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없는 아이 느리게 읽는 그림책 1
박밤 지음 / 이집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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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도 낯설고 출판사 이름도 처음 본다. 그런데 책이 왠지 낯익어보였다. 아마도 송미경 작가의 단편 <혀를 사왔지>를 떠올렸던 것 같다. 읽어보니 내용은 비슷하지 않다.

작가소개를 보니 미술쪽 전공을 하신 분 같지는 않은데 글,그림 작업을 모두 하셨다. 그림이 유아그림체처럼 서툴게 보이는 부분도 있으면서 내용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요즘은 이렇게 종합예술인들이 많단 말이야. 부럽다...^^

12살의 재인은 전학을 갔다.(엥? 이름이 유명한 이름...) 선생님이 정해준 자리의 폴이라는 짝꿍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반 아이들에게 폴이 어떤 아이냐고 물었더니 '입 없는 아이'라고 했다. 재인은 걱정됐다. 차라리 짝꿍이 계속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다 재인은 꿈을 꿨다. 높은 성의 꼭대기층에 한 여자가 묶여있고 4개의 다른 색 방이 있었다. 여자는 간절히 부탁했다. "저 방들 중에서 반지를 찾아다 주면 난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파란 방에서 만난 사람은 눈이 없었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괴물!' 이라고 소리질렀다. 그는 울었고, 아이는 미안했다.
노란 방에서 만난 사람은 귀가 없었다. (표지그림이 그사람) 아이는 '괴물'이란 말을 내뱉지 않았지만, 그는 울었다. 왤까?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빨간 방에서 만난 사람은 코가 없었다. 아이는 괴물이란 말도 안했고 표정도 조심했다. 그랬는데도 그는 울었다. 도대체 왜?
"넌 내게 다가오지 못하잖아!"
아....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랬다. 그는 마음을 보았던 거다.
초록 방에는 입 없는 아이가 있었다. 재인은 다가갔다. "내 짝 폴이구나." 생각하면서. 그랬는데도 아이는 울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손가락이 7개였다. 재인은 그 손을 잡았다. 같이 방을 나가 묶여있는 여인에게 갔다. 반지는? 결국 여인은 자유를 얻어 기뻐하며 감사했다.

꿈에서 깬 재인은 뭐가 달라졌을까? 오늘은 짝꿍이 올 것 같은 예감에 학교로 달려간다. 문을 연 순간, 있었다! 짝꿍이!! 둘은 눈이 마주쳤다. 폴은 어떤 아이였을까?

내 안의 편견과 차별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되는 책은 처음이다. 나는 누구를 보고 괴물이라며 호들갑을 떨 만큼 교양없진 않다. 그렇다고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다가갔을까? 그렇진 않았다. 내 안의 장벽은 다른 이에게 다가갈 수많은 길을 막아버렸다. 물론 그때마다 이유(핑계)는 다 있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우월감이거나 편견이었지. 나의 경우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이기도 했다. 생각하기 싫은 귀찮음.ㅠ

이 책을 검색하러 알라딘에 들어갔더니 북트레일러가 있어서 재생해봤다. 응? 길이가 되게 길다? 웬일이니! 책 전체를 읽어주는 영상이었다.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었다. 작가가 직접 읽어주시는 거라고 한다. 저작권 때문에 독서수업하기 얼마나 어려웠는데 이런 은혜가....ㅠㅠ 이 감사한 책을 마지막 단원 수업에 꼭 활용해 봐야겠다. 국어 마지막 단원이 감상단원이거든.

거창한 활동이 떠오르진 않는다. 일단 재인과 폴의 만남을 뒷이야기로 써보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든 질문을 좀 받아보고 싶다. (몇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실망...^^;;;) 그래도 몇몇은 의미있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그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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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01-06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면서...‘입 없는 아이‘를 어찌 만나나? 재인만큼 긴장하면서 봤는데...끝이 반전이었죠.

기진맥진 2021-01-06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두요.^^ 공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이 넘 많아 그중의 일부를 구경하기도 힘드네요.ㅎㅎ
 
가족이 있습니다
김유 지음, 조원희 그림 / 뜨인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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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들의 포스팅에서 이 책 표지를 여러번 본 것이 기억나 2020년의 마지막 책쇼핑날 장바구니에 넣었다. 휘릭 넘겨봤더니 글밥이 적은 책이었다. 아껴읽고 싶어서 다른 책부터 읽고 펼쳐들었다. 역시, 잔잔한 감정이 밀물처럼 서서히 몰려와 그안에 잠기게 되는 책이었다.

완전한 글과 완전한 그림의 조합이었다. 더 잘 맞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개와 할아버지의 성품과 감정과 목소리까지 표현하는 듯한 그림이었다.

개가 닫힌 집을 열고 짐을 챙겨 나와 기차를 타고, 색연필로 편지를 쓰고 하는 장면을 보면 현실동화가 아니지만 그런걸 의식할 수 없을만큼 이야기는 현실을 반영했다. 혼자인 할아버지의 처지와 생활이 특히 그랬다. 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가족이 있습니다." 라는 제목이 나올 수 없었겠지.

첫 장면에서 개는 동쪽바다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탄다. 밤기차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깜깜한 차창 너머로 느껴지는 막막함과 외로움. 개는 그렇게 할아버지를 찾아나섰다. 각 장마다 첫장은 기차 장면, 다음에는 회상이 이어진다.

할아버지는 큰 배의 선장이었다. 버려져 떠돌던 개는 배고픔에 할아버지 배의 수확물을 한마리 물었다가 할아버지랑 눈이 마주친다. 그날은 할아버지의 은퇴날이었고, 할아버지는 개를 집으로 데려간다. 둘은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식탁의자에 앉은 모습, 할아버지 손위에 발을 올려놓은 모습, 함께 잠든 모습 등이 너무 익숙하고 정겹다. 우리집에도 이런 가족이 있기에....

사계절을 함께 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할아버지와 떠돌이개의 조합이 뭐그리 아름다울까 싶지만, 아름답다. 조원희 작가의 그림은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벚꽂을 꽂고 앉은 봄풍경(앙증맞게 귀여워), 선글라스 끼고 튜브를 탄 여름 풍경(웃기고 귀여워^^), 낙엽 맞으며 잠든 가을 풍경(잘때가 젤 귀여워), 눈밭을 걷는 겨울 풍경(빨간 모자가 귀여워), 모두 아름답다.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행복한 시절은 왜 오래가지 않는 걸까. 할아버지는 점차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구두를 넣었고, 다니던 길을 찾지 못했고, 성격도 변했으며 결국 어느날 나가서는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 현관문만 바라보고 앉아있는 개의 뒷모습은 내게 너무 익숙하다. 나는 개를 '기다리는 동물'이라 부르겠다. 이 개는 마침내 할아버지를 찾아나섰다. 그래서 개는 밤기차를 탔다.

행복하고 따뜻했던 한때는 길지 않았고 개는 또 거친 길을 헤맨다. 개는 할아버지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할아버지, 우리는 가족이에요.
기뻐도 슬퍼도 아파도 함께하는 가족이요.
떨어져 있다가도 다시 만나는게
가족이라고 했잖아요.
가족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개의 편지다.ㅠㅠ

작가의 말에 보니 김유 작가님은 동해 마을에 작업실이 있다고 한다. 거기선 휴가철이 지나면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개들이 많이 보인다고.... 그 안타까움에서 이 책은 출발한 것 같다. 한편 이 책의 '개'의 자리에 다른 누군가를 넣는다면 어떨까 난 생각해 봤다. 고양이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도 같은 이야기가 된다고 난 생각한다. 단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압하고 상처주고 세계를 제한하고 가두는 그런 가족 말고, 옆에 있어주고 들어주고 함께 웃고 울고 응원하는 그런 가족. 혼자인 할아버지와 개가 만나서 이룰수도 있는 그런 가족 말이다.

이 책은 비극도 완전한 해피엔딩도 아니게 끝났다. 열린 결말이라고 할까. 비극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마지막 그림을 보면 말이다. 두 존재의 뒷모습. 그건 가족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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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방화범 그린이네 문학책장
하은경 지음, 이윤희 그림 / 그린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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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문학에 의욕을 갖고 도전하시는 작가님인 것 같다. 이분의 책 중 <백산의 책>과 <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를 읽었는데 추리물은 아니었고 역사동화와 미래동화였지만 그 긴박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긴박감이야말로 추리문학의 필수요소이니 이전부터 갈고닦아 오셨다고 할 수 있겠다.

장편인줄 알고 책을 펼쳤는데 3편이 들어있었다. 모두 동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웃들의 일로, 방화나 귀금속 절도 등 사건 스케일은 크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다. 하긴 범죄자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내가 맘에 들었던 점은, 3편 모두 화자들 주변의 인물들이 정황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말에 이르러 그 의심을 모두 벗게 된다는 점이었다. 추리물이지만 따뜻하고 훈훈하다고 할까. 그러고보니 읽으면서 무섭지도 않았던 것 같다. 사건 전개에 대한 궁금증은 있지만 집에 혼자 있으면 못 읽겠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표제작인 [옆집의 방화범]이 내겐 솔직히 가장 실망스러웠다. 첫눈에 범인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단편이다보니 공식이 너무 드러났다고 해야 하나. 물론 '주인공은 절대 범인 아니야. 나중에 밝혀질거야' 이걸 아는 상태에서 봤기 때문이겠지만. 아이들 눈에는 그렇게 바로 띄지 않는다면 좋겠다. 그 점만 빼면 인물들에게 마음이 가는 그 느낌이 좋았다. 혼자된 엄마와 가게 사장님과의 만남, 그 만남이 싫은 사춘기 소년, 떨떠름한 소년이 못마땅한 옆집 소녀(화자). 그리고 일어난 방화사건은 소녀의 애를 태우고.... 그러나 결국 모든 인물의 감정을 말끔히 드러내고 또 새로운 감정을 싹틔우며 정리된다.

두번째 이야기 [불도그 미구]에서는 아랫집 부부가 키우는 불독이 나온다. 사건은 금은방 절도 사건이다. 특히 커다란 다이아몬드까지! 다이아몬드와 불독은 무슨 관계일까? 나도 이건 후반부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선 사건 자체보다도 '못된 녀석'으로 낙인찍힌 유철이가 더 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아이들은 더 의심받기 쉽다. 그 낙인에 한몫을 하는 교사의 모습도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몹시 보기 불편했다. 막다른 곳에서 인간은 (특히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런 환경에 내몰린 아이들을 어떻게 판별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맘이 무거웠다. 그래도 유철이 안의 착함이 빛을 발해서 다행이었다. 특히 불독과의 사이에서.^^

세번째 [춤추는 아이]는 추리동화보다도 여학생들이 주로 등장하는 고학년 단편집에서 본 듯한 익숙함을 준다. 물론 같은 줄거리가 또 있는 건 아닌데, 재능있는 아이를 중심으로 부러움과 시기와 미묘한 감정들, 그안에서 얽혀가는 이야기는 많이 본 듯하다. 발레 영재인 제나와 만년 2인자인 지효,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등장하고 발레입시를 앞둔 제나에게 치명적인 자전거 사고가 일어난다. 범인은 그럼 2인자인 지효란 말인가? 과연?

고학년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하고 추리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도 무난히 읽을 만하다. 낙인과 편견, 오해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춤추는 아이] 같은 경우는 진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범죄에만 집중하지 않은 이런 추리문학.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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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귀신을 봤어! - 숭민이의 일기(절대절대절대 아님!) 풀빛 동화의 아이들 33
이승민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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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민이의 일기 시리즈가 언제 다섯권까지 나왔지? 이게 네번째 권이다. 나는 1,2권만 읽어봤다. 그중 2권(나만 잘하는 게 없어)은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기도 했었다. '특별히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아이의 건강한 자존감' 이게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중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리즈는 숭민이의 일기 형식의 서술이라 어찌보면 산만하고 웃기기도 해서 주제에 집중하거나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이는 없었고, 독후활동은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ㅋㅋ 하지만 재밌게 읽는게 최고고, 웃다가 스며드는 뭔가가 있다면 고마운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시종일관 귀신 타령을 하고 있지만 귀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귀신을 겁내는 아이들의 심리를 바탕에 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마지막은 유기견 입양 이야기]정도로 느껴졌다. 이야기의 시작과 에필로그가 절묘하게 연관되며 다음 권으로 이어지는 것도 매력이다.

시작은 이러했다. 숭민이는 이사를 가게되어 친구 세 명에게 이별 선물로 자신이 아끼는 보물들을 줬다. 그런데 그 이사가 같은 아파트에서 동만 옮기는것? 이별이 아니므로 이별선물을 돌려받으려 하자 친구들은 반발했고, 결국 숭민이는 선물을 돌려받는 대신 소원카드(소원을 한가지 들어주는 카드)를 한장씩 주었다. 동규와 상이는 바로 소원카드를 사용해서 끝내버렸는데, 생각하고 생각하며 질질 끄는 심지영은 정말 불길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자기도 달라고 조르는 숭민이 동생 지유에게 심지영이 선뜻 양도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동생이 말한 소원은? 바로~~ "동생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으니.

한편, 숭민이네 학교가 뒤숭숭해졌다.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가 가스처럼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급기야 가정통신문까지 배부한다. (이후 몇장의 가정통신문이 더 나온다. 깨알재미 중 하나) 하지만 경험담과 귀신의 종류는 더 증폭될 뿐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우리의 숭민이다. 그럴듯한 괴물 가면을 만들고서 말이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귀신 경험담은 깨알같은 '귀신사전'까지 탄생시키는데, 숭민이가 읽어보니 자신이 기여한게 절반은 넘더라는....^^ 이렇게 귀신 에피소드가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 외의 에피소드로는 에어컨 사건을 꼽을 수 있겠다. 더위를 못참는 숭민이와 병태는 찜통교실이 너무
괴롭다. 점심시간에 아무도 없는 보건실에 들른 두 아이는 시원함에 취해 침대에 누워 그만 잠이 들어버렸고 학교는 발칵 뒤집혔는데, 꾸중듣던 병태가 "아 진짜 교실이 너무 덥단 말이에요." 하고 엉엉 울었다는 데서 대공감.ㅠ 이 일로 교실 냉방 온도가 내려갔다는 이야기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교실 환경이 다른 곳에 비해 쾌적하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 그렇다고 에어컨을 펑펑 트는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니.... 딜레마로다.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는 더럽고 빼빼마른 유기견과의 만남. 그 만남으로부터 숭민이는 귀신장난을 시작했고, 그러다 저도 귀신을 보고 기절초풍했고, 결국 그 귀신을 물리쳐준 건.... 아 그리고, 도입으로 돌아가서 동생 지유의 소원(동생을 갖고 싶다)은 이렇게 이루어지게 되었네. 엄마가 모진 사람이 아니어서 결국은 데려와 가족이 된 것을 보니 기쁘다. 개가 나보다 크지 않지만 옆에 있으면 얼마나 든든하다고. 결국 귀신을 쫓아준게 누구였지?

그런데 작가는 다음 권으로 이어주기 위한 끈을 하나 남기네.... 심지영은 지유의 소원을 들어준 건 숭민이가 아니라 엄마라며, 소원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그 말에 반박을 못하며 안달복달만 하는 숭민이, 무슨 소원을 말할지 질질 끌고만 있는 심지영. 니네 뭐하는 거냐? 설마 5권은 내가 모으고 있는 '초딩연애도서' 책꽂이에 다음 권으로 꽂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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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SF 슾 어린이 1
최영희 지음, 도화 그림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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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코웃음 나오지 않게, 읽다 던져버리지 않게.
황당무계하지 않게 논리적이든가, 아님 황당무계한 줄 알면서도 빠져들게 재밌든가.

최영희 작가님은 이런 경지로 다가서시는 것 같다. <현아의 장풍>이나 <나만 모르는 엔딩>은 청소년용이면서도 SF적인 상상은 좀 황당무계했다. 대신에 그안에 들어있는 현실 청소년들에 대한 따뜻하고 안쓰러우면서로 신뢰감있는 시선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그들의 톡톡 튀는 현실대화 또한 매력있었다. 이 책은 어린이용이면서도 앞의 작품들보다 훨씬 무거운 상상과 진지한 질문을 담고 있었다.

써드(third). 세번째 존재라는 뜻이다. 첫번째는 인간이다. 두번째는 뭘까? 짐작하다시피 인공지능이다. 기계인간. 그들은 어느새 인간을 넘어섰고, 인간을 추방하고 세상의 주인 자리를 차지했다.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며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것이 그들이 내세운 이유였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도시를 빼앗기고 문명이 없는 원점의 상태로 황무지에 버려졌다. 그곳에서 돼지치기 일을 하고 있는 요릿이라는 소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곳의 숲에서 범상치 않은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도시에서는 조사관을 파견했고, 요릿에게 숲 안내를 맡긴다. 리처드라는 소년의 모습을 한 조사관은 당연히 기계인간이다. 기계인간 소년과 인간 소녀의 불편한 동행이 스토리의 줄기다.

거기서 그들은 프롤로그에서 등장했던 괴물을 만난다. 인물의 등장방식이 매우 극적이다. 호기심, 놀라움, 복선, 반전 등등이 몰입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영화의 전개방식을 연상케 한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혹시 그걸 감안하고 쓰셨을까?)

이것만 스포를 하자면, 그 괴물이 바로 써드였다. 제3의 존재. 그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나? 그는 왜 자신의 이름을 모르나? 그는 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나?

이 과정에서 인간의 문학작품이 등장하는 것이 첫번째 놀라움이었다. 아 그 작품의 이름을 말하면 안될거 같아 입이 근질거림... 근데 난 그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다이제스트판을 읽었거나 아니면 안읽은 것 같다. 이럴수가! 이제라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두번째 의외인 점은 (사실은 예상했었는지도) 도시의 로봇 소년과 추방된 인간 소녀가 탐사 중 위기 시에 협력하면서 우정이 싹튼다는 점? 그러고보니 이런 요소가 바로 어린이책에 걸맞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먼저 자신을 던져 상대방을 지켜준 건 기계인간 쪽이었다. 헷갈린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감정인가? 고귀한 가치인가? 그건 인간의 고유한 것인가?

그것보다도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이야기'를 꼽은 작가의 통찰에 공감의 박수를. 화수분 같은 인간의 스토리 능력은 오늘도 이렇게 '책'을 써내고 읽어내고. 전혀 효율적이지도 논리적이도 않은 인간의 '감'과 '상상'은 또 끊임없이 새로운 짓을 꾸며내지. 그것이 인간의 경쟁력(?)이라고 하면 말이 될까 안될까?^^;;;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가슴저린 써드의 물음은 이 세상 모든 존재의 질문이 아닐런지. 써드 아닌 퍼스트들은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었나?

몰입력이 뛰어나므로 고학년 아이들에게 충분히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중학생들에게 권해도 좋겠고,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문학작품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독서방법을 권하고 싶다. 가슴이 뛰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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