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신은 우탄이 - 동물권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하재영 지음, 전명진 그림 / 우리학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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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점검을 하는데 오늘따라 참가율이 저조했다. 오전이 지나가는데 1교시 과제도 안올린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오늘따라 딱딱한 문자를 발포했다. 그제서야 구글 드라이브에 몇몇의 답변이 더 도착하고 과제게시판에 인증샷이 올라왔다. 그런데 웬일인지 안 챙겨줘도 가장 열심히 하던 아이 과제가 도착하지 않았다. 웬일일까 하던 차에 문자가 왔다.
"아침에 키우던 고슴도치가 하늘나라로 가서 마음을 진정하느라고 수업을 못 했어요. 지금 하겠습니다."

짧지만 눈물이 흐르는 듯한 문자였다. 황급히 답장을 보냈다.
"저런....ㅠ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ㅠㅠ 우리집도 고슴도치 키운 적 있었어. 아이들이 엄청 울었지. 모르는 사람은 별 일 아니라도 우리한텐 가족이었으니까.... 쉬운 일이 아닌거 알아. 진정하고 천천히 해요. 말뿐이지만 위로를 보냅니다.ㅠ"

그 성실한 아이가 오전내내 수업을 못할만큼 비탄에 빠진 것이 고슴도치라는 미물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으면 혀를 차는 어른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생명을 옆에 두고 밥을 먹이며 그 성장을 지켜보았다면 누구나 저 심정이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반 아이를 이해할 정도는 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보다 더 애틋하고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 책의 화자들이다. 이 책은 동화는 아니고 화자들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자신과 마음을 나눴던 동물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어떻게 함께 지냈는지, 어떻게 보내주었는지도.... 이야기 사이사이에 동물권에 대한 상식이나 우리나라의 실태 등의 정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페이지도 들어가 있다.

첫번째 화자는 이 책의 작가다. 그는 10여년 전에 친구가 못키우게 된 치와와를 맡으면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알게 됐다.
"피피를 만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평범한 사람이고 피피는 평범한 개지만 나는 피피에게, 피피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였어요."
그리고 그는 두번째 반려동물로 유기견 입양을 선택한다. 안락사 직전의 호동이를 임시보호로 데려왔다가 예쁜 털색이 아니란 이유로 외면당하자 직접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가는 동물과 더불어 사는 삶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한해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쇼핑하듯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체제가 문제다. 독일 같은 경우는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이런게 좀 필요할 것 같다. 강아지 공장 같은 번식장도 생기지 않도록 하고 말이다.

다음 화자들은 동물권이나 유기동물 구조 등의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길고양이 하양이의 이야기였다. 힘겹게 살아가던 하양이가 화자의 집 앞에서 숨을 거둔건 유일하게 신뢰가는 사람에게 새끼들을 부탁한 것이었다. 겨우겨우 새끼들을 붙잡아 울며 말하는 화자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하양아, 괜찮아. 네 아이들 모두 데려왔어. 이제 내가 지켜줄게."

캣맘들의 지극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캣맘들을 비난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모두 입장이 있을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뭘까? 지금으로선 TNR(포획-중성화-제자리방사)로 개체수를 조절하며 공존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한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방법은 아니지만, 인간이 너무 불편해도 안되니까.

이어진 이야기들은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 입양한 이야기였는데 인간의 잔인함과 이기성에 한숨이 나온다. 이런 사람들이 있고 화자처럼 구하는 사람도 있으니 인간에도 급이 있는 것 맞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지는 몰라도 급은 천 단계는 넘는듯. 나도 밑바닥급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 수 밖에.

개와 고양이 이야기 외에 호랑이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크레인. 근친교배로 여러 질병과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크레인. 너무 불쌍한 삶을 살다 갔다.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한 생명의 삶을 이렇게 맘대로 괴롭혀도 되는걸까? 그런 의미에서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종이 가진 본능과 야생성을 모두 죽이고 살아가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마지막 이야기는 표지그림의 주인공, 오랑우탄 우탄이의 이야기다. 동물쇼로 동물원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던 우탄이는 어느 순간부터 쇼를 거부한다. 인간이 원하는 걸 하지 않는 우탄이의 남은 삶은 비참할 뿐이었다.

동물권, 동물복지 이런 주장은 먹고살기도 힘들었던 예전에는 꺼내기도 우습게 들리는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이게 배부른 이야기도 아니다. 동물들의 야생성과 독립성을 지켜주지 못한 결과로 인간들이 치르는 댓가들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만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찬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이기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공존을 모색하자고. 자연을(동물을 포함한) 최대한 침입하지 않는 것이 인간도 사는 길이라고.

이 책은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관련주제를 다룰 때 읽히면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 읽는게 물론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꼭지별로 골라 읽고 이야기 나눌 수도 있겠다. 동물권을 다룬 많은 책들 중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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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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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작가의 책을 4권째 읽었다. 인간만 골라골라 풀, 알렙이 알렙에게, 현아의 장풍, 그리고 이 책. 계속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청소년대상의 책들이 대부분인데 최근 어린이용도 나왔네.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다섯 편이 들어있는 단편집이다. 각편은 짧지만 장편인 현아의 장풍에서 느꼈던 작가의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있었다. 외계인에 대한 상상과 현실 청소년의 결합. 작가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며, 어릴 적부터 외계인의 흔적을 쫓던 사람이다. 외계인에 대한 작가의 상상은 엉뚱하고 어떤 때는 황당하다. 과학소설이라 하기에는.... 하지만 아직 누구도 밝히지 못한 존재에 대한 설정이 어찌 논리적일 수가 있을까. 그 상상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게다가 웃기기까지 한데 뭘 더 바랄까.ㅎㅎ

장르는 SF지만 현실을, 그중에서도 청소년에 대한 짠함과 애정이 담긴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작가의 장점으로 꼽고 싶다. 왜 저뢔~ 왜 저러는지 알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질리게 하는 청소년들 옆에 가는 건 어른들로선 쉽지 않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들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다가갔다. 하나같이 별볼일없는 루저같아 보이는 그들 속의 감춰진 빛남을 살짝 보여준다. 별거는 아니다. 그냥 그들 속에 있는 아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는 양심, 귀여움 그런 거다. 이 세상을 지속하는데 그거면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응원하게 된다. 이땅의 청소년들을.

외계인과 청소년이 나오는 이야기는 세 편이다.

1.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우리나라 중2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는 누가 만들어낸걸까?(혹시 중등 선생님들? 아님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은 부모들?^^) 그런데 이 허접한 유머를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삼다니 작가도 참 어지간하시다.ㅋㅋㅋㅋ 트룹행성에서 워싱턴 DC 비밀 사무소에 파견한 공무원 한 명이 한국 관광객들에게서 우연히 이 유머를 들었다. 물론 그는 이게 농담인줄 모르고 자기 행성에 보고했으며, 행성에선 대한민국 고양시 낙석중학교로 밀착감시 요원을 보냈다.

그 레이다망에 중2병 지대로인 우기영이 걸려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공원벤치에서 우기영에게 비키라고 역정내는 노인이 걸려들었다. 문서에 적힌 특성상 노인을 중딩으로 확신한 요원은 그를 우주선으로 납치했고 어쩌다보니 우기영까지 딸려가게 되었다. 실수를 인식한 그는 노인을 돌려보내고 우기영을 스캔하는데.... 그가 작성해야 하는 '대한민국 중딩에 대한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실렸을까? 스포를 최대한 안 해야하지만 마지막을 얘기하자면, 결국 남은 건 없다. 우기영의 기억도 행성의 기록도. 그러나 그 요원의 기억속에는 깊이 남았는데, 그는 나중에 또 와서 우기영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하며, 그것을 위해 여행적금을 붓기 시작했다고.ㅎㅎㅎㅎ

2. 최후의 임설미
여기에서 외계인은 츠바인행성의 첩자다. 츠바인행성의 문명은 지구보다 뛰어나고 인류멸종 끝에 지구를 접수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지금은 유예상태다. 가공할 폭발물을 낙석중학교 아래에 매설했고 투표권자들이 만장일치하면 몰살이 실행된다. 투표권자는 자연히 그곳이 서식지인 중딩들이며 투표의 방식은 바로.... 중딩들이 실내화로 고집하는 삼선슬리퍼라니....ㅋㅋㅋ 아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도 책을 집어던지지 않고 더 붙잡게 만드는 필력은 뭐란 말이냐. 내가 언젠가 저놈의 삼선슬리퍼가 얘깃거리가 될 줄 알았다만, SF에 등장할 줄은.....ㅎㅎ 그런데 아주 중요한 인용구가 나온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 없다."
다수의 삼선슬리퍼 사이에서 홀로 흰 실내화를 신는 임설미는 정상인가? 아닌가? 중딩들아, 말 좀 해봐라. 획일화를 싫어하는 너희들이 스스로 강력한 획일화의 틀을 만드는 아이러니에 대해서. 너희 안의 임설미들이 행복하길 빈다.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면 안 된다. 중딩들아.

3. 너만 모르는 엔딩
표제작이고 웃음코드도 강력하며, 무려 다중우주론에 기반한다. 여기에서 외계인은 호재의 인생설계를 해주는 흡 씨다. 그는 지구 유람을 왔다가 아예 눌러앉게 되었으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지구인의 전도에 의해서 예수를 영접해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는 '다중우주론에 기반한 미래 설계 및 가능성의 분기점 추출 장치'를 갖고 있어서 인생설계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지구인이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점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가 설계해준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의 복잡한 계산 끝에 조합된 것이므로 함부로 수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호재에게는 수정하고 싶은 계획이 생겼으니.... 끔찍한 여사친과의 미래를 제거해버렸는데, 왜, 하필...... 아, 이래서 인생이란 모르는 것인가. 웃음이 나온다.ㅎㅎㅎ

웃음 사이에 작가는 꼭 살며시 찡한 문장을 넣어두곤 했는데 여기서는 흡 씨의 대사다. 그는 시간여행을 하겠다고 한다. 그분을 찾아서....
"그분이 가능성의 분기점을 다루는 걸 봤어요. 가능성의 분기점들이 펼쳐질 때마다 늘 한 가지 원칙에 따라 선택을 하시더라고요. 세상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덜 다치는 쪽으로.... 그분은 저기 사거리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쓸쓸히 돌아갔어요. 저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 그분을 따라갈 겁니다. 진짜 그분이라면 여쭤보고 싶어요. 왜 사랑이란 이토록 무모하고 모순투성이이며 남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지....." (102~103쪽)

나머지 두 편은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발달된 미래를 다루고 있다. 그중 [그날의 인간 병기]는 발달된 미래에도 전혀 달라진 것 없는 중딩들의 행태를 보여준다. 괴롭히는 놈과 당하는 놈.... 실수로 입게 된 사이버웨어를 통해 어찌됐든 속시원히 갚아 주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놈이나 저놈이나 대책없기는 마찬가지. 어휴....^^;;;

마지막 편 [알파에게 가는 길]은 대체인간, 그러니까 로봇인 미카가 주인공이다. 그는 기억을 복원해 자신의 원래 정체를 알아냈다. 베타 진아. 베타는 알파를 찾아간다. 둘의 재회는....
이 작품은 아마도 전작인 <안녕, 베타>에서 파생된 것 아닐까 한다. 그 작품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이 책은 책 속 주인공들 같은 B급 학생들도 중간에 던지지 않고 잘 읽을 것 같다. 그리고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이야기도 써 주세요. 외계인도 꼭 나오게."
기대하고,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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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원소 시티로! - 과학이 쏙쏙 화학이 술술 지식이 담뿍담뿍 2
미야무라 가즈오 감수, 호리타 미와 그림, 오승민 옮김 / 담푸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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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요즘은 초딩 때부터 원소기호를 접할 수 있구나. 내 어릴적에야 세계명작이나 위인전이 고작이었으니 난 고1 때 되어서야 '화학'이라는 과목에서 이런 내용을 처음 접했다. 그때가 평생 제일 불성실했던 때여서 화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없다. 그때 문과는 입시 때 과학 중에서 한 과목만 선택하면 되었는데 난 당연히 생물을 선택하면서 화학은 기억 저 멀리로 보내버렸다. 주기율표도 다 까먹었고 원소 기호도 어떤 건 헷갈린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과목의 사라진 기억이 담긴 이 책을 난 왜 굳이 골랐지?

아이들 책 중에 동화를 가장 많이 읽지만 난 비문학도 꽤 좋아한다. 이젠 머리도 굳었으니 그냥 뒹굴뒹굴 부담없이 읽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수업활용 책들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딱딱하게 접했던 지식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제시된 책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제목처럼 원소들을 '원소 시티'의 주민으로 의인화해서 '~씨'라고 부른다.('리튬 씨' 이런 식으로) 가장 먼저 원소기호 1번인 수소가 자기 소개를 하고나서(수소는 원소 시티의 시장) 나머지 주민들을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번호 순서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특성에 따라 패밀리로 묶어서 소개한다. 예를 들어 알칼리 금속 패밀리에는 리튬, 소듐, 포타슘, 루비듐, 세슘, 프랑슘 씨가 있다. 이들 각각을 1~2쪽에 걸쳐서 소개한다.

어린이책 답게 그림이 큰 몫을 한다. 각 원소마다 캐릭터가 크게 들어가 있다. 무심코 볼 수도 있겠지만 원소 각각의 특성을 살려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마그네슘은 비행기를 타고 있는 두부로 표현되어 있고(마그네슘 합금이 비행기의 원료가 되고 두부 만들 때 쓰는 간수는 염화마그네슘), 갈륨의 캐릭터는 발광다이오드다.(갈륨 화합물이 여기에 사용된다고 함) 아이들은 나보다 그림인식 능력이 높으니 캐릭터를 잘 봐두면 각 원소의 특징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겠다.

그림이 크고 설명은 많지 않아도 구석구석에 유용한 정보가 빠지지 않는 구성이 돋보인다. 일단 원소기호와 번호, 캐릭터가 크고 명확하게 제시되고 '기본 데이터'에는 상온에서의 상태, 원자량, 밀도, 녹는점, 끓는점 등의 기본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어떤 성질이 있는지, 어디에 주로 쓰이는지 설명한다. 관련된 화합물을 소개해주는 것도 아주 좋다.

이렇게 패밀리 별로 소개를 받다보면 어렵지 않게 책이 끝난다. 워낙 생소하면서 비슷한 이름들이 많으니 한번 읽고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책을 뒤적이던 아이들은 나중에 교과에서 이런 내용이 나와도 진입장벽 없이 자연스럽게 내용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필요하지 않으니 안 실었겠지만, 그래도 펼침페이지 같은 걸 넣어서 주기율표를 실었으면 어떨까 싶다. 잊혀진 기억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종종 들어서 말이다. '원소시티 가이드 맵'이 그림으로 제시되어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충분할 것 같다. 그래도 자꾸만 표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세상에 필요없는 지식은 없다. 지적인 호기심은 오랫동안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된다. 아이들이 지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기쁨을 알면 좋겠다. 그게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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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의 인생 수업 천천히 읽는 책 37
정유진 지음 / 현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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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년이 되었고, 교직경력 20년을 채우고 명퇴한 지니샘을 페북에서 보면 이제 같이 늙어가는(?) 느낌이 조금 든다. 나는 이분보다도 선배다. 내가 30대 젊은 교사였고 이분은 나보다 더 젊은 열혈교사였을 때, 초등교사 커뮤니티에서 이분의 글이나 자료를 보고 당연히 선배인 줄 알았다가 후배인 줄 나중에 알고서 아니 뭐야~ 나는 헛살았던가~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보폭 자체가 다르니 긴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격차는 더욱 벌어져 있겠지.ㅎㅎ 그러나 이제는 놀랍지 않다. 교직이란 게 그렇도록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자리인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인가. 이제는 지니샘이 후배들을 보며 나와 똑같이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지니샘은 정체되지 않으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책도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도전하고 적용하는데 두려움이 없으며, 적용한 것의 체계를 잡아 기록하고 전파하는 데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제목인 열두살 아이들(고학년 학생들)을 지도하며 그들이 인생의 방향을 잡고 건전한 생활습관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썼지만 부모나 교사에게도 지도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새학기를 앞두고 사놓고는 못 읽고 꽂아두고 있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더니 결국은 온라인 개학으로 원격수업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의 혼란과 맨땅에 헤딩하는 좌충우돌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고.... 원격수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도덕수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를 들춰보며 고민하던 중.... 이 책이 생각났다. 그리고 때맞추어 관련된 영상을 찍어 공개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어린이 인생수업]이라는 10편의 강의 영상이다. 찾아서 재생해 보았다.

 

거의 이 책의 이야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쌤구라는 강아지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풀어갔다. 특히 쌤구는 아이들 수준에서 예측 가능한 답변을 해주면서 일방적인 강의 느낌을 상당히 줄여 주었고, 아이들이 자기 수준에 크게 겁먹지 않도록(?)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내게는 꽤 귀엽기도 했는데, 아이들도 그렇겠지?^^

 

강의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10강으로 되어있다. 1, 25강씩으로 되어있는데 1부는 인생을 아는 지혜, 2부는 인생을 사는 능력이라 제목 붙여 놓았다. 인생을 아는 지혜는 즉 나를 알고 성찰하는 지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강의)을 도덕 교과 중 나를 돌아보는 생활이라는 단원에 활용하고 있다. 그 단원의 키워드가 바로 성찰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나의 욕구와 감정을 돌아본다. 이때 삼중뇌 이론이나 욕구의 위계 이론들도 살짝 다룬다. 다음은 나의 강점지능과 도덕성 수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중지능 이론과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를 역시 살짝 소개하게 된다. 나의 강점지능을 알아보려면 정확한 검사를 거쳐야 하겠지만 대체적인 경향성을 체크하고 나에게도 강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정도도 나쁘지 않다. 다음은 내가 살아갈 세상.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민주주의를 이뤄온)를 살짝 언급하고 미래사회의 전망에 대해 나눈다. 이것도 자세히 다루려면 책 열 권이라도 충분하겠냐마는, 아이들이 자기가 살고 있고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 주의환기를 한 번 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다섯 번째 강의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다룬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이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다. 아주 균형잡힌 질문이라고 느꼈다. 진로교육으로도 매우 안정되고 건전한 방식이다. 그리고 존 고다드의 일화를 소개하고 나의 꿈 목록을 만들어본다. 여기까지가 1부다.

 

나의 꿈 목록.... 나도 젊었을 때 만들어 볼 걸 그랬나. 지금 만들자니 별 의욕이 없네.ㅎㅎ 내가 원하는 능력을 세 가지 받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생각해 볼 텐데 말이다. 뭐 외국어 능력을 갖춘다든지 절대음감을 받는다든지 엄청난 창작력을 갖게 된다든지 말이야.... 나는 늦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앞길이 창창하니 시켜 봐야겠다.^^

 

지금 원격교육으로 이 수업을 시작해 보았지만 대면수업일 때가 훨씬 효과적일 것 같기는 하다. 집에 틀어박혀 우울증 직전인 아이들에게 살아갈 세상과 꿈을 논하면 가슴이 뛸까... 모르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제시하고 피드백도 해주어야겠지. 지금의 세상 그너머를 봐야 할 테니까.

 

2부에서는 저자의 다양한 관심사와 배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인생을 사는 능력이 다섯 강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몸 사용법, 마음 사용법, 생각 사용법, 의사소통법, 문제 해결법 이렇게 다섯 가지다. 어른들도 이 능력들을 고루 갖춘 이들이 많지 않다. 많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낫겠지.... 그러니 아이들에게 이 능력들을 갖춰 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 아닐까. 단기간의 수업으로 이것을 갖춘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적어도 소개해 주고 필요성을 인식하게는 해주고 싶다. 1년의 과정으로 꾸준히 지도한다면 생활지도+공부방법지도+진로지도의 종합세트가 될 것 같다.

 

지금 책에 대한 서평을 쓰고 있는 건데....^^;;; 일단 이 책의 독자는 제목 또래의 학생들이다. 부모나 교사가 권해준 대로 이 책을 읽고, 좋다고 느끼고, 이 책에 나온 대로 따라해 보고 싶다고 결심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하며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능력들을 이미 상당히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눈도 귀도 다 닫고 있는 아이들인데.... 이 책을 보며 그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긴다. 이 책이 교사와 부모들에게 먼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특히 부모님들, 내 자녀에 대한 시간투자라 생각하시고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동영상 [쌤구와 함께 하는 어린이 인생수업]을 활용하면서 보니 조회수가 적어서 놀랐다. 별것도 아닌 영상이 수만을 찍는데 이런 영상이 묻혀 있는 것을 보면 유튜브의 생리는 참 기묘하다. 책과 영상 모두 널리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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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은 리코더 그래 책이야 28
류미정 지음, 정경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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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은 리코더... 제목도 그렇고, 리코더가 말을 한다는 판타지 등이 썩 새롭거나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당히 의미 있는 주제가 들어있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음악(악기)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걸 논하는 동화가 있었던가? 그런 면에서 정말 새로운 동화라고 할 수 있었다. 작가 프로필을 보니 음악학원 원장님(피아노 선생님?)이신 것 같다. 과연~

 

나는 음악만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음악도 가르쳐야 하는 초등교사 입장에서 작가의 주제가 탄생한 배경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내가 정확히 짚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요즘 팬텀싱어에 푹 빠져서 지나간 시즌 것까지 보다가 잠드는 생활을 하고 있다. 유튜브 댓글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하고 아하하하 웃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큰일이야~” ㅋㅋㅋ 살짝 반어법의 저 문장에 정말 공감한다. 세상천지에 가왕들이 저리 많다니..... 팬텀싱어 뿐이 아니다. 유튜브 세상에는 어린 음악 영재들의 연주 영상도 속속 올라오는데, 웬만큼 노력한 어른들의 머리를 박게 만들 실력들이다. 아니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해. 재주 좀 골고루 나눠주지 이게 뭐야~~

 

그럼 유튜브가 아닌 현장은 어떨까? 먼저 나 자신부터 볼작시면, 난 일단 음악을 무지 사랑하긴 한다. 하지만 능력이 사랑을 절대 못 따라가.... 아이들 앞에서 시범 연주나 범창을 할 실력도 못되고, 어찌어찌 어렵지 않은 반주만 해주면서, 꼭 필요한 부분만 짧게 살짝살짝 불러주면서 근근히 운영한다. 대신 많이 들려주고 좋은 악보도 많이 소개해 주려고는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떨까? 음악을 잘해서 좋아하는 아이,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아이(나와 비슷)들이 있긴 하지만 음악 시간을 싫어하는 아이, 악기 활동을 귀찮아하는 아이, 해보려는 노력을 거부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그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싶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물론 좋을 거야. 나도 이 나이 먹도록까지 천재들 앞에서 입을 헤벌리고 한없이 작아지니까 말이야.... 하지만, 꼭 재능이 있지 않아도 음악과 사랑을 나눌 수는 있어. 그러면 남 앞에 보일 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위안을 주는 연주 정도는 할 수 있지. 그게 인생에 큰 힘이 되어줄 거야. 기본적으로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니까 말이야.

 

아이들에게 악기는 오직 악기일 뿐,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하면 안 돼! 악기는 아주 소중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 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다. 이 책의 소재인 리코더를 예로 들면, 리코더로 칼싸움하려는 아이, 무지막지하게 삑삑 불어대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 책의 학급에도 그런 아이들이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 우진이의 형은 리코더를 쓰레기장에 갖다 버리기까지 했으니까.... 거기에서 벼락 맞은 리코더가 탄생했지만. 벼락 맞은 리코더는 말을 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갖게 됐고, 우진이는 악기와의 대화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태도를 갖게 된다. 대화를 한다는 것, 교감한다는 것. 그건 일단 귀를 기울이는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출발한다. 능력있는 교사라면 아이들과 이런 출발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어렵다....^^;;;;

 

리코더를 처음 배우는 3학년 학급에서 이 책을 읽어주면 딱 적당할 것 같다. 4학년까지도 괜찮겠다. 책에서 말하는 리코더는 어느 순간 우진이의 리코더를 떠나갔다. 우리반 친구들의 리코더에 돌아가며 와주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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