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 교사에게 그림책이 필요한 순간
김준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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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림책 관련 책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기 시작했을까. 나는 10여년 전, 이제는 몇몇 오래된 이들만 나오는 지역교사모임에서 처음 그림책을 접했다. 우릴 이끌어주시던 선배님이 모임의 동기유발을 위해 꺼내든 카드였는데, 그림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깊은 세계를 알려주시던 그분의 신나는 표정과, 참새처럼 받아먹던 우리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느새 이렇게 많은 날들이 지났을까. 나는 그때와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 같은데 도서실에 가득한 그림책 관련 책들은 그동안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너무 많아서 다 읽을 수는 없다.^^

그중에 이 책을 골라든 것은 우연이었지만, 읽다보니 잘 골라졌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일단 소개된 그림책들이 대부분 내가 읽은 책들이라는 점.(안 그런 책도 많아서.ㅎㅎ 그런 경우 그림책을 같이 봐가면서 읽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그냥 이 한권 가볍게 들고 읽기에 좋았다.) 그리고 저자 선생님이 평범한 교사시라는 점(물론 겸손이겠지만), 나랑 너무 닮은 약점을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점에 편안함을 느꼈다.

나는 문학을 제외한 책들에서는 실용성을 첫째로 찾는 사람이다. 수업 아이디어를 주는 책, 유용한 지식을 주는 책.... 이 책처럼 자기고백적인 책은 굳이 찾아읽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의 성격을 미리 알았다면 고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읽다보니 그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게 됐다.

이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되어 있다. 1장은 '그림책 나에게 말을 걸다' 2장은 '그림책 교사에게 말을 걸다'이다. 1장이 그림책을 통해 자신을 성찰해 가는 이야기라면 2장은 교사로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1장을 보며 저자와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아마도 자연인으로서 저자와 나는 거의 같은 성격이나 기질을 가진 것 같다. 2장에 보면 저자는 교사로서 커다란 변화와 성장을 거치는데, 이부분은 나와 좀 다르다. 저자의 두 배 경력을 가졌어도 딱히 극적인 변화를 겪은 적은 없으니까.^^;;;

일단 처음 소개한 책이 <너는 특별하단다>, 두번째 소개한 책이 <수퍼 거북>이라는 점 때문에 첫인상이 강렬했던 것 같다. 작년에 간혹 나가던 그림책모임에서 "나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라는 주제에서 내가 가져갔던 책이 바로 수퍼 거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토끼를 이기고 수퍼거북이 되었던 적은 없다. 마지막에 승부를 포기한 거북이 집에와서 널부러진 장면, 그게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점이 나에게 위안을 주었을 뿐이다. 저자는 이 장의 제목을 '나답게 사는 행복'으로 뽑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을 터이다. 거북이가 경주마가 되려는 몸부림 같은 건 안해도 되니까 말이다. 교사로서도 '클라스가 다른' 교사가 되려고 조바심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이니까 말이다. 이 장에서 저자의 성격검사 결과를 공유했는데 거기에 "대부분의 일을 과제로 생각한다."라는 말이 내게 너무나 딱이었다. 과제보다는 게임으로 생각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신나겠냐만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겠어.^^;;;

<오늘은 쉬는 날>과 <오늘 하루도 괜찮아>라는 책을 소개하는 장에 나왔던 '케렌시아'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가 투우장 한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는 장소'라는 뜻이라는데, 인간에게는 치열한 노력의 장과 함께 케렌시아도 꼭 필요한 것 같다. 그 균형이 필요할텐데 이쪽으로 마음이 확 쏠리는 걸 보니 내가 지금 많이 지쳐있는 상태인듯.

2장에서는 토론수업,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수업면, 관계면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성도 존중해야 하지만 교사라는 직무 자체가 요구하는 성품도 없지는 않은지라,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그림책을 통해 성찰하는 과정이 매우 의미있다. 몇가지 인상적인 그림책들을 골라보면 생각(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돼지왕(닉 블랜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송봉주), 빨간 벽(브리타 테켄트럽), 가드를 올리고(고정순) 등이 있었다. 그중 "모든 진리를 학생에게 전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이 정답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내겐 가장 되새길 대목이었고, 그래서 소개된 <생각>이라는 그림책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그림책과 더불어 시, 노래가사 등의 좋은 문구를 함께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앞부분을 보고 국어선생님이신가 했는데 그건 아닌거 같지만, 교사가 문학적 소양과 감수성을 갖는 건 큰 장점인 것 같다.

나도 읽은 책을 기록해 놓는 편이긴 한데, 나의 기록이 이렇게 맥락을 갖고 다른 이들의 생각과 성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모든 면에서 참 많이 노력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혼자 읽기에 좋은 책이지만 교사모임에서 함께 읽으며 교사의 삶에 대해 성찰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림책을 기반으로 풀어낸 생각들이라 확장하기에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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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놀자, 음악놀이터 - 몸도 마음도 들썩들썩 신나는 교실
한승모 지음, 박지원.박채현 그림 / 에듀니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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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모 선생님의 고명은 익히 들어보았고, 연수에서도 두 번쯤 뵌 적이 있다. 본인만 잘하실 뿐 아니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나눠주며 앞장서시는 이런 분들이 초등교육의 자랑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비교되어 작아지는 마음이야 어쩔 수가 없지만.... 특히 음악 같이 타고나는 비중이 큰 분야는 정말 부러움의 대상이다. 저자는 아카펠라로 먼저 유명하신 분이었는데, 아카펠라? 반주가 있어도 음을 잡을까 말까인데 그걸 어떻게 해? 나도 못하는 걸 애들한테 어떻게 가르쳐? 이런 생각 때문에 나랑은 다른 세계의 교사라고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신청하면서도 내가 활용할 만한 게 있을까 반신반의 했었다. 교육서적을 종종 읽지만 그게 활용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격연수 들을 때는 오~ 하다가 곧 잊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애써 붙잡고 찾아보고 직접 해보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관성에 의해 하던 것만 하게 된다. 이 책도 그렇게 흘려보낼 가능성을 인정하며 책을 펼쳤는데.....

우와~ 거의 심봤다 수준이다! 책 자체는 매우 헐렁해 보인다. 제목과 사진 한장이 한쪽을 차지하는가 하면 설명도 그림 위주로 간단하다. 그런데 그게 접근성을 높여준다. 아~ 이런거! 하고 감이 쉽게 오고, '자세히 보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때쯤, QR코드가 뙇! 나타난다.^^

솔직히 책 보면서 거기에 든 QR코드를 따라가 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 책의 QR코드는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저자의 노력과 나눔을 축적한 창고라고 할까. 글과 그림으로 감을 잡는다면, 동영상으로는 실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종이책과 동영상 연수의 합본이라 할 수 있다. 책값만 내고 두 가지를 모두 손에 얻는 셈이다.

음악이라는 교과의 중요성은 갈수록 밀리는 느낌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지속시키기도 갈수록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음악놀이'를 표방했다. 놀이를 통해 재미있고 부담없게 접근하자는 뜻일 터이다. 그런데 수업에서 놀이를 표방하다보면 교과의 내용깊이는 고수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며 읽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건 놀이를 표방하지 않은 나의 재미없는 수업보다 내용수준도 훨씬 높잖아! 이런 걸 바로 고수의 수업이라고 하는 거구나.^^

챕터 구성을 보면 발성, 노래, 박자, 가락, 화음 순으로 되어 있다. <발성>장에서부터 감탄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지만 그 전 2년간 동네 도서관 합창단에 다녔다. 음치 겨우 면한 수준에 합창을 한다는 게 참 민폐스러운 일이었지만 노래가 주는 매력을 포기 못해서 뻔뻔하게 다녔다. 그때 배웠던 발성이 여기에 다 녹아 있었다. 호흡부터. TV 오디션 심사위원들도 첫째도 호흡, 둘째도 호흡이라고 하고, 공기반 소리반이니 뭐니 호흡 관련한 소리를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얼마 되지도 않는 음악시간에 교과서 진행하기도 빠듯해 그런 건 엄두도 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중요한 걸 빼놓지 않는다. 호흡이 길어질 수 있는 훈련을 놀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게 제시되어 있다.

<노래>장에 보니 어릴 때 많이 하던 '쎄쎄쎄'가 일종의 음악놀이였구나를 깨닫고 반가움. 다 까먹었는데....ㅎㅎ 기존의 것들과 더불어 창작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일정리듬을 만들어 손뼉을 치며 노래부르는 활동은 타악기 지도의 기본이 될 것 같다. 드럼이나 카혼 같은 것. 몇가지 대표 리듬에 어울리는 노래를 맞춰보게 하면 뭔가 오호~ 하는 느낌을 줄 것 같다.

<리듬>은 놀이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리듬을 탄다. 즉, "내 안에 리듬이 있어."인 것이지. 리듬은 가락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음악 요소이므로 매 음악시간마다 하나씩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수업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아주 익숙해야 한다. 물 흐르듯.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할듯.^^

<가락>과 관련된 놀이도 리듬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제시되어 있다. 놀다보면 조금씩 음감을 키워갈 수 있겠다. 음감이 없는 아이들은 처음에 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겠다. 틀린 소리가 날 경우 함께 교정한다. 이게 웃으면서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게 관건일듯. 일단 기본적으로 교사의 음감은 있어야하고 (뜨끔!) 음감과 성격이 같이 좋은 아이 두셋이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전에 그런 학급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아깝네!^^

<화음>장도 재미있었다. '음식 아카펠라'를 보고 빵 터졌다. 이건 진짜 해보고 싶은데, 언제 해보나? 코드진행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며 화음을 느끼는 활동은 전에 소개받은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몇가지 해당 곡들을 더 소개해주셔서 좋았다. 악보도 있으면 좋은데.... 찾아봐야지.^^ 아카펠라의 기초로 오스티나토 아카펠라를 소개해 주셨는데, 이정도는 할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도전 예약!

일단 다 읽는게 먼저라서 모든 내용 숙지하지는 못했다. QR코드도 다 들어가보진 못했다. 하지만 저자샘 유튜브는 일단 구독! 틈틈이 영상들을 둘러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가진 수업관련 책들 중에서 활용도 높은 책으로 손꼽힐 거라는 예감이 든다. 내년에는 코로나 물러가고, 마스크 벗고 노래부르는 수업을 하게 되길! 음악이어서 행복한, 그런 시간이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주어진다면 꽤 괜찮은 교실이라 부를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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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학교를 구하라! - 비교하지 않고 ‘나’를 찾아가는 어린이,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20 신학기 추천도서, 2020 문학나눔 선정 도서 파랑새 사과문고 92
범유진 지음, 김유강 그림 / 파랑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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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영웅은 누구일까?

국어사전에서 영웅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유아적인 언어로는 멋지고 훌륭한 사람정도가 되겠다.

작가는 진정 멋지고 훌륭한 사람은 누굴까?’를 독자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믿음이는 자기 아빠를 영웅이라고 소개했다가 거짓말쟁이라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아빠는 사실 지금은 안 계시다. 소방관으로 순직하셨다. 뉴스에서 시민을 불길에서 구하는 영웅들이라는 자막이 나온 적도 있으니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세계 영웅 모임만화에 나오지 않는다며 믿음이를 거짓말쟁이라 몰아붙인다.

 

세계 영웅 모임만화는 이 책의 발단이 되는 중요한 소재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만화이며, 매년 한 곳에서 영웅 학교를 개최한다. 그런데!!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 영웅 학교가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영웅 학교 초대장은 세계 영웅 모임만화책 신간에 들어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그 만화책을 사느라 법석이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 초대장을 연상시킨다. 찰리가 그 초대장을 손에 넣었듯이, 믿음이에게도 그 행운이 왔다. 그래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믿음이는 영웅 학교에 참가해 슬기, 힘찬이와 한 조가 되어 삼총사를 이룬다. 부푼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여했는데 이게 웬걸, 교장선생님의 등장부터 아수라장이 된다. 알고보니 세계 영웅 모임에 대적하는 세계 악당 모임에서 매년 스파이를 보내는데 그 스파이의 힘이 날로 강해진다는 것이다. 올해는 교장으로 나타나 입학식을 접수해 버린 것!

 

다행히 삼총사는 벙글벙글 선생님이 지켜준 덕분에 악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이야기의 공식에 의하면 이제 어떻게 되어야겠어? 삼총사가 악당을 물리쳐야겠지? 나머지 절반 정도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악당 교장이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여기에 작가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많이 담았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교장은 아이들을 경쟁에 몰아넣고 ‘1만을 목표로 매진하게 하며 남을 도와주지 않고’ ‘웃지 않고’ ‘쫒기듯 허둥거리고’ ‘무조건 달달달 외우게만든다. 작가의 이런 문제의식에 백번 동감한다. 그런데 왠지... 너무 노골적인 느낌? 동화를 많이 읽다보니 이제 약간 불편러가 되었나.... 너무 날것 같은 느낌에 살짝(아주 살짝, 잠깐) 거부감이 들었다. 뭔가 좀 돌려서 말했어야 만족했으려나. 까다롭기만 해져서 나도 참 큰일이다.^^;;;;

 

어쨌든, 이런 악당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꽤 마음을 졸이며 응원할 것 같은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쓸모있었던 것들, 그것이 바로 작가가 진정한 영웅의 조건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모험 이야기의 절정에서는 뭔가 간절한 것’ ‘이것만 있으면 되는데 지금 없는 것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고양이의 목걸이에 걸린 유리병 속의 금가루가 바로 그렇다. 그것이 세 아이들에 의해서 채워지는 장면이 꽤 극적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박수가 나올 것 같다.^^

 

이리하여, 세 주인공 아이들과 함께 독자들도 진정한 영웅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고, 또 그 모든 영웅이 귀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된다면 우린 행복하겠지.... 어떻게 된게, 좀 좋아질 줄 알았던 세상은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계속 반대로만 나아간다. 이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다르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너무 그대로 드러내는 느낌, 대화체의 어색함(걱정하지 말려무나, 선생님을 믿으렴...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대화체)이 약간 거슬릴 때가 있었지만, 작가의 주제의식에 공감하며 작가의 바람과 믿음에 내 한 표도 보태고 싶다. 4학년 정도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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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섬 환상책방 12
이귤희 지음, 박정은 그림 / 해와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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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트렌드라는 이야길 들었다.^^ 애묘인들도 늘어나고 길고양이와 캣맘들이 이슈가 되기도 하고, 고양이가 화제가 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났다는 게 내 주변에서도 느껴진다. 진짜로 서가를 훑다보면 고양이가 주인공이거나 화자인 책들을 한데 모으면 꽤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읽은 이 책도 제목부터 시작하여 온통 고양이 이야기였다.

그러나 참 오묘하게 쓰신 책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온통 고양이만 나오는 고양이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책이라고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중적 의미를 평행하게 유지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그게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잘 쓰여진 것 같다. 꽤나 묵직한 책이다.

초반 배경은 최여사네 집이다. 팔자좋은 최여사와 마찬가지로 반려묘 벨과 포크의 팔자도 좋다. 특히 벨은 뛰어난 미묘에다가 콧대도 높으며 인간 집에서의 이 한가한 생활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다. 반면 포크는 마당에 출몰하는 길고양이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며 바깥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갖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그들의 생활은 완전 뒤집혔다. 뉴스에서 나오는 다급한 목소리! "엠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모두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반려묘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치명적 질병이 유행되었으며 그 원인으로 고양이가 지목된 것이다. 애지중지 귀염받던 그들은 버려졌다. 아니 버려지던 길에 탈주했다.

나도 올해같은 재난의 상황에서 그런 비극적 상상을 해본 적 있다. 앞으로 바이러스의 감염원이 반려동물이 되는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머리를 흔들어버릴 만큼 끔찍한 상상이었는데, 이 책에서 그 비극적 상상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심장이 쿵 할 정도로 놀랐다.

발에 흙 묻히는 것도 끔찍해하던 벨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눈을 피해 온갖 지저분한 곳을 전전하는 길고양이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무리를 이루는 고양이들, 그 안의 각각 캐릭터들을 보면 이건 고양이가 아닌 인간의 캐릭터 묘사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에게 그토록 다양한 선악의 층위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말이다. 천사에 가까울수도 악마에 가까울수도 있는 거대한 간극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 고양이 세계엔 무뚝뚝하지만 용감하고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애꾸눈이 있고, 너그럽고 부드러운 넓은 품의 룰루가 있다. 따뜻하고 희생적이며 참을성있는 나비도 있다. (나비는 새끼를 품었고, 결국 아기 나비만 남기고 차디찬 땅바닥에서 세상을 떠난다.)
반면 주제파악 못하고 길고양이들을 무시하며 천지분간 못하다 변을 당하는 찰스도 있고, 사악함과 비열함의 결정체인 대장도 있다. 이 세계 안에서 많은 위험과 사건을 겪으며 벨과 포크는 달라진다.

캐릭터는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꿈꾸는 곳은 '고양이 섬' 이다. 그곳은 인간이 없는 그들만의 섬이며 따뜻한 햇살과 풍부한 먹이와 부드러운 잔디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들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고생을 참으며 나아간다. 결국 그들은 '고양이 섬'을 찾았을까? 그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나약하던 벨이 목표를 갖게 되자 꽤나 대차고 강인해졌다. 그 과정에서 전에없던 심한 행동도 하게 된다. 그때 룰루가 해 준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래, 고양이 섬은 있어. 하지만 벨, 고양이 섬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야. 우린 거기 가서도 행복해지기 위해 애써야 해. 그곳에 간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너와 나의 생각이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야. 다르다고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잘못이야."
시야가 좁은 인간은 이런 잘못을 얼마나 숱하게 저지르는가. 이 대사는 진정 인간을 위한 대사다.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강력한 매력 중 하나는 삽화였다. 내가 본 고양이 삽화 중 최고다. 아마 애묘인들이라면 삽화에 오래오래 눈이 머물지 않을까 싶다. 부드러운 톤과 질감을 가진 색채도 아주 느낌이 좋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아주 의미심장한 책이었다. 다만, 아이들이 속의미까지 짚어내기엔 좀 무리고 이 책을 모두가 재미있게 읽을까는 잘 모르겠다. 독서력있는 아이들로 구성된 독서모임에서 읽으면 아주 흥미롭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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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할머니와 상속자들 꿈꾸는 돌고래 10
이진미 지음, 장경혜 그림 / 웃는돌고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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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책장이 빨리빨리 넘어가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200쪽이 넘는 고학년용 장편인데도 앉은자리에서 금방 읽어졌다. 다만, 그런 긴장감과 추리적 요소를 갖춘 것에 비해 그 이야기 전개와 결말은 완벽하게 납득되지 않고 뭔가 빈틈을 채워야 할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이건 독자들의 개인차에 따라 다를 거라고 본다. 내게는 살짝 갸웃하게 되는 느낌이 있었다. 이야기의 매끄러운 구성이란 것이 이토록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경기도의 한 시골마을 허름한 집에 혼자 사시는 양순애 할머니는 백억 유산을 상속할 사람을 찾는 구인광고를 붙인다. 그 조건이라는 것이 한달동안 할머니 집에서 함께 지낸다, 김밥을 싸서 놀이공원에 함께 간다 같은 것들이니 그 광고를 진지하게 살펴볼 사람은 없었으리라. 하지만 세 아이가 그 광고에 응해 할머니 집을 찾았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유산이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 집을 나가고 싶은 마음이 폭발했다는 점이다. 6학년 서율이는 이혼한 아빠가 새엄마를 데려와서, 중1 미라는 쌍둥이 동생들의 수발에 질렸는데 엄마가 늦둥이 동생을 또 낳아서, 4학년 지우는 입양아임을 뒤늦게 알게돼서.....

할머니는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무식하고 불친절했으며 집은 편안하지 않았고 아이들의 생활은 힘들었다. 헉, 무슨 함정에 빠진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ㅎㅎ 아이들은 할머니의 츤데레 매력에 빠지고 자기들끼리도 동지애와 우애가 쌓여간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나 독자 모두 읭??? 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할머니가 장난감 개를 '덕수'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다가 배터리가 다되거나 고장나면 난리를 피우며 애통해 한다는 것.

이 부분부터 이야기의 논리와 현실성에 살짝 고개가 갸우뚱해지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재산을 노린 협박범의 등장, 그의 실체와 사건의 해결 등도 재미는 있었지만 매끄럽진 못했고, 할머니의 친자식들이 등장해서 알게된 할머니의 속사정도 감동적이긴 했지만 조금 어설펐다.
하여간 이리하여 모든 것은 해피엔딩으로 흘러가서 마무리된다. 약속한 유산 백억만 빼고. 하지만 아쉬울 일은 전혀 없었다. 각자 가장 소중한 것들을 얻었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을 나중에 또 떠올리게 된다면 '가족'이라는 키워드에서일 것이다. 가족 때문에 좌절한 주인공들이 가족으로 치유받는 이야기. 여기에서 가족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가족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에서 벗어날 때, 그것을 아이들과 이야기해볼 만한 때도 되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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