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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 떠나는 루와 파블로의 세계 여행 ㅣ 한울림 생태환경동화
시릴 디옹 외 지음, 뱅상 마에 그림, 권지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1월
평점 :
오오 멋진 책이다!! 문체가 좀더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착착 감긴다면, 아이들이 빨려들 매력이 뭔가 있다면 좋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이 멋진 책이 아이들에게 외면당하면 어쩌지 라는 조바심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내일)에 대하여 꼭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들만 모아놓았다. 그 주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부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 떠나는 루와 파블로의 세계여행>이다. 프랑스에 사는 루와 파블로는 학교에서 미세먼지로 체육시간이 취소되고 점심급식에 고기가 나오지 않고 대신 축산의 문제점에 대한 영화를 보던 날, 해결책을 찾는 여행을 부모님께 제안한다. 이렇게 가족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프랑스의 노르망디였다. 거기엔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짓는 부부가 있었다. 이러한 영속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화분 하나도 잘 못 키우는 나는 농부들이 가장 존경스럽고 특히 이런 농법을 실천하는 농부들이 세상을 살린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농부들의 삶은 너무나 고단하고 소득이 없다. 이런 부분의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농부 부부에게 왜 모든 농부들이 이렇게 농사짓지 않는 거냐고 묻는데, 그 대답이 충격적이다. "기존의 농사 방식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모든 걸 막고 있기 때문이지. 그들은 농부들이 해마다 트랙터, 화학비료, 살충제를 사들이길 바란단다. 우리처럼 석유 한 방울 쓰지 않고 자연을 공짜로 이용하면서 농사짓는 걸 바라지 않아."
다음 여행지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이다. 여기서 아이들이 놀란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 그리고 주민들의 투자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고 있다는 것. 화석연료는 고갈되어가고 원전의 가공할 위험성이 드러난 지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들에게 보여줄 좋은 사례가 되겠다.
다음 여행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재활용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특히 친환경 퇴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는데 이것은 첫 여행지에서의 영속농법과 관련이 된다.
다음 주제는 경제로 넘어간다. 영국의 브리스틀이라는 도시에서는 지역화폐가 통용된다. 거대금융의 사슬 속에 들어가지 않고 지역의 경제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이 되겠다. 여기서 예시한 '무인도에 표류한 은행가 이야기'는 섬뜩하다.
다음 여행지는 인도의 쿠탐바캄인데 여기서는 민주주의의 모델을 볼 수 있다. 카스트제도가 남아있던 마을에서, '시민의 모임'을 통해 마을의 일을 해결하는 마을이 되기까지. 거기에는 엘랑고 아저씨의 헌신이 있었다.
마지막 꼭지는 교육이었다. 여행지는 핀란드였다. 교육에서 민주시민을 길러낸다면 앞의 일들의 실행이 좀더 쉬울 것이다. 핀란드 교육은 익히 들어온 바인데 여기에선 교사 1인당 적은 학생수, 철저한 교사 양성과정, 자립능력을 키우는 교육과목, 기술직에 대한 차별 없음, 편안하고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 등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이 책과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영화가 먼저 제작되고 책이 나중에 나온 경우다. 영화는 2016 세자르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당장 찾아봤는데 국내에선 상영되지도 않을 뿐더러 유료로 다운로드할 수도 없고 DVD도 발매되지 않았다.... 아 아쉽다. 올해는 2학년을 맡아서 이정도의 내용까지는 다룰 일이 없지만, 5학년을 할 때,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심도있게 다룰 수 있는 단원이 있었는데. DVD라도 발매되기를 바라야겠다. 한꼭지씩 읽어주고 해당부분 영화를 보면 매우 깊이있고 실제적인 접근이 가능하겠다.
돈이라는 거대한 우상, 경제라는 거대한 시스템, 발전이라는 거대한 신념으로 이루어진 이 단단한 구조에 우리는 과연 균열을 내고 인간다운 삶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과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이들이 모델로 선택한 등장인물들이 그 길에 앞장선 사람들일 것이다. 그 꼬리라도 붙들고 같이 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나의 실천력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이 책의 마지막 꼭지, 교육의 현장에 선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