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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희탕의 비밀 ㅣ 함께하는이야기 3
김태호 지음, 정문주 그림 / 마음이음 / 2020년 1월
평점 :
아빠의 장애라는 소재를 '아빠가 어느날 인어가 되었다'는 설정으로 판타지로 표현한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이렇듯 생각이 비범해야 작가가 되는 거겠지?^^ 어느날 욕조 안에서 인어가 되어있는 아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힘겨워하는 아빠, 외출을 위해서는 휠체어를 타야하는 아빠.... 이런 내용에서 사고로 장애를 갖게된 분들의 어려움이 절실히 느껴진다.
더구나 화자인 호테는 지금 아빠랑 둘이 살고 있는 한부모가족. 엄마는 이혼 후 새 삶을 열정적으로 찾아나가고 있는 중인 듯한데.... 그런데 그런 엄마에게 도움요청을 해야 하는 부자의 심정, 특히 아빠의 심정이 느껴질 때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멋지고 당당한데, 아빠의 현실은.... 반면 이들을 두고 다시 회사로 달려가는 엄마의 뒷모습은 또 어떤가. 뛰어가는 뒷모습에서 눈물을 참는 앞모습이 보이는 것 같으니, 인생은 참 힘겹구나.
판타지와의 매개 공간으로 '복희탕'이 나온다. 호테는 심부름을 다녀오다 홀연히 나타난 그곳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과 다르게 흐르며 4년에 한 번 2월 29일에 열린다고 한다. 2월 29일은 호테의 생일이었다.
어느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찾아와 '발 연구소'라는 곳으로 아빠를 데려갔다. 그곳은 아빠처럼 인어가 된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곳, 그러니까.... '시설'이었다. 아빠는 엄마랑 상의해 이곳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호테는 슬프고 뭔가 불안한 마음으로 아빠와 이별했다.
집근처에서 호테는 쫒기는 '재동'이라는 인어사람을 구해줬다. 그는 그와 아빠 같은 사람들을 '저인'이라고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발 연구소'의 실체에 대해서도. 놀란 호테는 아빠를 다시 데려오려고 하지만, 그건 이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 호테는 재동의 도움을 받고 '중간계'와 복희탕을 통과하고서야 다시 아빠와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아빠의 두 번의 반응에 가슴이 먹먹하다. 발 연구소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여기가 이제 내 집이라고 하던 장면,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던 장면. 이 모두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할 아들을 위해서인 것이니.
그러나 부자는 결국 힘을 합해 닫혀가는 중간계의 문을 통과해 현실로 돌아왔다.
"아빠, 변한 게 있어! 휠체어가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아! 아빠가 살이 빠졌거나, 아님 내가 힘이 세진 것 같아. 그치?"
그렇게 사람들은 현실을 받아들일 힘을 갖게 되나보다.
난데없이 인어라니 이게 뭔가 했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상징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 연구소를 탈출해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부자의 정과 더불어 삶의 의지를 갖게 되는 과정들이 감동적이고 긴장감도 넘친다. 삶은 마음먹기 나름이라지만 현실의 어려움을 어찌 무시하랴. 그래도 부자의 앞날에 희망이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저인들과 그의 가족들을 응원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