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잘 지내겠지? 창비아동문고 304
김기정 지음, 백햄 그림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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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작가님은 왜 이런 작품을 쓰셨을까? 이 작품은 작가님이 생각하는 '동화'의 범주에 드는 작품일까?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동화는 아니라도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으셨나보다고 생각해본다. 가슴아프지만, 아니 가슴아파서 해야 할 이야기들. 가버린 이들을 기억하는 이야기들.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니 죽은 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유롭게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가 이곳을 못잊어 때가 되면 찾아온다고 생각하든, 돌아와 이승의 사람이 차려주는 따뜻한 밥 한 끼에 위로를 받고 돌아가든. 생각하는 사람 마음일 것이다.

근데 이 책은 누구에겐가는 위로와 힘이 될까? 난 모르겠다. 내게는 그저 가장 크게 슬픔과 공포와 외로움과 먹먹함을 극대화시켰다는 느낌만 든다. 굳이 왜 그러셨을까? 세월호 아이들을 이렇게 기억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유가족이라면 아름답게 느끼거나 위로받지 못했을 것 같다. 환상적이거나 기묘한 분위기 모두 슬픔과 고통의 느낌을 더욱 자극한다. 나는 그게 싫다.ㅠㅠ

하지만 고통일지라도 일어난 일은 인정하는 것, 그리고 가야 할 사람은 보내주는 것, 그리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살아가는 것. 5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다.

김기정 님의 재미와 웃음으로 가득한 이야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모두 좋아하지만 이 책에는 적응이 잘 안 된다. 다른 독자들은 나 같지는 않은 것 같으니 다행. 이 작품은 그냥 나만 읽고 패스. 나쁘진 않지만 아이들과 읽고싶진 않다. 그럴 때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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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10번 타자 웅진책마을 95
문은아 지음, 정현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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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야구동화. 재미있게 읽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 썬더스 대 드래건스의 경기 1회부터 9회까지의 전 과정을 다루었다. 하지만 양팀의 선수들 중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10번 타자'이기 때문이다. 야구의 10번 타자는 관중이라고 한다. 납득이 되는 말이다. 관중 없는 야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 경기를 보러 잠실야구장에 온 관중들이다. 1회부터 9회까지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나온다. 모두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열렬한 야구 사랑이다.

난 소싯적(초,중학교때) 야구 광팬이었다는 자랑이 무색하게도 야구장에서 관람을 해본 적이 없다. 더구나 나이들어서는 야구 자체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버렸기 때문에 요즘의 야구 관람 문화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가끔 우리집 아이들이 야구복과 모자를 챙겨 집을 나서는 날, 좋아하는 팀이 잠실에 오는 날이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요즘의 야구장은 야구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야구장에서 먹는 치킨이 제일 맛있다나. 응원전도 빼놓을 수 없고. 종합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인 것 같다. 작가 역시 야구 광팬이며 이러한 야구 관람 문화에 아주 익숙하신 분 같다. 완전 디테일이 살아있다.^^

1회 출연 주인공은 유소년팀 주전을 노리는 민구와 남영이. 경기를 보며 주고받는 말들 속에 그들의 라이벌의식과 서로에 대한 불편함이 드러나지만, 오해가 해소되고 생각이 더 유연하게 깊어지기도 한다.
2회에 나오는 10번타자는 엄마와 딸. 이혼 후 외국으로 떠나버린 엄마와의 오랜만의 재회는 어색하고 대화는 겉돌기만 하는데.... 거기서 딸은 야구를 하겠다는 꿈을 밝힌다. 다시 헤어져야 하는 모녀는 남은 시간동안 함께 캐치볼을 하기로 약속한다.

3회 등장인물은 티격태격 형제를 포함한 열혈 야구 가족. 4회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뭉친 부녀. 5회는 1인1닭 가족.(저절로 치킨이 먹고 싶어짐) 6회에선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들의 활약을 볼수 있다.

7회에선 야구장의 키스타임이 나오는데 이런 것도 있었나? 몰랐던 사실이지만, 성인들이야 뭘 하든 뭐 어떠랴. 그래도 초딩 대상의 동화책에 이런 내용이 적절한가? 난 아니라고 본다. 가뜩이나 미성숙한 정신세계에 몸만 앞서나가서 걱정걱정인데 뭘 동화까지 부추기냐고. 이 장 때문에 난 이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함께 읽지 않을 것 같다. 읽는 아이를 말리지까진 않겠지만.

8회에는 일명 '야구원정대' 세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돈도 없고 시간만 많은 아이들은 동네서 야구중계를 듣다가 즉흥적으로 야구장을 향한다. 8회부터는 공짜 입장이라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옛날 말이라고 한다. 결국 입장하지 못했고 조명탑 아래에서 기분만 내고 있지만, 그들에게 뜻밖의 행운이 닥친다. (뒤지고 있던 드래건스가 장외홈런을.....^^;;;) 개인적으로 이 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9회에선 선수와 아주 밀접한 이가 주인공이다. 아니 선수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다. 2군이던 승철이와 그의 가족. 승철이는 9회 말에 대타로 1군에 데뷔했다. 그 장면을 애태우며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가끔 재밌게 듣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노래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하하 웃었다. 결과는 노래처럼 되었을까?
"9회말 주자만루 투아웃 투쓰리 풀카운트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온거야"
오랜만에 이 노래를 다시 들어봐야겠다.ㅎㅎ

경기가 끝나도 남은 것이 있다. 마지막 10장엔 선수들을 보려고 기다리는 10번 타자들이 있다. 앞장의 주인공들이 골고루 나온다. 재미있게 신나게 뭔가 벅차게 희망을 주는듯 이야기는 끝난다. 아~ 승리를 위해 외쳐본 적이, 목표를 향해 뛰던 일이 그 언제였던가? 내 인생에 그런 때가 있었던가? 아들 딸을 따라서 야구장에 한 번 가보면 그 감정을 되살릴 수 있으려나? 그래봐야 뭐하겠어. 이나이에 이기고 지면 뭐하겠다고.ㅎㅎㅎ 하지만 오랜만에 젖어본 야구의 추억은 유쾌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 이상 반드시 웃을 장면이 나올 것이다. 비슷한 컨셉의 청소년소설이 나와도 재미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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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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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복면가왕에 10cm의 권정열 씨가 나와서 불렀다는 'Who are you'를 들었다. "너무 잘 부른다"고 딸이 감탄해서 들어봤는데 '도깨비'라는 드라마의 ost라고 한다. 난 그 드라마를 못 봤다. 그런 내용과는 세계관이 전혀 다르다. 근데 왠지 가사에 찡했다.
"내가 꼭 찾아볼게.
내가 널 알아볼게.
니가 있는 곳 어디든
모습이 어떻든
꼭 알아볼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그냥 소멸이 아닌 재회의 약속이길 원하는 것은 어떤 세계관을 가졌든 동일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물리학을 들고 나왔다. 이른바 '평행우주이론'

학교 다닐 때도 이과 쪽 과목에 약했고 졸업 후에도 물리학 쪽으론 담쌓고 살아왔기에 내게는 생소한 분야였다. 한편으로는 놀랍고 부러웠다. 동화를 쓰는 일이 생활 중의 감성으로도, 때로는 치열한 취재로도 이루어지지만 이처럼 작가의 관심사와 지식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은 또 새롭게 느껴졌다.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근원적인 아픔과 외로움, 이별과 만남, 슬픔과 희망을 다루었다는 점이 참 놀라웠다.

작가가 의도한 바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과학이 우주의 현상을 밝히는 학문임과 동시에 불확실성과 불가사의함을 알려주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했다. 도저히 알 수 없음. 포기. 인간의 한계. 이것을 과학이 인정한다는 생각도.

이 책의 무대는 월드아파트 101동이다. 여기엔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온 13살 친구 3명이 있다. 그중 지수. 3년 전 여행지에서 부모님과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삼촌과 둘이서 산다. 중간에 몇년 외국살이를 하다 와서 학급에서 관계맺기 어려워하는 민아, 그리고 오디션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절대음감 가수지망생 희찬이가 있다. 이들은 공통 관심사도 없고 취미도 특기도 다 다른데 늘 함께다. 그런게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냥 인정해주고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함께가는 것.

지수의 고통을 어찌 짐작하랴. 삼촌의 눈물어린 사랑도 친구들의 우정도 있지만 때로 몸에까지 침투하는 마음의 아픔을 어쩌지는 못한다. 그럴수록 지수는 물리학이라는 관심사에 더욱 집착한다. 폐소공포증으로 엘리베이터를 못타는 지수는 20층까지 매일 걸어다니다 7층 할머니의 집에 즉석 초대를 받고 단번에 친구가 된다. 할머니 집엔 물리학 책이 가득했고 말과 눈빛이 통했다. 그들은 설명하기 어려운 서로의 아픔과 그리움을 그저 같이 느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세 친구들은 서로 다른 목적과 전제로 사건을 추리한다. 이 책은 추리과정도 꽤 긴박하다. 그러나 범인이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일반적인 추리물과는 다르다. 할머니는 자취를 감추었다. 수사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할머니는 어디선가 지수와 통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지수가 믿는대로일 것이다. 독자가 믿는대로이기도 할 것이다.

할머니가 남긴 단서를 푸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모스부호까지 등장. 작가의 박식함과 그걸 치밀하게 연결해가는 방식에 감탄했다. 중간에 계단 비상등을 통한 연결자 할아버지가 등장한 장면에서 살짝 깨는 느낌이 있었지만 만유인력, 양자역학, 카오스, 파동의 효과 등 여러 물리학 이론들을 각 장의 제목으로 내용과 긴밀하게 엮어낸 구성은 대단하다 여겨졌다.

나도 과학에 관심을 좀 가졌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과학자는 겸손해진다고 했다. 광대한 우주와 그 운영, 그 너머를 누가 알 수 있을까? 나는 그 질서를 주관하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다. 평행우주이론도 밝힐 수는 없지만 가능성의 하나일 것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짐작하는 차원에는 한계가 있다. C.S.루이스가 나니아 연대기의 '마지막 전투'의 마지막 장에서 말했듯이 "나로서는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새로운 장이 이전 장보다 위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작가는 이런 주제를 말하려 한 것 같지는 않지만 독자는 각자 자신의 생각을 다른 각도로 펼쳐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좋은 책일수록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수가 우주 너머 그리운 이들의 존재를 기억하며 잘 자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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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 오즈의 마법사와 끝없는 모험 이야기
마이클 모퍼고 지음, 에마 치체스터 클락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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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와우, 보자마자 표지부터 딱 맘에 끌리는 책이었다. 녹색계통과 노랑은 내가 좋아하는 배색이다. 이 조합 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린시절부터 좋아하던 오즈의 마법사를 마이클 모퍼고가 다시 썼다고?? 마이클 모퍼고는 내가 동화를 다시 읽기 시작한 30대 중반에 그 기폭제가 되었던 작품 <켄즈케 왕국>을 쓴 작가다. 100권이 훨씬 넘는 동화를 쓴 영국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그중 일부만 번역되어 있고 켄즈케 왕국을 빼고는 잘 팔린 작품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진지한 주제의식이 담겨있으면서도 무겁기만 하지는 않은 그의 작품을 나는 좋아하는데 국내에선 그다지 인기가 없다. 그래도 나는 내 동화사랑을 일깨워준 그에 대한 예의(?)로 신간이 나오면 꼭 읽어본다. 명작을 다시 쓴 이번 작품은 어떨까?

화자가 없는 원작과는 달리 이 책은 1인칭 시점으로 쓰여졌다. 화자는 토토. 토토? 도로시도 양철나무꾼도 사자도 아닌 토토? 읽은지 오래되어 토토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있었다. 맞아,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집이 날아가던 그날부터 캔자스의 집으로 돌아오던 그날까지 도로시 옆에는 까만 강아지 토토가 있었지.

이 책에서 토토는 이제 아빠개가 되었다. 꼬물꼬물 아기 강아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나도 거기에 있었단다.'로 시작된다. 강아지들은 모두 듣다 잠들지만 막내 리틀 토토만은 아빠 토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거의 끝까지 읽어도 화자가 토토라는 점 말고는 원작과의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다.(읽은지 오래되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음) 패러디 동화는 아니고, 단순한 재화인가? 어쨌든 토토의 시점에서 서술된 이야기는 마이클 모퍼고의 생생한 서사와 어울려 새로운 재미를 주긴 했다. 그래도 굳이 이걸 다시 쓰는 의미가 있나? 계속 의아해하며 읽고 있다가....

결말에 가니 원작과 다른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서쪽마녀를 물리치고 온 도로시 일행에게 오즈의 정체가 밝혀지고, 마법사가 아닌 오즈는 최선을 다해 일행의 소원에 응답하려 하는데..... 원작에선 허수아비의 머리에 '뇌(같은것)'를 양철나무꾼의 가슴에 '심장(같은것)'을 넣고 사자에게 약을 마시게 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졌다는 믿음을 주었다면, 이 책에선 격려로 그들을 설득한다. "허수아비야, 넌 이미 지혜로워! 네가 할 일은 너 자신을 믿는 일이야. 넌 그 자체로 완벽한 존재란다. 널 그렇게 만드는 데 마법사의 도움은 하나도 필요 없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원작에선 허수아비가 오즈 대신 에메랄드 시를 다스리게 되는데 여기선 그냥 먼치킨 나라로 돌아간다고 한다.(대신 사자가 남음) 원작에서의 마지막 난관(남쪽 마녀 글린다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가는 여정)이 이 책에선 빠져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오즈가 열기구를 만들어 타고 떠날 때 도로시와 토토를 놓치기 않고 잘 태웠기 때문이다. 결국 도로시와 토토는 마법의 힘이 아닌 열기구를 타고 캔자스로 돌아왔고 남쪽 마녀를 찾아갈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결말의 변형은 작가의 어떤 의도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원작의 결말이 긴장도나 완성도 면에서 더 완벽한 거 같은데...^^;;; 억지로 짐작해 본다면 마법에 의지하지 않은 주체적인 해결? 인물들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원작에선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가 모두 어딘가의 왕으로 자리잡으며 끝나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음) 그리고 도로시 일행이 여행 중 위기를 겪을 때마다 각자가 가진 장점을 발휘하여 친구들을 돕고 역경을 물리치면서 우정이 깊어지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원작에도 나타나 있지만 이 책에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아마도 강아지 토토 화자의 힘인 듯하다. 그냥 도로시의 부속품처럼 느껴졌던(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토토가 생생하게 다가오며 그가 묘사하는 친구들의 모습 또한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원작의 번역본 중엔 초등학생들이 읽기 지루한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은 초등 중학년 이상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그림작가 에마 치체스터 클락의 그림도 이 책의 매력을 더해준다. 난 번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김서정 님의 번역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매력적인 오즈의 마법사 한 권이 또 탄생했다. 그러나 아무리 마이클 모퍼고라 해도 원작을 넘어서진 못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사실 그게 원작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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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르가리타의 모험 1~3 세트 - 전3권
구도 노리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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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광고를 보고 시리즈 3권을 모두 수서했는데 책이 올 때까지도 그림책인 줄 알고 있었다. 도착한 책의 판형이 너무 작아 깜놀. 아 동화책이었구나! 더 좋았다. 그림책도 좋지만 오늘은 동화책이 더 반갑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좋고. 단 이 책은 읽어주기만 하기엔 아깝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꼭 다시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작가의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도 좋아한다. 학급문고에 있는데 2학년 아이들이 아침독서 시간에 잘 가져다 읽는다. 며칠전 좀 필요해서 집에 가지고 왔더니 그 책이 왜 없냐며 귀신같이 알아채는 아이들.(우리 교실엔 그림책만도 몇백권이 있다)

이 책은 그림책에서 글밥이 제법 있는 책으로 넘어가는 다리 단계로 아주 딱이겠다. 흑백과 칼라가 섞여있긴 하지만 모든 장에 그림이 있고, 그림의 질이 높아 그림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으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아주 귀엽고 매력적이다.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를 접한 아이들이 이어서 읽으면 독서의 다리를 어느새 훌쩍 잘 넘어가겠다.

주인공은 마르가리타(곰)와 마르첼로(꿀벌).
1권 [수상한 해적선의 등장] 초반에 이들은 바닷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마르가리타는 요리사다. 마르첼로도 이것저것 재주가 많다. 수도 잘 놓고 피리도 잘 불고. 어느날 해적선이 다가왔다. 해적들이 하는 일이란 '보물'을 가져가는 일. 마르가리타의 보물인 조리 도구들을 털어가버린다. 허탈해진 둘은 레스토랑 지붕을 뒤집어 배(카사 호)로 만들고 해적선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다시 만난 해적들. 그들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으며 함께 어떤 모험을 했을까?

2권 [사라진 봄의 여신] 에선 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썰매가 되어 눈의 나라를 달리게 된 카사 호. 문제가 생겼다. 마르가리타는 곰이라는 점. 겨울나라에 왔으니 겨울잠을 자야지? 마르가리타가 잠에 빠져있는 동안 마르첼로의 활약이 눈부시다. 시바견들을 만나고, 숲의 괴물(어쩌면 현자)과 봄의 여신을 만나고.... 여기서 해결의 열쇠가 된 달빛의 소라는 해적들이 남겨준 보물. 이렇게 1권의 내용은 2권으로 이어지고 봄의 여신이 준 마법호두는 3권의 어떤 장면으로 이어질까?
(2권에서 만난 시바견들은 카사 호를 끌어주었다. 우리집 개를 구박할 때 "야! 너가 하는 게 뭐 있어! 썰매도 못 끌고!!" 했던 게 생각나서 웃었다. 요즘 시바견들이 애견인들한테 인기라더니 정말 귀엽게 생겼네.^^)

3권 [기묘한 마법 사탕] 봄의 여신에게 받은 마법 호두는 정말 마법 같은 일로 둘을 이끌어간다. 뒤편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지 않고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메기 혼자 지키던 외로움이 늪이 음악과 파티가 있는 우정의 늪으로 바뀌는 마법. 이들과 작별을 고한 카사 호는 다시 그들의 바다로 흘러와 레스토랑으로 돌아간다. 마르가리타의 메뉴판이 넘넘 맛있게 생겼다. 이렇게 3권의 이야기가 끝났지만 모험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것 같은 느낌.^^

난 이미 어른이니 애를 쓴다 해도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볼 순 없다. 그래도 짐작을 해본다. 내가 아이였을 때 이 책을 봤다면 어땠을까 하고. 그림도 없는 책, 영상도 없는 라디오 드라마에 온갖 공상을 펼치던 때가 있었지. 그 나이에 이런 책을 봤더라면 얼마나 아름답고 재미나고 환상적이었을까. 요즘 아이들 솔직히 별로 부럽지 않지만 이거 한 가지는 부럽다. 그러니 많이 읽혀봐야지. 누릴 수 있는 건 한껏 누려 보라고. 정말 아름답고 귀엽고 맛있고 달콤한 책.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품에 꼭 안았을 듯한 사랑스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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