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없는 뽑기 기계 - 2020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곽유진 지음, 차상미 그림 / 비룡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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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분량의 짧은 동화인데 그 안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한다. 화자인 희수의 상황을 처음에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면 알게 된다. 이야기가 짧으니 물론 금방 알게 된다. 그 상황은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상황 중 가장 슬픈 것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봄날의 햇살처럼 따사롭게 전개되며 마침내는 희망을 보여준다. 살아있고 살아가야 하니 어찌하든 희망을 붙잡아야 한다. 그 희망은 내면에서도 나오고, 주변에서 보내주는 마음으로 함께 완성된다.

 

희수가 아빠 바지를 헌 옷 수거함에 넣는 장면이 첫 장면이다. 평범한 일상일 수 있는 이 행위가 희수에게는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난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 바지가 내 배 속에서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거든.”(5)

 

분명히 확인했던 주머니에서 이상하게도 500원짜리가 떨어지고, 희수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걸 가지고 문구점 앞으로 간다. 거기에는 뽑기 기계가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인 꽝 없는 뽑기 기계는 아니다. 그건.... 판타지의 공간에서 나온다. 희수 앞에 나타난 남자아이는 희수 손을 잡고 문구점 앞으로 데려간다. 그 앞에 있었다. 꽝 없는 뽑기 기계!

 

희수는 1등을 뽑았고, 상품은 문구점 안 상자에 담겨 있었다.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다이노폴리스 로봇 같은 값나가는 물건이 아니었다. 아주 후줄근한 헌 물건.... 희수는 그걸 가져와 서랍에 넣는다.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 희수의 상황이 파악되고 독자는 소름이 돋게 되지.....ㅠㅠ

 

두 번째 꽝 없는 뽑기 기계로 간 날에는 처음의 남자아이는 없고 여자아이가 있었다. 여자아이는 유쾌했고, 크게 웃어 주었고 용기를 주었다. , 그때 알아버렸다. 판타지 공간에서 만난 두 아이는 누구인지. 가슴이 먹먹하다.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희수에게 전처럼 따뜻하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이웃집 영준이와 영준이 엄마. 교대로 희수 자매와 함께 지내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그리고 함께 아픔을 겪은 언니. 이들과 함께 시간이 흐르며 희수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등교하게 된 날, 열어젖힌 교실 문 안쪽에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친구들의 모습이 눈부시다.

와아~ 희수 학교 왔다!

영준이와 아이들이 내게로 몰려왔어.” (66)

 

66쪽짜리 짧은 저학년 동화에 어쩜 이렇게 무거운 인생의 아픔을 담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픔과 슬픔이 어른들의 전유물이던가? 그렇지 않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과제는 치유다. 그건 본인의 몫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 사람들에게 참 소중한 책이 될 것 같다.

 

아주 흔한 활동이지만, 우리반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보라고 하고 싶다. 발신자와 수신자는 마음이 가는대로 정해서. 독자가 희수에게, 희수가 판타지 속 남자아이에게, 판타지 속 여자아이가 희수에게 등 여러 방향으로 쓸 수 있겠다. 문학작품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이 공감과 이해라면, 그것으로 우리 사는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거라면, 이 책은 그 몫을 훌륭히 한다. 엄혹한 추위가 아닌 따뜻한 봄날의 슬픔. 안 슬플 수는 없지만 함께 해서 견딜 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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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를 찾습니다- 제9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김성민 지음, 안경미 그림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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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기에 있어!-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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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은 AI / 이경화 / 창비>



<와일드 로봇>에 이어 로봇이 주인공인 책을 또 읽었다. 아주 쉽게 생긴 이 책이 내게는 어려웠다고 할까.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감정이 바로바로 따라가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느끼기보다는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계속 반박자씩 늦었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초등교실에 담임선생님으로 등장했으니 시대적 배경은 미래라고 해야겠으나 로봇 교사 외의 배경에서는 별로 미래의 느낌이 없다.

미래초 5학년 1반은 지원받은 아이들로 꾸려졌다. 지원 조건은 AI 선생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대목에 복선이 있었다. 작년 한민아 샘 반 아이들이 대부분 신청했다는 것. 그 샘은 어떤 교사였길래? 아이들이 주고 받는 말 중에서 추측하자면 젊고, 자유롭고, 사랑이 많고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교사였던 것 같은데....

'김영희'라는 전혀 로봇답지 않은 이름의 선생님을 아이들은 '인지쌤'이라 부른다.(인공지능을 줄인것) 이들의 첫 대면과 수업은 웃음을 자아낸다. 인지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ㅎㅎ 호기심과 짖궂음으로 AI 담임을 대하던 아이들도 점차 이 로봇을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어하게 된다....? 딥 러닝 기능을 갖추고 미세파동 생체 에너지까지 갖춘 인지쌤과 더 교감하고 싶었던 아이들은 직접 쓴 '코노피오'라는 동화를 인지쌤에게 읽게 한다. 그 결과는......

결국, 인간은 감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가? 그래서 로봇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고, 더 나아가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는 설정을 한 문학도 계속 나오는 것일까? 진짜로 감정을 가진 로봇이 가능하게 된다면, 그건 좋은 것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감정은 불안정하고, 때론 아름답지만 때로는 추하다. 그런 감정을 로봇이 가진다면 그건 몹시 위험할 것이다. 안정적인 감정만 갖게 한다면? 그건 감정이 아닐 것이다. 뭐 '유사감정' 정도 되겠지. 우리에겐 그런 거라도 절실한 것일까?

그리하여, 오류로 멈춘 인지쌤을 구하려는 아이들, 로봇 교사를 반대하는 아이들로 맞서는 양상까지 교실에는 나타난다. 여기에서 작가는 여러가지 이슈들을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서 말하고 있다.

먼저 교장선생님.
"인간과 로봇의 차이점이 뭔지 아니? 자기 성찰 능력이란다. 잊지 마라. 자기 성찰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최고의, 그리고 거의 유일한 능력이란 걸." (101쪽)

그리고 한민아 선생님 사건을 잘 알고 있지만 뭔가 참고 계신 듯한 옆반 선생님.
"어디를 가나 로봇이 없는곳이 없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학교에까지 로봇이 있다는 건 재앙과 같아. 이제 사람들은 작은 실수도 할 수 없어. 실수를 하면 해고를 당하고 로봇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실수할 기회가 없으니 성장할 기회도 없다. 협업은 거짓말이야. 사람을 로봇과 경쟁시키는 거지. 누가 이길지 뻔하지 않니? 사람들은 점점 로봇에게 밀려나고 마침내 로봇처럼 폐기 처분될 거다. 이건 단순히 한민아 선생님을 복귀시키는 것보다 더 큰 문제야. 인간의 미래가 달린 문제지." (108쪽)

과거에 아이들이 한민아 선생님을 잃게 된 사연은 스치듯 지나간다. 선생님은 쫒겨났던 것이다. 그토록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았던 선생님이 학부모들의 불같은 민원을 받고.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사적인 공간이니 법적인 잘못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선생님은 개인 비밀 블로그에 아이들과 학부모에 대한 욕을 진탕 써 놓았고, 반의 똑똑한 아이 하나가 그걸 해킹해서 만천하에 공개됐다. 그렇게 잘해주던 선생님이 뒤에서 쓴 자기 욕을 읽었을 때 그 뒤통수를 맞은 기분은? 짐작 가능하다. 또한 그런 욕을 개인 공간에 써갈긴 선생님 심정 또한 이해하고도 남는다. 물론 동종업계 사람이어서 그렇겠지.ㅠ

다시 초기화된 인지쌤이 교단에 서며 이야기는 끝나는데, 마지막 문장이 또 미묘하다. 이 책엔 여러 생각들이 엉켜 있다. 그 중에 아이들이 어떤 가닥을 붙잡을지 궁금하다. 내가 붙잡은 건? 두 가지다. 첫째는 4차 산업사회 운운이 시끄러울 때, "앞으로 인간이 갖춰야 할 것들은 더더욱 인간적인 것들이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동의다.
둘째는,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일어설 기회다.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라고도 하겠다.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학생, 학부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비밀 공간에 퍼부어 놓은 한민아 선생님. 좋아했던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 원망, 그리움이 혼재된 아이들. 그리고 해킹하고 앞장섰던 그 아이.... 모두가 성찰할 기회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건 회복의 기회다.

이경화 작가님의 책은 두번째 읽는다. 찾아보니 13년 전에 <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를 읽고 썼던 서평이 남아있다. 두 편 다 교사의 처신을 고민하게 만든다. 작가는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아래에 그 서평을 이어 붙이고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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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 / 이경화 / 바람의아이들>


이 책의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 현실성이다.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교무실로 부르는 것과 선생님이 교무실에 있다가 종례를 한다는 점만 빼고...(그건 중,고등학교에서나 있는 일이다) 이걸 보니 작가분이 현직에 계셨던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풍경과 아이들의 심리를 이토록 현실적으로 묘사할 수가 있나? 때론 몰래 카메라에 찍힌 나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쪽팔려 게임’ 그것 참 징하면서도 안 없어지는 골칫거리 게임 중의 하나다. 이 이야기의 발단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반듯한 모범생 반장 건우가 문제아 여자애들 무리가 했던 쪽팔려 게임 벌칙의 희생양이 되어 난데없는 뺨따귀 세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반응이 정말로 의외다. 피해자인 건우에게 보내는 따뜻하지 않은 시선, 교무실에 불려온 가해자 여자아이들은 있었던 일을 종이에 썼을 뿐, 한마디 훈계도 듣지 않고 돌려보내진다. 오히려 남아야 하는 사람은 건우다. 남겨진 건우에게 선생님은 여자아이들의 가정형편을 상기시키며 이해할 것을 은근히 강요(?)하신다. 모범생 콤플렉스의 장건우. 치밀어 오르는 말들을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예, 선생님.”하고 돌아선다.

이 선생님은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생님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하시는지는 십분 이해하고도 남겠다. 선생님은 소외된 아이들, 부족함이 많은 아이들을 감싸고 채워 주시고자 하는 것이다. 짐작컨대 사명감은 투철하되 경력은 다소 부족한 선생님일 것이다.

이 선생님을 통해 작가는 사명감이 투철한 교사가 빠지기 쉬운 역차별의 함정을 지적한다. 다른 아이들처럼 따뜻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학교에서도 인정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이 여자아이들은 선생님이 베풀어주시는 전폭적인 사랑과 인정에 고무된다. 자신감도 생기고 당당해지고 웃음도 많아진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그늘이 드리워졌으니 바로 건우 같은 아이다. 선생님은 넌 부족한 것이 없으니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눠야 한다며 건우에게 주실 사랑마저도 떼어다 그 아이들에게 부어주실 테세이지만, 인간은 자기 몫의 사랑까지 남에게 양보할 수는 없는 존재인가보다. 건우가 이토록 상처받는 것을 보면 말이다.

흔히들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 엄마들이 관심 있게 챙겨주는 아이들을 편애한다는 비난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차별은 그것에 대한 반작용일까? 나를 돌아보니 이 책의 김진숙 선생님 같은 쪽은 아니다. 가정형편과는 상관없이, 난 게으르고 양심 없고 남을 괴롭히고 말을 함부로 하는 아이들을 예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부모님의 보살핌을 못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이리될 개연성이 매우 높으니 나도 편애를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겠다. 김진숙 선생님처럼 하는 것,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쪽팔려 게임이나 하며 만만한 남자아이 불러세워 빰따귀나 때리고 낄낄거리는 여자애들을 감싸고 예뻐하라고? 그거 보통 인내심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다음은 이 부족한 교사가 나보다는 조금 덜 부족한 김진숙 선생님께 드리는 글이다. “선생님, 마지막에 선생님이 아이들과 화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선생님은 조금 서투르긴 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불리지 않는 이름부터 불러주려고 했던 선생님의 마음 잘 알겠습니다. 중간에, 건우엄마가 와서 따졌을 때 아이들 다 있는데서 건우에게 약간의 감정을 드러내신 것은 조금 미숙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때 저의 모습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신념은 타성에 젖은 저보다는 훌륭하십니다. 그런데요, 아이들 중에 선생님 관심 밖에 두어도 되는 아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싸는 것만이 사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몫을 할 수 있는 바른 아이로 키우는 것도 우리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우리로 인하여 마음 다치는 아이들이 이젠 없도록, 모두가 웃을 수 교실을 만들도록 함께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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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사의 말공부 함께 걷는 교육 3
천경호 지음, 김차명 그림 / 우리학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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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진정되는가 하고 몇가지 모임과 연수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더니 세상에, 진정은 커녕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이마당에 모든걸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4인이 모이는 독서모임. 소규모인데 괜찮겠지? 싶었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워 닫힌 공간을 피하고 근린공원에서 모였다. 마스크 쓰고.ㅠ

이 책을 역할극처럼 읽었다. 한챕터씩 읽을 때마다 막간의 침묵시간이 존재했다.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이나 누군가의 얼굴이기도 하고, 자책이기도 공감이기도 했다. 춥고 엉덩이가 시려서 끝까지 읽진 못하고 제목에 끌리는 몇챕터만 우선 골라서 읽고 다음을 기약했다.

1장 제목은 '의미를 묻는 너에게'이다. 장마다 10여개의 대화문(교사와 학생의 문답)이 있고 사이사이에 천샘의 코멘트가 나온다. 1장에는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중요하다' 라는 글이 있는데 이 글에 선생님들이 많이 공감했다.
"내가 하는 행위에 높은 수준의 의미가 있다고 여기며, 그 의미를 상기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는 그 일이 어렵고 힘들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반면 행위의 의미가 낮은 수준이라고 여길 때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의미가 곧 나의 정체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자아 정체성과 자아 존중감이 낮은 수준의 의미와 연결되면, 이 둘은 불일치하게 되고 개인이 하는 행위의 동기가 사라진다." (24쪽)

정말로 아이들은 의미를 구한다. 때로는 생트집 같아서 짜증날 때도 있다.(딴지 거는게 습관인 아이도 없진 않다. 그것도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역할인 것을. 끊임없이 의미를 캐내어 설득하고, 또 실제로 의미가 있을 수 있도록 내용을 채워 주어야 한다. 학교에 오는 것, 책을 읽는 것 등에 대하여 의미를 차근히 설명하는 천샘의 대화를 읽으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대화'라는 낱말을 끌어올려 '교육'과 연관지어 보았다. 대화가 곧 교육은 아니다. 하지만 대화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은 없다. 마음의 연결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은 겉돌 뿐이고, 그 연결을 이루어주는 것이 '대화'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스스로 해내고 싶어하고, 잘하고 싶어하고,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를 원한다. 스스로 해내도록, 잘 해내도록,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기회를 주는 일, 그것이 바로 대화의 목적이다." (57쪽)
"자기 내면의 자기실현 경향성, 자기 결정성이 있음을 확인시키는 일이 바로 '대화'의 목적이자 훈화와 구분되는 점이다." (89쪽)

이 책은 바로 이런 '대화'를 담은 책이다. 순하고 차분하다고 평가받는 내게도 말의 공격성이 있다. 도발하거나 생떼쓰는 아이의 말을 누르려는, 받은 것만큼 돌려주려는 본능이 내 안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대화를 읽으며 속에 치받혀오르는 걸 느끼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모임샘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고 공감의 뜻으로 함께 웃었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감정일 수 있으나 그게 교육에 방해된다면 조절해야 하는 것이 교사의 본분일 것이다. 말하자면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다. 교사의 말공부.

대화문을 읽다가 장난끼 있는 한 쌤이 마지막 아이의 대사를 이렇게 바꿔 읽었다.
교사 : 약속할 수 있지?
아이 : 아니요! 싫은데요?
ㅋㅋㅋㅋㅋ 우린 모두 웃었다. 교육이 시나리오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길이 조금씩 열리고 넓어질 것이다. 그 쌤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가 반대로 말한다 해도 이미 말은 그 안에 들어갔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인정 못해도 그말을 기억할 거예요."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욱 하고 올라오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 부분에서 저자의 대응이 지혜롭다. 단지 온유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기도 하다. 이걸 어째야 하나. 외워야 하나?^^;;;;
"거친 말과 행동으로 너 자신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친구들이 너를 소중히 여길 테니까." (71쪽)
이런 말은 좀 외워놔도 좋겠다.^^

저자의 책 중 가장 얇고 가벼워 보이는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교사들의 어려움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책이어서가 아닐까. 읽다보면 쉽긴 하되 그리 가볍지 않은 책임을 알게 된다. 소장하고 손 닿을 곳에 두는 것도 좋겠다. 아마 다시 펴서 특정 부분을 찾아보는 순간은 후회와 자책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겠지. 저자도 그러셨다고 언젠가 밝히신 적이 있다. (솔직히 잘 믿어지진 않지만.ㅎ) 타고난 것도 있다고 난 생각함. 안 타고난 사람이야 더 노력할 수밖에. 그래도 이 책이 나왔으니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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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봇 와일드 로봇 1
피터 브라운 지음, 엄혜숙 옮김 / 거북이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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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다가 와 이거 영화로 만들면 대박이겠는데 싶은 작품들이 많았다. 실제로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국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널리 상영되었고, 나니아 연대기나 로알드 달의 작품들은 실사, 혹은 실사가 결합된 영화로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잘 활용된다. 아참, 비교불가인 해리포터도 있구나. 근데 이 책을 읽으며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이건 그냥 영환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과 동물들이 주인공이니 애니메이션이 적당하고, 캐릭터를 잘 살리면 웃음코드에 감동코드까지 대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성을 가진 로봇. 그 로봇의 사랑과 헌신에 감동하는 스토리는 생각해보면 역사가 깊은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우리집에 TV가 없던 시절에 '짱가' 라는 만화영화를 보려고 숨죽이고 이웃 친구집 신세를 졌던 기억. 짱가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버렸지. 짱가가 죽었다며 우리는 목놓아 울었고.... 내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아이언 자이언트' 라는 만화영화를 함께 보며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았었지. 같은 맥락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몹시 새롭다.

새로움의 키워드는 '와일드'다. 인간을 위해 제작된 로봇은 인간이 없는 무인도에 표류된다. 그리고 호기심 많은 동물들에 의해 활성화된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줌 유닛 7134입니다. 로즈라고 불러도 좋아요."
이렇게 깨어난 로봇 로즈는 원래 입력된 정보와 지식 외에도 학습력을 바탕으로 무인도에서 살아갈 방법들을 찾게 된다. 타고난 관찰력과 학습력으로 각 동물들과의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고 그들을 도울 방법들을 찾아 실행한다. 그렇다. 그녀는 동물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가장 극적인 스토리는 그녀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사고로 기러기 둥지와 부딪혔고 살아남은 단하나의 알을 보살피다 부화의 순간을 함께했다. 그렇게 로즈는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엄마가 되었다. 섬에는 겨울이 찾아왔고 모두 알다시피 철새인 기러기는 여행을 떠나야 했다. (이부분 '마당을 나온 암탉'과 상당히 겹친다.) 이별과 재회, 위기, 힘을 합쳐 맞서 싸움, 그리고 단념과 마지막 이별로 이야기는 종결된다. 아 그런데 이어지는 2편(와일드 로봇의 탈출)이 있다는.... 1편을 끝까지 읽은 아이들이라면 반드시 2편을 찾을만큼 강하게 끌리는 작품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은 왠지... 가슴을 울린다. 그게 가능한가? 혹은 그게 바람직한가? 라는 판단은 둘째치고 말이다. 왜일까. 정작 인간이 가진 감정은 순수하지도 한결같지도 않기 때문일까? 그래서 남을 돕게 설계된 로봇,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남을 도우며 사려깊고 조용한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는 로봇에게서 커다란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이 책은 두껍고(280여 쪽), 그림이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흑백이다. (하지만 피터 브라운의 그림은 아주 매력적) 그래서 처음 보기엔 고학년이어야 읽을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호흡이 긴 글에 대한 독서력만 조금 갖추었다면 중학년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읽어주기라면 2학년도 가능할 것 같고. 작년에 2학년 담임을 해서 겨울나기 수업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이 책에 겨울나기(철새, 겨울잠)에 대한 내용이 꽤 큰 비중으로 들어있으니 그 즈음에 겸사겸사 읽어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기간은 꽤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빨리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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