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별 보림어린이문고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 보림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카다 준의 신작이 나와서 열어봤더니 10년전 나왔던 <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라는 책의 개정판이다. 10년 전 다른 곳에 썼던 서평이 생각나 찾아보았다. 이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 변했구나. 그리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구나..... 옛 서평에서 교사로서의 내 과거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재미있다.^^;;; 아래는 가져온 내용.


----------------------------------------------------------------

신기한 시간표,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등으로 특별한 느낌을 주었던 오카다 준의 작품이다. 오카다 준의 작품은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으면서도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환상적인 느낌의 판타지라는 점에서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환타지적인 요소가 빠졌다. 저학년 대상의 생활동화라 하면 되겠다. 전편들의 느낌이 강렬해서인지 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동화에서 선택한 문제의식은 황선미 님의 ‘나쁜 어린이표’의 그것과 똑같아 보인다. 혹시 표절작 아니야? 하는 의혹이 툭 튀어나올 정도이다. 물론 내용은 똑같지 않다. 나쁜 어린이표의 선생님은 ‘나쁜 어린이표’라는 벌점을 주어서 아이들을 힘들게 했지만 이 책의 선생님은 상점의 의미인 은색 별 스티커를 준다. 그러나 결국 마찬가지다. 벌점을 받거나 상점을 못받거나 서로 비교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별 스티커를 말하다보니 떠오르는 책이 또 한권 있다. 맥스 루케이도의‘너는 특별하단다’라는 그림책이다. 거기에 나오는 펀치넬로는 별표를 받지 못해 늘 주눅이 들어있고 고민한다.

음... 그렇다면 작가는 교실의 보상제도라는 배경은 ‘나쁜 어린이표’에서, 별스티커라는 소재는 ‘너는 특별하단다’에서 따와서 적당히 버무려 놓은 것인가? 그런 의혹도 가능하긴 하겠다. 하지만 난 굳이 그런 의혹의 눈으로 작품을 보고 싶지는 않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려 한다. 스티커로 인간의 행동을 강화시키려는 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구나.......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체벌하지 않고 아이들의 동기를 부여하며 적절한 보상으로 올바른 행동을 강화하기에 스티커만한 다른 대안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런 고민을 흔히 보게 된다. 거기에는 많은 고민과 공감의 댓글들이 달린다. 하지만 언제나 정답은 없다.... 

이 책의 선생님은 백점맞는 아이들에게 멋진 별 스티커를 주었다. 어느새 별을 야구모자 붙이는게 유행이 되어 너도 나도 계급장과 같은 별모자를 쓰고 다닌다.

이 대목에서 같은 교사로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선생님이 왜 ‘시험’을 잘 본 아이들에게만 스티커를 주었을까 하는 점이다. 난 급식 잘 먹은 친구에게도 주고, 일기 써온 사람, 책 읽은 사람, 학급의 역할분담활동 잘 한 사람, 발표한 사람.... 골고루 주는데...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것도 큰 차이는 없다. 위의 선생님 반 아이들이 공부 잘 하는 아이 : 못하는 아이의 구도로 나뉜다면 우리 반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성실한 아이 : 불성실한 아이의 구도로 나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매사에 아이들에게 내적인 동기유발을 시킬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다양하다는 미명 하에 오늘도 스티커 제도를 잘 써먹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기가 영 마음이 불편하다. 

같은 모둠의 친구들인 신이(별을 하나도 못받았다), 잇페이(가끔은 쉬운 시험도 있어서 별 세 개를 받았다), 마코(보통은 하는 아이라서 18개의 별을 받았다)는 어느 날 신이의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별 하나라도 받게 하려고) 빈 교실에 들어갔다가 선생님의 서랍에서 별 스티커 뭉치를 발견한다. 잇페이는 그중 한 장을 빼내 신이에게 주고, 신이는 그걸 화장실에 붙여준다. 마코도 자신의 모자에 달린 별을 떼어 화장실에 붙이고, 잇페이가 간신히 모은 별 세 개는 하나씩 서로의 이마에 붙여준다. 한마디씩 서로를 칭찬하면서.... 백 열 여덟 개의 별이 빛나고 있는 화장실... 밤하늘의 별과 서로 어울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장면이 이 책의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이다.

그러잖아도 고민할게 많아 죽겠는데 그냥 별 무리 없이 하고 있는 상표 제도를 새삼스레 또 고민해야 하나.... 그렇다면 아직 자율도덕성이 생기지 않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실한 학교생활에 대한 내적인 동기부여를 해줄 것인가...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재미있는 책을 놓고 주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딱하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이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새롭게 접했다. 그것은 저자가 연구자(학자)였기 때문이며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이롭게 할 분야와 방법은 많다.

의대와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사회역학자로서 자신이 연구한 바를 담담히 서술하는 이 책은 학문적 기반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일단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은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밝히는 학문으로 개인적 원인을 넘어선 사회적 원인을 밝혀내는 학문임을 설명한다. 그 시각에서 우리 사회를 보았을 때 사회적 원인으로 질병을 얻게된 많은 사례들이 있었다. 원진레이온이나 제일화학, 삼성반도체 등의 직업병을 비롯해서, 해고노동자, 소방공무원,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재소자 등이 겪는 질병과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이 아주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 보여준다. 이것은 소수자(사회적 약자)들이 훨씬 질병에 처할 위험이 높다는 뜻이며, 그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저자는 또 공동체와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에 온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로세토라는 마을에서 유독 심장병 사망률이 적은 이유를 연구하던 사람들은 그 마을의 공동체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상호부조하는 공동체 문화가 무너지고 개인주의로 인해 결속이 깨지자 사망률은 다른 지역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뜨끔했다. 난 안주고 안받는게 편한데. 남의 사정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그러나 로세토 이야기는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해서도요."
이런 대목을 접하니 또 마음이 착잡해진다.ㅠ

마지막 페이지는 저자가 후배들의 소식지에 기고했던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라는 글이다. 이 글을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자가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 하고싶은 말이 여기에 들어있는 듯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지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점점 그런 인간을 시대에 뒤떨어진 천연기념물처럼 만들고, 타인의 고통 위에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권장하고 경쟁이 모든 사회구성의 기본 논리라고 주장하는 사회가 되어가는게 저는 싫어요."

하아.... 결국은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 이거지.... 그거 졸업한지가 언젠데.ㅠㅠ 이 똑똑하고 전문적인 학자의 글은 예기치 못하게 마음에 파문의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고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차르트를 위한 질문 웅진책마을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영선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올해 중학년을 지원해놓고,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중학년용 책들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작가는 마이클 모퍼고다. 영국에서 존경받는다는 이 작가는 나의 30대 초중반에, 어린시절 독서의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려준 작가다. 그 시작은 '켄즈케 왕국'이었고 이후 다른 작품으로도 "동화는 대상연령이 낮을 뿐 수준이 낮은 장르가 아니며 아이들만 읽는 것도 아니다"라는 사실을 나에게 증명해줬다.

특히 마이클 모퍼고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들을 다룬다. 일상생활과 거기서 나온 감정을 다룬 생활동화들도 물론 좋지만 이런 주제들을 다루는 것은 문제의식과 상당한 지식, 취재를 전제로 하기에 내게는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마이클 모퍼고의 작품 중엔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고 탈핵을 말하는 작품도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둘러보다가 예전에 도서관에서 읽었던 <모차르트를 위한 질문>이 보여서 구입했다. 분량상 중학년용이기도 해서. 반쯤은 잊어버렸던 내용이 읽으면서 다시 살아났고 '역시 좋다'는 혼잣말이 나왔다.

액자식으로 짜여진 이 책의 가장 바깥에는 한 젊은 여기자가 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팀장의 부상으로 인해 대 바이올리니스트 파올로 레비를 인터뷰할 기회를 잡았다.

예상할 수 있듯이 액자의 안쪽에는 파올로 레비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러나 더 안쪽에 그의 부모님과 스승님 이야기가 있다. 때는 2차 세계대전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던 때이다.

제목에도 모차르트가 나오고 기자가 받은 취재 지침에도 '모차르트 질문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으니 과연 이 이야기에서 모차르트의 의미는 뭘까 궁금해진다. 애송이 기자는 서툴기 짝이 없었고, "그 질문을 하지 말라고 얘기를 들었거든요. 저는 사실 모차르트 질문이 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 질문은 하고 싶어도 못 하지요. 아무튼 그 질문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그건 묻지 않을게요." 이러면서 버벅대고 있는 사이, 침묵과 긴장이 흘렀고 드디어 대 바이올리니스트는 입을 열었다.

길거리 연주자의 바이올린에 매료된 파올로에게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부모님의 과거가 다가온다. 평범한 이발사로 살아가던 부모님은 젊은시절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였고, 그 사실 때문에 홀로코스트 중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모차르트.... 그 상처로 이후 부모님은 절대로 활을 잡지 않고 살아왔다. 파올로 레비도 50세가 된 지금까지 한번도 모차르트를 연주하지 않았고.... 하지만 다가오는 50세 기념 연주에서 모차르트를 연주하려고 한다. 그 어느때보다도 잘 연주하고 싶다.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부모님과 스승님을 위해서.

사랑하는 음악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 부모님, 초라한 길거리에서의 연주로 음악인생을 살고 있는 스승님, 이들의 과거에서 전쟁과 학살의 참상과 살아남은 자의 상처를 보게 된다. 그리고 파올로 레비의 비밀에 싸인 음악인생 또한 그 상처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치유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내게는 동화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마이클 모퍼고의 작품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리 널리 읽히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렇다. 중학년용이라고 잡긴 했는데 중학년 학급에서 같이 읽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두껍지 않아서 읽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으니 같은 이슈를 다루는 수업에서 읽는다면 고학년에서 활용하기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세상의 아픈 곳을 찾아 작품을 쓰는 작가들의 노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주고받는 상처들이 난무하지만 말이다.....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길이 대 호준이 - 정은주 이야기책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 4
정은주 지음 / 북극곰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북극곰 출판사가 왠지 호감이 간다. 아는 바는 별로 없지만 이름이 맘에 드는 것 같다.^^;;; 왠지 포근하고 따뜻한 그 이름. 그리고 재작년에 여기 편집장님이 진행하는 그림책 원격연수를 재밌게 들은 적이 있다. 여기서 나온 그림책들도 느낌이 좋은게 많았다.

여기에서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가 나오길래 도서실에 구입을 했다. 그중 한권을 방학때 읽으려고 챙겨놨는데 아뿔싸, 4권 다 챙길걸. 읽기 참 좋다. 우리반 아이들은 내가 읽어주는 책 듣기를 참 좋아하는 이쁜 아이들이었는데 12월에 뜨개질을 벌여놓고 도와주기 너무 정신없어서 책을 못읽어줬더니 "왜 요즘은 책 안읽어줘요?" 하고 조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개학하면 이 시리즈를 읽어줘야겠네. 2월은 며칠 안되는데 아쉬워라.

작가의 첫 책이다. 등단에 실패하고 직장인으로 살다가 이루리 그림책 워크숍을 통해 발탁된 분이라고 한다. 묻어놓았던 오랜 꿈을 이루고 첫 책이 이렇게 이쁘게 나와서 참 좋으시겠다. 이야기도 참 재밌다. 두 편이 실려있다. 그림책에서 글밥 있는 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참고로 그림은 한 점도 없다.(좀 있어도 좋았을거 같은데?)

표제작인 <복길이 대 호준이>에서 복길이는 호준이의 밥이다. 한살 많고 덩치도 훨씬 큰 호준이는 합기도에서 복길이보다 띠가 낮지만 그래도 공포의 상대다. 게다가 이름 가지고 놀리는 통에 화가 나 죽겠다. "복실이 동생 복길이~!" 이런 식이다.(알고보니 복실이는 동네 고양이 이름이었다)

가뜩이나 이름 때문에 열받던 중, 아빠가 동료분의 강아지를 한달 맡아준다며 데려왔는데 그 이름이 복길이!! 사람 복길이는 은근히 심통을 부리지만 굴하지 않고 언제나 착하고 반듯한 강아지 복길이!^^
불만은 반전을 가져왔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똑똑한 이녀석을 맹훈련시켜 호준이라는 이름에 반응하게 하고 호준이 앞에 데려가 약을 올리는 것. 호준이는 약이 올라 펄펄 뛴다. 작전 성공!!

이런 일 끝에 약속한 한달이 지나 정든 강아지를 데려다주던 날, 강아지 복길이 이름의 사연도 듣고, 자신의 이름의 사연도 듣게 된다. 이제 더이상 놀림에 굴하지 않을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얘기!^^

이 책을 읽어주고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겠다. 부모님께 나의 태명은 뭐였는지, 내 이름은 누가 지어주셨는지, 왜 그렇게 지었는지 등을 듣고 와서 이야기 나누는거다.
내 이름으로 말하자면 남자 이름이다. 첫째인 언니한테 부모님은 당시로서는 아주 예쁜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둘째인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아들이라 확신하고 남자이름을 지어놨다. 낳아보니 딸이었다. 엄마는 울었고 더 생각할 기운도 없어서 그 이름을 그냥 붙였다고 한다. 써놓고보니 꽤 슬픈 얘기네? 예쁜 이름이면 좋았겠지만 지금껏 그럭저럭 살아왔다. 이렇듯 이름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으면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다.^^

두번째 작품 <옥상의 전설>에서는 이제 나이들어(?) 골목대장 자리에서 밀려난 4학년 순목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앞의 <복길이와 호준이>보다 좀 더 큰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권력을 탐하는 남자아이들의 본성이랄까?(아니, 딱히 성별을 따질 일은 아니겠다. 여자아이들도 권력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때론 살벌하다)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겠다. 너희는 왜 대장이 되고 싶니? 통제할 때의 기분은 어떠니? 통제 당할 때의 기분은 어떠니? 통제하지도 통제 당하지도 않는 학급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요즘 학급긍정훈육법 연수를 듣고 있는 중이라 반사적으로 이런 생각이 줄줄줄....ㅋㅋ 하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이게 아니다)
골목대장 자리를 탈환할 틈을 노리던 순목이는 어떤 무용담(?)을 꾸미게 되는데,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자기 거짓말에 자기가 속는.... 그런 거짓말의 생리를 보여준달까? 하여간 그동안의 동화들에서 흔히 못봤던 얘기였다. 아이들 얘기지만 약간은 단편소설 느낌이 나기도 했다. 순목이의 거짓말은 심판받지 않았고, 대장을 넘어선 무려 '고문'이라는 직책을 얻게 되었다.(고문이라니...ㅋㅋㅋ)

그러고보니 시리즈 소개글에서 "8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상상의 만찬입니다"라는 안내가 맞는 것 같다. 자신의 이해 층위에 맞게 받아들이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 좋다. 우리반 2학년 아이들에겐 뒷편은 약간 어려워 보이지만 앞편 복길이 이야기는 책상을 치며 좋아할 것 같다. 시리즈 나머지 책들도 얼른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권수업 - 교실, 인권을 만나다!
이은진 지음 / 지식프레임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사회나 도덕교과서에 인권 단원이 있고 나도 이 단원을 잘 지도하려 애쓴 경험이 있다. 인권은 당연히 지도해야 하는 핵심 가치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서로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것이 인권존중의 기본이며 그럴 때 살 만한 세상에 가까워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인권이라는 말이 학교에 내려꽂힐 때의 불편함이 내 마음 한 구석에 가시 하나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불편함은 나의 성공경험 부족(이에 따른 실패경험 풍부ㅎ)과 시너지를 이루어 지금껏 학급운영에서 인권을 중요 이슈로 다루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 성공경험의 부족 중 대표적인 것은 인권을 주장하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거의 못봤다는 점이다. 은진샘 정도의 고수가 아니라면 자기 권리도 주장하며 남의 권리도 지켜주는, 다시 말해 그 사이의 적절한 지점을 잘 찾는 학급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일까? 교과전담을 할 때의 경험이 대표적이다. 그 학년엔 학생인권을 중요시하시고 아이들에게 결정권을 주시는 선생님도 계셨고 은진샘의 초기모습처럼 왕칼 선생님도 계셨다. 전자의 학급에 들어갈 때는 심호흡을 해야 했다.(나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샘들이 그러했다. 영어샘은 원어민샘과 잘 견뎌보자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들어가기도...^^;;;) 수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시가 먹히지 않을 뿐 아니라 행동을 제한할 때의 반발이 무시무시하고 이글이글하며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그냥 두고 수업하자니 30명이 다 각자 따로 논다고 할까.... 도저히 준비한 수업을 다 하고 나올 수가 없었다.
반면 왕칼 선생님의 학급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나를 따뜻이 반겼다. 수업준비가 되어 있었고 혹 안되어있어도 "안되어있네요~?" 이 한마디에 바로 반응했다. 눈은 내게로 집중되었고 사소한 활동도 즐거워했다. 앞반에서 받은 상처를 그반에서 힐링했다.
제한적인 경험일 뿐이니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체로, 존중과 허용 캐릭터 교사의 학급에서 소위 '내로남불'을 많이 경험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권리를 목청높여 주장하지만 남의 권리와 부딪칠 때는 나몰라라 하는.... 이런 아이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왕칼 선생님의 학급은 초반에는 좀 얼어붙는 듯하지만 안정을 기반으로 점차 아이들의 능력이 공평하게 꽃피우기 시작한다. 따돌림이나 괴롭힘 같은 문제도 훨씬 적게 일어난다.
내가 A의 최악의 경우, B의 최선의 경우를 경험한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A와 B에 선을 긋는다면 나는 A에 좀더 가깝다. 타고난 성격이 남에게 강제하지 못하고 이래라저래라를 싫어한다. 반면 존경하며 학급운영을 배우고 싶은 선생님들은 B에 많으시다. 말하자면 나는 B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ㅎㅎ

은진샘은 B를 탈피하는 것으로 인권교육을 시작하셨는데 나는 B를 지향하고 있으니 그 접점을 어디에서 찾을까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1,2장을 읽으며 내게 다가온 핵심낱말은 '인권감수성' 이었다. 테스트가 있어서 해봤더니 34점~? (30점 이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되어있는데ㅋ) 점수를 올려놓은 항목을 보니 학교내 휴대폰 사용문제와 복장문제로, 역시나 보수적인 나의 성향이 인권감수성을 깎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논란으로 삼지 않고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지엽적인 문제에 막혀서 전체를 못보면 안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다가온 낱말은 '인권친화적 교실'이라는 말이다. 다른 인권서적과 차별화된 이책만의 특징이라면 교실살이를 통해 인권을 배우게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회성 이벤트성 수업에 비해 아이들의 삶에 훨씬 가깝고 깊게 다가갈 것이다. 그를 위해 교실 시스템을 인권에 맞출 필요가 있다. 새학년맞이를 고민해야 하는 이 때에, 이런 부분의 고민을 함께 해야 되겠다. 일단 요즘 관심갖고 있는 '학급긍정훈육법'이 인권존중을 상당부분 염두에 둔 학급운영 방식인 것 같고, 의무로 행하던 기본과제들, 예를들어 일기나 복습공책 같은 것들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가장 도움이 된 실제사례는 '학급권리선언 만들기'였다. 학기초 규칙만들기를 대신할 수 있고 인권에도 더욱 가까워지는 활동이다. 특히 "우리는 누구나 비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특히 체육시간이나 수업시간에 실수를 하더라도 야유를 보내서는 안 된다."와 같이 지켜주어야 할 권리를 함께 명시한 부분은 앞에서 말한 내로남불을 방지할 특효약이라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단, 원칙론을 넘어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은 교사간, 또는 교사-학생간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디테일한 사례까지 반드시 이것이 인권이다라고 내리꽂는 방식은 불편하다. 그런 방식 자체가 인권존중이 아니다. 이를테면 얼마전에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인권친화적 교실' 이라는 다량의 벽보자료를 배부했는데 거기에는 원칙론을 넘어선 구체적 사례들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사례별 정답을 제시해주는 방식은 맘에 들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반감을 사는 일이다. 상황적 맥락이라는 것도 있는데 한가지 방법만이 정답일 수 없다. 너무 덤비지 않는 세심한 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장에서는 그동안 학교와 학급에서 당연한듯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일들을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일련번호, 일기검사, 반성문, 화장실 허락, 초상권, 모범상, 운동회와 학예회 등.... 이 역시 당연한 문제제기지만 해결방식에는 정답이 있지 않다고 본다. 잔존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듯 없애는 것만이 정답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의식을 갖고 대안을 찾는 태도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가장 실제적 도움이 된 부분은 4장이었다. '교실속 인권수업의 실제' 라는 이 장에서는 초등교사 커뮤니티에서 많은 선생님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은진샘 수업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이라고 감탄하게 되는 건 교과수업의 틀을 넘는 방식과 광범위하게 또 적절하게 자료를 취하는 선구안 때문이다. 또 머리로만 이해하는 수업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업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 수업들은 언젠가 적절히 구현해볼 수 있도록 나중에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다.

교실살이에서 인권교육의 싹을 뿌리지만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교실이 다가 아니다. 그래서 인권의 나무가 싹이 돋고 자라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인권교육이 교실문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이다. 제5장 '교실너머 인권교육'에서는 이런 부분을 다루었다.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부분에 많이 공감했다. 참 어려운 문제다.

마지막 6장에서는 교권의 개념과 교사인권을 다루었다. 나는 그동안 좋은 환경에서 주로 좋은 분들을 만나서, 교권침해에 울분을 터뜨릴 개인적 경험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들려오는 많은 황당한 사례들을 들으며 함께 분노한 적은 많다. 그러나 은진샘은 우리가 분노하는 모든 사례가 교권침해는 아니라는 점을 차분히 짚어주었다. 그러고보니 수긍은 가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민감하고 인내하며, 더욱 능력있고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더해지는 건 사실이다.^^;;

이렇게 '인권수업의 모든것'을 담은 책을 한번 정독했다. 이정도의 안목과 콘텐츠를 갖추기까지 얼마나 노력하셨을지 존경스럽다. 책을 읽으며 부지런히 나를 대입해 보았다. 우리 교실엔 강제하는 것이 적은 편이고 아이들의 요구가 (비교적) 잘 받아들여지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하고 싶은 말을 잘 하는 편이다. 어떻게보면 조금만 노력하면 인권친화적인 학급이 금방 될 것 같다.ㅎ 하지만 그것은 내 안에 인권감수성이 풍부해서가 아니라 성격적인 유약함 때문이며, 내 안에 총칼만 있었다면 바로 그것으로 아이들을 제압했을 터이다. 그러므로 바꿔야 할 부분은 나의 운영 방식 보다는 주로 나의 내면에 있다고 보겠다.

앞에서, 요즘 학교에 요구되는 인권교육의 획일성에 대해 약간의 불만을 제기했다. 그것이 인권교육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선 안될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여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은 인권교육의 목표이자 곧 교육의 목표이다. 세세한 사례별 방법론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존중되면 좋겠고, 그래서 모든 선생님들이 인권교육에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의 사례들을 기쁘게 나누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