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선생님이 사라졌다! - 조지아 어린이 그림책 수상, 애리조나 어린이 독자상 수상, 캘리포니아 어린이 독자 메달 수상, 2020 7+8월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바람그림책 92
해리 앨러드 지음, 제임스 마셜 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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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좀 덜 열심히 하는 교사도 있지만 대부분 교사들은 고지식하고 기준이 높아 많은 애를 쓴다. 음 솔직히 다른 분들을 다 알 순 없지만 나와 내 주변은 다 그렇다.ㅎㅎ 그런데 나만큼 애를 안쓰시는 거 같은데 훨씬 효율이 좋은 선생님들이 있다. 속된말로 '먹고 들어가는' 분들 말이다. 이분들한테는 소문도 따라다닌다. 그 소문이란

"그 선생님 되게 무섭대~"

이렇게 되면 알아서 조심한다. 아이들은 그러려니, 운명이려니 하고 이전의 나쁜 습성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안하면 안돼요? 이런 소리 쑥들어가고 결과물의 퀄리티가 좋아진다. 학부모들은 안내가 상세하고 친절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챙겨 제출율이나 회신율이 훨씬 높아진다. 옆반에선 구구절절 문자와 전화통 붙들고 늘어져도 완료 안되는게 그반에서는 그냥 한두번 간단 지시로도 완료된다. 세상 억울한 일이다.ㅎㅎ

표지에 있는 교실속 아이들은 얼음이 되어 앉아있다. 그러나 첫 쪽을 펼치면 아이들은 비행기를 날리고 종이뭉치를 던지고 난리법석이다.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계신 분이 바로 넬슨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제멋대로이고 버릇이 없으며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넬슨 선생님은 고민한다.

어느날, 넬슨 선생님은 결근하시고 새로 스왐프 선생님이 온다. 험악한 인상에 시커먼 옷을 입은 새 선생님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혹독하게 아이들을 몰아세운다. 아이들은 꼼짝 못하고, 당연하게도 넬슨 선생님을 그리워한다.

아이들이 넬슨 선생님 집을 찾아갔을 때 스왐프 선생님을 보고 도망치는데, 이때 당연히 동일인이구나 눈치챌 수 있지만 아주 어린 아이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

아이들이 근심과 그리움에 빠져있던 바로 그때,
"여러분, 안녕!"
하고 넬슨 선생님이 나타났다. 아이들의 반응은 상상 가능하겠지? 그런데 단지 기뻐하는 것뿐만 아니라, 태도가 아주 멋지게 바뀌었다.
"이렇게 멋지게 변한 이유가 뭘까?"
"그건 우리들만의 비밀이에요."

내가 여기에 오래 몸담으며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결말은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선생님이 다시 온 날 기뻐하는 건 맞지만 이세상을 지배하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 아이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가 쉽다. 오히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 받겠다는 듯이 더 말썽을 부릴 수도 있다. 현실은 그렇다.ㅎㅎ

하지만 이야기가 현실과 똑같으면 뭔 재민겨.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의 착한 선생님을 한번 더 생각해보고 더 사랑하고 존중하게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이세상의 착한 선생님들은 가끔 스왐프 선생님의 까만 옷을 빌려 입을 필요도 있겠지. 대표적으로 나!ㅋㅋ

아참, 이 책 표지 디자인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식탁위에 올려놓았다가 저쪽에서 보고 태블릿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조금 있다가 남편도, "에잉? 아이패드인줄 알았네."ㅎㅎ 눈나쁜 사람들의 착시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인상적인 표지 디자인인 것 같다. 부드러운 색채에 부담없는 펜선의 그림도 아주 친근하고, 초반엔 악동들이었지만 인물들도 다 정이 간다. 조연인 맥스모그 형사님까지도.

아이들아, 아니 인간들아! 상대방이 다정할 때 잘 해! 호구가 진상을 만든다, 강약약강, 이런 말 생기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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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3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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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 접어드니 이쯤에서 새로운 설정이 필요할 듯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소녀. 채집통과 잠자리채를 들고다니는, 거구의 아주머니인 베니코에게 마구 반말을 하는 그 소녀도 과자 가게를 하고 있단다. 이름은 <화앙당> 뭔가 악의 기운이 마구 풍긴다. 이제 선악의 대결구도로 이야기의 긴박감을 높여가는 것인가? 솔솔 냄새가 풍긴다.

[자장자장 모나카]
대결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화앙당 주인은 미움에 사로잡힌 한 회사원을 끌어들였고 그의 저주로 상사인 노부타카의 애지중지 딸이 고통받는다. 이제 노부타카가 전천당에 들를 차례겠지? 자, 이 승부의 결과는? 당연히 좋게 끝났고 아이들은 이런 선악구도에 즐거워하고 배울 점이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피곤하네...

[자동 응답 달팽이 스티커]
요건 딱 내 성향의 이야기였다. 나는 너무 이해되고 공감되는데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도모미는 부모님을 졸라 그렇게도 갖고 싶은 휴대전화를 갖게 됐는데, 좋은건 잠시뿐, 그 과잉소통에 너무 질려버렸다. 나라도 딱 이랬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을라나? 너무 지겨워진 도모미가 전천당에서 사온 것이 바로 자동 응답 달팽이 스티커. 이 작품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올라오는데, 과연 공감을 할지 그것이 문제로다.

[소원 전병]
아이들의 폭발적 공감을 얻을 것 같은 작품이다.ㅎㅎ 새학년 분반에 쏠리는 아이들의 관심과 기대는 엄청나니까. 그런데, 전천당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두 고객의 소원이 충돌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베니코는 확실한 주인이라 돈을 돌려주러 찾아왔다. 상황을 파악한 두 아이가 내쉬는 한숨에 독자는 웃는다. 적당히 유쾌한 작품.

네번째 [주름 탱탱 매실장아찌]와 여섯번째 [미라 에이드]는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젊어지고 싶은 할머니 유키에. 그리고 더더욱 날씬해지려는 여고생 유리. 그들은 모두 소원의 물건을 전천당에서 사왔고, 모두 적정량에 실패해서 끔찍함을 경험했다. 돌이킬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다. 그들이 전천당에서 사 온 행운은 주름을 펴는 것, 날씬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그걸 추구하려는 마음이 없어진 것이리라. 아 나도 주름을 펴고 싶고, 날씬해지고도 싶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바, 저런 물건을 사오진 않겠지?

다섯번째 [형제 떡꼬치]도 공감을 많이 얻을 작품이다. 형의 설움이 클까? 동생의 설움이 클까? 작년에 2학년과 <레기, 내 동생>을 읽고 이야기 나눌 때 갖가지 이야기들이 꽃을 피웠었지. 4남매 중 첫째인 아키라는 동생들을 이끌고 도와야 하는 역할이 너무 버거워 막내가 되길 원했지만... "울 애기"라고 불리며 떠받들리는데도 생각보다 좋지 않다.
이 작품의 결말도 유쾌하다. 뭐 딱히 비극일 필요가 없잖아?^^

이렇게 3권에서도 여섯 가지 상품을 다뤘다. 시리즈의 호흡은 길면서 각편의 호흡은 짧다. 그게 이 책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뭔가 배경을 기억하는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복선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다. 짧고 임팩트 있다? 다르게 말하면 편하게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아주 깊은 맛은 아니기에 이제 슬슬 다른 몰입 요소를 추가할 때가 됐다. 에필로그에서 전천당과 화앙당이 서로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네. 어휴 난 이제 늙어서 맞대결 같은거 별론데. 그래도 가봐야지. 4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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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2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2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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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 1권과 같다면 지속할 힘이 떨어지겠지? 2권의 프롤로그에서 새로움의 씨앗이 뿌려진다. 밤까마귀 택배기사가 <도깨비불 상점>에서 보낸 물건을 전천당에 전달해준 것이다. 그걸 보고 베니코는 흡족해하며 말했다. "앞으로 이걸로 더 많은 행운의 손님을 모실 수 있게 됐어. 말하자면 전천당 분점이라고 할까" (9쪽)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면서 2권이 시작된다.

1권에서도 서로다른 6개의 상품이 제목이 되었는데 여기서도 그렇다. 모두 다르고 모두 흥미롭다. 어떤 상품들인지 볼까?

[괴도 롤빵] 이걸 누가 샀을까? 짐작하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괴도가 되고 싶은 그. 그런데 말이다. 창과 방패를 산 사람이 각각 있다면 누가 이길까? 그래서 베이코는 경고를 남겼는데.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흥분한 사람들은 경고를 무시하고, 일이 터진 후에야 경고를 상기한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으니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닥터 주스 세트]는 이제까지 중에서 가장 훈훈하고 흐뭇한 이야기다. 살짝 통쾌하기도 하고. 엄마가 아픈 치사토는 전천당에서 "의사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는 소원을 말하고 이 제품을 받아왔다. 동네 야구경기의 에피소드는 아주 재밌다. 치사토는 닥터 주스 세트를 엄마 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 다 썼다. 이제 꼬마 의사 노릇은 끝이지만, 이로서 명의의 자질을 입증한 셈이니 꼬마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하겠다.

[여우 전병]에서는 '여우'가 주는 특유의 기괴함이 흐른다. 학교에서 점치기가 유행하자 점을 잘 치고 싶어하는 사나에에게 베이코가 권해준 제품. '여우 신령님'을 모신 사나에의 점괘는 모두 들어맞고 사나에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는데....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욕심. 쓸데없는 욕심. 그중의 하나가 독점욕이다. 절대 부려서는 안되는 욕심이다. 그 결과는....ㅠ

[뮤직 스낵] 오우, 이건 흥분됐다. 아마 나보고 고르랬다면 이걸 골랐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피아노 선생님께 혼날 걸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레슨을 가던 히비키가 산 과자다. '모차르트 맛'을 먹은 히비키는 날아갈 듯 터키 행진곡을 친다. 아, 왜이리 느낌이 생생하지. 나도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히비키는 피아노 신동으로 일약 유명해지는데, 모두의 관심이 쏠린 콩쿨장에서의 끔찍한 수난...
"히비키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101쪽)
후회는 부정적 감정 중에서도 최고다. 하지만 나쁘기만 한 감정은 없는 모양이다. 후회를 거친 히비키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 그렇다. 때로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원점이되 뭔가 다른 원점일 것이다.

[복수 딱지] 자, 여기에서 1권에서 젤 재수 밥맛이던 인간이 다시 나온다. (1권을 읽었다면 누구나 떠올릴) 그가 고용한 탐정이 베니코를 찾는데, 찾아질리가 있나?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나온 그 분점. 거기서 탐정은 '복수 딱지'를 뽑는다. 그는 누구에게 복수했을까? 에고 이 찌질한 인간아!! 진상 좀 그만 떨어! 때로는 형벌도 끈질긴 거라고! 니가 포기해야 형벌도 멈출 거야!

[손님 초대 홍차]는 살짝 심쿵한 로맨스다. 이런 로맨스, 아이들한테 어떨래나?ㅎㅎ 미도리는 초딩 시절 자기를 괴롭히던 우락이가 케이크 가게의 파티시에가 된 걸 발견한다. 홍차가 불러준 둘의 만남. 풀리는 오해. 늦게서야 꽃피는 로맨스.^^
근데 우락이가 했던 짓들은 요즘 말로 하면 학폭인데. "괜찮아. 너한테 관심있어서 그러는 거야." 이러고 넘어갔다간 큰일나는데. 쫌 난감하네.^^;;;;

2권의 에필로그에는 또 3권의 씨앗들이 꼬물거리는 걸 알 수 있다. 베니코가 마네키네코의 기획서를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기대감이 생긴다. 그 전에 나오는 베니코의 독백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전달해 준다.
"행운은 조심하지 않으면 바로 불행으로 바뀌는데. 정말 어쩔 수가 없군요." (151쪽)

어딘가에 적정선은 있는 법인데, 사람이 자기 위치를 자각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서.... 그래서 성찰은 습관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지. 아니면 아예 토끼의 간처럼 욕심을 빼내서 어디다 말려놓고 살거나. 이렇게 적으면서 보니 생각할 지점들이 꽤 있는데, 아이들과 나눈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도 물론 충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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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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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6권까지 나오고서야 1권을 읽어봤다. 작년에 도서실업무 하면서 나올때마다 구입해놓긴 했는데 내 차례가 오지 않았다. (그중의 한 명은 2학년 우리반 아이였다.^^) 손님 좀 빠지면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렸네.

첫 느낌은 그렇게 좋진 않았다. 난 판타지를 좋아하긴 하는데 매우 환상적이거나 아님 아주 따뜻한 느낌이 나는게 좋다. 1권 절반쯤 읽었을 때는 깊진 않으면서 좀 기괴한 느낌이라 썩 맘에 들지 않았다. 계속 읽으면서 에피소드가 더해지니 그 소재의 다양함에 관심이 끌렸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과자의, 어떤 마법이 일어나는 걸까? 그걸 통해 작가는 인간의 어떤 모습과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는가?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의 주인은 풍성한 흰머리를 틀어올린, 하지만 노인은 절대 아닌 베니코라는 거구의 여성이다. 그리고 이 가게의 위치는... 모른다. 그날의 행운의 주인공에게만 눈에 띈다. 1권에서 그 행운의 주인공들은....

[인어젤리]를 사간 아이는 학교 수영수업이 너무 두려운 마유미다. 허겁지겁 인어젤리를 만들어먹은 마유미는 수영시간에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가 되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뒤늦게 설명서를 끝까지 제대로 읽지 않은 걸 후회했지만.... 해결책이 구석에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 말은 끝까지 듣고 글은 끝까지 읽어야 하지. 그치만 그걸 못했다고 인생이 바뀌는 건 너무 가혹하니까 경고 수준까지만.^^

[맹수 비스킷]의 신야는 여동생 에미를 놀리는 재미로 사는 아이다. 행운의 주인공은 에미였는데 따라간 신야는 욕심에 못이겨 '맹수 비스킷'을 슬쩍해온다. 당연히 댓가를 치렀겠지? 구원은 여동생 에미의 역할. 이제 신야는 동생을 괴롭히긴 틀렸다.ㅎㅎ 욕심에 대한 경계. 그리고 역시, 설명서를 잘 읽어보는 신중함도 중요.

[헌티드 아이스크림]의 주인공은 20대 직장여성 미키다. 그녀도 역시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았네? 하지만 꽤나 담력있는 여성이다. 부작용을 그대로 즐기기로 한다. 그 벌은 엉뚱한 사람이 받았다. 근데 받을 만해서 받은거니.... 이제 미키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되겠다.^^

[붕어빵 낚시] 붕어빵과 낚시를 좋아하는 게이지가 이 제품을 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양동이에 물만 채우면 진짜배기 바다낚시를 할 수 있다니, 우와 상상력 한 번 알차네!ㅎㅎ 하지만 닥쳐온 위기는? 이것도 역시 깨알같은 주의사항을 안 읽어서 생긴 일. (나도 잘 안읽는데, 이거 좀...^^;;;) 그래도 가장 훈훈한 해피엔딩.

[카리스마 봉봉] 권선징악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거의 놀부전 급이다. 게으름과 욕심, 악의에 대한 가장 극적인 징벌. 주인공 미용사 노리유키는 후속편에 다시 등장하는듯.....

[쿠킹 트리]의 전반부는 슬프고 가혹하다. 아동학대 상황에 있는 형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늘 이렇게 살아왔기에 이것이 아동학대인지도 모를 것이다. 따뜻한 밥 한 번 해준 적 없는 엄마는 늘 화내고, 집을 나가 술, 담배, 도박을 하며 아이들을 방치하고... 이런 어른들은 왜 결혼을 해서 불행을 물려주는 걸까? 화가 난다. 다행히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쿠킹 트리'가 왔다. 하지만 그마저 엄마한테 뺏겨 버리는데.... 엄마는 '벌'이 아닌 벌을 받았다. 왜일까? 벌을 받았으면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벌도 아이들을 봐가면서 내리는... 이런 작품의 배려가 맘에 든다. 근데 엄마, 반성 많이 해! 애들 땜에 봐준 줄 알아!!

1권에는 이렇게 6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읽고나니 살짝 갈증이? 이걸로는 부족해.....ㅎㅎ 걱정 마라. 앞으로 다섯 권이나 더 있잖아? 에필로그에서 베니코는 봉인된 상자를 열어 작은 병들을 살피는데, 기쁨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안타까움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마법에도 어떤 법칙이 있는 모양이다. 주관자도 어찌할 수 없는 법칙. 이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다.

"불행은 행복으로, 행복은 불행으로. 전천당은 손님을 고른다. 손님이 행복해지면 전천당의 승. 불행해지면 전천당의 패. 내일은 어떤 손님이 전천당을 찾아와 줄까?"
노래하듯이 중얼거리면서 베니코는 부엌에서 나갔다. (145쪽)

전천당도 승리와 패배를 할 수 있다는 설정은 긴장감과 응원을 불러일으키는 설정이 아닌가? 이렇게 1권은 끊을 수 없는 줄로 2권으로 이어진다. 이제 그 줄을 따라 2권으로 가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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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왜 왔니? 샘터어린이문고 60
황지영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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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아이들의 상처를 많이 다룬다. 배경과 사건이 없는 이야기는 없을테고, 평범한 상황은 이야깃거리로는 불충분하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또한 문학이 가진 공감과 치유의 힘을 믿기에 그렇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한데, 드러내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아이의 상처는 거의 마지막에 드러난다. 절정 부분에서도 끝 쪽에. 그런데 그때까지의 긴장감이 예사롭지 않다. 궁금증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힘이 탄탄하다. 일단 잡으면 끝까지 읽게 할 힘을 갖춘 작품이다.

소심하고 말수 적은 한별이가 화자다. 발표도 잘 못하고 리더십도 전혀 없는 한별이가 모둠장이 되었다. 모둠원은 전혀 도움 안되는 남자아이 두 명과 예빈이. 그런데 예빈이는 너무 완벽했다. 못하는 게 없는 아이. (실제로 이런 아이가 있다. 세상 참 불공평하다 할 만큼) 그러니 한별이가 명목상 모둠장이지만 실제 주도는 예빈이가 하게 된다. 악의가 있어 그러는 건 아니다.

그래도 빈틈없는 인간은 없다고 했는데, 그 완벽한 예빈이한테 보이는 빈틈이란? 둘은 모둠숙제를 위해 한별이 집에 같이 갔다. 굴러다니는 먼지를 보고 놀라고 재채기를 하는 걸 보며 역시나 했는데, 이어지는 의외의 행동. 한별이의 침대에 누워 편하다며 잠이 들고, 퇴근한 엄마한테 저녁도 얻어먹고 드라마도 같이 보며 눌어붙어 집에 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아마도 첫날엔 한별이가 내심 안도하지 않았을까 싶다. 완벽한 예빈이가 누추한 우리집에서 잘 지내는 걸 보고.... 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놀러와 눌러앉자 한별이 마음은 몹시 불편해진다. 자기가 '박힌돌' 같다는 느낌 때문이다. 굴러온 돌 때문에 빠져버리는 '박힌 돌'

작품의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이고 제목도 여기서 나왔다. <우리 집에 왜 왔니?>
굴러온 돌 예빈이에게 밀려난다는 느낌이 유난한거 아닌가 싶겠지만 워낙 심리묘사가 잘 되어있어 정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추리물도 아닌 것이, 숨은 사연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지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사연은....

작가는 주변인물들을 잘 배치한 것 같다. 둘의 갈등으로만 시종일관 몰고갔으면 뭔가 '맛'이 없었을 것 같은데. 일단 이혼하고 혼자 한별이를 키우며 커피집에서 일하는, 예빈이를 안쓰러워하는 한별이 엄마가 있고 한별이의 절친이면서 성격과 취향은 완전 딴판인 누리가 있다. 가장 큰 줄기를 끌고 가는 조연은 누리 할머니다.

누리 할머니 안순희 여사는 한별이 엄마랑 같이 까페를 운영하시는데 한별이도 손녀처럼 가깝게 대해주신다. 할머니가 쓰시는 '복수 노트'가 이 책의 웃음코드이기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소재라고 느껴졌다. 할머니는 도서관에서 '웰 다잉' 강의를 들으신 후 이걸 적기 시작했다.
"강사가 마음의 빚을 다 갚고 가라고 그러는데 나는 받아야 할게 더 많아. 한 명씩 찾아가서 사과 받을 거 받고, 사과 안 하면 복수해서 맺힌 거 다 털고 웰 다잉 할란다. 생각만 해도 개운하다!"

"꼭 그러셔야 돼요?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용서해 주세요." 하는 말에 할머니의 대답이 단호하다.
"사과를 해야 용서를 하지? 내가 이제 와 보니 평생 내 마음대로 한 게 하나도 없어. 부모 눈치, 남편 눈치, 시부모 눈치, 자식 눈치... 눈치 보다가 인생 다 갔어. 내가 지금은 말이 많지만 젊었을 때는 말이 엄청 없었어."

저절로 풀리는 매듭은 없는 법인가보다. 세월이 오래 흘러도 말이다. 그러니 사과할 일이 있으면 확실하게 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보다. 나는 소심하지만 은근히 고집과 심통이 있어서 딱히 할 말 못하고 살아온 건 없다. 아참, 요즘 새 팀장이 점심시간 5분전에 점심먹으러 가자고 메세지를 보내고, 화장실 가는 사람까지 기다려서 꼭 전원을 몰고 식당에 가는게 넘나 짜증났는데 내일부터 나는 알아서 먹을테니 상관하지 말라고 꼭 말해야겠다. 참으면 병 돼.ㅎㅎ

결정적 사건은 누리 할머니의 바로 그 '복수 여행'에서 일어났다. 할머니의 어린시절 친구를 찾아 강원도까지 가는 여행에 동참한 일동. 할머니는 결국 복수를 했을까? 그리고 결국 터져버린 예빈이의 상처는.....

터지지 않고 있었다면 예빈이의 상처는 얼마나 더 곪고 커졌을지 아득하다. 그러니, 살면서 일어나는 달갑지 않은 사건들은 더 큰 상처를 막기 위한 고마운 전조들인지도 모른다. 나를, 상대방을, 또는 제3자라도 가끔 돌아봐 주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고학년들과 함께 읽거나 권해주기에 좋고 어른들이 읽어도 생각거리가 있겠다. 뒷표지의 책소개에 '아슬아슬한 심리전'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딱 적당하다. 추리물도 아닌것이 궁금해서 책장이 넘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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