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학교는 싫어요! - 대변초등학교 아이들의 학교 이름 바꾸기 대작전 내가 바꾸는 세상 4
김하연 지음, 이갑규 그림 / 초록개구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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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사회 3(2)단원 '지역 문제와 주민 참여' 관련하여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고 있다. 초록개구리 출판사의 '내가 바꾸는 세상' 시리즈 중 한 권이면 어떤 책이든 적당할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면 더 좋겠다 생각하던 중에 이 책이 나와서 얼른 구입해 보았다. 보고 나니 이 책으로 거의 마음이 굳어진다. 주민참여에 대한 책으로는 시리즈의 다른 책들 중 더 적합한 주제가 있지만 아이들의 심금(?)을 울리기에는 이 책이 가장 좋겠다. 함께 읽으며 아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것 같다.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더구나 똥 이야기라서.ㅎㅎ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다. 학교 이름 때문에 놀림과 스트레스를 받던 아이들이 어른들과 힘을 합해 학교 이름을 바꾼 사례다. 학교 이름이 대변 초등학교. 요즘 애들 말로 "이거 실화냐?"다. 아이들한테 말해줘야겠다. "이거 실화야!"^^


이름이 좀 듣기 민망하거나 웃긴 학교가 종종 있지만 이건 그 중 최강이 아닌가? 이 학교의 학생들은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현장학습 가는 버스 유리창엔 교명을 크게 써 붙이게 되어 있는데 그걸 보고 웃는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괴롭고, 학교별 행사 때 학교가 소개되면 어김없이 좌중은 폭소를 터뜨린다. 웃는 사람 입장에서야 재미있겠지만 당사자들은...? 또 소속학교를 밝혀야 할 상황이 많은데 누구도 그냥 들어넘기는 법이 없으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정말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을 것 같다. (나라도 무심히 들어 넘기지 못하고 어머나, 정말? 등의 반응을 보였을 것 같으니....)


아이들 입장에서 가장 참지 못하겠는 것은 '놀림'이었다. 조롱과 수치심은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인데 아이들은 특히 더하다. 이 책의 사례에서 보면 학교대항 축구경기에서 상대팀의 놀림에 평정심을 잃은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대패하고 말았으며, 뮤지컬 발표회에 참여한 아이들은 시작부터 주눅이 들어 제대로 기량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그러던 중 전교어린이 부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승재의 후보연설에서 이 문제가 처음 수면으로 떠오른다. "학교 이름을 바꾸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는 공약이 등장한 것이다. 그 공약에 공감한 많은 아이들이 승재를 뽑아주었다. 이후 승재를 비롯한 전교어린이 회장단,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까지 힘을 합쳐 교명 변경을 이루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의 내용이다.


교명 변경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변초는 54년의 역사와 전통을 마을과 함께 해온 학교였기에 졸업생들과 지역주민의 의견도 중요했다. 다행히 동창회장님이 아이들 편이 되어주었으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교육청에서 제시한 절차도 꽤나 복잡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하나하나 이루어 나갔다. 수많은 서명을 받아내고 편지를 쓰고 인터뷰를 하고.... 교명 변경 허가를 받은 후에는 새로운 이름을 정하기 위한 투표를 하고.... 결국 아이들은 대변 대신 용암초등학교라는 새로운 학교 이름을 얻게 되었다.


교사이고 어른인 나도 이렇게 뭘 바꾸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교명 하나 바꾸는 게 이렇게 복잡한 일인지 잘 몰랐다. 무엇이든 유지되어 오던 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불편하거나 괴로워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용기가 없어서, 총대 메기가 귀찮아서, 연대가 어려워서, 설득할 힘이 없어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 책은 아이들 독자 입장에서는 정말 깜짝 놀랄만한 대변초등학교라는 이름을 소재로, 우리 주변의 불편함을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단원을 통해서 시리즈의 다른 책들(우리가 박물관을 바꿨어요, 안전지도로 우리 동네를 바꿨어요 등)을 집필하신 배성호 선생님 같은 수업을 해보고 싶으나 나에겐 역량이 부족하고.... 이 책과 함께 아이들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해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우리에게도 할 일이 생긴다면 용기를 내 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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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 3 - 박스시티공장, 완결 보름달문고 69
보린 지음, 버드폴더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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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2권을 보고 나서 무슨 드라마가 중간에 쉬는 법이 있냐, 면서 꿍시렁거렸는데 3권이 나온지 한참만에야 손에 잡았다. 3권이 완결편이다. 긴장감과 몰입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2권보다 짜임새가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보는 작가가 어쩜 이렇게 긴 호흡으로 재미있는 상상을 펼치며, 그 안에 세상사는 이야기까지 잘 담았을까 했는데, 작가명 '보린'으로 검색해보니 유다정 작가가 같이 뜬다. ??? 몇년전부터 필명으로 바꾸신 것인가? 어쩐지.... 물론 첫 작품에 대박을 터뜨리는 작가분들도 있긴 하지만.^^

3권에서도 고양이 꽃님이의 눈물겨운 가장 노릇은 계속되고.... ("일은 이몸이 하겠소이다."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말투를 가진 꽃님이는 황천에서는 어르신이다.) 대책없는 심병호 심메리 부녀의 판도라의 상자 열기도 여전하다. 3권에선 2권에서 합세한 까마귀 모자 세오아줌마와 연오까지 일행이 되어 더 큰 판이 벌어진달까.

그 판은 '별천지'에 있는 박스시티팩토리에서 벌어진다. 유혹과 자의적인 판단에 넘어가 꽃님이 몰래 박스시티의 집 한 칸을 분양받은 심부녀 일행은 그 부동산(?)의 늪에 계속 빠지고.... 그 함정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긴박감이 넘친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그들에겐 변한 것도 있고 변치 않은 것도 있다. 

 

친한 후배가 전의 서평을 보고 구미가 당겨서 학급 아이들에게 읽어줬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난 아직 우리반 아이들에게 못읽어줬다.^^;;) 3권을 다 읽어주긴 힘들겠지만 첫 권을 읽어주고 나면 뒷권을 찾아읽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나도 올해는 읽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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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에 쓴 글을 컴퓨터 구석에서 찾았다. 독도교육주간을 어쩌다보니 그냥 넘겨 버렸는데 마침 국어 본문에 독도관련 글이 나와서 책을 함께 읽고 수업을 해보려니 옛날 기억까지 더듬게 된다. 6년 전 쓴 글 이후로 많은 좋은 책들이 나왔다. 이 학교로 와서 독도관련 목록으로는 신경을 안썼더니 관련책이 10종 13권밖에 안된다. 좀 더 보충해야겠다. 그리고 쓴 글을 읽어보니 내가 쓴 내용도 그새 다 까먹었다는 사실. 이러니 가르칠때마다 공부해야 된다.ㅎㅎ) 다음은 6년 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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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수담당 부장님께서 독도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온 공문을 공람하시면서 각자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공유하자고 제안하셨다. 난 이런 제안을 하시는 선배님을 뵈면 반갑다.^^ 그래서 내가 먼저 테이프를 끊어보기로 했다. 도서실에 있는 독도관련 책들을 정리해 드리기로 한 것이다. 목록과 내용을 정리해 학교 네트워크 게시판에 올렸다. 솔직히 그 부장님을 빼고는 아무도 안 열어보실 줄 알았다. 그런데 몇몇 분에게서 답장이 왔다. 좋은 정보를 주어 고맙다는.... 난 그분들이 더 고마웠다. 그리고 이런 기회에 독도 관련 책들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깨달았으니 그것도 감사한 점 중의 하나다.

 

사람들은 중요한 일에 누군가가 총대를 메기를 바란다. 편하게 앉아 그 사람에게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 해~!” 하면서 나도 할 일을 했다고 위안하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에 이 총대를 멘 사람은 누구일까? 척박하고 좁은 섬에서 주민으로 살아가는 분들? 아니면 독도 홍보를 위해 가진 재능을 다 바치는 서경덕, 김장훈씨 같은 분들?

 

책을 읽다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개인의 희생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의 희생이라면 홍순칠과 독도수비대로 족하다. 가장 먼저 이 책부터 소개하겠다.

   

독도하늘에 태극기 휘날리며/정해왕/뜨인돌어린이

홍순칠과 독도수비대의 실화를 담은 책이다. 이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나와서 수업시간에 다루었고 짧은 동영상도 함께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면 뒤에 숨겨진 면이 늘 있는 법이다. 이 책을 읽으니 그런 면을 좀 더 알 수 있었다. 그건 참 그분들께 죄송해질 만큼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무기도 사재를 털어 마련했으며 아무 시설물도 없는 그곳에서 인력이나 장비도 지원받지 못하고 망치로 돌을 깨 가며 계단을 만드는 등의 작업을 스스로 했다. 3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가정도 돌보지 못하고 그들의 모든 것을 오로지 우리 영토를 지키는데 고스란히 바쳤다’.

 

그런 그들에게 영광과 그에 합당한 보상이 남아있었다면 다행이었겠다. 영광은커녕 불법무장단체니 뭐니 하는 비난을 들어야했고 많은 분들이 쓸쓸하고 초라한 말로를 보냈다. 어쩌면 이 나라는 이렇게 힘없는 국민들이 돈 바쳐 인생 바쳐 지키고도 빛도 없이 스러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똑같진 않더라도 본질이 같은 일이 이 시대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책은 이야기책이지만 정보책으로의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다. 매 장 사이사이에 <독도일보>라는 코너를 두어 독도는 어떤 섬인가, 독도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독도는 언제부터 우리 땅이었을까 등의 내용이 짜임새 있게 들어가 있다.

 

두 번째 소개할 책은 만화책인데 나의 무식함을 깨닫게 한 책이다.

     

독도와 동해의 주인을 찾아라!(반크 역사바로찾기4)/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키네마인

세계에 대한민국을 바르게 알리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인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http://www.prkorea.com)에서 기획한 4권짜리 시리즈 학습만화이다. 1,2권은 동북공정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3,4권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다루는데 그 중 4권에서 독도와 동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만화이지만 만화답지 않게 내용이 무척이나 체계적이다. 독도가 중요한 이유, 독도가 우리 땅인 근거 등을 아예 번호를 붙여서 조근조근 설명하고 있다. 내용 자체가 무척 많다. 이 많은 내용을 만화에 담자니 술술 넘어간다는 만화의 장점은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겠다. 말하자면 다른 만화들에 비해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근거들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는 듯 했다.(생각해보니 독도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아이들에게 근거라고 확실히 가르칠 만한 게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나를 위해서 몇 가지만 정리를 좀 해보련다.

(1) 우리나라는 1500년 전부터 독도를 지배했다 : 신라시대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을 정복하면서부터 울릉도와 독도는 우리 영토로 편입되어 관리되어 왔다. 1417년의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우산과 무릉이.... 동쪽 바다 가운데...’라는 문장이 있다. 강계고(1756), 만기요람(1808) 등에서도 울릉도와 독도, 두 섬이 신라시대부터 우리 영토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자료 뿐 아니라 일본의 자료를 보아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1877년에 나온 일본정부 태정관문서에도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고 확인한 내용이 있다.

(2) 1905년 일본의 독도 선점 주장은 불법 침략이다 : 독도가 무인도이고 주인 없는 섬이라는 이유로 시네마현은 1905년에 독도 영토 편입 고시를 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들의 주장에 스스로 모순되는 주장이며, 우리는 1900년 대한제국 칙령 41호를 통하여 우리가 울릉도와 독도를 관할하고 있음을 분명히 공포한 바 있다.

(3)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의 비밀 : 일본이 가장 앞세우고 있는 근거는 1951년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다. 최종 합의문 중 일본이 한국에 이양해야 할 영토를 열거하고 있는 부분에서 독도라는 이름이 빠져있기 때문이다.(초안에는 분명히 독도가 있었는데 전쟁 와중에 수작을 부려 최종안에서 빼게 만든 듯) 하지만 섬의 이름을 열거할 때 영토내의 모든 섬의 이름을 열거한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몇 개의 섬을 열거했을 뿐이므로 열거한 섬들의 관할 하에 있는 다른 섬들도 다 포함시킨다고 보는 것이 맞다. 즉 마라도가 제주도에 포함되듯이 울릉도를 언급했으면 독도를 포함시킨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당시 이 조약의 내용과 설명서를 실은 일본의 신문에 지도가 함께 실렸는데, 그 지도에도 독도가 한국영토로 표기되어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책들을 보면 독도가 명백한 우리 땅인 것을 주장할 근거는 수없이 많다. 간단하게 두 권만 더 소개해 보겠다.

       

독도박물관 이야기/한봉지/리젬  

박물관 책이라고 해서 딱딱할 거 같은데 펼쳐보면 읽고 싶어지게 잘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박물관의 동선에 맞추어 책의 내용이 전개되는데 1 전시실부터 3 전시실까지 옛글과 지도 속에 담긴 독도, 독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독도의 생태 등을 다루었다. 글밥은 그렇게 많지 않고 자료가 큼직큼직하게 들어가 있어 보기에 좋다. 중간중간 만화도 들어가 있는 등 변화있고 재미있게 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우리 독도에서 온 편지/윤문영/계수나무

위에 소개한 책들은 모두 중학년 이상은 되어야 읽을 수 있는 책들이고, 저학년에게 권해주거나 수업시간에 읽어주려면 이 책이 좋겠다. 48쪽의 짧은 분량에 내용도 어렵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다. 독도경비대원으로 근무하게 된 삼촌이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정감있는 편지글 안에 독도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잘 녹아들어 있다.

 

검색을 해보니 올해 나온 독도 책들도 몇 권 눈에 띈다. 좋은 일이다. 도서관에 구입하려고 목록에 넣어 두었다. 내년쯤에는 한 학급 인원수 이상의 책이 확보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우리 반 아이들과, 아니면 도서실 자체 행사로라도 독도관련 책을 읽고 활동하는 모종의 이벤트를 벌여볼까 궁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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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간 아이들과 읽은 <진짜 도둑>과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은 성공적인 책선정이었다고 자평해도 되겠다. 학년 수준, 아이들의 흥미도, 주제와 독후활동 연결 등 모든 면에서 괜찮았다. 계속 활용할 목록에 넣을 것 같다.

지난 수요일 북부 한책읽기 연수에 다녀왔는데, 쟁쟁한 강사님들이 포진해 있었으나 주제강의 후 분과별에선 그 중 한 강의만 들어야 했고 시간도 짧아서 그냥 연수교재를 참고하는 것 외에 큰 효과는 어려웠던 것 같다. 여러 강사님들이 교재에서 나름의 목록들을 제시해 주셨다. 겹치는 것들도 많다. 이 중에서 우리 학년샘들은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와 <양파의 왕따일기>에 관심을 보이셨다. 근데 난 왠지 조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ㅎㅎ 좋은 책이 너무 많아 고민인데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책을 굳이 다룰 필요는 없겠지?^^;;;

양파의 왕따일기는 이분야 거의 고전에 가까운 책이다. 엄청 팔렸고 4학년 목록에 거의 빠진 적이 없다.(우리 학교도^^) 여왕벌 같은 아이와 그 아이를 따르는 아이들의 그룹인 '양파'를 중심으로 여자아이들의 무리짓기와 따돌림 문제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2001년, 나온지 17년이나 됐다. 다시 읽어보니 역시 잘 쓴 작품이다. 아이들의 행태와 심리묘사는 지금 읽어도 전혀 뒤떨어질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과 젊은 선생님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실체벌 장면(주인공 정화가 여왕벌 미희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고 꾸중들을 때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는 장면 등)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문제점은 있다. 또 여학생 그룹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문제될 건 전혀 아니지만) 다같이 읽기엔 조금 아쉽다.(전적으로 내 주관적 생각;;;)

이 책을 읽다가 작년에 서평을 썼던 유승희 작가의 <콩팥풀 삼총사>가 생각났다. 곤충학교에 사마귀라는 녀석은 그 이미지처럼 학급 친구들을 괴롭힌다. 관계폭력을 주로 행사하는 양파와는 달리 이놈은 놀욕때빼험따 학폭의 총망라를 한다. 그 학급에 풀무치가 전학왔고, 비로소 폭력에 맞설 3인의 법칙 조건이 만들어진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조력자 등 평화교실 수업에서 가르치는 관계의 원을 두루 언급할 수 있는 설정이다. 이 책은 어떨까?

책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괴롭겠으나 많아서 고민이니 즐거운 비명이랄까. 어쨌든 고민은 고민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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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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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시 읽어봤다. 내가 손꼽는 작품 중 하나인데다 4학년 수준에도 잘 맞아서다. 학년마다 권정생 선생님 작품을 하나씩 넣는다면 4학년-랑랑별 때때롱, 5학년-밥데기 죽데기, 6학년-몽실언니 이렇게 넣겠다. 특히 이 작품은 2007년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남기신 유작이고 자연과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걱정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오늘 과학수업은 지구와 달 단원 마지막 차시 '소중한 지구를 어떻게 보존할까요'라는 주제였다. 수업을 하다가 이 책 만큼 그 주제를 잘 말해줄 책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대여섯 명이 반갑게 손을 들었다. 작년 선생님이 일부를 읽어주셨단다. 다른 아이들도 관심을 보인다. 다음 돌려읽기 책으로 이 책을 확정해도 되겠다는 느낌이! 아 결정은 어렵다.^^

권정생 선생님을 가까이서 지켜본 것도 아니라 잘 모르지만 아주 순수한 영혼을 가지신 분인 것 같다. 거의 순진함과 해맑음 수준. 그분은 무소유와 소박하고 부지런한 삶으로 진정성을 증명했기에 그 순수함에 아무도 딴지를 걸지 않는다. 하지만 탐욕스럽고(아주 그러한 사람에 비해 심하진 않으나 권정생 님에 비하면), 게으르고 특히 몸뚱이 움직여 일할 줄 모르는 나는 그분이 그리는 순수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이 없는 것 같다.ㅠ

선생님은 머리말에서 "엄마 아빠가 없는 동물을 왜 만들까요?" 라고 묻는다. 이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 지구별의 새달이 마달이 형제는 랑랑별의 때때롱 매매롱 형제와 교신을 하던 끝에 랑랑별에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시골마을 쯤 되는 모습이다. 밤이면 호롱불을 켜고, 반찬은 자연에서 난 것으로 세 개 이상 넘지 않는.... 때때롱 할머니는 말끝마다 "500년 동안..." 어쩌구 하시는 수수께끼 같은 말씀을 하신다. 어느날 일행은 투명망토를 입고 랑랑별의 5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놀랍게도 그곳의 500년 전은 우리가 상상하는 지구의 가까운 미래 모습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유전자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자연적인 것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그런 세상에서 랑랑별이 500년을 걸려 겨우 회복한 모습은 바로 지구의 50년전 모습과 같았던 것이다.

50년까지도 아니고 내가 고등학생 때 얘기다. 친구 국어 선생님이 여행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는데 "얘들아, 그 나라에선 가게에서 물을 사먹어." 이 말씀에 아이들이 박장대소하며 "와하하~ 물을 사먹는대~" 이랬다고 한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 물을 사먹는건 일상이고 이제 공기도 사서 마셔야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노는게 좋다는 걸 백번 알아봤자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 확인하며 운동장은 텅텅 비어가는게 요즘의 모습 아닌가 말이다. 학부모님들은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라고 민원이 빗발친다. 인간이 저지른 일들은 기계가 해결하고, 그러는 와중에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우리는 랑랑별의 500년 전의 모습을 향해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500년을 애쓴들 랑랑별처럼 과거로 회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버리고 느리고 불편한 생활을 각오할 수 있겠는가, 몸으로 땀흘려 사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 희생(?)을 다함께 결단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권정생 선생님은 본인의 삶으로 실천하셨지만 나는....ㅠ

그러나 진리는 단순하고 순수하다.(그에 이르는 길은 단순하지 않다 물론...ㅠ) 그 진리가 이 동화에 담겼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근데 읽고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까? 이제 그걸 고민할 차례다.

*1. 아참, 10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 이 책의 삽화다. 인물을 그림자인형처럼 처리한 이 삽화들은 따로 그림책으로 제작해도 좋겠다 싶을만큼 멋지다. 그림자인데 표정과 생동감까지 담긴 느낌. 이 책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요소다. 읽고 나서 이 책의 그림을 본따 책의 일부분을 그림자인형극으로 만들면 어떨까? 아 그러려면 장비를 사야한다.....^^;;;; (행정실에서 중고거래는 못해주신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 사비로라도?ㅠ)
*2. 머리말에 "그다지 잘 쓴 동화 같지는 않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순진함이 느껴져 웃음짓는다. 아닙니다 선생님. 질병의 고통 중에서도 좋은 동화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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