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모두 시를 써요 - 아이들 시 쓰기 ㅣ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6
이오덕 지음 / 양철북 / 2017년 9월
평점 :
같은 제목의 책이 교실의 내 책꽂이에 꽂혀 있다. 학교를 다섯 번, 교실을 20번 이사하면서도 살아남아 꽂혀있는 책이다. (사실 들춰본지는 오래되었다) 이 책은 그 책의 개정판이다. 문득 그 책이 언제 나온 책인가 궁금해서 펼쳐보았다. 1993년. 완전 신규시절에 샀던 책이네! 지금은 글쓰기책, 동시집들도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그때는 참 귀했던 책이었다. 문예부를 맡았던 나는 이 책을 뒤적거리며 활동지를 만들곤 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이오덕 선생님이 우리 글쓰기 교육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할 것이다. 그분의 교육사상을 쫓는 분들도 많고 글쓰기교육을 공부하시는 분들이나 단체 중 그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도 깊이있게 공부해보진 않았지만 젊었을 때 보던 이런 책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어린이의 삶은 곧 시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만 한다면 그것은 곧 시가 된다." 라는 생각이다.
이오덕 선생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것은 '있어보이고 싶어서 머리속으로만 만들어낸 관념적인 시' 인것 같다.
"먹 속에 깃든
우리 얼과 혼이
영원히 살아 숨 쉬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가만히
먹을 잡아 보았다."
본문 중에 나오는 위와 같은 시가 바로 이오덕 선생님이 질색하시는 시다.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뽑혔다는. 요즘도 저런 시를 쓰는 아이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보는 눈들과 심사기준이 바뀌어서 저런 시가 장원으로 뽑힐 일은 없다. 어쩌면 그것도 이오덕 선생님이 남기고 간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로 이오덕 선생님이 싫어하시는 시는 말장난으로 이루어진 시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했었다. 언어의 유희, 즉 말놀이로 이루어진 시들이 유행을 했고 교과서에도 들어왔다. 아예 국어교과에 '말의 재미'라는 단원이 있어 여러가지 말놀이 시들을 다루기도 한다. 이오덕 선생님의 기준에 따르면 이런 시는 가치없는 시일까? 선생님은 윤석중 선생님의 동요들을 예로 들면서(그때는 아직 말놀이 시들이 유행하기 전이었으니) "재미는 있는데 감동은 없는" 시라고 표현하시면서 "이런 동요는 어른들이 씁니다.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게 읽히기 위해서 써 보이는 것이니, 이런 것을 흉내 내어 써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쓰는 것은 동요도 아니고 동시도 아니고 시조도 아니고 다만 시입니다. 감동을 담은 시, 감동을 느끼는 시입니다." 라고 말씀하시고 있다.
요컨대 재미와 감동 중에서 어린이의 시는 감동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감동을 빼고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나는 어느정도 공감하는 입장이지만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감동을 쓰려면 무엇보다도 자기 마음속에서 가장 쓰고 싶은 것, 절실한 것을 써야 합니다" 라는 말씀에는 공감한다. 감동이라고 해서 대단한 뭉클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엇 나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있는데' 혹은 '아하 그랬겠구나', '아 그렇게 느꼈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재미있는 생각인걸' 정도의 공감이라면 충분히 감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절대 감동론>을 나는 지지한다. 단, 언어 유희를 다룬 시들도 나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니 그 옛날 신규시절 국어시간에 읽어주었거나 문예부 아이들과 나누었던 시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단 20년이 더 지난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더구나 서울의 아이들에게는 설명해야 할 것이 더욱 많아졌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시골 아이들의 일하는 삶을 다룬 시들,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시들이 특히 그렇다.
아이들과 함께 공감하기에는 요즘에 나온 좋은 시집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 책은 내가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읽어두고 아이들과 시쓰기를 할 때 지침으로 삼아야겠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시들이 모두 구닥다리인 것은 아니다. '딱지 따먹기' 같은 불후의 명작을 비롯, 몇십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만한 시들이 많이 들어있다. 포스트잇을 붙이는 손길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