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밥 사 먹는 아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6
팻 플린 지음, 김호정 옮김, 톰 젤렛트 그림 / 책속물고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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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인 줄 알고 읽었는데 2010년에 나온 <먹지 않고는 못참아?>라는 책의 개정판이다. 제목은 이번 제목이 더 나은 것 같다. 원제는 <매점 아이> 정도 되는 듯. 작가는 호주 사람인데 테니스 코치 등을 했던 경력이 있다고.... 확실히 다양한 경험은 글쓰기에 있어 중요하고 그 경험이 글쓰기에 반영되는 것 같다. 이 책도 직접적이진 않지만 '몸', '운동', '건강'이라는 소재가 들어가 있다.

120쪽 정도로 중학년 정도의 분량이지만 권해주기에 고학년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습관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아이들에게....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나한테 필요한 책이었다.^^;;;;;;;

나의 나쁜 습관이라면 게으름이 있겠다. 일단 퍼지면 강력한 수단이 없이는 일어나기 힘든 것.... 그러나 나에겐 일평생 등교(출근), 개학이라는 강력한 수단이 있었기에 적당히 게으름을 끊어가며 지금껏 근근히 살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는 이 책의 주인공 매튜와 비슷한 악순환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그거슨.... '살빼기의 실패'다.ㅎㅎ

살은 곧 먹는 것이다. 먹는 걸 줄이면 살은 빠지게 되어 있다. (거기에 적당한 운동은 효과를 높여준다) 살이 찌지 않았을 때 나는 사람들이 왜 이걸 못하는지 이해를 못했었다. "아니 안먹으면 되는데 그게 왜 힘들어? 뭘 하는게 힘들지 안하는게 왜 힘들어?" 그때까진 그나마 내가 젊었던 것이고, 나잇살이 추가되자 양상은 달라졌는데, 안하는 것도 힘든 거라는 것을 깨달으며 과거 나의 입방정을 반성하게 되었다.^^;;;

주인공 매튜는 학교에서 가장 뚱뚱하다. 특기는 가진 돈에 맞춰 매점의 점심메뉴를 짜는 것. (메뉴에 정크푸드가 많다. 핫도그, 샌드위치, 파이 등이고 콜라나 초코우유 등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보면 "좋겠다~"며 탄성을 지를 듯하다. 호주는 급식이 없고 이처럼 매점에서 사먹나? 난 우리나라 학교급식이 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뭘 더 바라는지 이해가 안됨.^^;;; - 내가 있어본 초등학교에 한해선 그랬다)
말하자면 매튜는 늘 '먹을 궁리'를 하며 '먹는 게 낙'인 아이다.

하지만 매튜는 성격도 좋고 홀로된 바쁜 엄마를 절대 신경쓰게 안하고 혼자 챙겨먹으며 잘 지내는 아이다.(물론 그러다가 살이 저렇게 쪄버렸지만) 그런 매튜에게 가장 달갑지 않은 이는 체육선생님.... 어느날 달리기를 하다 매튜는 기절해버렸고, 그 일로 건강의 심각한 적신호를 깨닫게 되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방치한 엄마가 가장 많이 속상했을 텐데, 그건 감싸줄 부분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공부든 뭐든 떠나서 부모가 최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닌데. 체육시간에 활동을 시키지 말아달라고 편지를 써줄 것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아이로 만들어야지.

어쨌든 늦게라도 알게 되었고 당뇨병일 것 같다는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따라 엄마와 매튜는 기존의 생활습관을 버릴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악습관은 정확히 빈틈을 노리고 고개를 든다. 그때 의사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주 중요했다. 앞에서 말한 '악순환의 고리' 인데 선생님은 그것을 '사이클'이라고 표현했다. '바람직한 사이클'과 '바람직하지 않은 사이클'

나도 때에 따라서 '바람직하지 않은 사이클'에 빠질 때가 있고 누가 뒤통수 정통으로 때려주지 않으면 벗어나기 힘든 그 느낌을 안다. 우리 아이들 중에도 이 사이클에 빠진 아이들이 많다. 매튜처럼 먹는 것이기도 하고 게임, 휴대폰, 거짓말, 관계집착 등 여러 양상이 있다. 늪에서 혼자 걸어나오는 사람은 없다. 손을 잡아주되 늪에 빠진 주제에 안나오겠다고 버틴다면 뒤통수 때려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액면 그대로 해석하고 덤벼들지 마시길) 그게 자존감 회복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이 책에선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여친이라는 사실이....ㅎㅎ 학교의 퀸카가 웃음거리 뚱보를 좋아하게 될 확률은 몇%? 하지만 여기서도 나의 편견을 본다. 매튜도 매력이 있다. 눈 있는 자는 볼지어다. 본인이 이런 태도를 갖고 있어야 그 매력이 보인다. 자격지심과 열등감은 금물이다.

어쨌거나 쉽지 않다. 우리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악순환 사이클에서 선순환 사이클로 옮겨타게 할 수만 있다면 그 해는 성공한 해라 생각한다. 그게 가능한 역량을 갖출 수 있길. (아 부담스럽다.ㅠ) 이 책은 도전의 계기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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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도둑 환상책방 10
정해왕 지음, 파이 그림 / 해와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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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충격적인 소재의 동화라니.... 몸이 바뀌는 체인지 화소의 영화나 동화는 많은데, 나이를 도둑맞고 순식간에 늙어버리는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것 같다. 젊어지는 샘물 이야기처럼 젊음이나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욕심을 부리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13살 소녀 은설이는 어느날 방과후 학원에 가는 길에 벤치에서 경찰들이 깨우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일어난다. 그런데 그 깨우는 소리가 할머니, 댁이 어디세요? 저희가 모셔다드릴게요.” 휴대폰을 셀카모드로 바꾸고 확인해 본 은설이는 기절초풍한다. 자기집의 할머니보다도 더 늙은 할머니가 거기에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은설이가 처한 상황이 급하니 독자는 그것을 따라가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부터가 충격이었다. 벤치에서 엉덩이 하나 떼는 것, 발걸음 하나 내딛는 일이 이렇게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니.... 그리고 기다려주지 않고 꿀럭 흘러나오는 오줌, 쥐어짜듯 누고 나도 시원하지 않은 오줌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노안, 마음처럼 빠르게 반응하지 않는 손발.... 자고 깨어난 그 짧은 시간에 은설이는 이 모든 것이 변했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휴대폰을 보니 엄마와 할머니는 은설이를 찾느라고 난리가 났다. 집에 들어가야 했다. 이렇게 늙어버린 나를 믿어줄까? 하지만 방법이 없는 은설이는 한밤중까지 헤매다 집에 들어간다.

 

은설이의 옷을 입은 할머니를 보고 엄마와 할머니는 은설이를 내놓으라 화를 내며 다그치지만 결국 은설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다음날 병원에 가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든다. 인정은 하지만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엄마에 비해 어린시절 은설이를 키웠던 할머니는 자기보다도 늙은 여인을 손녀로 대하며 살뜰히 보살핀다. 할머니를 할망구라 부르며, 아빠가 돌아가신 일이나 집안의 모든 불행이 할머니 탓이라 원망했던 은설이는 그제야 할머니를 이해한다.

 

이상이 숨막히는 첫째날의 이야기. 둘째날은 더 파란만장하다. 은설이는 노인네가 된 자신의 상태도 잊고 넘어지려는 할머니를 막았다가 아예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버린다. 응급실에 옮겨진 은설이에게 흰 천이 덮인다. “강은설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그렇다. 그 순간 은설이는 13살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게 뭔 일이냐? 게다가 책은 아직 중반을 조금 넘었을 뿐인데.... 어쨌든 다행이라고 독자는 안심한다. 가족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짐승처럼 울부짖던 엄마와 할머니는 기쁨에 겨워 맛있는 것을 사먹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돌아오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나? 그래서 안심이긴 한데 얘기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셋째날, 어제 하루를 결석했을 뿐인데도 수십년치 일을 겪은 듯한 은설이는 서먹한 기분으로 등교한다. 언제나처럼 떠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단짝인 수빈이가 대박영상이라며 직접 찍은 동영상을 보여준다. 젊음의 거리, 버스킹 공연 중 한 젊은 아가씨가 갑자기 꼬꾸라지는데 일어나는 모습을 보니 할머니였다!! 모두들 합성이라고 비웃으며 자리를 떴지만 은설이는 시각을 물었다. 바로 은설이(할머니)가 사망선고를 받은 그 시각!!

 

이 책의 제목인 <나이 도둑>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제서야 재생되는 은설이의 기억, 욜로바의 전설 이야기, 그걸 알려준 마녀 연구소 소장이라는 연수 오빠, 그리고 그의 정체.... 마지막까지 이야기의 구성은 헐겁지 않고 튼튼하며 맥빠지지 않고 참신하다.

 

가만히 보면 이야기의 발단부터 작가의 의도는 눈에 띈다. 버스에서 옆자리에 선 할아버지한테 품던 무시와 적의, 키워준 할머니에 대한 원망, 그런 은설이에게 닥친 사건은 삽시간에 노인이 되는 것. 은설이가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리고 나이도둑의 최후의 선택은?

 

그 의도는 작가의 말을 대신한 작가의 랩에 담겨있다. “어린이도 언젠간 어르신이라는 제목의 랩이다.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라는 그림책을 도덕시간에 읽어준 적이 있었다. 길어서 한 번에 읽어줄 순 없지만 이 책을 읽어준다면 교육효과는 더 좋을 것 같다. 그처럼 이 책은 미스터리한 판타지면서도 작가의 의도와 교훈은 명확히 드러나는 책이라 하겠다.

 

우리 사회에 이질집단에 대한 혐오는 위험수준에 달해 있다. 세대간 혐오도 그 중의 하나다. 젊은이들은 늙으면 죽어야 돼. 아니면 집구석에 처박혀 있든지.” 식의 악담을 하고, 늙은이들도 섭섭함과 서러움을 억지나 꼰대질로 표현하곤 한다. 나도 하루하루 노화를 느낄 때마다 서럽고 심란하기 그지없다. 영화 인생 후르츠에서는 오래 살수록 인생은 더 아름다워진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책은 충격적일 뿐 아니라 참 재미있다. 이 책이 늙음을 잘 읽어 맛이 든 과일처럼 느끼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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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마주 창작동화
안느 방탈 지음, 유경화 그림, 이정주 옮김,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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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파란만장한 하루를 그 아이의 입으로 듣는 책이다. 어른독자라면 등교길에 구역마다 발걸음을 세면서 가는 아이의 행동이나 아빠가 하시는 "발랑탱, 아빠는 널 믿어. 너 혼자 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한눈팔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보고 이 아이가 좀 특별하구나 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하지만 본문에는 전혀 그런 말이 없다. 끝부분 삽화에 그려진 플랭카드에 "장애아동도 학생입니다"라고 쓰여있을 뿐이다. 그러니 어린이 독자들은 이야기 전개에 따라 발랑탱의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들을 따라가면서 때로는 초조하기도 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생각', '조금 독특한 생각' 정도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발랑탱이 빨리 지갑의 주인을 찾기를, 빨리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응원할 것이다.

발랑탱은 '한눈팔지 말라'는 아빠의 다짐을 되뇌이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 학교에 가고 있다. 그런데 한눈을 팔 수밖에 없는 물건을 발견하고 만다. 그건 소피 르모니에 라는 아줌마의 지갑이었고 그 안엔 사진, 신분증 등과 꽤 많은 현금도 들어있었다. 아이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진다. 학교에 곧장 가야 지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시종일관 발랑탱이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그걸 따를 수 없는 갈등상황을 발랑탱의 입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발랑탱은 제시간에 학교에 가지 못했고, 길을 잃었고, 낯선 곳에서 잠이 들었고..... 그래서 제목은 <하지만.....>이다.

벤치에서 잠든 발랑탱을 깨워준 아멜리 누나와 함께 학교로 돌아왔을 때 학교는 발칵 뒤집혀 있었고 경찰이 출동해 있었다.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고 교장선생님은 더이상 이 학교에 발랑탱을 받아주기 어렵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플랭카드, 그건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내건 것이었다. "발랑탱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너무 달라서 놀랍다. 우리가 듣는 소식은 집값 떨어진다고 장애인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 자기 동네에 특수학교 짓는 것을 결사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들 뿐인데.ㅠㅠ

솔직히 쉽지 않고 자신도 없다. 발랑탱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따라가면 아이를 이해할 것 같지만 우리는 남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재주는 없으니, 아이의 행동에 놀라고 당황하고, 또 이와 같이 큰 사안이 벌어지면 너무 힘들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수업진행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어떤 때는 화도 나고 그럴 것 같다. 하지만.....(이 책의 제목이 여러가지로 쓰인다)

누군가에게 놓여진 어려움은 그 사람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조금씩 나눠 지면 그나마 다같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별로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 나도 아이들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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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돌이를 찾습니다 -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눈높이 저학년 문고 34
안선희 지음, 김고은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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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게 된 이후로 개가 주인공인 동화를 만나면 일단 펼쳐보게 된다. 이 책도 그래서 집어들었는데 처음 보는 작가님의 첫 책이었다. 5편의 단편이 들어있고, 눈높이아동문학상 단편부문 수상작이라 한다. 다섯 편 모두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할 자연 속의 생명들을 다루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내가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작품에 더 마음이 끌린다. 이런 분들이 많아야 돼, 라는 생각 때문에?

표제작인 '진돌이를 찾습니다'는 세번째 실린 작품이다. 진돌이는 샛골 은수네 집의 강아지다. 은수와 날마다 즐겁게 뛰놀며 행복하게 살던 진돌이는 어느 밤 호기심에 집을 빠져나왔다가 들개들에게 쫒겨 집을 잃고 만다. 하지만 낯선 동네에서도 진돌이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은 있었다. 감나무집 할머니는 길잃은 진돌이에게 밥을 나눠 주고, 전에 살던 흰둥이가 쓰던 잠자리도 펼쳐 주신다.
"입이 써서 물도 못 삼키겠더니 너랑 같이 먹으니 밥이 좀 넘어가는구나."
할머니의 이 말씀에 찡해졌다. 아프고 외로운 할머니가 흰둥이와 함께 사시다가 이제 흰둥이마저도 떠나고 없는 상황 아닌가. 혼자 되신 우리 아버님은 말안듣는 천방지축 잡종 강아지를 막내손자처럼 챙기신다. 뭐 먹을 때만 알랑거리는 얌체녀석이라도 "이놈 때문에 웃는다"시며 품에 안고 토닥이신다. 개가 주는 따뜻한 채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제 진돌이는 할머니의 강아지가 되어 살아도 좋을 것 같다. 할머니가 잠든 사이 불이 나고 그 불을 끄려 애쓰다 진돌이는 발을 다치고,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치료해주시며 둘은 더욱 정이 깊어지고 있으니....
하지만 은수는? 은수도 애타게 진돌이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우체부 아저씨를 통해 듣는다. 기회가 되자 진돌이는 집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진돌이는 골목이 떠나가라 짖었어요.
"컹! 컹! 은수야, 내가 돌아왔어!"
마지막 문장이다. 상봉의 장면은 없지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발에 감겨진 붕대는 진돌이의 고생과, 돌봐준 이의 사랑까지 전해줄 것이다.

첫번째 작품 '다람이의 새봄'은 굴참나무에 깃들어 사는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이자 생명의 소멸과 소생까지 보여주는 큰 생태계의 이야기다. 다리를 저는 연약한 다람이를 통해 이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새봄'이라는 제목에서 주는 희망적인 느낌까지.

두번째 작품 '꼬마 나팔꽃의 꿈'은 꽃밭도 정원도 아닌 고가도로 난간을 타고 올라가는 나팔꽃 가족의 이야기다. 하필이면 시끄럽고 냄새나며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런 곳에서 싹이 텄을까 원망스럽지만 막내는 온힘을 다해 꽃을 피운다. 막내의 씨앗은 이제 바라던 곳에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씨를 심고 가꿀 계획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읽어주고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네번째 작품 '철조망 아저씨의 소원' 에서도 화자는 나팔꽃이다. 나팔꽃은 흔들리다가 철조망을 붙잡아 줄기를 뻗고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서 무뚝뚝한줄 알았던 철조망 아저씨의 아픔과 소원을 알게 된다. 철조망이 우리에게 연상시키는 것, 아랫동네와 윗동네, 열린 문 등이 많은 이야길 한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로 이런 말을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작품은 앞 4편의 잔잔함과는 달리 충격적이다. '고릴라 엄마 루시'에서 루시는 아프리카에서 잡혀 동물원으로 실려 왔다. 젖먹이 아기 코코를 남겨둔 채.... 어느날 관람객 중 어린 아이가 고릴라 우리의 해자에 떨어져 빠졌다. 주변은 난리가 났고 엄마는 울부짖는 와중에 루시가 해자로 뛰어들어 아기를 건져 안았다. 놀라 울던 아이는 고릴라와 눈을 맞췄고....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그러나.....ㅠㅠ
동물원의 폐해를 말하는 많은 작품 중에서 이렇게 한번에 둔중한 슬픔을 주는 작품은 처음이다. 동물원을 반대하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이 책의 다섯 단편은 모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작품이라 읽어주기 목록에 한 권이 추가된다. 쭉 한번에 다 읽어줄 필요는 없으니 주제에 따라 한편씩 천천히 읽어주어도 좋겠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또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힘없는 사람들한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동화를 쓰고 싶어요.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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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이 옆에 또 이상한 아이 - 떠드는 아이들 2 노란 잠수함 4
송미경 지음, 조미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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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부회장>이라는 책의 후속으로 '떠드는 아이들'시리즈 2권으로 나온 책이다. 3권도 나오면 좋겠고 얼마든지 나올 소재가 있을 것 같다. 1권은 그야말로 '떠드는' 아이들 예찬이었는데, 난 이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는 못하지만(고래고래는 미성숙일 뿐 자유가 아님. 이 사회를 보라.) 아이들의 자유로움 발산의 관점에서는 동의한다.

맥락을 같이하면서 아주 새로운 내용의 2권에는 유리와 시하가 그대로 나오고 새로운 인물로 우성, 현빈, 영혜가 나온다. 아이들이야 뭐 백인백색이니 이 다섯 명의 캐릭터가 다 다른 것쯤이야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어쩜 그리 특색있고 생생한지,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 작가의 언어가 어찌나 익살맞은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이 아이들은 '이상한 애들'이라는 한 마디로 치부해버리면 끝일수도 있지만 그 '이상함'을 관찰하면 그의 정체성이 나온다. 어쩌면 이상하지 않은 인간은 없는지도 모른다. 지극히 평범하다고? 사람이 어떻게 모든 면에 평범할 수가 있어? 그것 또한 이상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물 소개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화자인 유리는 목소리 크고 끊임없이 말을 한다. '떠드는 아이들' 시리즈의 화자로 손색이 없다. 즉각적인 행동파이며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고 사촌인 시하처럼 조기교육을 받지 않아 영어는 알파벳도 모르고 한글도 늦게 뗐고 덧셈은 겨우 하고 뺄셈은 잘 못한다. 원어민 영어 시간에 못알아들어 웃음거리가 되어도 기죽지 않는다.

시하는 유리 이모의 늦둥이딸이며 유리와 같은 빌라에 산다.(아빠가 건물주) 그래서 둘은 아가때부터 같이 자랐는데 성격은 정반대다. 시하는 겁이 많고 눈물도 많고 조용하며 목소리가 하도 작아 알아듣기도 어렵다. 이모는 이런 시하를 유리 옆에 두고 싶어하고 시하 또한 유리한테 많이 의존한다.

우성이는 입학식날 남자다운 모습으로 유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우성이가 유리를 좋아하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우성이가 좋아하는 건 소꿉놀이(여보당신놀이)였으며 오직 유리와만 이 놀이를 하고 이게 좌절되면 울음을 터뜨리며 보챈다. (사실 난 이런 아이를 본 적은 없어서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니라고 딴지를 놓고 싶지만 너무 재밌어서 그냥 넘어감ㅋ) 유리는 하루이틀도 아닌 이 놀이가 너무 지겨워 죽을지경이지만 피할 도리가 없다.^^

현빈이는 쉴새없이 끼어들고 간섭하며 초치는 소리를 하고, 말도안되는 라임을 만들어 말끝에 붙이는게 특기다. 현빈이들은 교실에 많다.ㅎㅎ

마지막은 영혜다. 우울한 염세주의자라고 할까. 2학년 교실에서 이정도 아이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고학년 교실에는 있다. 그뿐이 아니라.... 다섯 아이 중 나랑 가장 가까운 아이가 이 아이다. 시들하고, 흥미없고, 무심한 성격이.... 유리와 영혜의 대화는 대략 이러하다.
"반가워, 영혜야."
"반갑니?"
"재밌지?"
"재밌니?"
이런식.... 교실에 있다면 이 아이가 가장 힘들다. 난 지금 늙어서 그렇지 학교다닐 땐 이정도는 아니라서.... 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이런 재미없는 것들을 왜 해야하냐고 묻는 아이.... 교실활동이 다양해져야 하는 것은 맞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도 하고 있지만, 일반 학교 외에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다. 영혜가 즐거울 만한 학교도 어디엔가는 있지 않을까?

엉뚱하고 자유로운 유리의 입으로 들려주는 '이상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유리만큼이나 엉뚱하고 재밌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어울려 있어서 하나하나는 더욱 빛난다. 마지막 문장이 아주 맘에 든다.
"나는 오늘도 계속 힘차게 자라고 있다."

짧고 유쾌한 동화지만 내게는 아이들의 발달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동화였다. 이렇게 다른(이상한) 아이들이 저마다의 특징에 맞게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보는 일, 그 발달이 각기 다르게 그러나 함께 일어나도록 이끄는 일. 그것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어렵고 무거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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