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어른 초등학교
이지훈 지음, 정용환 그림 / 거북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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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배워야 한다는 면에서, 이 책의 발상에 매우 동의한다.
부모도 자격증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오죽하면 나오게 되었을까 라는 관점에서도, 이 책의 설정에 속시원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게 나를 향하면, 뜨끔해지는 거지. 이책은 이렇게 여러 면에서 느낌을 준다. 어린이가 보는 면은 또 다르겠지. 내가 보는 면보다 더 재미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대통령이 '국립 어른 초등학교'를 신설한다고 선포했다. 어린이들이 방학을 하면 어른들이 개학을 한다. 어른 초등학교가 열리는 것이다. 여기서 '어른 자격증'을 받아야만 진짜 어른이다.

내 속에 묻어놓았던 경험들이 이 대목에서 통쾌함을 느낀다. (나도 다녀야 한다는 생각은 까맣게 못하고서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론 말도 안되는 발상이지만 뭔가 되는 방법을 찾아서 진짜로 실현시킬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당연히 어른들이고, 교사는 어린이들이다. 첫장에 액자에 쓰여진 교훈이 떡하니 나온다.
"어린이는 항상 옳다"
오.. 이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어른이 항상 옳지 않다고 해서 어린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이런 극단주의를 제발 조심합시다. 하지만 이야기니까 넘어감.

책은 이 학교의 선생님이 된 라온이의 이야기와 학생이 된 아빠의 일기가 교대로 나오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학생이 되어 고충을 토로하는 아빠의 일기에 웃음이 나오고, 그런 어른들을 지도하는 라온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꽤 믿음직스럽다. 어른들이 싸워서 "학자녀를 모시고 오세요!" 하는 장면, 학자녀들이 와서 부모 대신 사과하고 집에서 잘 지도할 것을 약속하는 대목을 읽으면 만감이 교차한다.ㅎㅎ

불만을 품은 어른들의 반란, 그리고 그 반란이 진압(?)되며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결말도 괜찮았다. 결국 아빠는 '어른 자격증'을 받게 된다.

이 책대로 현실이 될수는 없지만 '어른 자격증'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싶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낳아놓고 책임지지 않는 부모들이 자녀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상황은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부모의 허락 없이는 타인이 (교사나 기관도) 도움조차 줄 수 없기 때문에. 다 준비해주고 '오케이'만 해달라는데 그 오케이도 안해주는 게으르고 대책없는 부모들도 있는 게 현실이라서.ㅠㅠ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부모가 교육을 받도록 강제할 어떤 수단이 있겠냐고. 그러니 이 발상은 이렇게 책에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야기 속에서 어른들이 공부하는 내용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캐릭터 등이 나오는데(자녀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것도 나쁘지 않지만 진짜로 배워야 할 것은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 내용에 대한 합의를 한다면 정말 진지하게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나를 바꿀 생각이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죠?
가르침에는 나이가 있을까요?"
난 이 면에 있어선 다행히 그렇게 꽉 막히진 않았다. 누구에게든 배워야지. 더 늙어도 그래야겠지.

이 작가님의 전작 <거짓말 경연 대회> <엄마의 걱정 공장>등을 좋게 기억하고 있어서 이 책도 읽어보았는데 여러 생각이 드는 괜찮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신나하고 마음속 뭔가가 풀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게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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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화학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6
현선호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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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시리즈에 큰 지지를 보내고 싶다. 오랜만에 6번째 책이 나왔다. 그리 잘 팔리는 책이 아닌데도 묵묵히 꾸준히 나온다. 가성비만을 따져 책을 낸다면 의미있는 많은 책들이 독자와 만날 기회조차 잃게 되겠지. 뚝심있게 책을 내시는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시리즈 제목에 출판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희망’ 버스. 모든 책에 희망 버스를 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설정이 담겨있는데, 희망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집필을 하셨다. 요즘 미래를 바라보며 밝은 전망을 하는 글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 전망과 관련된 모든 그래프는 절벽을 그린다. 그러니까 출산율도 떨어지고, 어두운 전망은 가속화되는 거겠지. 이제 희망은 없네, 될대로 대라, 나 죽을 때까지만 괜찮길, 후손은 남기지 말자, 이렇게 되어간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희망을 설득한다. 그 설득이 얼마만큼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문외한인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공자들이 쓰셨으니 나의 생각보다는 훨씬 근거가 있는 것이지 않을까? 예를 들면 지난 5권(행복한 장애인)은 특수교사인 작가님이 쓰셨고, 이번 6권(행복한 화학)은 화학을 전공하고 연구원으로 일하시는 작가님이 쓰셨다. 어설픈 희망이 위험한 것은 알지만 단정적인 절망은 그냥 스위치를 내리는 것이다. 망한 게임은 끄고 새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희망을 찾는 사람들,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 일단 귀를 기울여보고 싶다.

화학과 나에 대해서 말해 볼작시면, 학생 때 나는 과목 편차가 좀 있는 편이었고, 못하는 과목 중에 하나가 화학이었다. 그래서 이 책도 어렵지 않을까 좀 걱정하며 펼쳤는데 그정도는 아니었다.ㅎㅎ 원자와 원소의 개념, 그리고 그리 많지 않은 원소(118가지)들의 다양한 조합으로 수많은 물질들이 만들어진다는 정도까지만 다루고 있다.

이번 책에서 희망버스에 탑승하는 주인공 세륜이는 가습기 피해자 가족이다. 그것 때문에 화학제품을 멀리하는 노케미족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화학이며, 멀리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도전해야 함을 알게 된다. 과거 여행을 통해 비누의 발명으로 위생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 DDT의 발명으로 말라리아 사망자가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으로 일상의 편리를 가져온 신재료들이 탄생한 것 등을 살펴보며 화학의 위력을 실감한다. 하지만 뒤따라 알게되는 슬픈 현실. DDT의 부작용은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쓰게 했고, 지구는 너무나 편리한 플라스틱의 노예가 되어 벗어날 방법을 모르고 있다.

희망 버스는 두 가지 미래를 방문한다. 비극적 미래와 희망의 미래. 희망의 미래에서는 화학이 망가진 세상을 살리는 데 기여한다. 이렇게 희망적인 게 과연 가능하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인류의 지혜는 결자해지에 모아야 하는 바, 그 지혜에 활용되는 지식 또한 화학일 수밖에 없을테니.

문제는 욕심이 개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방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면 다 죽는거 알면서도 당장 죽는건 아니니까 나는 당장의 내 이익을 추구하겠다고 하는 게 인간 아닌가. 그런 인간의 본성적 욕심을 배제하고 순수한 지혜만을 모은다면 어느정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게 불가능한 거라고? 안돼!! 이젠 더 이상 시간이 없어!

내 마음에는 비관적인 미래상이 가득차 있는데 아이들에게 그걸 가르칠 수는 없고 그 괴리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다. 아이들에게는 이 책의 논조로 말하고 싶다. 너희들이 지혜롭고 그 지혜를 선하게 쓴다면 세상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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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어도 될까요 첫 읽기책 16
유은실 지음, 경혜원 그림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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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은실 작가님이 우리 학년(4학년)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오신다. 함께 나눌 책으로 <멀쩡한 이유정>을 선택해서 한 반치 책을 준비했고, 독후활동지도 만들어서 온작품읽기로 진행중이다. 다른 반들이 먼저 했고 마지막으로 우리반이 다음주부터 진행한다. 그림책 <나의 독산동>도 읽어주려고 준비해 놓았다. 그정도면 행사는 충분히 진행 가능한데, 그래도 더 많이 읽히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학년인 중학년보다는 6학년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를 묻는 옆반 선생님께 내가 그랬다. “어... 유은실 작가님 작품은 쉽지가 않아요. 인생의 무게가 담겼다고 할까. 중학년용으로 나와 있어도 알맹이는 중학년용이 아닌 것 같아요.” 솔직히 <멀쩡한 이유정>도 나름대로 읽기는 가능하지만 인생의 팍팍함을 좀 알아야 진정한 공감이 가능하고, <일수의 탄생>은 작년에는 읽혔는데 올해는 포기했다.^^;;; 6학년쯤 되면 이 책들과 함께 <순례주택>도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중학생들이 읽고 작가님과 만나도 아주 좋을 것 같고. 어쨌든 학년군별로 작가님들 리스트를 만든다면 난 유은실 작가님은 위로 올리고 싶다. 내가 정하는 게 아니어서 그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좀 더 쉬운 작품을 꼽자면 <나도 편식할 거야>를 비롯한 ‘정이 시리즈’가 있는데 그건 또 저학년 느낌이어서. 우리 아래층 3학년도 같이 행사를 할 건데 책을 못 정해 고민하시다가 내가 빌려드린 책 <난 기억할거야>를 보시고 그 책으로 정하시겠다고 하셨다. 이렇게 유은실 작가님 작품은 방대하면서도 중학년이 고르기 살짝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러다 이 따끈따근한 신간을 발견하고 당장 구입해 읽어봤다! 와 이 책 대박인데! 분량은 저학년용인데 내용은 중학년에도 좋다. 아니 고학년에게까지 두루 좋을 것 같다. 좀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걸, 아쉽다!

이 책이 두루 통용되기 좋은 건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로 표현하셨다는 점이다. 짧고 쉬운 이야기지만 상징을 풀어 인간사에 적용시키면 독자 단계에 따라 깊이있는 이야기들이 가능하다. 나도 살면서 많이 생각해본 주제인데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우화로 쓰실 생각을 했을까? 역시 타고나신 작가는 달라... 게다가 작가님 특유의 은근하면서도 어리버리한 유머가 곳곳에 들어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제목부터가 이중의 의미를 갖고있어 의미와 재미를 다 잡고 있다. 다의어를 지도할 때 동기유발로 읽어주어도 재미있겠다.
“제목이 ‘까먹어도 될까요’네요. 여기에서 까먹는다는 건 어떤 뜻일까요?”
- 잊어버린다는 뜻이에요.
- 다람쥐가 도토리나 밤을 까먹는 거예요.
“맞았어요! 둘 다 맞아요. 이 책에는 두 가지 뜻이 다 들어있어요.”

깊은 산 까먹마을에
잘 까먹는 다람쥐들이 살았어.
튼튼한 앞니로
단단한 껍데기를 잘 까먹었지.
도토리를 여기저기 잘 묻어두고
어디 묻었는지 잘 까먹었고.
이렇게 도입부터 ‘까먹다’의 이중의미를 부각하면서 시작한다. 다람쥐의 생태와 다의어의 결합. 이거 다 알던 건데 왜 생각을 못했지?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걸까?ㅎㅎ

도토리를 묻어두고는 까먹어버리는 다람쥐들의 특성 때문에 그들은 니꺼 내꺼 따지지 않으며 적당히 어울려 살아간다. 그런데 거기에 반기를 든 인물이 나타났으니.... 바로 ‘줄무늬’였다. 줄무늬는 억울했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은 ‘안 까먹는’ 다람쥐가 되겠다고 결심하여 수많은 시도와 노력 끝에 결국 성공했다. 안까먹는 ‘줄무늬’는 까먹는 다람쥐들이 답답해서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었다. 혼자 살겠다 결심한 줄무늬는 무리를 떠나 혼자 튼튼한 집과 울타리를 지어놓고 먹이도 울타리 안에 잘 보관한다. 까먹지 않고.

쌍둥이도 태어났는데.... 그 이름이 ‘정신’과 ‘차려’라니.ㅎㅎㅎ 웃음이 난다. 나도 이 말을 나 자신에게, 그리고 아이들한테도 많이 했는데 뭔가 찔리잖아? 어쨌든 정신이와 차려 또한 엄마를 따라 안 까먹는 법을 연마한다. 그러던 중 산속에 큰 사고가......

결국 줄무늬는 큰 깨달음을 얻고, 다람쥐의 생태대로 사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다소 전형적인 결말의 우화다. 하지만 식상한 느낌이 들지 않게 다 장치를 해놓았으니 작가님을 믿고 읽어보도록 하자.^^

인간은 똑똑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본능대로 살아가는 동물들에 비해서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평함을 따지고, 하나라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하고. 그래서 평안함에 이르렀는가? 대답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악착같고 잘 따지는 싸납쟁이들을 보면 내가 잘못 살아왔다고 느끼니까.... 잘 따지지도 못하면서 손해보는 것은 또 사절이니까. 그러나 크게 보면 손해라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똑똑한 것이 미덕인 요즘 세상에서, 올해 우리반 아이들은 약간 다른 별에서 온 애들 같다. 어리숙한데 이쁘다. 마치 숨겨놓은 도토리를 못 찾는 것처럼 대충 넘어가는 성품들인데, 그래서 1년 내 싸움다운 싸움이 한 번도 나질 않는다. 그악스럽게 따지고 한 톨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고 부들부들하던 해에 나는 얼마나 불행했던가. <나의 해방일지>에서 삼남매 엄마가 “심보가 팔자다, 심보가 팔자야.” 라고 한탄하신 대사가 있었다. 모든 상황에서 그 대사를 적용하고 싶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공감한다. 인류의 심보를 전반적으로 조정해서 인류의 팔자를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만들 수는 없을까. 니 심보나 돌아보라고? 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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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음치 마이크 꿈터 어린이 40
류미정 지음, 김정진 그림 / 꿈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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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매우 끌렸다. 나는 음치들이 친근(?)하다. 나 또한 음치를 겨우 모면한 수준이니, 그들을 보면 위안을 받는게 아닐까? 아마도 그럴거다. 인간의 얍삽함이란 참....^^;;;; 제목을 보니 이 책에는 음치가 나오는 것 같고, 음치탈출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얘기일거 같은데 그렇다면 재밌겠다! 게다가 이 작가님 책 <벼락맞은 리코더>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작가님이 음악학원을 하신다고 들었다. 음악적 경험에 기반한 생각들이 작품을 이끌어냈다면 그 생각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 생각은 "당당하게 즐겨라!" 인 것 같다. 꼭 잘해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즐거우면 된다.
어... 맞는 말이기도 하고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그래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더란 말이지. 잘할수록 한계가 없어지고 더 넓게 즐길 수가 있더란 말이지. 물론 못해도 즐길 수는 있어. 딱 그 범위 안에서만. 이 책의 주제대로라면 본인이 거기에 만족하면 되는거지. 그러다가 갈증이 생기면 한계를 넓히기 위해 조금씩 더 시도하고 연습하면 되는 거겠지.

음악에 대한 이런 태도는 전작인 <벼락맞은 리코더>와 이 책을 함께 관통하는 주제인 것 같다. 작가님의 책 중 이 두 권만 읽었는데, 음악을 지도하는 분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주제로 담긴게 아닐까 생각된다. 못한다고 아예 덮어두고 사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인생의 즐거움 하나를 모르고 사는 것과 같다.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음치가족의 아들인 준우. 선생님이 장기자랑을 노래로만 하겠다고 선포하셨다. 너무 걱정이 된 준우는 부모님을 졸라 '나만 따라와' 라는 음치탈출 학원에 등록한다. 거기도 뾰족한 수는 없어보이는데... 원장선생님이 준 마이크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제목의 '음치 탈출 마이크'!

'말하는 ○○○'와 함께 연습을 한다는 설정도 전작과 비슷하다. 음치라는 설정과 마이크라는 소재가 훨씬 흥미로울 것 같았지만 전작이 조금 더 재밌는 것 같다는 아쉬움은 살짝 있었다.

세상에 왜 이렇게 천재가 많은가(특히 우리나라는) 싶지만,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교실에서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그걸 개의치 않고 즐기는 아이들과의 수업이 진짜 신난다. 물론 성취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가능하지만.^^ 천재들이 있는 건 좋다. 프로는 생산물을 내놓아야 하고 그건 질이 높을수록 좋으니까. 하지만 대다수의 아마추어들은 능력의 압박 없이 그냥 즐기는 문화가 널리 퍼지면 좋겠다. 꼭 음악 아니어도 어떤 분야에서든. 능력과 성취의 압박 없이 누구나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소질 없는 분야에서도 당당히 기웃댈 수 있는 분위기. 우리 사회는 이런 게 더 필요할 것 같다.

전설의 마이크가 음치를 고쳐주는 마술을 부린 게 아니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실망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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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코딱지를 드릴게요 바우솔 작은 어린이 43
이승민 지음, 박현주 그림 / 바우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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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민이의 일기 시리즈로 접한 이승민 작가님의 특징은 첫번째로 유머다. 말도 안되는 얘기도 유머로 눙쳐버리면 그래, 이야기니까... 하면서 하하 웃으며 읽게 된다. 사소한 발상에서 시작해 사부작사부작 인물이 만들어지고 작가의 천연덕스러운 유머가 버무려지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탄생! (아, 말이 그렇지 작가 입장에선 고뇌 끝에 탄생하는 거겠지. 오죽하면 코딱지로 발상을 했겠어.^^;;;)

'세 가지 소원' 류의 발상은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한다. 누구나 해보고싶은 상상이어서가 아닐까. 잘못 소원을 빌었다가 소시지 한줄 밖에 남은게 없었다는 부부 이야기를 읽고 애석해하면서, 나라면 이렇게 소원을 빌 텐데 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예전 국어교과서에도 그 이야기와 발문이 나온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머리를 쓰기 시작하자 소원이 천편일률이 되어 재미가 없었다. "평생 소원을 빌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를 주세요." 라든가, "써도 계속 채워지는 통장을 주세요." 아이들의 소원도 결국 거의 돈으로 귀결되던 씁쓸한 기억. 그런데 소원 이야기가 또 나왔다니? 어떤 새로운 점이 있으려나?

첫번째는 그 능력이 '코딱지'에서 나온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는 그 능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능력의 실체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에 빈 소원들은 뭔가 어설프다. 하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SNS와 유튜브의 세상이잖아. 승우의 코딱지 능력은 전세계에 알려졌고 승우는 세상에서 제일 유명하고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엄청나게 좋은 집에서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지고 호위를 받으며 산다. 할 일은 매일 일정명에게 코딱지를 묻혀 소원을 빌게 해주는 것과 이 모든 과정을 방송으로 중계하는 것.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소원빌기는 점점 정교해지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세상에는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승우는 유명인의 생활이 평범인일 때보다 더 무료해지고, 선플보다 악플에 상처받으며 회의에 빠진다. 그때 등장한 단짝친구 민주. 민주는 모든 것을 평범으로 돌려놓는 데 자신의 소원을 썼다. 휴우~ 결말은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인데, 독자들은 여기에서 안도를 느낀다.

키가 3미터가 된다든지, 대신 학원에 갈 분신이 생긴다든지, 외계인이 지구로 온다든지 등의 황당무계한 일들 투성이지만 그건 그냥 이야기적 허용으로 넘어가면서 작가의 유머를 따라가며 웃게 된다. 다 읽고 나면 유머와 대비되는 단단한 고갱이가 남는다. 세상에 '소원을 들어주는 □□'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하지만 꼭 하나만 제발 들어주었으면 싶은 소원은 세상에 넘쳐나고, 그러니 이 소재는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되어 또다른 이야기를 낳겠지?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나는 또 그 이야기를 읽겠지. 조금씩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 코딱지로 시작된 소원 이야기로 아이들과 즐거운 상상 끝에 제법 무거운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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