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유령 크니기 - 2011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선정
벤야민 좀머할더 글.그림, 루시드 폴 (Lucid Fall) 옮김 / 토토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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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를 보고 책을 선택해보기는 처음이다. 루시드 폴? '고등어'와 '레미제라블'과 '햇살은 따뜻해'를 부른 그 가수 루시드 폴? 알고보니 이 사람은 노래가사만 감각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번역에다 직접 책을 쓰는 작가이도 하구나.... 어찌됐든 그렇게 나는 이 책을 골랐다.

 

검정색 매직 하나만 있어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한 그림과 무채색의 배경... 검정 보자기를 뒤집어 쓴 듯한 주인공 크니기가 보인다. 크니기는 생일에 이모한테서 책을 선물받는다. 근데 그 책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텅 비어 있었다. 크니기는 속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서관에 가서 더 두꺼운 책들도 찾아보았다. 그래도 소용이 없다.

 

포기한 크니기가 잠든 사이에 책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곧이어 책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무늬들과 빛깔들..... 크니기가 온갖 상상을 하자 그 모양과 색깔들은 제작기 자리를 잡고 책장 하나하나를 그득히 물들인다.

 

명쾌한 주제를 마지막 장에서 던져준다.

"책은 눈으로만 읽는 게 아니었어요"

 

아침 독서 시간에 책을 읽는 아이들을 지켜본다. 형형생색의 이미지들 가운데에서 행복한 헤엄을 치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런가하면 '까만건 글씨고 하얀건 종이지? 읽으라니까 펴놓고는 있는다.'라는 듯이 넘어가지 않는 책장을 부여잡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교실 시계의 바늘을 눈으로 끌어올릴 듯 책이 아닌 시계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책상 위에 누구나 책을 펴놓고 있지만 그것은 다 같은 책이 아닌 것이다.

 

텅 빈 책을 넘기고 있는 아이들의 눈에, 그 아름다운 색깔과 모양은 언제 보이게 될까? 이 책을 보여준다고 그게 보일까?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함께 읽고 말해주고 싶다. "책은 눈과 마음이 함께 읽는 거란다. 그래야 이야기가 우리 마음 속에 들어와서 살아 숨쉬지. 그럼 넌 인생의 행복 하나를 얻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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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몰라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규칙 생각을 더하면 5
게라르도 콜롬보.마리나 모르푸르고 지음, 일라리아 파치올리 그림 / 책속물고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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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사람들(어린이들 포함)이 꼭 읽어야 할 내용이라는 것이 장점이고.... 그러나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이 단점이라 하겠다. 책을 읽으며 맞아, 그 때 내가 해주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거였어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목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5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내밀었을 때 몇 장 읽고 덮지 않을 아이를 머리에 떠올려보니 딱 한 명 있다. 우리반에서 별명이 '브레인'인 아이. 사회시간에 아이들이 전혀 모르는 '전문용어'로 발표를 하는 그 아이. 매사에 의미를 깊이 따지는 그 아이.


나머지 아이들을 상상하니...^^ 그림도 흥미롭고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 이 책을 일단 손에 잡을 수는 있겠지만, 중간을 넘길 아이는 없어보인다. 내용의 훌륭함을 따져볼 때 참 안타까운 일이다. 구성과 서술을 달리해서 일단 아이들이 읽어낼 수 있게 만들어졌으면 참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긴 해도 어쨌든 내게는 꽤 괜찮은 책이었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규칙과 배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이것은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들이 규칙을 지켜야 할 이유에 대해서 '어기면 혼나니까' 정도로 인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어떻게 가르쳐야 그렇게 될까? 그런 고민에 이 책을 일정 부분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수직사회와 수평사회에 대한 비교와 설명이 참 인상깊었다. 내가 속한 작은 사회부터(이를테면 학급) 수평사회로 만드는 일,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실천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힐 자신은 없지만 이 책의 정신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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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당연한 말이다. 말은 상처를 주라고 있는게 아니다.

소통하며 이해하고 더욱 사랑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말은 상처를 주라고 있는거야!" 라고 피를 토하듯 외치는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도처에 있다. 정치판에도 있고, 온라인에도 넘친다. 동료들 중에도 있고 상사들 중에도 있다.

 

아이들은 어떨까? 올해 우리반에는 그런 아이가 있다. 이 아이가 쑤셔대는 비수로 상처받거나 빈정 상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 담임인 나도 그 중의 하나라면 믿으려나? 그런가 하면 이 아이를 좋아하고 따르는 아이들도 꽤 된다. 운동을 잘하고 웃기기도 해서 주로 드센 남자아이들의 구심체 역할을 한다. 그뿐이 아니라  여자아이들 중에도 때론 상처받으면서조차 이 아이를 미워하지 못하는 가련한 녀인네들이 있다. 소위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청순가련형 녀인들이다. 난 젊었을 때부터 이런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서, 가슴을 감싸안고 쓰러지면서도 이 아이에 대한 애정을 놓지못하는 녀인네들을 보니 솔직히 속이 터진다. 

 

이 아이는 쌍시옷이나 쌍기역이 들어간 소위 쌍욕들을 그렇게 많이 하진 않는다. 대신에 "니 주제에~" "병신아 꺼져" "장애 찐따 같은게" 와 같이 상대방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막말들을 서슴지 않고 한다. 표정과 제스처까지 곁들이면 누구도 상처 안받고는 못배긴다. 오죽하면 어른인 나도 상처받았다고 하지 않는가?

위안이 있다면, 지금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가끔은 "이 녀석도 어린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카리스마도 없는 담임인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때론 그 녀석의 투정에 공감도 해주고 솔직히 내 감정을 얘기해주기도 한다. "널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데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고 느꼈다. 이러저러이러저러 했을 때이다. 그렇게 하면 누구든 상처받는다. 나도 너무나 불쾌했었단 말이다. 그게 너의 의도는 아니지 않니? 그리고 그건 인간에 대한 예의와 관련된 문제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 이 녀석은 날 무서워하지는 않되 일정선을 지키려 눈치는 보고 있는 중이다. 그게 고맙기도 한데.......

 

사건은 또 터졌다. 학급대항 운동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이 아이(A라고 하겠다)한테 받은 상처가 큰 B라는 아이가 있다. B는 특히 운동에 약하다. 같이 경기를 하면 좀 답답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이렇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것까지도 감싸주고 격려하는 게 친구고, 반듯하고 배려있는 사람의 태도이지 않나?

연습을 할 때, 의외로 B가 크게 표나지 않게 그럭저럭 하고 있어서 안심을 했다. 그게 담임의 불찰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긴장한 B는 연습 때 하던 것의 반의 반도 못했다.  A의 다그침이 쏟아졌다. 욕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해! 저렇게 하라고! 와 같은 감정섞인 고함에 B는 그만 얼어붙었다. 마비된 사람처럼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우리 팀은 당연히 패했다.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는 B의 심정이 참담했으리라. 몇몇 괞찮은 녀석들이 다가와 B의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위로했다. B도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뒷모습이 아무래도 불안해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도서실에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마침 국어도 말의 영향에 관련된 단원을 할 차례라 아이들과 함께 읽으려고 대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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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상처를 주라고 있는게 아니랍니다 / 엘리자베스 베르딕 / 지식더미

 

여러분의 말은 여러분의 것이랍니다.

무슨 말을 할지, 그리고 어떻게 말할지는 여러분의 마음에 달렸어요.

여러분의 말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누군가를 도와 줄 수도 있어요.

 

말은 상처를 주기 위해 있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 여러분을 상처받게 하는 말을 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아마도....

슬프거나,

몹시 화가 나거나,

겁에 질릴 거예요.

아니면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거나,

할 말이 없어지지요.....

 

다음날, 수업시간이 되어도 아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1교시 쉬는 시간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가 학교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단다....

이틀간 엄마랑 집에서 지내면서 쉬고 월요일에 등교하겠다고 한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이 아이가 받는 말의 상처를 완전히 차단해 줄 수는 없다. 이 아이의 환경을 무균실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은 그 어머니나 나나 마찬가지다. 그저 나는 이미 일어난 일을 최대한 교육적으로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 국어시간이 되어 "오늘은 그림책으로 국어수업을 시작합니다"라고 했다. 이 책을 중간쯤 보여줬다. 그리고 어제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얘기를 들었다. 이 책의 뒷부분으로 마무리를 했다. 너희들이 일부러 나쁜 말을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떤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줄을 알았으면 같은 상황에서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아이들은 기운없는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을 했다.


내내 고개를 숙이고 얘기를 듣던 A와 눈이 마주쳤다. 학기초에 보이던 반항적이고 불만이 가득한 눈빛은 사라져있다. 그런 눈빛이 이제는 내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한다. 대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2년 전 얘기를 꺼낸다.(2년 전에도 A와 B는 같은 반이었고 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아무도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았으며 자신은 억울하게 혼난 적도 많단다.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시는 당시의 담임선생님께 이 아이는 아직도 한이 맺혀 있다. 야, 그럼 제정신 박힌 선생이면 당연히 피해자 편을 들지 가해자 편을 들겠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일단 삼키고, 그 이야기는 우리 둘이 하자. 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문다. 울 듯한 표정이다. 조만간 이 아이가 쏟아놓는 말을 일단 무조건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감당이 될까?^^;;; 모르겠다. 이런 바보같은 선생이 또 있으려나...........


스토리는 없이 교훈을 열거하는 방식의 이 책은, 평상시 같으면 그냥 넘겼을 책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으니 이 책의 제목에 꽂히게 되었다. 무엇이 됐든 아이들의 수면에 작은 돌 하나 던져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어른들은(나는) 얼마나 말을 조심하면서 산다고..... 이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 그냥 제목만 기억하겠다. 말은 상처를 주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이 책을 읽어봐야 될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지만 그들이 내 말에 귀 기울일 일은 없으니, 나는 나를 바라보고 앉아 있는 이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고민하며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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