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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감정 사전 - 상처받는 교사를 위한 마음 챙김 멘토링
김태승 지음 / 푸른칠판 / 2022년 6월
평점 :
저자 선생님과 페친인데, 격동하는 아이나 학부모와 차분히 대화하신 글을 가끔 보면 와 이거슨 성품인가 공부인가 감탄하게 된다. (공부라고 말해줘. 그래야 가능성이라도 있잖아.ㅠ) 상담쪽에 박사학위를 받으셨다니 공부 쪽이 강하다고 믿어도 무방하겠지? 그분이 쓰신 이 책에는 그런 공부가 들어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책을 샀다.
이 책의 제목과 개요를 처음 접했을 때 '와 이건 대박인데' 라는 생각을 했다. 딱 지금 시기에 말이다. 왜냐하면...ㅠ 교사들의 감정이 지금 말이 아니거든. 너덜너덜하다고 해야하나.... 대부분의 교사들이 심한 소진을 겪고 있는데 그건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들어가보면 감정 문제인 경우가 많다. 감정이 긍정적일 때 낼 수 있는 힘과 그 반대일 때는 차이가 많다. 더이상 힘을 낼 수 없는 상태는 대부분 감정에서 기인한다. 게다가 교사는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쪽에 주로 서야하다보니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일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교사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전문적 용어로 딱딱하고 어려운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토닥토닥 안아주는 말랑한 책도 아니다. 약간은 건조한 쪽에 속한다고 나는 보았다. 이정도 포지션이 내겐 맘에 들었다. 한달음에 읽어지는 책은 아니지만 객관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섯 종류로 감정을 분류해서 서술했다. 화, 슬픔, 두려움, 싫음, 행복. 마지막장을 빼고는 다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러고보니 인사이드 아웃의 다섯 주인공과 같은 분류다. 다섯 영역의 감정을 다시 두세가지로 세분했고 (예를들면 두려움 영역에는 공포와 불안) 각 감정에 대한 설명 뒤에 '선생님의 마음챙김' 코너가 있어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화 형식으로 실제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
쭉 읽어보고 나에게 가장 많이 깃들어 있는 감정은 '불안,걱정'이 아닐까 판단을 해보았다. 그건 나에게 있는 가장 큰 욕구가 '편안함, 안정됨'이기 때문에 그 대척점에 있는 감정에 많이 지배되는 것이리라. 읽어보니 교직을 처음 시작해 미숙한 교사를 떠올리며 설명하셨던데 나는 이미 후반부... 흑흑 나는 왜 아직도 불안한가.ㅠ 지금 나의 불안 포인트는 교육과정 운영이나 업무보다도 학생, 학부모 구성, 돌발상황에 있는 것 같다. 즉 '폭탄이 어디 있지? 그게 언제 터지지?'의 불안이다. 평화시에도 전시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게 괴롭다. 하긴 인생이 원래 그런 건지도 모르는데....
다음으로는 '시기, 질투' 장에 눈이 갔다. '열등감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세요' 라는 제목 때문이었는데, 젊은시절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이 큰 문제였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투심이 심하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시기, 질투와 열등감 간에는 연관이 많았다. 그리고 열등감이 보편적인 것처럼 시기, 질투도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감정이다. 나는 평소 남을 잘 부러워한다. 저자는 '부러움은 시기의 부드러운 버전이다' 라고 표현하셨다. 부러움이 시기로 넘어가지 않도록만 수위 조절을 잘하면 되겠다.
'짜증'도 내게 해당사항이 많을 것 같아 주의깊게 읽어보았다. "짜증은 무엇을 해서 발현된다기보다는 각자의 기준에 맞지 않을 때 발현된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있다." 라는 문장에 완전 수긍했다. '못마땅'이라는 감정과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삼진아웃 까지는 못마땅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내적기준이 있어서 표현을 크게 안하는 편이지만 일단 아웃이 돼버리면 굳이 짜증을 감추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상대 입장에서는 난데없는 일이 될 수 있겠고, 내 상태에 따라 심화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특히, "생활습관 속에서도 짜증을 유발하는 인자를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당류 섭취가 대표적이다."에서 허걱!! 요즘 주변인들이 식단관리 하시는 걸 곁눈질하던 중인데, 감정과도 관련이 있었다니. 나도 빨리 참여해야 될텐데.^^;;;
다섯 영역의 내용이 끝난 후에는 '내 감정과 마주하기' 장이 있다. 감정이 격동할 때, 그 감정을 터뜨리기에 앞서 꼭 점검해봐야 할 내용인 것 같다. 이렇게 교사 감정에 대하여 넓고 단단하게 두루 살피는 책이 나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선생님들이 도움 받으시겠다. 나도 다시 꺼내볼 책이 될 것 같다. 되도록 안그러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