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개들 - Time of Dogs 생각곰곰 6
안승하 지음 / 책읽는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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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그림책' 이라고 하기엔 너무 재밌다고나 할까. 이야기가 아니니 서사가 재밌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재미는 곳곳에서 발견되는 익살스런 표현방식,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창의력 넘치는 컨셉이라고 하겠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해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통합적 창의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타임지를 연상시키는 표지에는 개와 마이크를 배치함으로써 개를 '인터뷰하는' 책임을 알게 해준다. 인터뷰어는 고양이 해피. 적절한 설정이다. 개와 고양이는 완전히 다르니까. 인터뷰 대상이 '일하는 개들'인데 '일하는 고양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후기에서 해피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고양이 입장에서 바라본 개들은 지나치게 유쾌하거나 부지런하고 너무 시끄러웠어요. 하지만 직접 만나 보니 그런 개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다른 생명을 사랑하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한 개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동물배우견 네오폴리탄 마스티프, 심리치료견 케이스혼트, 공혈견 그레이하운드, 맹인안내견 리트리버, 독서도우미견 닥스훈트, 청각도우미견 시추, 감역탐지견 비글, 썰매견 사모예드, 경찰견 도베르만, 폭발물 탐지견 셰퍼드 등등..... 개들 고유의 성격과 능력에다 적절한 훈련이 더해져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사람의 소중한 친구로 견생을 보낸다. 내용 중에 투견이 있어서 맘이 좀 그랬다....ㅠ 엄연히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건 정말 마음을 합해 없애야 할 일이다. 이어서 나오는 경견도 마찬가지. 이들은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희생된다는 점에서 다른 '일하는 개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굳이 이 내용을 넣은 것은 이런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서였을 거라 짐작한다.

모든 개들은 '펠트 콜라주'라는 기법으로 표현되었는데, 물론 사진만큼은 아니지만 견종별 특징이 잘 나타나게 동작과 표정, 털의 색깔과 질감까지 잘 표현되어 있어 감탄하며 읽게 된다. 내용 구성과 함께 표현기법도 새롭고 눈길을 끈다.

좀 웃기는 얘긴데, 딸이 책 제목을 보더니,
"푸들도 있어? 없지?"
(우리집 개가 푸들. 정확히 말하면 말티푸.)
"그럴 줄 알았어. 푸들이 셰퍼드보다 똑똑한데 군견이 못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지 하기 싫은 건 절대 안해서야."
"영리하기만 하고 이기견이란 소리네."
"글치ㅎㅎ"

그러잖아도 개가 말썽부려 혼낼 때 내가 그랬었는데.
"야, 너는 대체 하는 게 뭐냐? 썰매를 끌길 하냐? 신문을 물어다주길 하냐? 먹고 자고 산책하고. 니 팔자가 부럽다!"
하지만 생명은 그 자체로 이쁜 것. 고양이도 일은 안하지만 이쁘듯이. 하지만 <일하는 개들>에겐 특별히 고맙지. 미안하고 안쓰럽고. "얘들아 고맙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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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장애인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5
김혜온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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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버스 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이 시리즈 참 알차다. 나는 재개발과 에너지, 두 권을 읽었는데 초등용 만이라고 하기엔 내용 욕심(?)을 포기하지 않은 책들이라고 느꼈다. 흥미와 관심 유발 정도를 목표로 하는 가벼운 책들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내용을 꾹꾹 눌러담은 책들도 필요하다. 독서력이 좀 있어야 읽을 수 있겠지만 중학생 정도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분야의 적임자가 집필하셨다는 점도 좋다. 이 책을 쓰신 김혜온 선생님은 일단 장애학생들을 지도하는 특수교사이시고, 장애아동들의 삶에 애정을 담아 작품을 쓰시는 동화작가이며 젊은날 노들야학이라는 장애인 야학에서 교사로 일한 귀한 경험으로 그들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분이다.

이 시리즈는 '희망 버스' 라는 판타지 소재로 주인공들을 과거, 현재, 미래로 자유자재로 이끌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그 장점이 빛났다. 과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고 힘들고 암담하고 처절하다. 그 처절함이 현재를 이끌었다. 많은 면에서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미래는 아름다운 상상이다. 요즘들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이렇게 아름답게 한 책을 거의 못본 것 같다. 하지만 그 상상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이 좋았다. 마음만 있다면, 합의만 된다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해보이는 것들이었다. 제목 그대로 '희망' 버스의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이 가운데 민이가 장애인 짝꿍 솔비, 존재조차 모르게 시설에서 살았던 삼촌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부분(문학), 장애인들이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워온 역사와 정책, 용어 등에 대한 정보 부분(비문학)이 잘 어우러져 몰입감도 있고 적절한 정보도 쌓을 수 있는 알찬 책이 되었다.

민이의 6학년 첫 짝꿍은 휠체어를 타는 솔비. 민이는 이미 작년에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재현이와 같은 반을 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비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아 툴툴거린다. 그런 말에 어두운 표정을 짓던 아빠가 폭탄선언처럼 알려준 사실. 아빠에게는 동생이 있었다. (민이에겐 삼촌) 어릴때 열병을 앓고 뇌성마비 장애인이 된 삼촌은 학교에도 못가고 집에 갇혀 지내다 시설에 맡겨졌다. 이후 30년간, 가족과도 단절된 채 시설에서만 지냈다.

삼촌이 지낸 시설은 뉴스에 나오는 학대와 노역이 있는 곳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정도도 고마운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자기결정권. 그것이 없는 삶은 의미없고 무료했다. 그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삶이었다. 삼촌은 더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면서도 시설 바깥의 자기주도적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쉽게 '시설'을 생각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에는 장애인이 없더라" 했다는 말이 부끄럽다. 구별하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장애인들을 대해 왔다. 하지만 우리의 지향점은 장애가 하나의 특징으로 이해되고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상이다. 언젠가 두 팔이 없는 장애인인 특수교육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전제로 하신 말씀이 이것이었다. "앞으로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온전한 통합교육. 그것을 위해선 교사들도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어느정도 같은 관점과 이해를 가져야 한다. 이 책은 그 기초를 놓을 만한 튼튼한 내용을 갖추었다.

과거로 간 희망버스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위해 처절히 싸우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나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민폐 끼친다는 비난에 움츠러들어 평생을 좁은 공간에 나를 가두고 무력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분들은 거리로 나섰다. 조금의 불편을 참지 못해 이들에게 욕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을 통해 눈을 뜨고 사재를 털어 장애인들의 생활공간 '평원재'를 지은 고 이종각 선생 같은 분도 있다. 그외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어도 그들의 옆에서 함께해준 많은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씩 진보한다.

그 진보는 미래로 간 희망버스가 아름답게 보여준다. 유니버설 디자인, 배리어 프리 같은 용어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특별한 요구가 해결된다면 장애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는데, 위에서 쓴 교수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마치 내가 안경으로 시력교정을 하고 정상인으로 사는 것처럼....(안경이 없다면 난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 미래에는 더 발달한 기술로 다양한 교정 제품들이 나와 장애인들의 필요가 해결되면 좋겠다.

기술적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문제나 그렇듯 마음가짐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가짐. 그것을 바꾸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다. 하지만 과거로 간 희망버스에서 본 처절함에 우리가 놀라고 눈물 흘렸듯이, 미래는 지금의 문제들이 좀더 해결되어 있을거라 믿는다. 이 책이 많이 읽힐 수록 그 일에 조금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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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바다 물고기 -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대상 수상작 작은책마을 51
황섭균 지음, 이주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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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단편 세 편이 들어있는 동화집이다. 푸른 바다의 새하얀 포말, 파란 하늘의 눈부신 햇살처럼 깨끗하고 명료한 이미지의 상상들이다.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표제작인 [이불 바다 물고기]가 가장 새로웠다. 상상 속에서 그리움도 반가움도 슬픔도 사랑도 희망도 다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햇빛에 널어 말린 서걱하면서도 따뜻한 이불의 감촉을 묘사한 부분에선 아는 사람만 알 것 같은 어린시절의 그리움이 솟아난다. (나는 알지만 우리 애들은 모를거다. 우리 엄마는 나한테 늘 그 이불의 감촉을 선사했지만 난 우리 애들한테 그러지 못했거든.ㅠ) 그 위에 누워 어느새 물고기가 된 아이는 바쁘다. 할머니한테 가려고! 먼저 시장에 가서 만두를 산다. 할머니가 드시고 싶다던 거다. 할머니는 콧줄을 하고 계셔서....

이 대목에서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신가 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물고기가 된 아이에게 사람들은 어딜 가냐 묻고, 할머니에게 간다고 하자 선물 하나씩을 안긴다. 옷가게 아저씨는 할머니가 만지작거리다 결국 못 산 꽃무늬 원피스를, 고모는 분홍색 립스틱을, 아빠는 손편지를.... 할머니는 두 달 전에 돌아가신 거였다.ㅠ 그런데 할머니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평소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곳에 가봐. 운이 좋으면 만날 수도 있지."
아이는 결국 어디까지 헤엄쳐 가서 할머니를 만났을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할머니는 아이를 다시 여기, 이불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불 구석에 수놓아진 물고기를 아이는 소중하게 매만진다.
"할머니, 여기 계시다가 가고 싶은 곳 가세요. 그리고 또 오세요!"

우리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3주 전부턴 콧줄을 하셨다. 가장 싫어하시던 거였지.ㅠ 우리 어머님은 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되신 지 모르고 "만두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상황을 파악하신 후에는 절대 그 말씀을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 이야기 속 할머니는 이제 손자와 함께 만두를 맛나게 드신다. "식어도 맛나네." 하시면서.... 무거운 육신을 벗고 이제는 가벼우시겠지? 물고기처럼.

생각해보니 내게 가장 느낌있는 이 표제작이 아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두번째 작품 [설탕 눈을 만드는 하얀 말]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설탕처럼 반짝반짝한 상상이 빛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내게는 살짝... 작가의 육성이 그대로 들리는 느낌이어서, 좋지만 약간 과한 느낌도 들었다. 작가의 육성이란 "환상은 존재해. 그걸 믿어야 행복해." 이런 것? 그 메시지가 튀게 들린다면 내가 문제인거겠지.^^ 판타지를 그리워하면서도 그 안에 빠지지는 못하는거. 나도 한번 빠져보고 싶다. 어린날 그때처럼.

마지막 작품 [비밀 의자]도 짧은 내용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이 작품의 판타지는 산책로에 있는 의자. 의자에 앉아 분통을 터뜨리던 우상이는 의자와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된다. 의자의 역할에 많은 시사점이 있다. 일단 같이 욕을 해주었다! 우상이의 이야기를 듣고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의자에게 쏟아놓은 덕분에 우상이는 흥분을 내려놓고 사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 보니 자기가 못 본 상황이 보였다. 이때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큰일 날 뻔 했네! 안 참았으면 어쩔 뻔했어!'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때 비밀의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던가. 아이들에겐 이 의자의 역할을 해줄 어른이 필요하다. 늘 준비하고 있어야겠지.

세상에 그렇게 많은 동화들이 있는데 이렇게 새로운 느낌을 또 줄 수가 있다니, 인간의 삶이 이어지는 한 이야기는 영원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드는구나. 얼마나 다행이냐. 이 암담한 세상도 어떻게든 살아낼 수 있을거야 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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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2 - 최고의 요리에 도전하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2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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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력이 부족하지만 재밌는 건 읽고 싶은 아이나,
머리가 복잡해 아무 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어른들에게 추천한다.^^

이게 훌륭한 작품에 누가 되는 말은 아니겠지?^^;;;; 쉬우면서도 재밌다는 뜻이니까. 읽기 쉽다고 쓰기도 쉬운 것은 아니니. 오히려 내공이 있어야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1권을 읽고, "제목 옆에 (1)이 있는 걸 보니 (2)권도 나올 것 같다"며 좋아했는데 오래지 않아 이렇게 나왔다. 요즘 고양이 없이는 얘기가 안된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흔하게 등장하는 고양이지만, 깜냥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내가 느끼는 매력은 첫째로 자존감인데, 이야기에 등장하는 고양이치고 자존감 없는 경우는 못봤다. 그러나 깜냥의 자존감은 '밥값을 하는 자존감' 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집사야~ 날 섬겨라~" 이런게 아니다. 매우 독립적이면서도 도움을 받을 때는 당당하다. 그리고 반드시 '밥값'을 한다. "공짜로 먹을 순 없죠." 밥값정신이 투철한 나는 이점을 매우 높게 본다.

둘째로는 성품이 매우 훌륭하다는 거다. 할 말은 하지만 예의바르고, 자기 욕심을 차리기보다 남을 돕는다. 아니 뭔 도덕교과서 같다고? 아니,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요?ㅎㅎ

1권에서 경비아저씨의 신세를 지고 고양이 경비원이 되었던 깜냥은 2권에선 '활짝피자' 가게 아주머니께 맛난 피자 한조각을 얻어먹고 거기 조수로 잠시 눌러앉는다. 아니 조수라기보다는 요리사? 꾹꾹이 실력으로 피자를 반죽하는 장면에선 웃음이...ㅎㅎㅎ 그리고 손자와 함께 방문한 할아버지(다른거 드시고 싶지만 손자 때문에 억지로 오신)의 입맛을 맞춰드린 깜냥만의 비법재료는 무엇이었을까?

깜냥의 성품은 후반부의 새로운 친구 이야기에서 빛을 발한다. 건너편 횟집 아저씨한테 생선도둑으로 오해받았던 깜냥은 밤샘수사로 범인을 알아내지만.... 깜냥, 횟집 아저씨, 새로운 친구의 따뜻함 삼박자가 훈훈하게 마음을 데워주는 이야기.

우리집 개녀석은 어제 딸과 산책을 하다가 아기 길고양이가 울고 있어서 딸이 간식을 나눠주자 "으르릉~" 하면서 성질을 부리더란다. 딸이 들어와서 하는 말. "이놈아, 너는 나눠 먹을 줄 알아야지. 만날 배부르게 먹는 것도 모자라 전기장판에 등까지 지지고 자면서, 불쌍한 아기 고양이한테 간식 좀 나눠준다고 성질을 부려? 응?"

이 책은 우리 개녀석 같은 아이들이 읽어야겠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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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숲 도서관 그림책이 참 좋아 73
최지혜.김성은 지음, 김유진 그림 / 책읽는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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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감상 포인트는 여러 군데 있을 것이고 해석도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런 쪽으로 생각을 해봤다. 자연(바람, 숲)과 문명(문자, 책)의 조화?

ㅎㅎㅎ 너무 거창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이걸 거창하지 않은 표현으로 바꿔본다면,
아이는 자연 속에서 키우는 것이 좋은가? 책 속에서 키우는 것이 좋은가?
ㅋㅋ 이 질문도 너무나 우문 같다. 하지만 직접은 아니라 건너이긴 하지만 좀 극단적인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내게는 의미있는 질문이다.

교사로서도 그렇다. 나를 '독서교육'으로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너무 책, 책, 독서, 독서, 이러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론 나의 역량이 깊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깊다고 해도 자제하고 싶다. 반면, 자연적인 것을 추구하시는 교육방식에도 살짝 갸우뚱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쉬운 결론을 내려 버렸다. 한쪽만 너무 강조하지 말자! 그 중간 어디쯤에 적정선이 있을꺼야! 찾기 어려워서 그렇지!

문자가 발명된 이후로 인류는 모든 지식과 정신적인 산물을 책이라는 매체로 축적, 전수해왔다. 책에는 인류의 지혜와 감성이 담겨있다. 책의 세계를 모른다는 건 큰 행복과 가치를 하나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여기에 너무 집착하여 자녀를 키우면 약간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걸 보고 나는 회의를 품었었다. 책만 보는 이 아이와, 요리조리 뺀질거리다 틈만 나면 튀어나가는 저 아이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누가 더 주변을 행복하게 할까?

이 그림책은 그런 고민의 발단이 되기엔 너무 아름답다. "숲에 바람이 불어와요." 로 그림과 이야기는 시작된다. 흩날리는 머릿결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에서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느껴진다.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하나둘 책으로 태어나요." 안나가 가장 좋아하는 산딸기 책에 빠져들자 다람쥐는 도토리책에, 토끼도 토끼풀 책에 빠져든다. 숲은 도서관이 되었다. 그 속에서는 상상도, 모험도 할 수 있고 공감도 이해도 깨달음도 가능하다. 다음날 아침 다시 찾아간 바람숲 도서관의 장면! 아늑하고 시원하고 풍족하고 신비로운 그 공간! 아 나도 저곳에서 숲냄새를 맡으며 책을 고르고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을 느끼며 책을 읽다가 좋아하는 이들이랑 오순도순 산책도 하고 그러고 싶다. 마지막 장면은 "바닷가 모래밭에 바람이 불어와요." 여기는 또 어떤 도서관이 될까.^^

행복이 비싼 데 있지 않으면 좋겠다.
자연과 책 이 모두가 멀지 않은 곳에, 누구나 손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있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살아가면 좋겠는데. 그런데.... 이것도 너무 큰 바람이라면 그건 슬플 것 같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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