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라 원소 시티로! - 과학이 쏙쏙 화학이 술술 지식이 담뿍담뿍 2
미야무라 가즈오 감수, 호리타 미와 그림, 오승민 옮김 / 담푸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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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요즘은 초딩 때부터 원소기호를 접할 수 있구나. 내 어릴적에야 세계명작이나 위인전이 고작이었으니 난 고1 때 되어서야 '화학'이라는 과목에서 이런 내용을 처음 접했다. 그때가 평생 제일 불성실했던 때여서 화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없다. 그때 문과는 입시 때 과학 중에서 한 과목만 선택하면 되었는데 난 당연히 생물을 선택하면서 화학은 기억 저 멀리로 보내버렸다. 주기율표도 다 까먹었고 원소 기호도 어떤 건 헷갈린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과목의 사라진 기억이 담긴 이 책을 난 왜 굳이 골랐지?

아이들 책 중에 동화를 가장 많이 읽지만 난 비문학도 꽤 좋아한다. 이젠 머리도 굳었으니 그냥 뒹굴뒹굴 부담없이 읽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수업활용 책들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딱딱하게 접했던 지식들이 재미있게 구성되어 제시된 책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제목처럼 원소들을 '원소 시티'의 주민으로 의인화해서 '~씨'라고 부른다.('리튬 씨' 이런 식으로) 가장 먼저 원소기호 1번인 수소가 자기 소개를 하고나서(수소는 원소 시티의 시장) 나머지 주민들을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번호 순서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특성에 따라 패밀리로 묶어서 소개한다. 예를 들어 알칼리 금속 패밀리에는 리튬, 소듐, 포타슘, 루비듐, 세슘, 프랑슘 씨가 있다. 이들 각각을 1~2쪽에 걸쳐서 소개한다.

어린이책 답게 그림이 큰 몫을 한다. 각 원소마다 캐릭터가 크게 들어가 있다. 무심코 볼 수도 있겠지만 원소 각각의 특성을 살려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마그네슘은 비행기를 타고 있는 두부로 표현되어 있고(마그네슘 합금이 비행기의 원료가 되고 두부 만들 때 쓰는 간수는 염화마그네슘), 갈륨의 캐릭터는 발광다이오드다.(갈륨 화합물이 여기에 사용된다고 함) 아이들은 나보다 그림인식 능력이 높으니 캐릭터를 잘 봐두면 각 원소의 특징을 오래 기억할 수 있겠다.

그림이 크고 설명은 많지 않아도 구석구석에 유용한 정보가 빠지지 않는 구성이 돋보인다. 일단 원소기호와 번호, 캐릭터가 크고 명확하게 제시되고 '기본 데이터'에는 상온에서의 상태, 원자량, 밀도, 녹는점, 끓는점 등의 기본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어떤 성질이 있는지, 어디에 주로 쓰이는지 설명한다. 관련된 화합물을 소개해주는 것도 아주 좋다.

이렇게 패밀리 별로 소개를 받다보면 어렵지 않게 책이 끝난다. 워낙 생소하면서 비슷한 이름들이 많으니 한번 읽고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책을 뒤적이던 아이들은 나중에 교과에서 이런 내용이 나와도 진입장벽 없이 자연스럽게 내용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필요하지 않으니 안 실었겠지만, 그래도 펼침페이지 같은 걸 넣어서 주기율표를 실었으면 어떨까 싶다. 잊혀진 기억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종종 들어서 말이다. '원소시티 가이드 맵'이 그림으로 제시되어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충분할 것 같다. 그래도 자꾸만 표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세상에 필요없는 지식은 없다. 지적인 호기심은 오랫동안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된다. 아이들이 지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기쁨을 알면 좋겠다. 그게 아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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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의 인생 수업 천천히 읽는 책 37
정유진 지음 / 현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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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년이 되었고, 교직경력 20년을 채우고 명퇴한 지니샘을 페북에서 보면 이제 같이 늙어가는(?) 느낌이 조금 든다. 나는 이분보다도 선배다. 내가 30대 젊은 교사였고 이분은 나보다 더 젊은 열혈교사였을 때, 초등교사 커뮤니티에서 이분의 글이나 자료를 보고 당연히 선배인 줄 알았다가 후배인 줄 나중에 알고서 아니 뭐야~ 나는 헛살았던가~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보폭 자체가 다르니 긴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격차는 더욱 벌어져 있겠지.ㅎㅎ 그러나 이제는 놀랍지 않다. 교직이란 게 그렇도록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자리인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인가. 이제는 지니샘이 후배들을 보며 나와 똑같이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지니샘은 정체되지 않으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책도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도전하고 적용하는데 두려움이 없으며, 적용한 것의 체계를 잡아 기록하고 전파하는 데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제목인 열두살 아이들(고학년 학생들)을 지도하며 그들이 인생의 방향을 잡고 건전한 생활습관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썼지만 부모나 교사에게도 지도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새학기를 앞두고 사놓고는 못 읽고 꽂아두고 있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더니 결국은 온라인 개학으로 원격수업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의 혼란과 맨땅에 헤딩하는 좌충우돌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고.... 원격수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도덕수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를 들춰보며 고민하던 중.... 이 책이 생각났다. 그리고 때맞추어 관련된 영상을 찍어 공개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어린이 인생수업]이라는 10편의 강의 영상이다. 찾아서 재생해 보았다.

 

거의 이 책의 이야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쌤구라는 강아지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풀어갔다. 특히 쌤구는 아이들 수준에서 예측 가능한 답변을 해주면서 일방적인 강의 느낌을 상당히 줄여 주었고, 아이들이 자기 수준에 크게 겁먹지 않도록(?)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내게는 꽤 귀엽기도 했는데, 아이들도 그렇겠지?^^

 

강의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10강으로 되어있다. 1, 25강씩으로 되어있는데 1부는 인생을 아는 지혜, 2부는 인생을 사는 능력이라 제목 붙여 놓았다. 인생을 아는 지혜는 즉 나를 알고 성찰하는 지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강의)을 도덕 교과 중 나를 돌아보는 생활이라는 단원에 활용하고 있다. 그 단원의 키워드가 바로 성찰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나의 욕구와 감정을 돌아본다. 이때 삼중뇌 이론이나 욕구의 위계 이론들도 살짝 다룬다. 다음은 나의 강점지능과 도덕성 수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중지능 이론과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를 역시 살짝 소개하게 된다. 나의 강점지능을 알아보려면 정확한 검사를 거쳐야 하겠지만 대체적인 경향성을 체크하고 나에게도 강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정도도 나쁘지 않다. 다음은 내가 살아갈 세상.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민주주의를 이뤄온)를 살짝 언급하고 미래사회의 전망에 대해 나눈다. 이것도 자세히 다루려면 책 열 권이라도 충분하겠냐마는, 아이들이 자기가 살고 있고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 주의환기를 한 번 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다섯 번째 강의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다룬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이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다. 아주 균형잡힌 질문이라고 느꼈다. 진로교육으로도 매우 안정되고 건전한 방식이다. 그리고 존 고다드의 일화를 소개하고 나의 꿈 목록을 만들어본다. 여기까지가 1부다.

 

나의 꿈 목록.... 나도 젊었을 때 만들어 볼 걸 그랬나. 지금 만들자니 별 의욕이 없네.ㅎㅎ 내가 원하는 능력을 세 가지 받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생각해 볼 텐데 말이다. 뭐 외국어 능력을 갖춘다든지 절대음감을 받는다든지 엄청난 창작력을 갖게 된다든지 말이야.... 나는 늦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앞길이 창창하니 시켜 봐야겠다.^^

 

지금 원격교육으로 이 수업을 시작해 보았지만 대면수업일 때가 훨씬 효과적일 것 같기는 하다. 집에 틀어박혀 우울증 직전인 아이들에게 살아갈 세상과 꿈을 논하면 가슴이 뛸까... 모르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제시하고 피드백도 해주어야겠지. 지금의 세상 그너머를 봐야 할 테니까.

 

2부에서는 저자의 다양한 관심사와 배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인생을 사는 능력이 다섯 강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몸 사용법, 마음 사용법, 생각 사용법, 의사소통법, 문제 해결법 이렇게 다섯 가지다. 어른들도 이 능력들을 고루 갖춘 이들이 많지 않다. 많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낫겠지.... 그러니 아이들에게 이 능력들을 갖춰 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 아닐까. 단기간의 수업으로 이것을 갖춘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적어도 소개해 주고 필요성을 인식하게는 해주고 싶다. 1년의 과정으로 꾸준히 지도한다면 생활지도+공부방법지도+진로지도의 종합세트가 될 것 같다.

 

지금 책에 대한 서평을 쓰고 있는 건데....^^;;; 일단 이 책의 독자는 제목 또래의 학생들이다. 부모나 교사가 권해준 대로 이 책을 읽고, 좋다고 느끼고, 이 책에 나온 대로 따라해 보고 싶다고 결심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하며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능력들을 이미 상당히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눈도 귀도 다 닫고 있는 아이들인데.... 이 책을 보며 그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긴다. 이 책이 교사와 부모들에게 먼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특히 부모님들, 내 자녀에 대한 시간투자라 생각하시고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동영상 [쌤구와 함께 하는 어린이 인생수업]을 활용하면서 보니 조회수가 적어서 놀랐다. 별것도 아닌 영상이 수만을 찍는데 이런 영상이 묻혀 있는 것을 보면 유튜브의 생리는 참 기묘하다. 책과 영상 모두 널리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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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은 리코더 그래 책이야 28
류미정 지음, 정경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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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은 리코더... 제목도 그렇고, 리코더가 말을 한다는 판타지 등이 썩 새롭거나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당히 의미 있는 주제가 들어있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음악(악기)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걸 논하는 동화가 있었던가? 그런 면에서 정말 새로운 동화라고 할 수 있었다. 작가 프로필을 보니 음악학원 원장님(피아노 선생님?)이신 것 같다. 과연~

 

나는 음악만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음악도 가르쳐야 하는 초등교사 입장에서 작가의 주제가 탄생한 배경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내가 정확히 짚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요즘 팬텀싱어에 푹 빠져서 지나간 시즌 것까지 보다가 잠드는 생활을 하고 있다. 유튜브 댓글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하고 아하하하 웃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큰일이야~” ㅋㅋㅋ 살짝 반어법의 저 문장에 정말 공감한다. 세상천지에 가왕들이 저리 많다니..... 팬텀싱어 뿐이 아니다. 유튜브 세상에는 어린 음악 영재들의 연주 영상도 속속 올라오는데, 웬만큼 노력한 어른들의 머리를 박게 만들 실력들이다. 아니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해. 재주 좀 골고루 나눠주지 이게 뭐야~~

 

그럼 유튜브가 아닌 현장은 어떨까? 먼저 나 자신부터 볼작시면, 난 일단 음악을 무지 사랑하긴 한다. 하지만 능력이 사랑을 절대 못 따라가.... 아이들 앞에서 시범 연주나 범창을 할 실력도 못되고, 어찌어찌 어렵지 않은 반주만 해주면서, 꼭 필요한 부분만 짧게 살짝살짝 불러주면서 근근히 운영한다. 대신 많이 들려주고 좋은 악보도 많이 소개해 주려고는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떨까? 음악을 잘해서 좋아하는 아이,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아이(나와 비슷)들이 있긴 하지만 음악 시간을 싫어하는 아이, 악기 활동을 귀찮아하는 아이, 해보려는 노력을 거부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그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싶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물론 좋을 거야. 나도 이 나이 먹도록까지 천재들 앞에서 입을 헤벌리고 한없이 작아지니까 말이야.... 하지만, 꼭 재능이 있지 않아도 음악과 사랑을 나눌 수는 있어. 그러면 남 앞에 보일 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위안을 주는 연주 정도는 할 수 있지. 그게 인생에 큰 힘이 되어줄 거야. 기본적으로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니까 말이야.

 

아이들에게 악기는 오직 악기일 뿐,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하면 안 돼! 악기는 아주 소중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 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다. 이 책의 소재인 리코더를 예로 들면, 리코더로 칼싸움하려는 아이, 무지막지하게 삑삑 불어대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 책의 학급에도 그런 아이들이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 우진이의 형은 리코더를 쓰레기장에 갖다 버리기까지 했으니까.... 거기에서 벼락 맞은 리코더가 탄생했지만. 벼락 맞은 리코더는 말을 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갖게 됐고, 우진이는 악기와의 대화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태도를 갖게 된다. 대화를 한다는 것, 교감한다는 것. 그건 일단 귀를 기울이는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출발한다. 능력있는 교사라면 아이들과 이런 출발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어렵다....^^;;;;

 

리코더를 처음 배우는 3학년 학급에서 이 책을 읽어주면 딱 적당할 것 같다. 4학년까지도 괜찮겠다. 책에서 말하는 리코더는 어느 순간 우진이의 리코더를 떠나갔다. 우리반 친구들의 리코더에 돌아가며 와주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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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 씨 가족의 특별한 휴가 노란 잠수함 8
김유 지음, 고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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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 작가님의 이야기는 감각적이다. 오감이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에서는 미각을 그토록 자극하더니만 이 책에서는.... 아이고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우웩, 토나올 것 같은 느낌. 지저분을 묘사했는데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면 그건 정말 묘사를 잘한거지.ㅎㅎ

일단 지저분 씨. 온몸이 까맣지만 옷차림은 깨끗해 보이는 햐얀색만을 고집한다. 알고보면 깔끔하다 그런 건 아니고, 남들 보기에만 그렇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거나 몰래 쑤셔박는다. 손톱은 짧게 깎지만 남들이 안보는 발톱에는 때가 가득. 그걸 파내면 냄새가.... 우엑.
부인인 구린내 여사. 분홍색으로 온몸을 휘감지만 절대 씻지는 않는다. 비결은 날마다 뿌려대는 향수. 향수로 냄새를 감추듯이 구린내 여사의 일상도 양심과는 거리가 좀 있다.
아들 이름은 지지. 코딱지를 파먹는게 취미인 이 아이도 '척'도사다. 안그런 척. 깨끗한 척. 똑똑한 척.
가족 모두 더러움을 감추고 살아갈 뿐 아니라 세상을 더럽히는 데도 한몫을 한다. 아침은 즉석식품, 저녁은 배달음식으로 날마다 쓰레기를 대량 생산해가며.

어느 휴일, 가족은 TV에서 '더럽랜드' 광고를 보고 길을 나섰다.
"판타스틱 최고의 워터파크 '더럽랜드'로 오십시오.
기절초풍 짜릿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곳은 풀장마다 돼지들이 그득그득, 엄청난 규모의 워터파크였다. 일단 파도풀로 풍덩~

파도에 휩쓸렸다 나온 가족의 손에 들린 것은 뭉쳐진 기저귀. 몸에 붙은 것은 일회용 장갑, 이쑤시개, 깡통 등등..... 심지어 라면 가닥.... 우웩.
이어서 간 스파풀에는 뭔가가 둥둥 떠다녔는데, 구린내 여사는 그것을 약초라고 했지만 실상은.... 우어어어 말하기 어렵다. 우웩.
다음 장소는 '부르르부르르 키즈풀' 제목만 봐도 뭔지 알겠지? 설명 생략. 우웩.

이쯤에서 가족은 휴가 여행을 접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좋은 일이었다. 다음날부터 가족이 완전히 달라졌으니.^^

어찌보면 굉장히 단순한 구성에, 반전이랄 것도 없는 뻔한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절로 우엑 소리가 나오는 실감나는 지저분 묘사 때문에?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도 가족의 캐릭터에 담긴 여러가지 상징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느껴지는 대로 느낄 일이다.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구워지는 오징어가 되면서 몸을 비틀 것 같다. 아니, 엄청 즐거워하려나?ㅎㅎ 저학년용이지만 고학년까지도 즐길 수 있겠다. 나도 즐겼으니까 뭐.^^

환경 수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고 특히, 내가 버린 것이 내게 돌아온다는 진리를 감각적으로 일깨워 준다. 체면과 자랑이 동기가 되어 살아가는 이중적 인간의 모습에도 경종을 울려준다. 마지막, 순해지고 소박해진 가족의 모습에서 인류의 추구할 바를 발견한다고 하면 너무 오버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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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토리즈의 고민상담소 1 - 발명여행의 시작 발명왕 토리즈의 고민상담소 1
신정호 지음, 박희진 그림, 한윤희 구성 / 와우팩토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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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육이 중요시되던 때가 있었다. 10여 년 전에 근무하던 학교는 ‘발명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하기도 했고, 학교 내에 교육청 산하의 발명교실이 있어서 인근의 지원 학생들이 찾아와 수업을 받기도 했다. 발명교실은 전혀 내 소관이 아니었으므로 그 장점이나 성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데 발명교육 시범학교는.... 그건 진짜 소모적인 일이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발명 쪽에 특별히 관심도 조예도 없는 나에게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방해하는, 발명의 ‘발’자만 들어도 발작이 날 것 같은 과유불급의 과정이었다.

 

다행히 이런 특정 제목을 붙인 교육이 학교 전체의 교육과정을 좌지우지하는 모순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발명교육은 실과 교과서에도 들어와 있고, 교육청, 학교에 따라 발명품 경진대회 같은 자율 참여 행사로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10여 년 전에도 그랬지만 발명교육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다. 뭔가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매사에 유연한 사고, 창의적인 해결 태도가 중요한 것이라고. ‘품’에 한정짓지 않으면 발명은 상당히 광범위해서 우리의 일상과 훨씬 가까워진다. 그래서 이것은 어떤 이름 붙여진 교육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전체 교육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그런 시각에 기반한 것 아닐까 짐작한다. 책 내용은 발명기법들을 소개하고 각 기법에 다른 발상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발명품 제작을 앞둔 학생들의 워크북으로도 아주 적당하겠는데, 꼭 그런 실용적인 목적이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으면서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일단 만화 형식이라 접근성이 매우 높고, 판형도 크고 글씨도 크고 구성이 넉넉해서 보기에 부담이 없다. 그러면서도 만화가 놓치기 쉬운 내용적인 밀도도 상당히 붙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고민제시-발명기법소개-기법에 따른 사례소개가 나온 다음에는 직접 해볼 수 있는 페이지들이 나온다. 스티커를 붙여가면서 앞의 내용들을 되새기는 정리 노트, 같은 원리로 새로운 사례를 찾아보는 탐색 노트,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상상노트. 이렇게 단계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한다면 빌려주기보다는 사주는 것이 좋겠다. 마음껏 쓰고, 그리고 갖고 노는 책이 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발명기법이라 하니 10여년 전에 아이들과 살펴보았던 더하기 기법, 빼기 기법, 합치기 기법 등등이 오랜만에 떠올랐는데 이 책에서는 이름이 좀 달랐다. 1권에는 쪼개기, 뽑아내기, 부분을 다르게 하기, 비대칭 만들기 이렇게 4개의 기법이 나온다. 서문을 읽어보니 ‘트리즈’라는 방법론이라고 한다. 잘 모르고 있던 내용이다. 나도 새로운 것을 살펴보게 되어서 보람있었다. 조금 더 깊게 내용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0여 년 전, 발명발명 하던 때에 이 책이 있었다면 좋았겠지?^^ 발명이든 창의적 사고든 무겁지 않게 자연스럽게 스스로 관심을 갖도록 제시하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발명은 세상 모든 분야에 있고 꼭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 뿐 아니라 방식을 바꾸는 것, 새로운 발상, 아이디어 이 모든 게 일종의 발명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나도 살아오면서 몇 번의 발명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걸 기억을 못한다는 게 문제...ㅎㅎ) 이 책이 널리 읽히고 후속편도 풍성히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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