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말하는 친구 사용법
기타야마 요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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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〇〇〇사용법, 『〇〇〇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의 책들이 많이 나와 있고, 같은 이름의 활동을 학교에서도 많이 한다. 나도 학년말에 너희 후배들을 위해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주라.”하고 아이들에게 부탁한 적이 있고, 각자의 이름을 넣은 나 사용 설명서작성 활동을 해본 적도 있다. 사용 설명서라는 표현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사람을 제품 취급하는 것 같아서 좀 거부감 들 수도 있지만 꽤 많은 것들을 효과적으로 담기에 좋아서 많이들 사용하시는 것 같다.

 

이 책, 친구 사용법은 게다가 개가 말하는~’이라니 더 궁금증이 생긴다. 개엄마가 된 이후로 개가 등장하는 책이면 일단 집어드는 버릇이 생겼다.^^;;; 등장하는 개도 너무 복스럽고 귀엽게 생겼다. 개와 아이가 등장해 친구 사용법을 구구절절하지 않게 아주 함축적으로 말해준다. 너무 함축적이라 때론 생각을 좀 해봐야 된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부분도 있겠다. 하지만 다들 자기에 맞게 받아들이는 법이라 꼭 연령을 한정할 필요는 없는 책이라 생각한다.(그건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란 뜻^^)

 

사용 방법, 사용할 때 주의사항, 관리 방법, 점검 방법, 수리방법 등의 차례로, 목차만 보면 무슨 가전제품 설명서인 줄 알게 생겼다. 먼저 <사용 방법>1,2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 2장은 더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가장 먼저 [설치 장소]가 나오는데 친구는 오가기 쉬운 거리 내에 만든다.’라고 되어 있고 부연설명으로 친구의 집이 멀면 서로 도와주기 힘들다. 만나기 어렵다. 함께 놀기 어렵다. 잊게 된다.’ ‘, 너무 가까우면 단점이 눈에 띈다, 멋대로 집에 죽치고 있게 된다.’ 라고 되어 있어 초장부터 나의 웃음을 자아냈다. 평상시 나의 지론과 같다. 난 사람들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아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간격 유지 못하고 들이대고 치대는 아이들이 외면당하기 쉽다. 매우 억울해하고 슬퍼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본인 탓이다.

 

그 외 사용방법은 동사나 형용사로 제시되어 있다. 돕다, 위로하다, 싸우다, 따뜻하다 등이다. [돕다]를 예로 들면 어느 한 쪽만 계속 도움을 주거나 받으면 곤란하다.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나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 - 한쪽만 너무 힘을 쓰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다.

 

<주의사항>들은 명사로 제시되어 있다. 곁눈질, 거짓말, 흉내 등이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중요했다. 무턱대고 친구를 따라 하지 않는다(자신다움을 잃지 말 것),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예의를 지킨다(물건을 빌리면 돌려준다.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 등이다. 내가 하면 잔소리지만 책에는 아이들도 공감할 것 같다.

 

다음으로 <관리 방법>에는 청소, 보관, 재사용 등이 나온다. 개에게 비누질을 박박 해주고 샤워기로 깨끗이 흘려보내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거기에 붙은 부연문장까지도.(귀 청소도 잊지 않기.) 이 장의 마지막에서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개의 모습도 인상적이고.(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친구) 그렇다. 날려보낼 관계도 있는 법.

 

<점검 방법>으로는 시간, 대화 등이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을 함께 있어도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는 친구가 있다.’ 하는 식이다.

 

<수리 방법>은 친구 관계가 망가졌을 때 다시 회복하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원인 파악, 반성 사과 같은 내용도 나오지만 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싸워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말하고 있다. 그래, 질질 끌려다니는 아이들도 있잖아. 날려보낼 각오를 하고 할 말은 끝까지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 단 보낸 후에 질질 짜지는 말고 쿨하게.

 

나를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 좋은 이들이 참 많기는 한데 내가 잘 관리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면 오고 가면 가고, 멀어지면 잊혀지고, 끊어지면 다시 이으려 애쓰진 않고... 한마디로 참 게으르고 무신경했던 내 모습이 보인다. 생긴대로 사는 거라 어쩔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어떨까? 친구에 목숨거는 아이들이 많다. 그 때가 그럴 때이니 당연하겠지. 하지만 내가 건강하게 친구를 사귀고 있는지, 뭔가 뒤틀려진 모습은 없는지, 나의 자존감과 바꾸어버린 관계는 없는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친구관계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슬며시 권해볼까 한다. 아니면 다같이 읽고 재미있는 활동을 만들어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떤 활동이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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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걱정 공장
이지훈 지음, 김고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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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경연대회>를 읽은 김에 이 작가의 <엄마의 걱정 공장>도 이어서 읽어보았다. 제목에서부터 뭔가 교훈을 주겠다는 의도가 풍겨나오는 불길함(?)이 느껴져서 속으로 "안돼~~~" 하면서 읽었다. 독자라는 인간들이 이토록 까다롭다. 재미없어도 안되고 주제의식이 빈약해도 욕하면서, 대놓고 교훈을 설파하려고 하면 됐다면서 집어던진다.ㅎㅎ

이 책은 내 느낌에 그 중간쯤 된다고 할까. 교훈의 의도가 아예 안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전형적인 상황과 사건을 피하고 신선한 재미를 주려 노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엄마의 걱정'의 근원부터 발생, 현상 및 결과까지를 공장 시스템에 비유한 것이 잘 맞아 떨어지고 어떤 부분은 오호~ 하는 느낌까지 주었다.

한울이는 특별한 재주 없이 평범한 3학년. 엄마 또한 평범한 맞벌이 주부. 엄마가 보는 한울이는 매사 걱정거리다. 친구랑 싸워서 걱정, 시험 점수가 안좋아서 걱정, 키가 작아서 걱정, 이 썩을까봐 걱정, 게임만 해서 걱정, 게을러서 걱정..... 살짝 유난한 면이 있어 보이지만 나도 아들 키워본 입장에서 아들이라는 존재 자체가 근심의 근원이었던 바,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ㅎㅎㅎ

이 유난한 엄마의 걱정은 한울이를 옥죄고, 한울이는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날 한울이를 찾아온 빨간 자동차는 한울이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어떤 공장에 데려다 주었다. 이곳이 바로 '엄마의 걱정 공장'이다. 완제품들은 추의 형태로 제작되어 엄마에게 바로 배송된다. 제작을 말리던 한울이는 '걱정 재료'가 공장에 들어오는 한 제작을 피할 수가 없다는 공장 시스템을 이해한다.

그럼 이제 그 재료들을 파악할 차례, 그건 모두 한울이가 보낸 것들이며 간단히 말해서 '엄마의 눈에 보인 한울이의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울이는 걱정 제품을 차단할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다. 그건 '엄마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조절하는 거였다. 이른바 '눈속임'이라고 하겠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다고 했다. 자식에게 적당히 속지 않고서 두다리 뻗고 잘 부모가 세상에 있으랴? 하지만 한울이의 눈속임은 정도가 지나쳐 자신과 엄마를 기만하는 지경이었고, 엄마는 걱정에서 벗어났지만 생각지 못한 슬픔이 한울이를 덮쳤다.

결국, 엄마는 자식을 걱정하게 마련이고 그게 사랑의 표현이라는.... 결론에 이르지만 이 책은 그리 단선적이지만은 않아서 걱정 공장 시스템을 통해 걱정의 원리를 알려준다든지(인생엔 일정 분량의 걱정이 늘 있으며 과부하가 걸리면 아프게 된다는 등의), 전적인 믿음이 더 바른 행동을 가져온다든지 등의 여러 생각거리들이 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랑해" 대신에 쓰는 여러 표현들이 떠오른다.
"나는 너를 생각해."
"나는 네가 필요해."
"나는 너를 걱정해."
힘들때 날 위해 걱정해주는 존재.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이세상 버틸 힘이 생길까. 그러고보면 세상에 나쁘기만 한 것은 별로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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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경연대회
이지훈 지음, 송혜선 그림 / 거북이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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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거짓말은 해도 되는가? 라는 논제가 찬반토론 논제의 예시로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었다. 착한(하얀) 거짓말은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거나, 예쁘지 않아도 예쁘다고 말해주면 기분이 좋다는 등의 찬성 측 근거가 우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진실을 알기를 원할 거라는 반대측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이 책을 보니 과연 이런게 논제로 의미가 있기나 한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은 어찌보면 거짓말로 가득차 있는 것을.^^

뻥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어릴적 아버지는 우리 삼남매에게 엄청 뻥을 쳐대셨다. 우린 그 뻥에 열광했고 크면서 뻥의 정체를 알게 된 후에도 적당히 장단을 맞추며 즐겼다. 아버지의 뻥이 정돈된다면 그것을 '이야기'라 할 것이다. 이야기는 일종의 뻥이지 않나. '얼마나 그럴듯한, 환상적인, 가슴조이는 뻥인가'가 판타지의 수준을 가늠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게 아이들을 키우며, 세상의 재미를 준다.

그런 의미에서 만우절날 <거짓말 경연대회>를 여신 담임선생님은 내공이 대단하신 분이 아닐까?^^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들의 상황과 심리와 욕구를 반영한다.
"이제 학원에 안 가도 돼요! 그리고 열두 시까지 등교하게 됐습니다. 늦잠을 실컷 자도 돼요!"(민호)
"우리 아빠는 잠을 잘 때 코에서 음악이 흘러나와요."(고운)
"하늘에서 오만 원짜리가 떨어졌어요!"(은수)
"우리 아빠는 가짜예요!"(우람)
"우리 아빠는 아주 착해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요."(힘찬)

이런 거짓말을 실마리로 하여 풀어나가는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실린 연작 동화다. 아, 선생님까지 여섯 편이 실려 있다.

[누가 최고의 자랑거리일까?]에서 민호네 안방에서는 마치 규중칠우쟁론기를 연상시키는 쟁론이 벌어졌다. "민호 엄마의 최고 자랑거리는 누구인가?" 라는 주제로 선글라스, 지갑, 진주목걸이, 명품가방 등이 격론을 벌였으나 마지막에 모두들 깨갱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이 말 때문이었다. "엄마는 항상 민호를 최고의 자랑거리로 만들려고 하지."
만들려고 하지. 만들려고, 만들려고....... 이것이 문제다. 그래서 민호는, 귀신들이 우리나라 학원을 다 망하게 했다는 거짓말을 발표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만들려고 한다. 자식을. 본인의 자랑거리로. 모든 사단은 여기서 출발한다. 길게 말하자니 입아프다. 부모의 의지에 거칠 것 없다. 자식의 골병 따위 안중에 없고 본인과 같은 노선에 서지 않은 교사를 만나면 걸림돌로 규정, 사정없이 후려친다.ㅠㅠ (근데 그런 자식 자랑 속물 근성이 내게도 있어 가장 부러운 자랑이 남의 자식 자랑이다.)

[콧 속에 든 대포]에서 고운이는 휴일에 탱크 소리 내며 낮잠만 자는 아빠를 원망하다 아빠의 콧속으로 빨려들어가는데, 거기서 아빠의 치열한 전투에 동참하게 된다. 서류 부대, 거래처 부대 등과 격전을 벌였지만 '곽부장'이라는 무서운 적이 남아있다. 그의 무기는 맥주와 소주. 그리고 비장의 무기는 폭탄주. 천연덕스러운 전투장면이 정말 웃겼지만 웃기다기보다는 웃프다고 해야 할 것이다. 셀러리맨의 애환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형상화한 작품이랄까?^^

[하늘에서 떨어진 오만원짜리 재앙]은 돈의 유혹과 도덕성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기발한 해피엔딩을 맞는 아이들의 훈훈한 이야기.

[진짜 아빠를 찾아서]는 아무리봐도 친아빠가 아닌 것 같아 진짜 아빠를 찾아나서는 우람이 이야기. 이 이야기는 여섯 편 중 가장 전형적 스토리라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마지막 [거짓말 경연대회 1등은 누구?]가 선생님의 이야기다. 선생님이 1등에게 상장과 부상을 수여하며 책은 끝난다. 누가 그 상을 받았을까?^^

3학년 학급을 배경으로 설정했는데 역시 3학년에 딱 적당한 분량과 수준의 책인 것 같다. (내 경험상 3학년에게 딱 맞는 책 찾기가 참 애매하고 어려웠다.) 4학년까지도 괜찮겠다. 한편한편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온작품읽기로도 적당한 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거짓말의 새로운 위상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나도 '거짓말'을 재미있고 능숙하고 천연덕스럽게 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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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 골라골라 풀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4
최영희 지음, 조경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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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는 흔치 않게 환경SF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흥미있는 장치들이 많아서 일단 잡으면 끝까지 읽을거라 생각한다.

1. 외계인이 등장한다. 언뜻 보기에 공 모양으로 단순하게 생긴 '아그리꼴라'라는 외계인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며 지구인을 몰아내고 지구에 자리잡아 농사짓고 살아가는게 목표다.

2. 외계인에게 고용된 지구인이 있다. 식물학자 김도경 박사. 그녀는 다이아몬드를 받고 그들을 위해 씨앗을 개발하는 연구를 해주다가 그들의 무서운 계획에 뒤늦게 정신이 들어서 도망쳐 동네 문방구 할머니로 살아간다.

3. 막다른 곳에 몰린 문방구 할머니, 아니 김박사는 독자들과 같이 평범한 아이에게 모든 비밀과 능력을 전달한다. 이제 지구의 운명을 짊어진 아이. 바로 주인공 풍이다.

4. 아그리꼴라들이 뿌린 씨앗에서 싹튼 식물이 지구를 뒤덮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아이들이 붙인 이 식물의 이름이 바로 책의 제목인 '인간만 골라골라 풀' 즉, 식인식물이다.

5. 풍이를 돕는 조력자들이 있다. 동네 누나와 친구. 그리고.... 동물들이다. 특히 미친 염소라 통하는 동네 흑염소 염맨의 활약이 눈부시다.

결국 작고 평범한 영웅들의 활약으로 지구는 위기를 모면하며 이 책은 끝나지만, 여러가지 연상되는 비극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에게 걱정과 숙제를 남긴다. 탄소화합물에 불과한 다이아몬드를 위해 일하다 지구의 운명을 통째로 넘겨줄 뻔 한 김박사의 모습과,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한 포식자다!" 라는 외계인의 말이 그렇다. 회복되기 어려운 지구환경을 진작에 감지했고, 그 결말을 향해 가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욕심과 그것으로 운영되는 인간세상의 시스템. 다소 황당무계한 미래소설 같은 이 동화는 은근히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고 있다.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시리즈 중 한 권이다. 4학년 정도가 딱 좋을 것 같고 5학년도 괜찮겠다. 환경문제와 지구의 내일을 고민하며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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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 두통 씨의 경제 이야기, 제1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 수상작 사회와 친해지는 책
권재원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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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원 선생님의 책을 사려고 검색하면 꼭 같이 뜨는 책이 있다. 동명이인 작가분이 쓰신 책이다. 이분도 저서가 꽤 많다. 특히 이 책이 가장 많이 읽히는 것 같다. 표지를 수없이 보았던 책인데, 어린이 경제 책을 찾느라고 드디어 읽어보았다.^^

 

재원이라는 고학년 여학생과 아이의 저금통 두통 씨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경제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워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그중 이라는 소재 한 가지를 가지고 시종일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느낌이 온다.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그래서 경제라는 폭넓은 주제 속에서 매우 한정적인 부분의 이야기를 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읽어보니 의외로 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었다. 그렇구나, 돈을 빼놓고는 경제를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

 

책의 서술은 대화식이기 때문에 흥미를 유지하고 읽기에 무리가 없다. 삽화는 2도 인쇄로 되어있는데 사용된 주황과 파랑이 모두 피곤한 색이어서 조금 의아하긴 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림도 꽤 중요한데 그림의 친근감이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제작자의 의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칼라였다면 더 읽고 싶은 책이었을 것 같다.

 

첫 장에서는 돈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물물교환에서 시작된 화폐의 발생에 대해서는 거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로 시작되어 돈은 가치를 재는 도구라는 결론을 내린다.

 

2장의 제목은 돈의 생명은 믿음이다. 이는 단순히 신용을 말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없이 화폐를 통한 경제활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이 장에서 은행의 기원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3장은 2장과 반대로 안전하지 않은 돈이 제목이다. 돈의 질서가 무너져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쟁이나 경제공황 등등이다. 그런데 이 장의 결론도 역시 믿음이다. “답은 하나뿐이야.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만이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야.”

 

4장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드러내는 돈이라는 제목으로 지역화폐와 타임달러 등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통화제도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마지막 5장에서는 돈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제목은 돈이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 이 장의 내용이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두통 씨의 말주머니 몇 개를 인용하면 이렇다.

돈을 대단하다고 여길수록 부작용도 나타나.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전부라고 생각해 버리거든.”

돈은 모든 가치를 보여 주는 게 아니라 경제 활동에 필요한 가치 그리고 벌금처럼 사회적으로 정해진 가치만을 보여 주거든. 그러니 돈이 보여 주는 가치가 전부는 아니지.”

돈으로 표시되지 않은 가치를 생각해야 가난한 자들과 자연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 수 있어.”

 

꽤 맘에 드는 책이었지만 지금 4학년인 우리반 아이들과 읽기에는 살짝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 애기들이 많이 어려서 말이다.아이들과 함께 읽고 부드럽게 이야기가 굴러가려면 6학년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교사의 지도가 좀 들어간다면 5학년 정도? 말하자면 초등 대상으로 경제의 입문책이라기엔 좀 어렵고 중급책정도로 적당하겠다. 좋은 내용들이 많아서 한번 읽어보길 권해보고는 싶다. 난 경제책 정도는 아이들에게 1권 정도 읽히면 충분할 거라 생각하면서 찾고 있었는데, 읽다보니 욕심이 생긴다. 입문-초급-중급으로 3권 정도는 읽히고 싶다. ~ 참아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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