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읽는 영화 수업
차승민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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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교육이라 하기엔 부족하지만 학기당 두 편 정도는 영화를 본다. 필독도서로 읽히는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사회과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확보가 만만치 않아서 전체를 한번에 쭉 보여주는 경우는 없다. 주로 행사를 하는 날 남는 시간 같은 때 보는데 그러다보면 영화 한 편을 가지고 대여섯번을 잘라서 보게도 되고 그 기간은 두 달을 넘기도 한다. 영화교육이라 이름 붙이긴 힘들겠고 그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영화보기라 하면 되겠다.

10년 전쯤에 어쩌다보니 영화감상부를 2년 정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창 비디오 가게가 사장길로 접어든 때여서 폐업하는 비디오 가게에서 싼 값에 비디오테잎을 사는걸 재미로 삼기도 했다.(이젠 재생할 기자재가 없어 얼마전에 다 버렸지만...ㅠ) 그리고 얼마후 난 차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영화수업 이야기를 하나 둘씩 올리기 시작하신 것이다. 이런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참 신선하고 반가웠지만 영화감상부를 안하게 되자 원래 영화를 즐겨보지 않던 나는 더이상 차쌤의 글을 찾지 않게 되었다.

3년 전인가 차쌤의 첫번째 책이 나왔다. 저자명을 보고 반가웠다. 아, 커뮤니티의 그 쌤이구나! 바로 도서실에 구입하고 도서실의 비도서자료(DVD)도 그 책을 참고해서 구입했다. 선생님들께 호응이 꽤 좋았다.^^

이후 나온 차쌤의 저서는 영화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 학생 사용 설명서? 아 이분은 영화에만 관심이 있는게 아니었구나. 영화는 어쩌면 매개물이고 그것을 통한 소통과 이해에 이분의 진짜 관심이 있구나.
"영화수업은 자기중심적 사고에 머물러 있던 아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한걸음 물러서서 감정을 추스르는 능력이 생겼다. 자신있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익혔다."(본문 33쪽)
이와같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나와 다를지라도 존중하며, 나의 느낌과 감정을 공유하여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치유하는 과정을 저자는 중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영화교육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처럼 자투리 시간에 보여주기 정도로는 부족하다. "알아서 보고 알아서 느껴." 이걸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막'을 '뚫고' 들어가는 수고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것에 전문가다. 그의 영화수업이 성공한 이유로 영화에 대한 지식과 안목 등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는 일단 텍스트로 선택한 영화를 깊이있게 봐야한다. 매우 집중해서. 감상 전 활동에서 어느 정도까지 내용을 소개해줄 것인지, 사전 질문은 어떻게 던질 것인지. 감상 중에는 어느 부분에서 멈추고 집중시킬 것인지. 감상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계획을 짜야 한다. 감상 중 아이들의 반응도 살펴야 하고 아이들의 대화도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그 데이터는 잘 저장해 두었다가 이후 생활지도에 참고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영화수업은 교사에게 편한 수업, 잠시 공문처리를 해도 되는 수업이 아니다. 교과서로 공부하는 수업보다 훨씬 열린 수업이며 그만큼 교사의 역할과 노력이 중요한 수업이다.

에잉.... 그럼 책을 읽을 입맛이 떨어지잖아?^^;; 그렇게 힘들게까지 해서 굳이 영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
가끔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차쌤처럼 학급특색으로까지는 못하겠지만 학기에 두 편 보여주는 영화라도 차쌤 흉내를 내어 보여주고 싶다.

이책의 백미는 사용설명서 시리즈의 저자 차쌤의 특기가 가장 잘 드러난 제4장 <영화를 통한 마음 읽기>인 것 같다. 이미 페북을 통해 일상의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심리를 읽는 차쌤의 통찰력에 여러번 감탄해 본 터이다. 이 장의 '차쌤의 조언'을 읽으니 그때의 느낌이 다시 떠오른다. 나도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훈련을 많이 해봐야 되겠다. '껍질'을 '깨고' 들어가는 수고는 감수해야 할 터. 음... 쉬운 건 없으니까.

마지막 장은 주제별 영화 목록이다. 재미있는 영화, 가치로운 영화, 가족과 관계된 영화, 친구와 관계된 영화 등 12가지의 주제별로 몇편씩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줄거리 소개, 눈여겨볼 지점, 좋은 질문, 가능한 활동 등을 소개해 놓아서 교사의 수고를 확 줄여 주었다.

나는 방학이면 연수도 많이 받지만 꽤 많은 시간 아이들 책을 끼고 방바닥을 뒹구는데 이것을 '교재연구'라 부르는데에 양심의 가책을 전혀 받지 않는다. 실제로 그 독서는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독서이고 유용한 텍스트를 찾기 위한 독서이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방학엔 교재연구를 하나 더 추가하기로 하겠다. 이 책에 나온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기껏해야 컴퓨터 모니터로 봐야되는 우리집 영화 환경이 좀 아쉽긴 하지만.... 우와, 새로운 숙제가 재밌는 숙제라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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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교과서 속 우리말 5~6학년군 - 악마의 게임에서 탈출하라 닮은 듯 다른 교과서 속 우리말
정유소영 지음, 박우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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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같은 책 3,4학년용을 읽고 5,6학년용도 나왔으면 했는데 딱 1년만에 나왔다.

읽으면서 작가가 참 머리가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창작동화도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렇게 학습과 연계한 동화도 머리를 쥐어짜는 창작의 고통이 뒤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닌가? 작가들에게 이정도는 껌인가?^^) 정유소영 작가는 전통문화를 소개해주는 <내가 원래 뭐였는지 알아?>에서도 이름을 봤다. 이야기와 학습을 연결짓는(막말로는 끼워맞추는) 스토리구성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다.

3,4학년용에서는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다루고 있는데 이건 5학년 교과서에도 나온다.(1학기엔 다의어, 2학기엔 동음이의어) 이 둘의 차이를 평소에 구분하지 않고 지냈기에 자칫하면 혼동해서 지도할 수도 있다. 교사들도 한 번 읽어보면 지도의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을만한 책이었다. 다의어나 동음이의어의 의미차이로 인해서 '무서운 이야기'가 '우스운 이야기'로 바뀌는 설정으로 전체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물론 특정 낱말들의 의미차이를 드러내는데 촛점을 맞춰야 하므로 이야기 자체가 완전히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그래도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그정도의 스토리 구성이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도 다의어나 동음이의어로 인한 생활주변의 개그상황(?)들을 간단한 만화나 역할극으로 만들어보는 수업은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다.

이번 5,6학년용에서는 받침에 따라 뜻이 다른 말(낫,낮,낯,낱 등), '-이'와 '히'의 올바른 표기, 비슷하게 쓰이지만 다른 뜻을 가진 말(껍질과 껍데기 등)을 다룬다. 주인공 승균이가 악마에게 잡혀간 할아버지를 구하려고 악마가 내 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낱말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다.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해서 교사들도 비슷한 게임을 창작해 수업에 활용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능력이 있어야 해서 나로선 그림의 떡...ㅠ)

읽어주기엔 좀 길고, 닡말을 눈으로 봐야 해서 책 그대로를 수업에 활용하기보단 아이들이 스스로 읽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우려되는 점은, 아이들은 학습적 요소에 눈이 머무르지 않고 스토리만 쫓아 갈 것이라는 점이다. 스토리가 너무 재밌으면 오히려 방해가 된달까?^^ 그래도 세세한 건 기억 못하더라도 우리말의 재미를 알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싶다.

승부는 아이디어에서 난다! 이 작가의 아이디어는 매번 훌륭하다. 나도 수업에 이런 아이디어가 흘러나온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싶다.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을 몰라서 하는 소릴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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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 - 에너지 너랑 나랑 더불어학교 13
김성호 지음, 전진경 그림 / 길벗스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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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김성호/길벗스쿨>

탈핵을 말하면 순진한 사람이거나 무식한 진보인 걸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순진한 건 잘 모르겠고 그리 진보도 아니지만 무식한 건 맞기 때문에 탈핵에 관심은 있었지만 남한테 말하기는 좀 꺼려졌었다.

이 책 한권을(더구나 어린이용 책을) 읽었다고 어찌 무식을 벗어났으랴만 난 일단 탈핵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만은 분명해졌다. 이 책은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과히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참 잘 쓴 책이다. 그리고 쉬운 단계에서부터 이해하고 싶은 나같은 어른들에게도 딱 좋은 책이다.

원자력발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런 논점에서 반대측을 비웃는다. 올여름 더웠지? 너 에어컨 틀어놓고 살았지? 그거 다 원전에서 나온거야~ 싫으면 더워도 참든가~ 못하겠으면 입 다물어~

사실 이건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중 원자력 비율이 상당히 높은 나라다. 30%라고 책에도 나와 있다. 그런데 이건 유동적인 듯하다. 올해(2016 4월) 통계를 보니 21%로 나오는데 몇 기가 점검 중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30%보다 낮아도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 싶다. 그정도 비율이면 포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00%라도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면 대책을 찾는게 맞지 않는가? 전기 없이 살 수 있어? 이미 틀렸지?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석탄과 석유의 매장량이 이제 끝을 보인다는 얘기는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에 비해 우라늄의 매장량에 대해서는 인식이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우리반은 찬반토론을 했는데 아이들은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나누어 토론을 했다. 그때 반대측 토론자가 원자력발전의 피해와 위험성에 대해 지적을 했다. 그러자 찬성측에서 "모든 에너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라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라늄을 포기하면 뭘로 전기를 만들 겁니까?"라며 반론을 펴는 것 아닌가? 아, 이런 오개념을 갖고 있구나.... 이 책에 보면 우라늄의 매장량도 최대한 잡아서 80년이라고 나온다. 매우 유한한 에너지원인 것이다. 그에 비해 감수해야 될 위험성은 국가존망을 거론할 지경이며 특히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 문제는 아직 어느 나라도 안전하게 성공해보지 못한, 생각만 해도 골치거리인 거대숙제인 것이다.

이 책은 탈핵의 입장에 치우쳐 쓴 책은 아니다. 저자의 마음 속에는 지향이 있다고 짐작되지만, 표면적으로는 '두얼굴'이라는 제목에 맞게 객관적인 사실 중심으로 썼다고 본다. 이 책에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내용도 나온다. 비용 대비 효율성도 아직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효율 면에서 원자력 에너지도 숨겨진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명을 다한 원전의 폐기와 뒷처리까지 따져보면 그렇다. 방사능 물질들이 인체에 주는 가공할 파괴력과 그 영향력의 엄청난 기간을 생각하면 30년을 운영하자고 원전을 계속 지을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 효과는 잠깐이요 부작용은 거의 무한한 약 같은 존재가 아닐지.

이번 경주 지역 지진으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확산되었다. 이번 기회에 노후 원전의 가동중단과 추가 건설 계획의 백지화만큼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운영과 처리에 대한 문제도 미루지 말고 고민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비율을 높여가는데 힘써야 한다. 이것은 탈핵을 하든 하지 않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차피 원자력의 연료도 몇십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향해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열려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삶의 터전을 유린하는 것은 4대강으로 족하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속는 것도 지겹고 안 속으려고 필사적으로 의심하는 것도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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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9 15: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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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하우스 문지아이들 143
유은실 지음, 서영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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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유은실 작가의 최신작이다. 유은실 작가는 참 능청스럽게 할 말을 한다. 곰 가족이 나오길래 곰의 생태와 관련있는 이야기인가 했더니, 인간 삶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곰은 그냥 작가의 장치였다. 곰의 탈을 쓴 인간의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주인공 곰 보람은 TV보는게 낙인 증조할머니, 빌딩청소부 일을 하며 가족을 먹여살리는 할머니, 피부병(사람으로 치면 아토피)으로 고생하는 남동생과 다 허물어져가는 좁은 집에서 산다. 아버지는 빚만 남기고 사라졌고 엄마도 떠났다.

애쓰며 살아가는 할머니와 보람에 비해 속없어보이는 증조할머니는 하는 일 없이 TV에 목을 매며 산다. 증조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슈퍼곰이 간다>로, 연예인이 그의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다.(우리는 여기서 딱 어떤 프로그램을 연상한다) 여기에 나오는 좋은 집, 맛있는 음식, 고급스러운 여가활동 등은 보람에게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확인하게 할 뿐이지만, 증조할머니는 그 아이들의 재롱에 좋다고 웃으며 더욱 TV에 빠져든다.

이 책의 중요한 일은 꼭 TV와 연결되어 일어난다. 옆집 사는 골짜기 아줌마가 <드림 하우스>라는 프로에 이들의 사연을 보내준 것이다. 같은 이름의 프로였던가?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난다. 도저히 못살 것 같은 집에 제작진이 찾아가 사연을 소개하고 새 집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MC는 각 방의 문을 열면서 호들갑을 떨고 그 방의 주인공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울거나 웃거나 하는.... 자존심 강한 보람은 자신들의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주는게 내키지 않지만 살아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기에 이 촬영에 참여하기로 한다.

독자인 나조차 '선정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될 정도로 이들의 주거는 열악했다. 다행히 출연자로 선정이 되고 방송작가와 기타 제작진이 급한 일정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100% 진실이기는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연기도 필요하고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그들은 더욱 불쌍해 보여야 한다. "품위있는 곰이 되고 싶다"는 보람의 장래희망은 PD의 콧방귀에 간단하게 무시당한다. 이 과정에서 PD와 싸우던 작가 진주씨는 결국 시청률이 제대로 안나와 일을 그만둔다. 시청률이 안나오자 기대했던 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진주씨는 이제 주거복지를 위한 시민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얘기를 하며 보람에게 들어온 유일한 후원물 하나를 전해준다. 그건 보람이 품위있는 곰이 되기 위해 읽고 싶다했던 포우의 <발톱>이라는 책이었다. 무려 1500쪽이 넘는. 보람은 새 방, 하지만 난방비가 없어 추운 방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게 끝이다.

극적이지 않아 PD에게 무시당했던 "품위있고 싶다"는 보람의 소원은 사실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품위있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우리가 품위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 중에 품위를 지킬래야 지킬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 않는가. 적어도 모두가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세상, <드림 하우스>같은 방송을 통해 한 두 가정에만 일시적으로 퍼주는 도움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이상 적어도 품위는 지키는 환경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곰돌이 곰순이 이야기인 줄 알고 책을 잡았던 아이들은 이 무거운 주제의식에 좀 당황할 것도 같지만.... 내 오랜 경험에서 보면 아이들도 이해의 층위는 각자 다르지만 나름대로 다 받아들인다.^^ 난 유은실 작가의 말빨이 아직 생생히 살아있는 걸 느끼니 기분이 좋고,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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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 행복한 집시 쨍쨍의 여행 이야기쇼
쨍쨍 글.사진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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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 궁금해서. 꽤 오래 전부터 쨍쨍의 여행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접했다. 그리고 쨍쨍과 나는 몇번 만나본 적도 있다.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하다. 스리랑카 사진이 올라오는가 하면 며칠 후 네팔에서 인사가 오고, 그런가 싶으면 벌써 제주 쨍쨍랜드에서 이야기를 올리는! 나와는 너무나 다른 쨍쨍. 할 이야기가 넘칠 텐데 왜 책을 쓰지 않을까 전부터 궁금했는데 드디어 책이 나왔다.

쨍쨍을 알게 된건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에서였다. 방학이면 스케일 대단한 여행 이야기로 게시판을 즐겁게 해주던 쨍쨍. 그녀는 연극놀이의 전도사이기도 했다. 연극놀이 연수를 통해, 커뮤니티의 오프모임을 통해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내가 소화하기엔 너무 개성있는(ㅎㅎ) 사람이었다.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그때는 현직교사셨는데 교사라기엔 놀라운 미니스커트에 화려한 색의 옷차림, 거침없는 말투와 자유연애주의, 흡연(지금은 금연하신지 꽤 됐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날 좀 흠칫하게 했었다.(처음 고백하는 말이다 ㅎㅎ)

거의 10년 가까이 흐른 뒤에 에듀니티에서 열린 여행이야기 쇼에서 다시 쨍쨍을 만났다. 예전보다 이야기가 훨씬 더 편안하고 부드럽게 들렸다. 그녀도 나도 나이를 더 먹어서일까. 그녀보다는 내가 나이를 먹어서일거다. 나와 다른 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고, 부러워는 하되 너무 심하게는 아닌... 여유가 조금은 생긴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행이야기 쇼를 들어서인지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더욱 친근했다. 난 쨍쨍의 여행 스타일이 맘에 든다. 볼거리에 치중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는 여행. 세계문화유산 이런 타이틀을 흥! 하고 무시할 수 있는 쨍쨍의 주관이 좋다. 보통은 볼거리 중심으로 여행계획을 짜고, 아는만큼 보인다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찾아가서는 과연 그렇구나 확인하고, 인증샷 찍고 돌아오지 않는가. 근데 쨍쨍의 여행사진에는 이런게 거의 없다. 대신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웃음'이 담겨있다. 여행 가이드북으로는 활용을 권치 않겠다.^^ 쨍쨍 자체가 무작정! 발길 닿는대로! 떠나는 스타일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떠난 쨍쨍의 여행에는 '자유'가 있다. 서둘 필요도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연다. 내가 돕기도 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감동적인 친구들이 된다. 쨍쨍은 가끔 외롭다고 책에도 썼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외롭지 않은 사람이다. 온 세상이 다 친구이니. 그녀의 열린 마음만큼 그녀는 외롭지 않은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녀가 랭킹 1위로 꼽는 아일랜드에 꼭 가보고 싶다. 음... 그리고 터키랑 오스트리아도? 근데 난 집 떠나 이틀도 자기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적응기간이 좀 필요하다. 동료 두명과 겨울방학하면 섬진강 쪽으로 여행을 가자고 말해 두었다. 그리고 나면 제주도? 그 다음 쯤엔 모르지. 쨍쨍이 밟은 곳을 한 곳쯤 따라서 밟아볼 수 있을지도....

쨍쨍은 교사로서도 매우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의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수업은 그 옛날에도 첨단을 달렸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꽉막힌 사람들에게 그녀는 별종 취급을 받았을 것 같다. 여자로서도, 교사로서도. 난 그녀같은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만 타고난게 없으니 그건 안되고...ㅎㅎㅎ 자유로움, 마음열기. 거부당하거나 상처받을 위험성에 개의치 않을 이 미덕을 갖춘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도 조금은 더 경계를 풀고 사람의 아름다움에 더 기대를 가지며 살아봐야겠다. 쨍쨍의 이 책이 나에게 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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