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씨의 다정한 책방
이시원 지음 / 파이디온키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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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읽고 이시원 작가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성함을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전작을 읽은 적이 있다. <숲 속 사진관>이라는 그림책이다. 5년도 더 전에 2학년 '가족' 주제를 배울 때 읽어줬던 그림책이었다. 그때 아이들도 나도 참 좋아했던 그림책이었는데.... 이책 참 괜찮네? 하고 작가소개를 보니 잊고있던 그 책의 작가님이어서 반가웠다.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안읽어봤지만 <나는 회색 거미야!>라는 책도 그럴 것 같다.

그 느낌은 밝음과 따뜻함, 그리고 괜찮다는 격려, 기꺼이 함께 해주는 마음 같은 것들이다. 나에게 충분하지 않은 것들. 정확히 말하면 매우 부족한 것들. 그래서인가. 내 자녀가 아직 아기라면 이분의 책들은 빌리지 않고 사주고 싶다. 내가 보여주기 어려운 것들을 책으로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인 거겠지.

그런데! 바로 그게 안되는 거라고! 이 책이 말하고 있네. 책으로만 안되는 것이 있다고. (많다고)
"코끼리 씨는 숲속에서 책을 가장 많이 가졌는데도
끊임없이 책을 모았어요.
친구들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책을 더 많이 갖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다정한 코끼리가 되기 전, 코끼리의 초반모습은 속표지 이전에 나오는데, 그렇게 나오는 것 치고는 다소 길게 나온다. 나와 공통점이 있다. 나는 코끼리만큼 책을 많이 갖지도 모으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좀 애착이 있고, 그에 비해 사람에게는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모여서 뭘 하는 걸 피곤해하고 혼자가 편하다.책도 혼자 읽고 혼자 끄적거리고 끝이다. 책은 책으로 끝이다. 책이 내 마음을 조금 움직일지언정 내 발을 움직이기는 무지하게 어렵다.

속표지를 넘어가면서부터 코끼리의 달라진 삶이 시작된다. 자신이 모은 책들을 나누는 책방을 연 것이다. 나눔의 마음을 연 결단이다. 하지만 동물들이 찾는 책이 딱딱 있지가 않다는 거.
"엄마 없이 아이들끼리 잘 지내는 법에 대한 책이 있나요?"
"하늘의 색을 마음에 담는 법에 대한 책이 있나요?"
이런 주문에 맞는 책을 찾아줄 수 없어서 고슴도치는 속상했다. 하지만, 책이 아닌 방법으로 코끼리는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코끼리는 행복했다고 작가님은 적어놓았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 싶은 나의 마음은 이런 것 같다. 나는 잘 못하겠지만 세상은 이랬으면 좋겠는 것. 세상이 이렇다면 나도 어쩌다 슬쩍 해볼수도 있으니. 일단 기본적으로 세상이 다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도 거기 묻어가고 싶은 마음?

직장에서는 '독서교육'으로 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지나치게 독서, 독서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론 이 문해력 위기의 시대에 최대한 책과의 연결을 시켜주려고 노력은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다. 역대 우리반의 독서가들이 모두 행복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 그들의 인성이 모두 보기좋고 따뜻했던 것도 아니라는 점. 이런 관찰 경험을 갖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독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나도 아직 닿지 못한 그 지점. 함께하는 세상, 서로 돌아보아주는 세상을 위해 나도 뭔가를 하는 지점.

이 작가님의 그림체도 색감도 모두 마음에 든다. 작품활동을 활발히 하셨으면 좋겠다. 성함을 기억했으니 또 나오면 반갑게 읽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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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양말이 사라졌어 스콜라 어린이문고 41
황지영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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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작년에 읽었는데 반납이 급했었던가 리뷰를 남기지 않았다. 영락없이 기억이 희미해졌네... 내가 리뷰를 쓰는 첫번째 이유가 이거다. 기억을 저장해놓기. 연휴를 맞아 도서관에 갔다가 다시 대출해왔다.

슬픔을 다루면서도 아주 사랑스럽고 귀엽고 기발한 상상이 가득한 동화다. '와 역시 작가는 작가구나 나라면 이런 생각 못할텐데' 이런 생각이 들 때 내맘속의 점수는 쭉쭉 올라간다. 요즘은 작가지망자들도 작품들도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확신할 순 없지만 내가 동화를 읽을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 나는 순도 높은 독자가 아니라서.... 하지만 그때가 와도 이런 작품들은 가끔씩 읽어줘야 할 것 같다. 순도 높은 작품이라서? 순도 높은 작품은 순도 낮은 독자의 마음에도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된 후 동화를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 그 이유는 직업적 이유보다도 '어린 시절 독서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서' 였으니까.

이 책에는 도깨비가 나오고, 도깨비 나라도 나온다. 도깨비 세상은 우리 세상과 겹쳐 있다고 한다. 흔한 설정이다. 하지만 느낌이 아주 새로웠다. 주 느낌은 귀여움? 위기도 있고 모험도 있지만 귀여움을 넘어설 순 없기에 그닥 무섭거나 가슴 졸이지 않았다. (이건 장점이 아닌가?^^;;;)

규리에게 나타난 도깨비는 '눈물 도깨비' 마을에서 온 루이였다. 인간 세상처럼 도깨비 세상도 여러 마을이 있다. 웃음 도깨비 마을도, 불꽃 도깨비 마을도 있다고. 그중 루이네 마을은 인간의 눈물과 연결된 세상이었다. 루이는 규리네 식구가 잠든 밤에 눈물을 닦아 가려고 왔고, 닦는 도구는 바로 '양말'이었다. 이렇게 양말은 이 동화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규리는 요즘 늘 발이 시렸다. (초여름인데) 마음이 시릴 때 나타나는 규리의 유난한 신체현상이다. 할머니가 떠주신 귤양말만이 발을 녹여주어서, 날마다 그 양말을 신는데, 한짝이 없어져서 너무 슬프다. 나는 내 아이가 이럴 때 짜증내지 않고 발을 감싸 녹여줄 수 있는 부모였나 생각해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뭐든 유난한 걸 싫어했다. 솔직히 지금도 그렇다. 타인을 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다.ㅠ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고 양말짝을 찾아 서랍에 넣을 때, 한짝이 없는 경험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꽤 자주 그런다. 분명 같이 벗었을 텐데 왜...? '양말 귀신이라도 있나' 라고 규리 아빠도 말했는데, 이 동화는 바로 그 발상에서 시작했다. 루이는 양말 도깨비였다. 눈물 주인공의 양말을 신고 눈물을 닦아가는 도깨비. 한밤중에 루이가 규리 눈에 띄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눈물을 닦았던 양말은 반드시 도깨비 마을에 가져가야 하건만, 규리의 간청으로 루이는 그걸 조건부로 주고 갔다. 하지만 금기는 반드시 깨지는 법. 두 세상은 뒤죽박죽이 됐고 그걸 풀기 위한 인간 아이들 셋과 도깨비 아이들 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우정, 의리, 이타심 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어 따뜻한 감동을 준다. 그것 뿐이면 조금 단순했을 이야기에 눈물의 의미까지 버무려져 아주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다.

눈물이 많은 사람도 있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겉으로는 모르게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그 눈물을 정성스레 닦아가는 존재들이 있다면 양말 한짝이 어찌 아깝겠나.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 서로 알아봐줘야 하는 눈물이 있다. 마음껏 흘려도 괜찮다고 옆에 있어주는 존재. 세 아이는 눈물 끝에 웃음꽃을 피우게 되었다. 파란색 캐릭터 '슬픔이'의 역할을 보는 듯도 했고, 결국 연결 속에서 살 수 있는 인간의 속성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은 저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내가 보기엔 3학년 정도에 딱인 것 같고 4학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제 조금은 더 글밥이 있는 책을 읽고 싶다는 2학년에게도 좋겠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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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반장 나우주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나영 지음, 유시연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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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아주 구체적인 사례로 만들어진 동화는 솔직히 내 취향이 좀 아니다. 유통기한이 짧다?라고 내가 생각하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명작이 되기에는 보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 그런데 이 책은 공감하며 끝까지 읽었다.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좀 '이건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던 문제라서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제목에 딱 나오는 '별점'이다. 이 별점은 이제 우리 생활에 속속들이 스며 있다. 소비자들에겐 판단을 도와주는 유용한 정보지만 이게 점점 양날의 검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별점이 익숙하다보니 교육활동에도 많이 적용된다. 특히 독후활동에서. 20년도 더 전에 활동지에 한줄평과 함께 이걸 넣으면서 난 꽤 신선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는 영화평론가들의 한줄평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기도 했었는데 요즘엔 그럴 필요도 없다. 저학년도 보면 다 안다. 근데 난 올해 학년에서 함께 운영하는 '독서통장'에 처음에는 별점을 넣었다가 두번째부터는 빼버렸다.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문제의식에 매우 공감이 되었다.

별점의 '양날의 검' 성격은 옛날에도 없진 않았겠지만 배달 앱이 확산되면서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물론 그 칼자루는 소비자가 쥐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사람인 바, 알다시피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제정신 똑바로 박힌 상식적인 사람만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난다. 너무 좋은 책이 알라딘에서 별점이 낮길래 왜지? 하고 봤더니 책의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1점을 준 아주 손쉬운 100자평이 있었다. 이 쉬운 손놀림에 저자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안타까웠다.

그 반작용으로 '별점 인플레' 현상도 생겨난다. 나같은 사람에게 해당되는데, 웬만하면 5점을 준다. 전에 정말 너무 맘에 안든 동화에 별 3개를 준 적 있었는데 자꾸 신경이 쓰여서 얼마 후 4개로 바꿔놓았던 적도 있다. 이 인플레 또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인데, 소심해서 고치질 못하네.^^;;;

주인공 나우주와, 피자집을 개업하신 우주 부모님을 중심으로 별점 이야기가 두 줄기로 흘러간다. 피자집의 별점 이야기야 누구나 상상 가능한 것이고, 우주의 별점 이야기는 이런 거다. 평범한 우주는 그동안 학급 반장을 한번도 못해보았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미나는 해마다 반장을 하고 올해도 1학기 반장을 했다. 미나엄마에게 부러움을 표현하는 엄마의 통화를 듣게 된 우주는 2학기에는 꼭 자신이 회장이 되리라 결심한다. 그리고 특별한 공약을 내세워 드디어 회장에 당선된다. 그 공약은 바로 "별점 반장" 이었다. 학급 홈페이지에서 익명으로 친구들의 별점 평가를 받겠다는 거였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우주는 우주대로 별점을 잘 받기 위한 고투가 이어진다. 부모님은 원래가 좋은 재료로 양심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분들인데, 별점에 신경을 쓰다보니 거기에서 그칠 수가 없었다. 결국 소진되고 원점으로 돌아온다.

우주의 고생 또한 말도 못한다. 자신의 모든 욕구를 넣어두고 친구들을 위해 일하지만.... 갈수록 일은 꼬이기만 한다. 여기서 담임선생님이 어떻게 그 상황을 모르고(온라인 게시판을 익명으로 하고, 게다가 관리와 개입도 안하시면 개판되는 건 당연지사), 제대로 된 코치도 해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동화니까 넘어가고.... 결국 손을 내민 건 얄미운 견제자인 줄만 알았던 미나였다. 진정한 우정의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그럼 이제 세상에 만연한 '별점'들을 없애야 할까? 작가님이 그런 뜻으로 이 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느낀 것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 최선'이다. 나도 올해 어떤 상황 때문에 내가 남을 엄청 의식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그건 필연적으로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이어지고, 최선에도 어느정도의 독이 된다. 우주 부모님이 소신을 가지고 자신들의 음식을 변치 않고 만들기로 결심하신 것처럼 그러면 되는 것이다. 살다보면 똥도 밟을 수 있고 날파리가 입으로 돌진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것까진 어쩔 수 없지 않나.

학급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한 명의 헌신을 기대하는 학급보다는 전체가 고른 역할을 하는 학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분량이나 주인공들의 학년을 볼때 4학년에 딱 적당하고, 위아래로 한학년 정도 오르내려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스토리가 어려서 그렇지 별점 문제의식은 어른들도 한번씩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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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쌓기 공식 사계절 그림책
정승 지음 / 사계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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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땐 엥 이게 다야? 라는 느낌이었는데 그건 내가 마지막장을 향해서만 너무 달려서 그런 것이었다.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재미있는 포인트,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이 있다.

얇은 선과 힘없는(?) 그림체가 내 취향이다.^^;;; 뭔가 작고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을 것 같은 그림체. 바탕색은 대부분 칠해져 있지 않지만 몇몇 장은 가득 칠해져 있어 색다른 느낌도 준다.

말놀이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내용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래성을 쌓으려면 - 바다에 가야 해요 – 바다에 가려면 – 여름이 돼야 하고 – 여름이 되려면 – 매미가 울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방식 말이다. 한 장 한 장 넘기기 전에 아이와 함께 예측을 해보고 넘겨서 확인해보는 방법으로 읽으면 재미있겠다. 아마도 뒤로 갈수록 예측이 맞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ㅎㅎ

그리하여 마지막장에는 드디어 모래성 쌓기 공식이 나왔는데... 이건 사칙연산을 익힌 중학년 (적어도 2학년 후반) 정도 되어야 그 재미를 제대로 맛볼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공식의 뜻을 정확히 몰라도 괜찮다. 말하자면 어린아이들은 어린아이들대로, 좀 큰 아이들은 큰 아이들대로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특히 좀 큰 아이들은 새로운 내용으로 공식을 만들어 보는 <○○○○○ 공식>의 창작 활동으로 이어가면 재미있겠다. 이 책에는 독후활동지가 제공되는데, 이런 내용이 잘 반영되어 있다.

이런 활동을 제시했을 때 반 아이들이 “와!! 재미있겠다!” 하면서 눈을 빛내며 덤빈다면 그 해는 활기차고 즐거운 한해일 것이다. 갈수록 이런 아이들이 줄어드는 느낌이라 아쉬울 때가 있다. “굳이...?”라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 이렇게 좋은 그림책을 만드는 어른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그걸 즐기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든다면 정말 슬픈 일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우리끼리 감탄하며 좋아하고 있다면 그건 너무 아쉽고 서글프잖아....

다가오는 여름이 너무 끔찍하게 덥지 않고, 이 책의 아이와 할아버지처럼 잔잔하고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모래성 위에서 수박을 먹는 표지의 아이와, 모래성 속에서 얼굴만 내놓고 서로를 바라보는 아이와 할아버지의 표정이 한가롭고도 평화롭다. 나도 어릴적 어떤 장면에선가 느꼈던 것 같은 아련한 느낌이다. 우리 아이들도 때로는 이런 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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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만세! 마루비 어린이 문학 23
은경 지음, 송효정 그림 / 마루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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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캔>을 쓰신 은경 작가님의 역사동화가 나와서 읽어보았다. 딱 봐도 어린이날에 맞춰 출간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고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님이 주인공인 역사동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근데 나의 진부한 예상과는 매우 달랐다. 아주 신선했다는 뜻이다. 방정환 선생님을 염두에 둔 인물이 야학 선생님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성도 달랐고 주인공도 아니었다. 주인공은? 어린이들! 읽고 나니 당연한 것이었는데 읽을 때는 매우 신선했다.

 

배경은 일제강점기 효창원과 그 주변 마을이다. 이곳에 일제가 골프장을 만들었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골프라는 운동은 지금도 나에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운동인데, 100년도 전에 만들어졌고 조선의 아이들이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는, 즉 캐디 노릇을 했다는 사실이 참 낯설었다. 역사동화는 이렇게 한가지 단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듯한데, 나는 그걸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읽을 때마다 느낀다.^^;;;

 

이 동네의 아이들 둘이 중심인물로 나온다. 근주와 태용이다. 근주는 부모님이 안 계시지만 나이 차이가 있고 야무진 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태용이는 집안의 소년가장이다. 아버지는 독립군으로 추정된다. 할머니는 편찮으시다. 일찍 어른이 된 듯한 태용이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효창원 골프장에서 일하는 소년도 바로 태용이다.

 

일하는 태용이에 비해 근주는 아직 어린아이라 할 수 있다. 비가 많이 온 다음날 근주는 떠내려온 서양 인형 하나를 줍는다. 함께 인형놀이를 할 친구가 없어 심심해하던 근주는 골프장 근처 숲에서 또래 소녀 한 명을 만난다. 그런데 하필 일본 소녀였다. 이름은 키코.

 

얘가 못된 애로 나오면 마음껏 미워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는거.... 키코는 근주가 주운 인형과 같은 종류의 인형을 갖고 있다고 반색하며 세라(인형이름)가 친구를 만나면 좋아할 거라면서 같이 놀기를 청했다. 그러잖아도 인형놀이 친구가 필요했던 근주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세라라는 이름은 소공녀에서 따온 것. 둘은 인형을 가지고 소공녀 놀이에 푹 빠졌다. 태용이는 질색을 했지만.

 

침략국의 아이지만 키코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오지랖 넓게도 근주는 키코를 도와주고 싶어한다. 태용이는 불쌍한 건 우리야, 이 바보야.” 라며 화를 낸다.

나한테 일본인 아이를 도와주라고? 우리 아버지가 왜 집을 떠났는데! 우리 엄마가 왜 일본 사람 집 식모 노릇을 하고, 우리 할머니가 왜 병이 났는데. 내가 학교도 다 못 다니고 일하러 다니는 게 다 뭣 때문인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맞는 말대로만 되던가. 함께 지내며 셋은, , 야학 선생님까지 넷은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된다.

 

마지막에 편찮으신 태용이 할머니 생신날을 위해 아이들이 잔치(공연)을 준비하는 데서 야학선생님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로 우리말의 유희를 잘 살린 말놀이 꼬부랑 할머니공연. 풍자가 담긴 토끼의 재판연극 공연. 거기엔 일본인 소녀 키코도 함께 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어린이 만세!’도 함께 외친다.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되는 날 이 책을 읽으며, 시기성도 매우 좋지만 어린이들이 주역이 되어 엮어간 스토리도 새로워서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버티며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건강함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런데 요즘의 아이들은........ㅠㅠ 그래도 아직까지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조금의 희망이지 않을까. 방정환 선생님도 그리 생각하셨듯이. 교직에서 남은 날들 얼마 안되지만 이 역할에 마지막까지 충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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