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고양이 아스트로캣의 물리학 여행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고양이 아스트로캣
도미니크 월리먼 지음, 이충호 옮김, 벤 뉴먼 그림 / 길벗어린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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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판형이 너무나 크고 게다가 양장본이어서 내게는 부담스러운 책이다. 이 두가지 사실은 나에게 한가지를 불가능하게 한다. 바로 누워서 읽는 것.^^

어쩔 수 없이 식탁에 앉아 큰 판형의 책을 펼친다. 눈알을 위로 아래로 옆으로 열심히 굴려야 한다. 이렇게 그림이 가득차 있고 그림 사이사이에 설명이 들어가 있는 구성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구성. 아 정신없어~ 한데로 좀 몰지. 이건 아줌마 사정.ㅎㅎ
나처럼 문자 의존도가 높은 어른은 차근차근 설명하고 거기에 보조적으로 그림을 곁들이는 방식에 이해도가 올라가지만 아이들은 좀 다르다. 판형이 큰 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이고.

물리학이라 하면 학창시절 내 취약과목 중 하나다. 수학 과학에 약했던 나는 '물리'라면 어렵고 졸렸던 기억만 남아있다. 그래서 비록 아이들 책, 그것도 그림으로 가득찬 책이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첫번째 키워드는 중력이다. 천체의 활동, 지구상의 모든 운동의 기본 법칙이 되는 중력.
다음은 원자다.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 이 원자가 얼마나 작은지, 작은 이것의 구조는 어떠한지(양성자+중성자+전자) 그림으로 잘 설명해 놓았고 크기 비례도 우리가 알 만한 물건들에 빗대 놓아서 이해하기가 쉽다.
여기서 원소기호와 주기율표도 나온다. 이건 화학시간에 배우던 건데? 이제부터 그림책이라 무시할 수 없는 내용들이 계속된다.^^

운동과 속력, 힘에 대한 내용이 나오자 비로소 물리시간의 졸린 추억이 떠오른다. 이제 드디어 법칙이 등장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첫번째는 관성의 법칙, 두번째는 가속도의 법칙, 세번째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 어, 기억이 나잖아?) 이어서 에너지, 자기, 빛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핵물리학도 나오는데 여기서 핵융합, 핵분열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E=mc2 이라는 유명한 공식도 나온다. 이어지는 입자물리학과 양자물리학 내용은 내겐 낯선 내용이다.

으흠으흠~ 고등학교 이후 잔류된 지식이 이 그림책 한 권짜리도 못되는 걸 깨닫는 느낌은 썩 좋지 못한데....^^ 그만큼 한 권에 많은 내용을 담았다는 점을 생각하자.ㅎ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사진 찍듯이 내용을 통째로 삼켜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 위주의 이런 설명은 특히 그렇다. 그런 공부가 사전에 된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가서 겁먹지 않을 것이다. 주기율표? 이거 내가 초등학교 때 그림책에서 봤던 거잖아? 이렇게 말이다.^^ 지식을 얻는 방법은 이전보다 많이 열려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이와 같이 다채로운 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중학년부터 놀듯 읽듯 하면 좋을것 같고, 고학년이 읽으면 더 좋겠다. 물론 중학생이나 어른이 읽는대도 말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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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의 선택 - 제1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70
김태호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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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단편동화집을 한 권 읽었다. 김태호 작가의 <제후의 선택>이라는 책이었다. 표제작을 비롯 9편의 작품이 실려 있었다. 책이 두껍지 않은데 9편이니 대부분 길이가 짧았다. 하지만 의미를 곱씹으려면 그리 빠르게 넘길 수가 없는 작품들이었다. 재치가 번득여 웃음짓기도 했고, 경고가 엄중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작가의 특징이 어떤 것 같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고 이 책만 가지고 본다면
1. 주인공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능청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목이>가 대표적인데 '친엄마가 아닌 엄마'에게 쫓겨나 아파트 복도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은 한참 읽다 보니 모기였다. 그러고 보니 제목이 '나목이'! 와~작가는 짖궂다. 좀 얄미울 정도.^^;;
표제작인 <제후의 선택>에서도 주인공이 고양이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는 모습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불러온다. 사람이 아닌거야...? 역시, 제후가 애완동물로 키우던 흰 쥐의 변신이었다.
위 두 작품처럼 정체 파악이 어려운 경우는 아니지만 <창 안의 아이들>에서 아이들의 말과 표정, 행동들도 무심코 보다가는 오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모두 '창 안에서만' 떠들고 날뛰고 있다. 마지막에 강미 한 명만 대화창을 빠져나와 현장에 온다. 한 목숨이 꺼져가는 장면을, 그래도 연수 혼자 지키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창 안에서만 떠들기' 우리가 늘상 하고 있는 짓이 아닌가. 부끄러웠다.

2. 상징성이 매우 강하다. <나리꽃은 지지 않는다>에서 군인들은 나리꽃들을 함부로 꺾어 가져간다.
"꽃들에게 사과하세요."
"우리는 꽃 따위에게 사과하지 않아"
"꽃들이 사라졌으니 곧 잊힐거야."
이런 말들 사이에서 연상되는 것이 또렷이 솟아올랐다. 물론 누구나 다 똑같이 보이고 느끼지는 않겠지만.
<꽃지뢰>라는 작품도 그렇다. 지구인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아토라는 행성을 발견했다. 지구인의 딱한 사정을 알고 아토인들은 협조를 해주었는데 지구인들은 그것을 원수로 갚았다. 전쟁이 벌어졌고 서로가 뿌린 돌지뢰와 꽃지뢰는 아토별을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말았다. 지구인들은 아토인들을 불행에 빠뜨렸고 자신들도 행복해지지 않았으며 목적한 것도 손에 넣지 못했다.

3. 패러디와 언어의 재치가 넘친다. 난 첫작품 <남주부전>이 가장 재미있었다. 전업주부인 담이아빠는 정수기 수리기사 구과장의 꾀임에 빠져 용사장 앞에 끌려간다. 용사장은 역시나 '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 아닌가! 살려달라는 담이와 아빠 앞에 그들은 커다란 가마솥을 끌고 온다. 그들은 역시 '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전업주부 담이아빠는 이렇게 해서 용왕님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ㅎㅎ
지난달에 우리는 동형어(동음이의어) 수업을 했다. 그때 난 "우리말의 동형어는 수많은 농담과 개그의 소재가 되곤 하지요."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그 개그를 아이들에게 펼쳐주진 못했다. 아깝다!! 이 동화를 읽어줄 것을....^^ 나이든 내가 동화를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생생한 수업 텍스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건졌다!^^

4. 교훈적이지는 않으면서 메시지가 적당하다. <게임 중>이라는 작품에는 아들의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이 나오는데, 읭? 이건 뭐 놀아준다기보다 놀이를 주동한다. 아빠는 게임중독이었던 것이다. 게임중독 아이와 그걸 꾸짖는 부모가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섬뜩하다. 이 작품도 품에 끼워놨다가 필요하면 써먹을테다.

요즘 우리반 아이들과 나라별, 작가별 책읽기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과 깊이읽기를 시도하다 보면 꽤 수준높은 작품에 관심과 호의를 보이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이 책도 그렇게 읽을 만한 책인 것 같다. 아이들의 해석과 감상이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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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 초등학교의 꽃, 평생 제자를 만나는 즐거움
서준호 지음 / 지식프레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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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라는 이 책을 내가 꼭 읽을 필요가 있을까? 40대 후반인 내가 이번 학교에 와서 2년 연속 5학년을 했으니 이 학교에서는 6학년을 안할 것 같고, 다음 학교로 옮기면 50대로 접어드니 이제는 6학년을 안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얄팍한 계산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
표지에 있는 "6학년은 졸업 후에도 평생 제자가 돼요" 라는 문구에 세상에서 젤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평생 제자? 그런게 왜 필요하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

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눈앞에서 사라지는 순간 깨끗이 잊고 새 아이들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나의 '최선'의 임기는 딱 1년이다. 그 이후는 없다. 몇년에 한번쯤 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연락오는 옛 제자가 있는데 난 이들이 만나자고 할까봐 걱정한다. 다행히 그런 적은 없었다.^^ 하여간 평생제자 만들겠다고 6학년을 하는 건 나로선 이해를 할 수 없는 심리다.(내가 비정상인거지. 그건 인정 ㅎ)

그래도 혹시 몰라 라는 생각에 나는 이 책을 집어든다. 읽어보니 6학년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좀 줄어드는 듯도 하다. 그리고! 꼭 6학년이 아니어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특히 같은 고학년으로 분류되는 5학년 정도는 책의 내용을 거의 대부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적용해보고 싶었던 건 '선생님 사용 설명서'와 '학생 사용 설명서'다. 전에 모임에서 그걸 보여주신 샘이 있었는데 그때는 왠지 내키지가 않더니 책을 읽으면서 효과를 이해하니 꼭 하고 싶어졌다. 일단 올해 말 아이들에게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잘 받아두어야 내년 첫날 나를 소개할 수 있고 그걸 참고로 학생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게 할 수 있구나. 학생 사용 설명서는 학생 상호간, 교사학생간에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상담 때도 활용할 수 있겠구나. 잘 준비해 둬야겠다.

놀이연수를 진행하신 놀이 전문가 답게 놀이로 부드럽고 유쾌하게 학급을 이끌어가는 노하우도 담겨있다. 저자의 원격연수를 나도 들었는데 놀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멘트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그런 멘트들이 잘 나와있어 참고할 수 있다.

저자는 심리치료를 깊이 공부한 전문가이도 하다. 그래서 제2장 <학생파악하기>와 제4장 <문제해결 프로그램>에는 학생의 감정을 파악하고 다루는 세심한 방법들이 잘 나와있다. 또 진단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들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나로선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했거나 혹은 서툴게 적용하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나는 할 수 없겠다 싶은게 있는데 그건 '사진'이다. 저자는 본인의 초등 때 사진이 없는게 아쉽다며 사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수준높은 사진을 찍어 공유하며 인화까지 해서 나눠준다. 그반 학부모님은 얼마나 고마울까 싶으면서 우리반에게 살짝 미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사진이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역시 초등 때 사진이 별로 없지만 있다고 해도 보고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집 아이들 돌사진도 찍지 않았는데 하나도 아쉽지 않다. (추억이란 마음 속에 있으면 되고 잊혀졌으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을 평상시에 갖고 있다) 사진이란 건 교사가 시도할 수 있는 일 중에서는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축에 들지만, 그것도 교사가 의미부여를 못하면 불가능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는 참 특이한 사람이구나 싶으면서 좀 미안하다 ㅎㅎ)
또 한가지는 학부모와의 소통방식이다. 내가 소통하는 방식은 주간학습안내와 특별할 때는 단체문자 정도가 고작인데 저자는 밴드를 권장한다. 내가 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얼굴을 안보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고 굳이 양방향(때로는 다방향) 소통까지는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곤함을 감수하느니 주간학습안내에 최선을 담아 계획을 세우고 상세하게 안내하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던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학부모님들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도 이런 내용을 보게 되니 마음에 압박이 된다.ㅠ 내년에는 최소한 단체문자라도 좀 더 활용을 해봐야 될까보다.

위의 두가지 나로선 잘 안되는 것, 이것은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 책의, 또 저자 서준호 선생님의 가장 큰 강점이 '감정'을 다룰 능력이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위의 사소한 것들 말고 나의 사실상 큰 약점도 거기에 있다. 나는 감정에 백치는 아니다. 약간은 민감한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려워한다. 아니 피곤해 한다는 표현이 맞을까. 감정에 직면한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다보니 적당히 모른척하고 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차하는 사이 그것은 학급을 병들일 수도 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고학년)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따뜻하게 이끌어주기는 참 어렵다. 교사도 아이들도 상처받지 않는 교실. 이것은 장밋빛 꿈인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의 모델이 될 만한 많은 선생님들은 이 가능성을 먼저 열어가며 앞서 걸어가고 있다. 저자 서준호 선생님은 그 대표주자라 하겠다. 그릇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나도 그 가능성을 따라가보고 싶다.

이 책을 한번 읽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한번 읽고 바로 적용된 적은 없었다. 두세번 읽고도 수시로 필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보며 적용해야 한다. 6학년(고학년) 학급운영 노하우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도서실에도 준비해놓고 신규샘들께 광고 좀 해야겠다. 그러나 그들보다 코가 석자인 건 바로 나라는 사실. 다시 정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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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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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김장날이라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무엇보다 책이 쉽게 읽혀서 다 읽었다. 나처럼 호흡이 길지 못한 사람들도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다.

김제동씨는 전문 작가도 아니면서 책을 여러 권 냈다. 작가수업을 받은 것 같지도 않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아마도 '말'일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것이 그의 본업이니) 이 책은 바로 그의 '말'이다. 그의 육성을 고대로 옮겨 놓은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는 책에서 그의 외로움과 약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때로 우리 모두가 그의 소신있는 발언에 감탄하고 그의 용기를 칭찬할 때조차 그 그늘에서 떨고 있는 외로운 아이같은 자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것이 느껴질 때 난 눈물이 났다. 두려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불이익과 비난이 어찌 두렵지 않으랴. 하지만 그는 단순하게 간다. 그의 마음이 향하는 길로 간다. 그 반대로 가는 게 더 괴롭기 때문이다. "그게 다예요" 라고 그는 말한다.

김제동씨는 내가 보기에 상당히 노력하고 공부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지 않고 저런 내공과 뚝심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그는 겸손하고, 자신의 별볼일없는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성경에도 "나의 약함을 자랑합니다.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나오는데, 똑같은 맥락은 아니겠지만 제동씨의 강함도 어쩌면 거기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가 외롭고 초라해졌을 때, 약한 사람들이 주었던 작은 위로를 잊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신도 같은 위로로 세상 사람들과 어깨동무하려 한다.

"그럴 때 있으시죠?"
라는 말로 말이다.

주저앉은 무릎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사실 채찍질이 아니다. 이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 나는 오늘 제동씨에게 좀더 힘빼고 단순하게 살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그건 생각없이 산다는 말과는 다르다. 오히려 대단한 동력이다. 그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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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샘 2016-11-2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이들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책을 읽다보면 앞의 내용이 가물가물해진다는 점이 아날까 싶어요.(저만 그러는지.....) 혼자 박장대소하며 웃다가, 눈가를 훔치기도 하고, 눈가가 붉어지고 콧등이 아려지던 기억과 더불어 가슴이 먹먹했었는데, 어느 대목에서 크게 웃었던가 싶은 기억의 아련함이 내자신을 쥐어박게 하네요.^^ 샘의 서평을 통해 다시금 책 속의 말들이 살아나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네요. 고마워요.^^ 앞으로는 채찍질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나도 그럴 때 있어요.˝ 라는 말로 아이들을 대해볼까 해요..^^
 
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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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년 선생님 한 분이 이 책을 내밀며 "저번에 얘기하던 책이에요. 천천히 읽고 주세요." 하신다. 엥? 언제 이 책 얘길 했더라.... 기억이 없다. 정말 큰일이다. 어쨌건 저자가 꽤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고, 책도 재밌어 보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처럼 바쁜 날, 자기 전에 읽다 자는 책으로는 드물게 3일만에 다 읽었다. 인내심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척 고마운 책. 작가의 지론처럼 쉽게, 솔직하게 쓰였다는 점이 매력인 듯. 그러면서 누구나 가능하니 열심히 좀 써보라고 강렬히 선동하는 책이다.

글쓰기의 이론 책은 아니다. 작법다운 이야기는 마지막에 아주 잠깐 나온다. 대부분은 작가 자신의 글쓰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중 절반 정도는 실패담이어서 독자에게 묘한 위로(?)와 만족감(?)을 준다. 거의 셀프디스에 가까운 전반부는 자신의 첫번째 책에 대해 "자신의 글에 도취되어 있는 데다 쓴소리를 하는 친구마저 멀리한 결과는 훗날 <소설 마태우스>라는,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를 만들게 된다" 라고 비하하고 있다. 그 책을 본 적 없어서 정말 쓰레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글쓰기 전반부의 실패를 솔직하게 까발린다.

사람이 아무리 솔직하다 한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진 않을 것이다. 저자의 후반부 글쓰기 인생에는 몇가지 성공 이유와 함께 저자의 자부심도 엿보이는데, 그 사이에는 저자가 '지옥훈련'이라고 표현한 10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이것이다. 훈련을 해라. 그러면 분명히 나아진다.

저자는 그 10년간 무수히 책을 읽었고(놀랍게도 그 전에는 거의 읽은 책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꾸준히 글을 썼다.(매일 하루 두 편씩 썼다고 하니 대단한 노력 맞다) 또 알라딘 서재에서 서평활동을 왕성히 했다. (나도 알라딘에 서재가 있긴 한데.... 하루에 두편은 커녕 한달에 두세편이 고작이니) 또 글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트와 펜을 끼고 다녔고, 종이신문을 꼼꼼히 읽었다는 비결도 나온다.

그 결과, 이후에 나온 책과 경향신문에 쓴 칼럼부터는 대중의 호평과 인정을 받게 된다. 자타가 인정하는 그의 글의 매력은 쉽고 솔직하며 유머가 있다는 점.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쓰지 말라"고 본인도 조언하고 있는데, '자신이 아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그것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쓰는 것이 그의 글쓰기 비결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의 입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사회와 사람을 보는 건강한 시선. 그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욕구가 얼마나 강렬해야 그가 말한 '지옥훈련'을 이겨내고 글을 쓸 수 있을까? 전업작가가 아닌 이상 바쁜 일상에 쫓기다 좀 틈이 나야 키보드에 손가락이라도 올려보게 되는 것인데 꾸준한 블로그와 서재 활동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요는 독한 결심과 잠을 줄이는 부지런함에 있을 것 같다. 저자 또한 본업을 내팽개치고 글쓰기 활동에만 몰두하지는 않았을 터. 보기보다(?) 굉장히 의지가 굳고 부지런한 사람일 거라 짐작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야 뭐... 책을 내거나 신문에 칼럼을 쓸 꿈을 꾸는 것까진 아니니까 조금은 편하게 저자를 흉내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떠오르는 소재를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길든 짧든 꼭 써놓는 것, 남의 글에 관심을 갖고 장점을 배우는 것,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나의 생각을 늘 정립하는 것 등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나도 어떤 분야든 성공하려면 글을 잘써야겠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성공은 자신 안에 쌓인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하는데 미술 분야에서 이주헌 씨라든지, 과학 분야에서 정재승 씨 이런 분들을 보고 문학 분야 종사자가 아니라도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이렇게 유익하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일반인들도 나름대로의 축적과 소통의 욕구가 있는 법이니 이 책의 조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의미가 있겠다.

사실, 모든 능력이 그렇듯이 글쓰기도 모든 이에게 똑같은 능력이 주어지진 않았다. 노력으로 되는 부분을 넘어선 능력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긴 한다. 그러니 노력하되 너무 스트레스 받진 말기. 책을 낼 것까진 아니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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