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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마을이 하나되는 전통놀이
전인구 지음, 박정원 그림 / 테크빌교육 / 2018년 6월
평점 :
학교에서는 공부보다 놀이가 어렵다는 말에 나는 거의 동의한다.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 어렵다. 교사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의 체감은 그렇다. 저학년은 그냥 놀이터에 데려가 시간만 주어도 잘 논다. 놀이의 창의성도 훨씬 뛰어나다. 거기에 교사가 새로운 놀이로 조금만 이끌어 주어도 즐거워하며 잘 논다. 그런데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의 욕구가 분화되면서 한가지 놀이로 아이들을 묶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미 선호도가 굳어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해주기를 요구하며(축구나 피구가 대표적) 다른 놀이들은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시들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아이들 성향과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그런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쉽지 않다. 노는 거니까 교사도 부담없겠지 생각하면 오산이다. 특히 나처럼 놀이의 흥이 없는 선생은 아이들 안에서 자발적 흥이 나오지 않을 때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전통놀이를 통한 성공의 경험은 많지 않았다. 이 책을 살펴보며 오랜 세월 살아남은 검증된 놀이들이 왜 학교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할까 생각해 봤는데, 지속성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놀이도 숙달이 되어야 재미있는 법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여유있게 시간을 주지 못하고 너무 조급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는 나도 아는 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자투리체육시간을 잘 채우는 달팽이놀이부터 사방치기, 비석치기,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등.... 그런가하면 몸싸움이 되기 쉬워 시도해보지 못한 오징어놀이, 개뼈다귀 놀이 등도 있다. 놀면서 넘어지거나 긁히는 정도는 예사였던 옛날에야 이런 놀이가 즐거움이었지만 학교생활 중 아이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담임이 죄인되는 시대에 이런 놀이는 못할 것 같다. 나도 살아야되니까 말이다. 저자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몸싸움이 좀 덜 되는 방식으로 규칙을 추가해 주시기는 했다. 그래도 위험요소가 완벽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하긴 몸을 움직이는 놀이 중 안전성 100%의 놀이는 없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다는 것이 문제지....ㅠ
반가운 놀이가 눈에 띄었는데 '와리가리'라는 놀이였다. 10여년 전 점심시간에 우리반 남자아이들이 매일 신나게 하던 놀이다. 그걸 수업시간으로 끌어들일 생각은 못했고, 정확한 경기방식도 잘 몰랐는데 이 책에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이걸 가장 먼저 적용해볼 것 같다.
2장에 있는 다문화 전통놀이도 의미있는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유사한 민담이 공존하듯이 놀이도 그런 것 같다. 딱히 어디서 유래되었다고 보기 어렵게 유사한 형태의 놀이들이 여러 나라에서 함께 발견된다. 놀이와 함께 그런 이야기들을 나눠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 학교는 올해 운동장 수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주변 아파트 재건축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라도 운동장 수업은 앞으로 갈수록 위축될 것이다. 혹한기, 혹서기를 빼고 나면 봄 가을 조금 남는데 그나마도 미세먼지 보통 이상인 날을 찾으면 며칠 되지도 않는다. 아파트 어머니들은 운동장을 내려다 보시다가 운동장에 어느 반이 나와 뛰면 득달같이 전화를 하신다. 학교에 운동장이 이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지경이다.
학교의 시설도 이에 맞추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작은 일이 아니라서 솔직히 잘 상상이 안 되는데.... 체육관이나 그에 준하는 실내 시설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참 슬픈 현실이지만 말이다....ㅠ 그럴 때 이 책에 나온 놀이들을 할 수 있는 고정공간들과 자유공간들이 적절히 배치되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을 인솔하면서 담임교사가 매번 경기장을 그려서 수업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8자놀이, 달팽이놀이, 사방치기, 삼국지피구 정도는 고정적으로 그려져 있다면 활용하기 편리하겠다.
전통놀이지만 전통의 옛방식 그대로 흙바닥에서 놀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하지만 놀이 자체는 긴 세월을 두고 살아남은 놀이들이니 다음 세대에까지 꾸준히 이어 준다면 좋을 것이다. 이제 그 역할이 교사들에게 지워져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어깨가 무겁다. 막연하지 않게 적용할 수 있도록 이런 책이 나온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빽빽하지 않은 지면구성이 보기 편해서 좋았다. 단, 삽화가 처음보는 그림체여서 처음에는 좀 헉! 했었다.^^;;; 난 단정하고 귀여운 그림체가 좋은데.... 하지만 계속 보다보니 좀 적응이 되고 움직임을 잘 살리는 그림이라 장점도 있었다. 여러 분야에서 관심과 노력과 성취를 통해 동료교사들에게 나눠주시는 능력자샘들께 감사드리며 배워서 하나라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