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자격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김현규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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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북에서 김현규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고 '좋아요'도 곧잘 누르는 독자다. 언제 어떻게 페친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실물을 본 적도 없지만 꽤 '아는 사이' 같은 느낌이 든다. 그건 순전히 그의 글 때문이다. 어떤 날은 몇개의 단문에 혼밥 사진만이 올라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신변의 이야기가, 어떤 날은 수업 이야기가, 혹은 교육문제에 대한 심각하거나 복잡하거나 울분에 찬 주장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의 대부분의 글을 읽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읽혀서.....?^^;;;; 그의 글은 재미있고 선명하다. 공감할 수 있고, 혹은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매우 반가웠다.

김현규 선생님은 중등 국어교사시고 기간제교사다. 난 초등이지만 국어수업에 애착이 많아서 뭔가 동질감이 있다. 하지만 기간제교사의 애환에 대해서는 깊이있겐 모른다. 내게 어렵게 다가오는 건 불안정성보다도 급작성이다. 임기응변, 갑자기 닥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직종. 하지만 저자를 보면 임기응변이 아니다. 그에게는 계획이 다 있다. 바로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의 수업을 해도 줄줄~ 나오게끔 머릿속에 짜여져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상당한 실력자들의 인력풀이라 생각하고, 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특히 저자는 대중을 다루는 기술이 유달리 좋으신 것 같다. 레크레이션 강사 수준으로...(부럽다) 그래서 갑자기 만난 학생들을 들었다놨다 열광적인 수업을 이루어내기도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옴쭉달싹 할 수 없이 무너진 교실상황 속에서 좌절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그러저러한 여러 상황 속에서 떠오른 단상이나 학생들에게 전하는 말들, 교사들과 나누고픈 이야기들이 이렇게 에세이집로 묶였다. 가볍게 읽어도 좋지만 잘 기억했다가 써먹고픈(?) 생각들이 많아서 특히 좋았다. 그리고 저자보다 10년이나 더 교단에 있었으면서도 뭔가 명확히 말로 잡아내지 못했던 생각들을, 아니면 언젠가 페북에 쓰고 흘려보낸 생각들을 책에서 발견할 때 무척 반가웠다. 와우, 내가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신발이 여기 딱 가지런히 놓여있네! 이런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각 편은 2,3쪽의 짧은 분량이라 꼭지 수는 상당히 많다. 장당 20여 꼭지로 총 3장 구성으로 되어있다. 장별로 내용이 칼로 끊듯 구분되진 않는다. 조금씩 중점이 다를 뿐 3장 모두 '교사'가 말하는 이야기다. 어떤 꼭지에선 기간제교사고, 혹은 방황하는 학생을 일으키는 상담자이며, 협력하는 학교구성원 중의 한 명이기도 하고 난감한 현실 앞에서 굴욕감에 몸을 떨며 듣지도 않는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나약한 교사일 때도 있다. 저자는 자신을 '평범한' 교사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나와 비교해보면 훨씬 능력자로 보이지만 어쨌든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는 동료교사로서 동질감을 많이 느낀다. 그런 저자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교사의 자격을 말하고 있어서 위로가 된다. 최선을 다하려곤 하지만 자주 어설픈, 학생들을 위하려곤 하지만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순 없는, 훌륭한 이상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자책하곤 하던 나에게 이 평범한(자칭일지라도) 교사의 고백은 편안한 친구가 되어준다.

그렇다고 우리가 막 사는 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저자나 나나 이 땅을 매우 조심스럽게 밟고 있다. 그건 단지 여기가 지뢰밭이고 숨만 잘못쉬어도 아동학대로 곤욕을 치러야 할 빌어먹을 직장이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 일의 막중함을 알고있다. 그래서 함부로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중년의 나이까지 살며 확신을 갖게된 인생의 법칙들에 대해선 애타는 마음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그건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이며 이것은 어떻게든 여러가지 외형으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가장 크게는 기본생활습관이다. 이것을 크게 보는 것이 저자와 나의 공통점이라고 느꼈다.

[명확한 개념을 잡는 연습]이라는 꼭지(69쪽)에서 저자는 허세와 만용으로 돌진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잘못된 '개념'을 잡아주는 방법을 쓴다. 저자가 유식하고 달변이어서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연구하고 싶은 방법이다. 섣불리 대치하다 지쳐서 "그래 그냥 그렇게 살다 죽어라." 라고 생각한다면 0보다도 못한 마이너스가 된다. 개념을 통한 설득.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 교육이라서 하는 것이다. 사리가 쌓이는 것은 사양하고 싶지만서도.

[기본이 시작이자 마무리]라는 꼭지(77쪽)에서는 "약한 마음은 비범한 것에 관심을 갖고 위대한 마음은 평범한 것에 관심을 갖는다"는 파스칼의 명언을 인용했다. 머리 큰 애들한테 이런 말이 통하려면 얼마나 '잘' 이야기해야 할까. 초등에서부터 잘 가르쳐서 올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들도 동의하고 협조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라는 생각도 든다.

[배움이 일어나는 순간] (84쪽)에선 오래 걸려 깨달았지만 코로나 이후 또 주춤하고 있었던 원칙, '서툴더라도 스스로의 말로 하게 하라'를 다시 떠올리게 되어 기뻤다. 배움은 교실이라는 공간에 와있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고 그걸 촉진하는 교사의 수업기술도 중요하다. 교사는 그래서 연구해야 한다. (뜨끔)

[너는 참 좋은 사람이야] (109쪽)에서도 오래 걸려 깨달았던 원칙 하나가 아주 쉬운 말로 놓여 있어 반가웠다. 교사가 칭찬해주는 직업인 건 아니다. 고래 칭찬론을 난 갖다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교사는 칭찬을 포기해선 안된다. 밝은 눈으로 찾아야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학생의 '성장의 지점'을 정확히 캐치해야 하고 그걸 혼자만 알고있지 말고 본인(때로는 보호자 포함)에게 꼭 일깨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칭찬이란 그런 것이다. 참 착해요~ 다 잘해요~ 문제 없어요~ 이런 말을 은연중에 강요받지 않았으면 한다.

[똑똑한 사람, 힘센 사람, 강한 사람] (197쪽)에서 교사의 정체성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을 본 것 같았다. 나는 똑똑한 사람에 대한 경외심이 있고, 대체로 유약한 편인 나의 성품 때문에 힘에 대한 추구도 무의식에 많이 있다고 느낀다. 저자는 교단에 선 교사에게 다양한 종류의 도전이 오기 때문에 '강한'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강함이란 유연해야 하고, 순도만 높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철 이외의 불순 금속이 섞여야 강한 쇠가 되듯이) 특히 '내 안에서 교사의 역할이 아닌 개인이 나오는 것'에 대한 경계를 하셨는데 매우 공감한다. 그런 모든 것의 조절이 가능한 교사가 강한 교사다. 몇 년 안남았지만 나도 한번은 강한 교사로 살아보고 싶다.ㅎㅎ

책의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하려고 보니 끝이 없어서 여기까지만.... 수많은 꼭지가 있으니 독자마다 다 다른 꼭지로 감상이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렇게 허심탄회한 이야기의 판을 깔아주신 것 같다. 슬프고 괴로운 작금의 교단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 껍데기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쪼록 지금의 진통이 좀더 나은 교단을 만들기를 빌며 아픈 우리 중의 한명인 현규쌤의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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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동물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대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14
김시경 지음, 장선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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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떠서 눈에 익었고, 그런만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신청한 책이었다. 어린이 심사단이 뽑은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에서 대상으로 뽑힌 작품이라고 한다. 과연 대상으로 뽑힐만한 작품이다라는 생각도 들고 개인적으론 그정도로 좋진 않은데?라는 생각도 들고 내 안에서도 감상이 엇갈렸다.

내가 높이 본 것은 주제의식이다. 대표적으로는 동물권과 환경문제로, 멸망을 향해가는 인간사회 문제의 총망라라 할 수 있었다.
반면 생각보다 별로였던 것은 재미였다. 이상하게도 딱히 재미가 없었다. 이건 작품보다도 나의 취향 문제라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특히 어린이 심사단이 뽑은 작품이 재미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난 이 점이 너무 슬퍼...ㅠ 어린이들을 이해하며 함께읽기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이건 큰 약점이다. 어쩔 수가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선생으로 있는 동안만큼은 성실하게 함께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말세다 말세야' 하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인류는 아직까진 연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정말 우리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라는 위기의식(?)을 넘어선 체념성 회의가 든다. 대체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모든 걸 망치는 저주의 손인가. 인간성이 말살된.... 아니 인간성이란게 무엇인가 애초에 그런게 있기는 하던가?

이 책은 매우 긴장된 분위기로 시작된다. 동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졌고, 바로 격리하여 살처분을 집행하는 중이다. 이 책의 주인공 초록이에게는 초코라는 리트리버 반려견이 있는데, 초코 또한 감염이 되어버린다! 초코를 보낼 수 없는 초록이는 인간들의 행위에 반하게 되고, 동물들과 긴박한 여정에 함께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목도하게 된다.

사실 그간의 현실 또한 인간의 이기심이 다른 모든 종에게는 위협과 저주, 불행이었음을 말해준다. 자신이 딛고 선 발판을 파괴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이 작품은 동화지만 이러한 현실을 매우 다양하고 신선하게 잘 조명했다.

얽히고설킨 상황들의 최종에 있는 존재. 섀도우 ET. 그리고 알파. 이런 설정이 아이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일 것 같긴 하다. 나는 타임슬립 소재에서 재미를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엔 혹시? 했지만 역시였고^^;;; (나는 왜 이런 데 몰입이 안되나 몰라) 엄청난 선택을 홀로 짊어진 초록이의 무거운 어깨가 안쓰러웠다.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작가의 선택이자 최종 반전이 약간의 위안을 준다. 사실 인간 중에 선한 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대세는 악이 된다는 점. 그 악이 세상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는 점이 안타까운 점이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그 멱살잡이에 동조하고 있을 때가 많다는 자각도. 그런 세상에 작가가 준 한줄기 희망의 메세지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붙들어야 하는 것이리라.

아이들과 읽으면 이야기거리가 참 많겠다. 그런 면에서도 좋은 책이다. 나에게는 약간 오버로 느껴졌던 설정들이 어찌보면 가장 적당한 설정이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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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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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교 작가님도 꽤 많은 책을 내신 분이다. 시집, 그림책, 동화책에 옛이야기 재화까지. 나도 몇권 갖고 있는데 서평은 처음 써보는 것 같다. (기억이 확실치가...;;;)

작품이 맘에 드는 이유는 그때마다 다양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무심한 듯 조용한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이런 얘기 나도 쓰겠다 싶을 만큼 평범한 이야기, 하지만 절대 쓸 수 없는 이야기. 잘 보면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쓰기 어렵지 않을까.

2학년 첫날 '나'(예지)는 새학급에 적응하려 주변을 살핀다. 근처에 아무말 없는 병욱이가 앉아있다. 선민이라는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너 문병욱 바보인 거 알아? 말도 잘 안하고 날마다 주머니에 손 넣고 다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바보인 건 아닌데."

나는 이 대목에서 평범하고 위대했던 우리 학급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교실붕괴를 막아준 건 나의 지도력이 아니고 이런 아이들의 내적인 힘이었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떠벌이거나 부풀리지 않고, 타인에 대한 호의를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아이들. 남의 흠을 잡아 약점으로 깔아뭉개지 않고 슬며시 빈틈을 괴어주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포진해 있는 학급은 어떤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학급의 철근이다.

이런 아이들이 팔방미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하다. 주목받거나 찬사를 받진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에나 스며들어있어 그 존재감은 놀랍다. 눈이 밝은 교사는 그 빛을 알아볼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대전 4인방 같은 아이들이 학급을 초토화시키면 그 빛도 사그러지는 경우가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가능하다.

어제 이른 출근길에 웬 고등학생이 "선생님!" 하고 날 반갑게 불렀다. 얼굴을 보니 7년 전에 가르쳤던 아이였다. "선생님, 안녕하시죠? 제가 벌써 고3입니다.ㅎㅎ" 하면서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그 아이. 서로 갈 길이 바빠 인사만 하고 헤어졌는데 출근길 내내 그 아이 생각을 했다. 또 만나면 이 말을 꼭 해줄거야. 너가 있어서 정말 좋았어. 너는 우리반의 쿠션이었어. 너랑, 꼭 너같은 몇명의 친구들이 있어서 숱한 말썽들 속에서도 우린 웃고 의지할 수 있었어. 멀리서도 나를 보면 부르면서 달려오는 너희들이 너무 신기했어. 사소한 얘기를 웃으면서 하다가 또 인사하고 뛰어가는 너희가 너무 고마웠어. 그런데 너희는 그걸 몰라. 너희같은 애들의 특징이지. 자기들은 몰라. 얼마나 귀한지.ㅎㅎ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예지와 병욱이의 학교생활은 계속된다. 병욱이는 할머니와 둘이 산다고 한다. 개학식날에 교문 앞에서 병욱이와 할머니, 예지와 엄마는 서로 꾸벅 인사를 나누었다. 예지는 그것도 좋은 기억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시간에 친구 얼굴 그리기를 했을 때, 병욱이는 누가봐도 예지를 닮은 아이를 그렸다.

병욱이는 여전히 쉬는 시간에도 책만 본다. 예지가 다가가 "그 책 재미있어?" 하고 묻자 수줍게 대답을 하는데, 아이들은 또 순진하지. 뭔데? 뭔데? 하면서 병욱이 주변으로 몰려든다. 병욱이는 이렇게 조금씩 아이들 사이에 스며든다. 여전히 말은 없지만.

병욱이가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생각해본다. 꽤 괜찮은 어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난 너무 시끄러운 사람은 부담스러워서, 이런 사람이 더 좋다. 말없이 자기 할 일 하고 조용히 배려해 주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러니 바보니 이상한 애니 쑥덕거리는 사람들이 진짜 바보다. 그냥 옆에 함께 있으면 되는데.

수많은 교사들이 온몸으로 버텨내다 결국 부서지고 무너진 학급들을 생각하다 이 따뜻한 교실을 보니 눈물겹다. 후배쌤들이 이런 교실에서 미소지으며 교육을 하길 바라는데 갈 길은 얼마나 멀까. 작가님이 그려내신 이 따뜻하고 평범한, 아니아니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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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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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1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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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4 17: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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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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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 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는 착각을 깨 주는 책
네드 하틀리 지음, 스튜디오 무티 그림, 권은정 옮김, 이정모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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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 올라온 몇 권의 책 중에서 이 책을 골랐다. 주제가 협력/협동이고 많은 사례가 들어 있으며 각 사례당 내용이 두 쪽에 간략하게 들어있어 수업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아서였다. 도덕 단원 중 협동에 대한 단원이 있는데 그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골라서 예화로 읽어주어도 괜찮고, 두 권쯤 사서 분철하면 한반치 읽기자료를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반이 4학년인데, 그보다는 수준이 좀 높다고 느껴졌다. 6학년 정도에 딱 맞을 것 같다. 중학생들이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체가 100쪽이 조금 안되는 분량이며, 각 꼭지당 본문이 길지 않고 그림도 선명한 칼라로 거의 절반에 가깝게 들어 있는데도, 읽기에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특히 올해 우리반 아이들이 착하기는 한데 배경지식이나 상식이 풍부한 편은 아니어서, 어려워할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문장을 어렵고 딱딱하게 쓴 것은 아닌데, 내용 자체가 조금 어렵다. 총 7영역으로 되어 있는데 과학, 의학, 기술 영역은 그 분야의 특성상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신 보호와 구조, 정치와 사회운동, 스포츠, 문화 영역은 그나마 말랑해서 함께 읽어볼 만하겠다. 국어 교과서에서 <사라, 버스를 타다>라는 본문을 통해 접했던 몽고메리 버스 안 타기 운동같은 장은 아주 반갑게 읽을 듯하다. 대중문화 영역에 두 장이 할애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바이고 하나는 방탄소년단이다. 무심코 읽었다가 앗?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잖아? 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영국인인 저자가 사례로 고를 만큼 세계적인 팀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됨.^^

 

이와같이 중학년 어린이들에게는 말랑한 장을 골라 읽어주고 얘기 나누는 방법으로, 고학년에게는 전체를 읽기자료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하면 좋겠다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생각해본다. 개인 독서로도 물론 훌륭하다. 한 권으로 꽤 많은 지식과 함께 훌륭한 가치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성격검사 하면 내향성이 100이 나오는 매우 극단적인 사람으로서, 혼자 하는 작업을 선호한다. 큰 일을 도모하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혼자 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나도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내가 발전했던 지점은 다른 이들과 함께 했던, 말하자면 협력했던 시간들이었다. 인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분명하며, 함께 할 때 시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붙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름이 알려진 이들이라 할지라도 알고보면 그 이름 뒤에 숨은 수많은 조력자들의 힘이 일을 이루어냈다.

 

교사들이 열정적이던 시절, 우리는 인디스쿨이라는 연대 안에서 엄청난 공유를 이루어냈고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모여 배우고 나누었다. 그 감동적인 시절이 나의 젊은 날이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더 이상 교실 안에서 각자의 고통으로 시들어 죽을 수 없다는 자각이 다시 한번 연대를 만들어냈다. 이 고통의 터널이 지나면 내 젊은 날의 그 나눔과 공유, 협력의 기쁨이 다시 찾아올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보이는 빛은 바늘구멍보다도 좁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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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봐, 들어 봐! 소리와 귀 이야기 바람그림책 142
다카쓰 오사무.엔도 요시토 지음, 나가사키 구니코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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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수 독자로 그림책을 즐기기도 하지만 솔직히 필요에 의해서 찾아볼 때가 더 많다. 특히 지식그림책을 찾아내서 수업에 잘 활용하는 편이다. 쓸모있는 것, 가성비, 이런걸 따지는 삭막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난 이런 작업을 좋아한다. 다른 매체가 주기 어려운 그림책만의 특성으로 효과적인 전달을 하고 나면 되게 흡족해진다.ㅎㅎ 이 직업을 그만두고 나면 어린이책과 멀어지려나? 라는 아쉬움이 좀 들지만, 그걸 미리 걱정할 필요가 뭐 있어. 그럼 그때 돼서 순수한 독자가 되면 되겠지.^^

이 책은 딱 그래서 신청한 책이다. 인체 관련(감각기관) 단원이나 소리 관련 단원에 딱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예상은 적중했다. 내용수준도 유아나 저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부터 고학년은 되어야 알만한 내용들까지 고루 들어있다. 고학년 정도면 쭉 읽어주기만 해도 학생들이 이해할 것 같고, 중학년 이하라면 어려운 내용은 부연설명을 좀 해주거나 좀 더 커서 알아볼 수 있도록 읽고만 넘어가도 괜찮겠다. 개인적으로는 유아용을 넘어선 내용수준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어른인 나도 막연히 알고 있던(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지식그림책의 유용함은 이처럼 크다.

소리는 ‘떨림’에서 시작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귀에 닿은 소리는 떨린 공기의 파도야.”
그리고 고막-귓속뼈-달팽이관-뇌로 전해지는 과정이 단순화한 그림으로 쉽게 표현되어 있다.

소리의 높낮이에 대한 내용도 있다. 공기가 1초에 몇 번 떨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진동수가 적으면 낮은 소리, 많으면 높은 소리가 난다. 그런데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진동수의 영역에는 한계가 있는데 대략 20번~20,000번의 범위 내에서 들을 수 있다. 동물마다 이 가청 영역이 다르므로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동물들은 들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고양이는 70.000번 떨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또한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는 동물들도 있다. 돌고래나 박쥐 등.

소리의 전달에 대한 내용도 있다. 매질에 따라서 전달 속도가 다르다. 쇠,물,공기 중에선 쇠가 가장 빠르고 공기가 가장 느리다. 그 모두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다. 불꽃놀이를 관찰해보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테레오 효과’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이 책의 내용 중 어려운 편에 속한다. 양쪽 귀에 닿은 소리의 미세한 차이 정보를 뇌가 접수해서 깊이와 넓이가 있는 풍성한 소리를 느끼게 된다. 한창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을 때 ‘가장 즐거움을 주는 감각은 청각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두 개의 귀와 뇌가 선사하는 행복감이라고 할까. 시각이 가장 지대하다고 생각하지만 청각도 그에 못지 않게 절대적인 감각인 것 같다. 나는 청력은 아직까진 괜찮은 거 같은데 만성적 외이도염으로 귀가 말썽인 편이라 늘 신경이 쓰인다. 눈이 나쁜 대신 청력은 죽을 때까지 잘 유지하고 싶은데....

뇌에 축적된 소리에 대한 정보는 여러 가지 판단을 돕고, 상상력에도 기여한다. 이렇게 청각이라는 감각과 귀라는 감각기관에 대하여 이모저모 알게 되는 책이다.

친한 쌤들이 올해 3학년이시라 이 책을 빌려드릴까 한다. 과학에 [소리의 성질]이라는 단원이 있거든. 줄을 서시오~ 아주 기뻐하실 책이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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