야? 한자를 잘 풀어보면 아기는 엄마가 돌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들어있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무심코 굳어진 ‘나쁜 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총 36개의 나쁜 말이 들어 있다. 차별어, 혐오표현들이 꽤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자료에서 많이 보았던 낱말들도 있다.

그런데 사실 말이라는 게 살짝 애매할 때도 있다. 다른 표현이 없는데 어떡하지? 싶은 말들. 예를 들면 외할머니 같은 말인데, 한자를 풀자면 기분이 나쁘지만 내게 그 말은 그냥 어감부터가 푸근한 말이다. 그리고 두 할머니를 구분해서 말해야되는 경우도 있는데 ‘할머니’라는 말밖에 없으면 불편하다. 아빠의 어머니, 엄마의 어머니, 이렇게 표현해야 할까? 이 책의 내용에 딴지거는 건 아니고, 대체할 다른 말이 생겼으면 좋겠다.

‘조선족’ 같은 말도 그렇다. 조선족은 민족 이름이고 차별을 위해 만들어낸 말이 아니지 않나? 다만 그들에 대한 혐오가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게 낱말 탓은 아닐 것 같다.

‘장이’나 ‘쟁이’가 붙은 말들도 내 느낌엔 좀 애매하다. ‘장이’ 같은 경우엔 직업의 의미를 가진 우리말로 알고 있는데, 그게 원래 얕잡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던 건가? 난 그렇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도배장이, 도배공, 도배사 다 나한테는 비슷하게 보이는데. 공(工)자를 붙이면 낮추는 느낌, 사(士)자를 붙이면 높이는 느낌이라는 거 자체가 사농공상의 구닥다리 사상을 답습하는 것 아닌가? 공을 높이는 사회가 되어야지 공을 사로 바꿔 부르는 사회가 되어야 할까? 이 부분은 좀 납득되지 않았다.

그 외 신체 장애를 얕보는 말, 성역할을 고정하는 말, 인종이나 국적을 낮추는 말, 외모를 비하하는 말 등이 있었고 모두 동의할 수 있었다. 마지막 36번째 나쁜 말이 ‘몰래카메라’였는데 스토리를 이끌어 무사히 엔딩에 도착하는 작가님의 센스를 느꼈다.^^ 이 책의 스토리는 못된 말을 달고 사는 ‘나쁜말씨’가 사고로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가게 됐는데 염라대왕이 “이 세상의 나쁜 말을 다 잡아 오너라”는 임무를 내렸다는 설정이다. 이렇게 나쁜 말들을 다 수집한 나쁜말씨는 마지막 ‘몰래카메라’에 이르러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나쁜말씨는 이제 어떻게 될까? 마무리도 간결하게 끝난다. 약간의 열린 결말로. 그리고 이렇게 만든 ‘나쁜 말 사전’은 봉인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과연?^^;;;;

모르고 무심코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런 차별표현, 혐오표현은 사전에 지도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청소년용 책은 꽤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쓰인 어린이용 책이 나온 것도 고마운 일이라 매우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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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유의 숲 -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앙굴렘 페스티벌 최고상 수상작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 1
까미유 주르디 지음,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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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도 큰 편이고 아주 두껍다. 게다가 양장본. 읽기에 편안한 외형은 아니다. 실제 쪽수는 150쪽 정도밖에 안되는데 두꺼운 종이를 사용해서 엄청 두껍고 무거운 책이 되었다. 올칼라 만화여서 인쇄 문제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 칼라 만화들 중에도 얇은 종이 많던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잘 모르는 내 입장에선 종이는 얇고 양장본도 아니었으면 훨씬 편하게 읽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읽는동안 들었다. 약간의 불편함도 몰입을 방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내용은 참 좋았다.

조라는 여자아이가 가족과 캠핑을 왔는데 함께하지 못하고 겉돈다. 배낭에 이것저것 챙겨 숲으로 들어간다. 많은 판타지의 설정들이 그렇듯 숲속에는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가 있었고 조는 이곳에서 모험을 하게 된다. 새로운 세상의 인물들과 언뜻 한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조의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지금 캠핑을 온 가족은 재혼가족이다. 즉 새엄마와 새언니들인 것이다. 신데렐라형 캐릭터는 아니니 각자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곁을 주지 않는 새 딸을 바라봐야 하는 새엄마, 우리도 힘든데 더 힘들어하는 새동생을 봐야 하는 새언니들, 중간에서 어쩌지 못하는 아빠.... 그래서 아빠는 이 캠핑이라는 기회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지만 조는 빠져나와버렸으니. “너무 멀리 가지는 마라, 알았지?” 라는 아빠의 외침이 숲속에 울린다.

조가 들어간 세상은 여러 동물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었다. 못된 고양이가 지배하며 동물들을 괴롭히고 있었고 많은 이들이 고양이의 성으로 잡혀가 지하 감옥에 갇혔다. 잡혀간 이들을 구하려는 여우 모리스와 친구들의 도전에 조도 끼어들게 된다. 고양이 황제의 생일파티 날, 거사는 시작되었고.....

이 책에서 백미이자 절정인 장면은 황제의 성에 갇혀 있던 작은 조랑말들(베르메유)의 탈출 장면이다. 황제는 스스로 무너지고, 친구들은 마을로 개선한다. 돌아가는 길, 조는 잠깐 수레를 멈추고 모리스에게 말한다. “집에 가고 싶어.”

심통이 날 때, 다그침 당하지 않고 숨어들 시공간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있다면 좋지 않을까. 좋아하는 물건 몇 개를 챙겨서 말이다. 그곳에는 마음대로의 상상이 가능하고, 그 상상 속에서 마음 졸이는 모험도 가능하고, 한바탕 돌풍이 가라앉으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고. 그리고 가족들은 안심하면서도 적당히 모르는 척 해주는.

조가 뛰어 돌아오는 캠핑장엔 마침 저녁이 차려지고 있었고, 언니 중 한 명이 “조가 오네요!” 라는 듯이 반갑게 말하고 있고 새엄마는 웃고 아빠는 안도한다. 아주 좋은 타이밍이다. 우리 아이들의 심통도 이렇게 적절한 타이밍에서 조절되었으면. 적절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엔 어차피 완벽한 아름다움이란 없다. 판타지의 공간에서조차 희노애락과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인 것을. 서로 조금씩 밀고 조금씩 당기며 조율한 상태.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은 고작 이정도가 아닐까. 그것마저도 어디 쉽던가.

‘경이롭고 경탄할 만하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가 ‘메르베유’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베르메유? 책 안에 꽤 많은 언어의 유희가 들어있을 것 같은데 그걸 확인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라가치상을 받은 작품답게 여러 의미들을 중첩해서 넣어놓은 수준있는 만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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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아이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마루비 어린이 문학 10
이경순 지음, 전명진 그림 / 마루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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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이라는 의문의 시제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뭔가 안타까운 슬픔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

타임슬립 소재의 이야기는 많지만 그게 선사시대였던 적이 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더구나 반구대 암각화를 모티프로 한 이야기라니.... 반구대 암각화를 꼼꼼하게 뜯어보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많다고 들었다. 고래의 종류와 생태도 다 표현이 되어있고, 부족 사람들이 배를 타고 협력하여 고래사냥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등, 당시의 생활상도 '원시인'이라고 일축해버릴 수 없는 지혜와 나름의 방식과 체계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엄마를 잃은, 그리고 그게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는 준수. 아빠와는 대화가 없는, 말하자면 세상 홀로인 아이. 어느날 아빠가 무심한듯 '체험학교 역사 탐방단' 프로그램을 내밀었고, 반구대 암각화는 엄마와 함께 와보려던 곳이었기에 준수는 마지못한 듯 참가했다. 그 체험 중 '수리'라는 아이와의 만남이 준수를 수천년 전의 세상으로 이끌었다.

생존이 급급했던 시대의 감정은 지금과 같았을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왔던것 같다. 현대는 약간 감정의 과잉이랄까, 그건 배가 불러서일지도? 생존이 매일의 문제이던 시대엔 감정도 지금처럼 복잡하진 않았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든다. 그 감정의 복잡함은 적었을 수도 있지만 깊이는 얕지 않았을 거라고. 소중한 이를 사랑하는 감정은, 그리고 잃은 뒤의 회한과 그리움은 어느 시대에나 다르지 않게 깊었을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자 수천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질감이 좀 벗겨지는 것 같았다. 시대를 뛰어넘은 준수의 여행이 나에게도 그 거리를 좁혀주었다.

수리에게 이끌린 준수는 이것도 체험 프로그램이겠거니 했다가 수천년 과거의 세상에 실제로 왔다는 걸 깨닫고 당황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잘 적응하며 그들의 일원이 되어간다. 준수를 자신의 집에 데려간 아줌마는 왜 그랬을까? 아줌마의 무뚝뚝한 아들 고래이빨은 왜 준수를 동생으로 받아주고 고래사냥을 가르쳐 주었을까?

그 과정에서 도와주며 친구가 되어준 노루귀와 곰발바닥도 있고, 비웃고 시기하는 여우눈과 늑대발도 있다. 동생을 잃은 고래이빨의 아픔은 준수의 아픔과 너무 닮았다. 준수는 이를 악물고 자신을 단련한다. 결국 불가능해보이던 고래잡이에 선발된다. 고래이빨은 최고의 공을 세우며 당당히 돌아온다.

독자가 수리의 정체를 알 것 같은 순간에, 준수는 이쪽 세상으로 다시 건너온다. 전에 왔던 아이, 사라진 아이, 사라질 아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다. 떠난 이는 남은 이들이 슬퍼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 천개의 바람이 되어서라도 그들을 위로하는 존재들처럼, 수천년의 시간을 넘나들면서까지 사랑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한다는 것. 이 메세지가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를 주면 좋겠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며 감탄한 작가가 그들을 동화에 불러오고자 오랫동안 애쓴 결과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암각화에서 출발한 상상이 이렇게 생생하고 슬프면서도 위로가 되는 이야기로 탄생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거라 짐작이 된다. 도전하기 참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다. 독자들이 스토리에 대한 감상을 넘어서, 역사적 자료를 보며 이미 '사라졌지만 숨쉬는' 사람들의 역동과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상상력을 갖게 된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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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야옹이와 금빛 마법사 큰곰자리 64
구도 노리코 지음,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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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의 책을 꽤 많이 보아서 그림체가 아주 익숙하다. 나도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책들. 그냥 다른 책들 사이에 섞여 꽂혀 있는데 찾아서 애독하는 아이들이 신기하다. 그만큼 아이들을 끄는 힘이 있는 그림, 그리고 이야기인가보다.

이번 책은 그림책이 아니고 글밥이 조금 있는 동화책이다. 그림도 많이 들어있긴 하지만 흑백이다. 그림의 매력으로 읽기에는 조금 힘이 딸린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힘으로만 읽어야 한다는 건데.... 어떨까? 충분히 가능했다!

그림책 작가가 그림 작업 뿐 아니라 글 작업도 함께 한다는 건 이야기 창작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작가는 가능 뿐만이 아니라 매우 훌륭한 것 같다. 그래서 그림에 힘을 뺀 이야기책도 이렇게 좋구나. 마음을 졸이며 다음 장을 넘기게 하는 힘이 있었다. 주인공들의 길떠남, 여정 중에 만난 나라가 처한 큰 어려움, 작은 이에게 베풀어준 친절, 은혜 갚음, 그리고 권선징악과 문제 해결.... 옛이야기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이야기인데 식상하지 않고 오히려 더 흡인력이 있었다.

야옹이들은 여행하다 가진 보물을 다 쓰고 배가 고픈 채로 쥐 나라에 도착했다. 쥐 나라는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온 나라의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여행 중 실마리를 찾게 되면 알려주기로 하고 길을 떠나는 야옹이들의 보따리에에 쥐 임금은 빵을 가득 담아주었다. 그들도 몹시 가난한 상태였는데 말이다. 길은 멀었고 그 빵마저도 떨어져 한 개밖에 남지 않았는데, 너덜더덜한 옷을 입은 난쟁이가 나타나 배고프다고 호소했다. 남은 한 개의 빵은 난쟁이가 거의 먹게 되었고 난쟁이는 답례로 풀피리 한 개를 남기고 사라졌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걷던 난쟁이들에게 참을 수 없는 유혹이 닥쳤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도착한 그곳에는 가장 좋아하는 생선수프가 가득 담긴 냄비가 놓여 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난 그들에게 마법사가 나타났고, 야옹이들은 마법사의 요리사로 채용되었다. 어차피 일자리를 찾고 있던 중이었으니 잘된 일이었다. 과연 그럴까.......?

마법사의 집에는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많았고 그에 따른 금기도 많았다. 모든 것이 어린이 독자들의 궁금증을 일으킬 때쯤, 고양이들은 비밀 한 가지를 알게 되고, 금기를 깨게 되고, 모든 것이 밝혀진다. 쥐 나라의 비극의 원천이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금기를 깬 그들은 이제 도망쳐야 한다. 마법사가 돌아올 시간이다!! 이런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숨을 죽일 것 같다.

숨막히는 추격전이 있었지만, 작은 이에게 베푼 선행과 그 은혜갚음은 결국 모든 것을 되돌리고 쥐 나라에 행복과 평화를 가져왔다. 그것을 보고 야옹이들은 또 길을 떠난다. “다음에는 어떤 일이 야옹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하면서 다음 책을 기다리게 만드는 멘트도 잊지 않고 끼워넣었다. 이렇게 시작부터 끝까지 전형적인 패턴인데도 식상하지 않고 재밌다니. 그게 이야기의 힘인 거겠지. 그래서 이야기는 수없이 만들어지고도 끝없이 또 만들어지고 있는 거겠지.

아직 혼자읽기가 안되는 미취학어린이나 초등 저학년에게 교사나 부모가 읽어주는 책으로 아주 추천한다. 단, 중간에 끊으면 매우 시달릴테니 각오를 해야할 듯.^^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넘어가는 어린이들이 읽기 독립을 하는 과정의 다리 역할 책으로도 훌륭할 것 같다. 우당탕탕 야옹이들은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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