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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좋아요 - 어린이를 위한 토론 책
김정순.이영근 지음, 조하나 그림, 초등토론교육연구회 / 에듀니티 / 2017년 4월
평점 :
5학년 담임을 자주 해서 토론수업을 여러 번 해보았다. 잘 운영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토론수업은 활기가 넘치고 아이들이 무척 흥미있어 한다. 토론의 수준이 남보기 매우 부끄러운 것이었어도, 아이들은 뿌듯해 하면서 다음번에 또 하자고 한다. 거의 예외없이.^^
이제는 토론의 절차도 머릿속에 다 있고 아이들이 논제를 스스로 정하지 못할 때 예시로 내줄 논제도 여러개 가지고 있고 토론준비표나 판정표 같은 서식들도 갖추고 있어서 이러든저러든 수업은 진행이 된다. 나름 익숙해져서 수업에 큰 부담도 없다. 그래도 늘, 뭔가는 부족하고 아쉽다. 그래서 작년에는 수업을 앞두고 토론 관련 책을 하나 찾아 읽었는데 그게 바로 이영근 선생님의 <따뜻한 교실토론> 책이었다. 대부분은 처음 접하는 내용들이 아니었지만 좀 삐둘삐뚤한 줄을 가지런히 맞춰주듯 수업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했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최근에 나온 이 책은 학생용 책이다. 토론에 대하여 학생용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신 도전이 대단하시다. 물론 아이들이 토론수업을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그건 수업중 덜 지루한 수업이어서? 경쟁적 요소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어서? 등의 이유 때문이고 토론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책까지 찾아볼 아이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토론수업을 깊이 있게 안해봤으니 내 수준에서의 생각^^)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은 꼭 토론을 앞두고가 아니어도 학생들이 한번 읽어보면 좋을 내용일 뿐 아니라 반복해서 읽고 숙지하면 더욱 좋을 내용이다. 찬반토론에서 상대편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앞으로의 배움, 삶을 위해 갖추어야 할 듣기와 말하기 기술이라 하겠다. 더 나아가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성인들 중에도 듣기와 말하기에 익숙하며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남의 의견을 듣는 성숙한 태도가 갖추어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가? 토론은 수업의 특별한 장면이라기보다 우리의 일상이며 배움을 나누는 방법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특별한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책이 아니라 이 책의 부제처럼 '당당하게 생각을 나누는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첫걸음' 이다. 사실 난 이 부분을 서체 때문에 처음에는 '담담하게'로 읽었는데 담담하게도 당당하게도 다 좋다. 어디서 많이 보던 것처럼 핏대세우고, 흥분하고, 우기고, 비아냥거리고, 분노하지만 않는다면!
교사인 나의 입장에서는 그냥 바로 들이대던 찬반토론에 앞서 차근차근 알려줄 것들을 정리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니 설명이나 예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1,2장 토론의 개념이나 원칙도 도움이 되고, 3장 토론을 하면 좋은 점도 설득력이 있다. 4장 논제에 대한 내용도 도움이 많이 된다. 토론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어렵고도 관건이 되는 단계가 논제 정하기였다. 여기서는 논제를 사실논제, 가치논제, 정책논제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논제가 될 것과 아닌 것도 구분 못하는 아이들과 한참 씨름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5장부터는 실전이다.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설명하고 있어 놀라웠다. 이 책을 잘 읽고 이해하면 말싸움에 그치지 않고 성숙하게 토론하며 지든 이기든 한걸음 나아가는 토론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동안 다년간 토론수업을 이끌어오며 쌓으신 저자의 내공과 전문성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올해는 저학년 담임이라 정식 디베이트 토론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짝 말하기나 모둠 말하기를 많이 시도할 생각이어서 부분부분 참고하려고 한다. 다시 고학년을 맡게 되면 그동안 정체되었던 토론수업에 진일보를 가져올 수 있도록 이 책을 참고해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