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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학교를 구하라! - 비교하지 않고 ‘나’를 찾아가는 어린이,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20 신학기 추천도서, 2020 문학나눔 선정 도서 ㅣ 파랑새 사과문고 92
범유진 지음, 김유강 그림 / 파랑새 / 2020년 2월
평점 :
진정한 영웅은 누구일까?
국어사전에서 ‘영웅’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유아적인 언어로는 ‘멋지고 훌륭한 사람’ 정도가 되겠다.
작가는 ‘진정 멋지고 훌륭한 사람은 누굴까?’를 독자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믿음이는 자기 아빠를 영웅이라고 소개했다가 거짓말쟁이라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아빠는 사실 지금은 안 계시다. 소방관으로 순직하셨다. 뉴스에서 ‘시민을 불길에서 구하는 영웅들’이라는 자막이 나온 적도 있으니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세계 영웅 모임》 만화에 나오지 않는다며 믿음이를 거짓말쟁이라 몰아붙인다.
《세계 영웅 모임》 만화는 이 책의 발단이 되는 중요한 소재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만화이며, 매년 한 곳에서 ‘영웅 학교’를 개최한다. 그런데!!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 영웅 학교가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영웅 학교 초대장은 《세계 영웅 모임》 만화책 신간에 들어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그 만화책을 사느라 법석이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 초대장을 연상시킨다. 찰리가 그 초대장을 손에 넣었듯이, 믿음이에게도 그 행운이 왔다. 그래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믿음이는 영웅 학교에 참가해 슬기, 힘찬이와 한 조가 되어 삼총사를 이룬다. 부푼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여했는데 이게 웬걸, 교장선생님의 등장부터 아수라장이 된다. 알고보니 ‘세계 영웅 모임’에 대적하는 ‘세계 악당 모임’에서 매년 스파이를 보내는데 그 스파이의 힘이 날로 강해진다는 것이다. 올해는 교장으로 나타나 입학식을 접수해 버린 것!
다행히 삼총사는 벙글벙글 선생님이 지켜준 덕분에 악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이야기의 공식에 의하면 이제 어떻게 되어야겠어? 삼총사가 악당을 물리쳐야겠지? 나머지 절반 정도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악당 교장이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여기에 작가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많이 담았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교장은 아이들을 ‘경쟁’에 몰아넣고 ‘1등’만을 목표로 매진하게 하며 ‘남을 도와주지 않고’ ‘웃지 않고’ ‘쫒기듯 허둥거리고’ ‘무조건 달달달 외우게’ 만든다. 작가의 이런 문제의식에 백번 동감한다. 그런데 왠지... 너무 노골적인 느낌? 동화를 많이 읽다보니 이제 약간 불편러가 되었나.... 너무 날것 같은 느낌에 살짝(아주 살짝, 잠깐) 거부감이 들었다. 뭔가 좀 돌려서 말했어야 만족했으려나. 까다롭기만 해져서 나도 참 큰일이다.^^;;;;
어쨌든, 이런 악당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꽤 마음을 졸이며 응원할 것 같은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쓸모있었던 것들, 그것이 바로 작가가 ‘진정한 영웅’의 조건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모험 이야기의 절정에서는 ‘뭔가 간절한 것’ ‘이것만 있으면 되는데 지금 없는 것’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고양이의 목걸이에 걸린 유리병 속의 금가루가 바로 그렇다. 그것이 세 아이들에 의해서 채워지는 장면이 꽤 극적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박수가 나올 것 같다.^^
이리하여, 세 주인공 아이들과 함께 독자들도 진정한 영웅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고, 또 그 모든 영웅이 귀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된다면 우린 행복하겠지.... 어떻게 된게, 좀 좋아질 줄 알았던 세상은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계속 반대로만 나아간다. 이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다르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너무 그대로 드러내는 느낌, 대화체의 어색함(걱정하지 말려무나, 선생님을 믿으렴...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대화체)이 약간 거슬릴 때가 있었지만, 작가의 주제의식에 공감하며 작가의 바람과 믿음에 내 한 표도 보태고 싶다. 4학년 정도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