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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오늘도 폭발 중 ㅣ 라임 어린이 문학 13
에드바르트 판 드 판델 지음, 마티아스 드 레이우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새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될 때가 있다. 미친듯한 분노에 나를 내맡겼다가 후회하기도 하고 열등감의 나락으로 한없이 떨어져 나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고 흥분을 주체 못했다가 실수하기도 한다. 감정에 솔직한 것은 좋으나 컨트롤은 해야 한다. 우리는 내 안에 있는 감정을 생물로 이해하면서 '키를 잡고 조정해야 한다' 거나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등의 표현을 한다. 이 동화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제목은 <오빠는 오늘도 폭발중>인데 다른 세계의 동물이 주인공에게 나타나는 판타지로 시작하니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려는지 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읽다보니 그 '동물'은 판타지라기 보다는 상징에 가까웠다. 누구에게나 한때 나타나는 것. 참고 배려하는 역할에 익숙한 레나에게는 파란 사슴들이 나타났는데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늘 문제를 일으키며 가족의 근심거리가 되는 오빠에게는 검은 사자로 나타났다. 파란 사슴들이 레나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주인님"이라고 말할 때 감이 왔다. 아, 동물들은 주인공의 감정을 상징하는구나. 그런데 주인님이라 부르긴 하지만 주인의 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하는 것 같다. 모든 말에 순종하지는 않는다.
오빠의 검은사자와 레나의 파란사슴들이 격돌하는 장면이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라 하겠다. 자칫하면 사슴들은 모두 피를 흘리고 쓰러질 판이다. 이때 남매는 동물들을 제어할 말들을 찾게 된다. 사자에게는 "곰곰이 생각해" "조용히" "친절하게"와 같은 말들이었다. 사슴들에게는 뜻밖에도 "싸워!" "안돼!" 같은 말들이 필요했다. 이로써 극단의 감정에 있는 두 아이들의 감정이 균형을 이루는 방법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남매에게 나타난 '동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지만 남매를 대하는 부모의 침착하고 인내심있는 대처는 인상적이다. 어쩌면 그랬기에 아이들은 동물을 만나고 스스로 조절의 언어들을 찾아냈는지도. 오빠는 지금도 가끔씩 화를 내고 싸우기도 하지만 횟수와 강도가 점차 줄어들어가고 있고, 스스로 제어하는 힘도 늘어났다.
사자를 품은 아이들을 교실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아이들을 강하게 다루려면 나는 호랑이 정도 되면 되려나? 그랬다간 날마다 혈투로 상처만 더해갈 것이다. 기약없는 기다림만이 답인 것도 아니다. 아이 손에 키를 쥐어주고 키워드를 다룰 힘을 길러줘야 하는데 이것은 상당히 고난이도의 지난한 작업이며,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부모님의 바른 이해와 협조는 절대적이다.
감정을 다루는 책들이 부쩍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책은 그런 종류인지도 모르고 읽었다가 건진 뜻밖의 수확이었다. 나는 꽤 괜찮게 읽었다. 아이들도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