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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화학 ㅣ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6
현선호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22년 9월
평점 :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시리즈에 큰 지지를 보내고 싶다. 오랜만에 6번째 책이 나왔다. 그리 잘 팔리는 책이 아닌데도 묵묵히 꾸준히 나온다. 가성비만을 따져 책을 낸다면 의미있는 많은 책들이 독자와 만날 기회조차 잃게 되겠지. 뚝심있게 책을 내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시리즈 제목에 출판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희망’ 버스. 모든 책에 희망 버스를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설정이 담겨있는데, 희망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집필을 하셨다. 요즘 미래를 바라보며 밝은 전망을 하는 글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 전망과 관련된 모든 그래프는 절벽을 그린다. 그러니까 출산율도 떨어지고, 어두운 전망은 가속화되는 거겠지. 이제 희망은 없네, 될대로 대라, 나 죽을 때까지만 괜찮길, 후손은 남기지 말자, 이렇게 되어간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희망을 설득한다. 그 설득이 얼마만큼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문외한인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공자들이 쓰셨으니 나의 생각보다는 훨씬 근거가 있는 것이지 않을까? 예를 들면 지난 5권(행복한 장애인)은 특수교사인 작가님이 쓰셨고, 이번 6권(행복한 화학)은 화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일하시는 작가님이 쓰셨다. 어설픈 희망이 위험한 것은 알지만 단정적인 절망은 그냥 스위치를 내리는 것이다. 망한 게임은 끄고 새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희망을 찾는 사람들,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 일단 귀를 기울여보고 싶다.
화학과 나에 대해서 말해 볼작시면, 학생 때 나는 과목 편차가 좀 있는 편이었고, 못하는 과목 중에 하나가 화학이었다. 그래서 이 책도 어렵지 않을까 좀 걱정하며 펼쳤는데 그정도는 아니었다.ㅎㅎ 원자와 원소의 개념, 그리고 그리 많지 않은 원소(118가지)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수많은 물질들이 만들어진다는 정도까지만 다루고 있다.
이번 책에서 희망버스에 탑승하는 주인공 세륜이는 가습기 피해자 가족이다. 그것 때문에 화학제품을 멀리하는 노케미족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화학이며, 멀리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도전해야 함을 알게 된다. 과거 여행을 통해 비누의 발명으로 위생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 DDT의 발명으로 말라리아 사망자가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으로 일상의 편리를 가져온 신재료들이 탄생한 것 등을 살펴보며 화학의 위력을 실감한다. 하지만 뒤따라 알게되는 슬픈 현실. DDT의 부작용은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쓰게 했고, 지구는 너무나 편리한 플라스틱의 노예가 되어 벗어날 방법을 모르고 있다.
희망 버스는 두 가지 미래를 방문한다. 비극적 미래와 희망의 미래. 희망의 미래에서는 화학이 망가진 세상을 살리는 데 기여한다. 이렇게 희망적인 게 과연 가능하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인류의 지혜는 결자해지에 모아야 하는 바, 그 지혜에 활용되는 지식 또한 화학일 수밖에 없을테니.
문제는 욕심이 개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방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면 다 죽는거 알면서도 당장 죽는건 아니니까 나는 당장의 내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하는 게 인간 아닌가. 그런 인간의 본성적 욕심을 배제하고 순수한 지혜만을 모은다면 어느정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게 불가능한 거라고? 안돼!! 이젠 더 이상 시간이 없어!
내 마음에는 비관적인 미래상이 가득차 있는데 아이들에게 그걸 가르칠 수는 없고 그 괴리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다. 아이들에게는 이 책의 논조로 말하고 싶다. 너희들이 지혜롭고 그 지혜를 선하게 쓴다면 세상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